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18)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19화(118/157)
쉿 (3)
아들의 치유를 바라고 들어왔을 하얀 집.
가족의 따스한 보금자리가 돼야 했을 그곳은 그야말로 살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겉에서 보기만 해도 그랬다. 귀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이층집 지붕에 난 창문 사이로 머리통으로 보이는 동그란 형체가 보인다.
“이거 하나가 아닌 모양이네요.”
준이가 그린 그림 속에서 본 양갈래를 딴 여아와 머리가 긴 남아였다. 집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본 망령만 벌써 둘이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빠르게 손을 놀렸다.
– 하나가 아니면 둘이야?
– ㄴㄴㄴ둘도 아닐 듯.
– 애기가 그렸다는 그림 있잖아. 그거 다 귀신 아냐?
– 22222 같은 생각임니다.
– 그럼 목 없는 귀신은 뭐야?
– 걔 보러 형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복차는 이 층 창문 쪽을 비추며 보이는 그대로를 설명해 주었다.
“예. 저기 이층 다락에 있어요. 키가 작은지 머리만 보이는데 나이가 어리네요. 그리고···”
다음 말은 태구의 입에서 나왔다. 그 역시 빼꼼 머리를 내밀고 있는 망령을 보고 있었으니. 더불어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린다.
“길 잃은 애들이 많네. 울고, 웃고, 무서워하고 조잘조잘 떠들고.”
“그러게요. 어쩌다 저 많은 애들이 한데 모여 있는 걸까요?”
“무슨 사연을 갖고 있겠지. 사연 없는 망령은 없으니까.”
“에휴.”
그렇게 태구와 복차가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
– 애들이라고?
– 그러니까 애기 귀신 소행이다 이거임?
– 곤란하네.
– 애기 귀신이면 뭐? 귀신이 귀신이지.
– 마음 독하게 먹자.
– 애기고 나발이고 다 때려 부숴.
자신들을 잡으러 왔다는 걸 눈치챈 것일까.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던 두 머리통이 쏘옥 하고 내려간다. 그로 인해 창문에 달려있던 커튼이 펄럭거렸다.
그사이, 태구는 윤정에게 전달받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이윽고 현관문에 설치된 도어락이 띠링 소리를 내며 그들의 출입을 허했다.
해가 다 저문 것도 아닌데 집안은 암흑 그 자체였다. 현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이 극명하게 갈렸다. 집안은 무저갱 아니 캄캄한 동굴과도 같았다.
“어억? 형님들 보시기 불편하실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손전등을 챙겨올 걸 그랬네요.”
[고매니저 님. 달풍선 100 개 감사합니다.]– 복차 오빠. 스위치 좀 찾아서 켜주세요.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아경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 ???? 잠시만요. 복차 오빠?
– 둘이 언제 오빠 동생 사이가 됨?
– 오빠 동생 하다가 여보 자기 되는 건데.
– 나는 허락 못 한다.
“스위치? 알았어. 잠시만요, 형님들.”
복차는 군말 없이 아경의 지시를 따랐다. 달칵. 어둠이 둘러싸인 집안에 환한 빛이 스며들었다. 그렇게 스며든 빛은 집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었다.
아이가 살던 집이 확실했다. 이를 방증하듯 경찰차 같은 모형 장난감이 거실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고, 아이가 덮은 것으로 추정되는 담요와 베개도 보인다. 그 옆에 캐리어가 있었다.
얼마 전, 짐을 챙기러 잠시 왔다 하더니 그때 내팽개친 짐인 성싶다. 어쨌든 조금 어지러울 뿐이지 집안은 여느 가정집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벽만 멀쩡했다면 말이다.
– 아토피 치료할 목적으로 이사온 거래매;
– 없던 아토피도 생기겠네.
– 이게 바로 안아키 현장?
– 복차야 에어컨도 좀 틀자.
문제는 벽이었다. 까만 곰팡이가 하얀 벽지를 뒤덮고 있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없던 아토피가 생길 환경이었다.
허나, 원래부터 이런 건 아닐 터. 준이 가족이 집을 비운 지 이주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번식한 것이리라.
“본래 망령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일수록 어둡고 습해져요. 또 그런 곳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 곳일수록 귀기가 강해지거든요.”
그걸 본 태구가 벽 쪽을 향해 걸어갔다.
– 그래서 지금 벽에 귀신 있는 거임?
– 복차 뭐하냐. 빨리빨리 설명 ㄱㄱ
– 아니면 태구가 왜 저기로 걸어가겠음.
– 어어. 손 뻗는다.
– 쓰읍. 신발 안 벗는 거 조금 불편한데
복차는 그런 태구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담으며 열심히 입을 놀렸다.
“어, 음. 아뇨. 벽에 붙은 귀신은 따로 없는데요. 그냥 가까이서 보시려는 모양인데요···가 아니라 액자에 묻은 귀기를 털어내고 계시네요. 저게 마음에 쓰이셨나 봐요.”
까맣게 벽을 물들인 곰팡이는 벽에 걸린 가족사진까지 뒤덮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부부 사이에 앉아 있는 준이의 얼굴에만 곰팡이가 번져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마치 머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보기가 영 불편하다. 그 때문에 이렇듯 손을 뻗는 것이리라.
스윽, 스윽.
성스러운 기운이 깃든 손짓 한 번에 비로소 가려진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아이는 티 없이 맑게 웃고 있었다.
– 스윗하네. 우리 태구.
– 얘가 준이야? 귀엽게 생겼네.
– 대충 다섯 여섯 살 정도로 보이네. 다 큰 어른들도 힘든 일을 이 어린 애가 겪고 있네ㅠ에효.
– 그러게;;; 내 자식한테도 이런 일 생길까 무섭다.
– 님 자식 몇살인데요? 준이 또래임?
– ㄴㄴ 미래의 자식 말한 건데.
드러난 아이의 얼굴이 보기 싫은 걸까. 그도 아니면 신성력에 반응한 걸까.
공교롭게도 그 순간.
통토토토토토통.
거실 벽 건너편에서 기묘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 나만 들은 거 아니지?
– ㅇㅇㅇㅇ나도 들음.
– 이거 빼박 발소리인데.
– 이게 어케 발소리냐?
– 발소리든 뭐든 귀신 소리인 건 확실합니다.
통통토토통통통—
데구르르르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더불어 태구와 복차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도 있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히힛,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었다!]저를 찾아보라는 여아 망령의 목소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방 안쪽,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 할 거 없이 망령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준이야?] [아니. 준이 아니야. 내가 아까 창문으로 봤어.] [준이는 언제 와. 준이도 빨리 오면 좋겠다. 그럼 매일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으아앙아앙, 집에 가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조잘대는 목소리, 울고 웃는 목소리, 기대에 찬 목소리. 집안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둘이 아니다. 준이의 집은 망령들의 소굴이 되어 있었다.
“일단 저쪽부터 가지.”
태구는 그중에서도 거실 건너편에 자리한 방부터 확인하자고 했다. 이렇듯 하나씩 마주하다 보면 녀석들이 가진 한과 준이에게 붙게 된 연유 그리고 본체의 위치도 알 수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럴 목적으로 통통 소리가 들려오는 방으로 걸음을 옮긴 태구였다. 소리의 근원지는 거실 옆과 이어진 방이었다. 태구가 망설임 없이 방문을 열어젖혔다.
화아악—!
‘안방이구나.’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커다란 침대였다. 아이가 쓰기엔 꽤나 크다. 부부가 사용한 방인 듯싶다. 그리고 침대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앞에 설치된 화장대에도 별다를 건 없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면 말이 달라진다.
“!”
실보다는 조금 두껍고 뱀보다는 얇은 가느다란 줄이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화장대를 지나 벽과 맞닿아 있는 옷장 안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귀기였다.
“저기 있는 모양인데요?”
복차의 말마따나 저안에 망령 하나가 숨어 있다. 태구가 조용히 다가가 닫힌 옷장 문을 확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와아아악! 깜짝이야!”
복차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앞에 서 있던 태구가 머리를 꺾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태구를 향해 쏘아지던 원형 구체가 복차의 안면과 부딪히게 되었다.
토오, 통통—!
장담컨대 누구든 이와 상황을 겪는다면 다들 오줌을 지리리라. 차사라고 다를 건 없었다.
– 제기랄 나도 놀랐잖아!
– 왜왜왜왜왜
– 방금 카메라 휘청이지 않음?
– 복차 놀라는 건 또 처음 보네.
– 연기 아니지?
아무튼 복차의 얼굴을 강타한 그것의 정체는···
“허으,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 선생님. 피하시면 미리 말 좀 해주시지···”
“너도 피할 수 있을 줄 알았지. 근데 뭘 또 그렇게 놀라. 망령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옷장 속에 숨어 있던 망령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예고 없이 나타날 줄은 몰랐죠. 게다가 모양새도 좀 남달라야죠.”
난데없이 등장한 것도 놀라울지 언대 그 모양새가 가히 끔찍했다.
[엇, 찾았네? 히힛. 삼촌도 나 보여? 놀아줘요.]히죽거리며 웃음을 흘리는 망령은 머리통뿐이었다. 머리 아래 있어야 할 몸뚱이가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가느다란 실이었다. 조금 전, 바닥에서 본 그 실이다.
실과 연결된 머리통이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낚싯줄에 걸려 있는 물고기 같았다.
[악령콜렉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또또, 너희들만 알지? 빨리 설명 안 해 주냐.
“그게 옷장 문을 열었는데 난데없이 뭐가 제 얼굴을 덮치더라고요. 알고 보니 망령이었어요. 그런데 몸은 없고 머리만 남아 있네요. 대충 준이 또래로 보이고요. 그리고 그 통통거리는 소리 있잖아요. 그거···”
아무래도 머리통과 바닥이 부딪히면서 난 소리인 성싶다. 아니 확실하다. 제 머리와 부딪힐 때도 그러한 소리가 났으니까.
그런 복차의 설명을 들은 시청자들은 소름 끼쳐 하면서도 한편으로 안도했다. 이렇듯 말로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데 실제로 본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래도 궁금증은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 허으ㅠ 귀신 못 봐서 다행이다.
– 어쩜 여신님께선 복차에게 저런 달란트를 주셨을까.
– 우리한테 실감 나게 설명하라고 주신 달란트겠죠?
– 그나저나 왜 머리만 있어? 애 몸은?
– 머리만 있는 게 아니라 실도 있다면서. 실은 뭔데. 조종당하고 있는 거 아냐?
소름 끼쳐 하면서도 왜 그런 모양새로 있는지 꼬치꼬치 묻는 시청자들. 비단 그들만 궁금한 건 아니다. 태구 역시 궁금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옷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물색없이 웃고 있는 여아의 머리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엄마, 언니랑 같이 살아도 돼요?] [우와, 신난다!] [엄마, 안 돼요. 언니 쫓으면 안 돼. 언니 화났어. 언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찰나의 순간, 망령이 가진 아주 짧은 생애 기억이 태구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태구는 비로소 대강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째서 망령의 모양새가 이 모양 이 꼴인지, 그 머리통과 연결된 실은 또 무엇인지를 말이다.
“쯧.”
태구가 착잡한 얼굴을 하며 혀를 찼다.
“선생님. 대체 저거 어떻게 된 거예요?”
복차가 시청자들을 대신해 물었다. 태구가 도끼를 뽑아 들며 대답했다.
“···준이랑 똑같아. 악령에게 당한 아이였어.”
“에? 악령이요?”
“목 없는 망령 말이야. 그것이 이 아이에게 붙어 말했어. 그 집에 함께 살고 싶다고. 자기가 언니가 되어 주겠다고 말이야.”
생전 아이는 준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엄마에게 자랑했고 한동안 악령을 언니라 부르며 따랐다. 악령 역시 아이를 살뜰히 챙겼다. 그러다 이상함을 눈치챈 부모가 경악하며 반응하자 돌변한 악령이었다. 끝은 처참했다. 이렇듯 목만 남아있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잠시만요. 언니요? 오빠가 아니라요? 준이가 형이라고 불렀다 했잖아요. 남자 망령 아니에요? 아니지. 머리가 없다고 했는데···”
[또, 또 놀자!]“일단 아이부터 보내놓고 이야기하지.”
콱! 말을 내뱉기 무섭게 망령의 머리와 연결된 가느다란 붉은 줄이 단번에 쪼개진다. 목 없는 망령과 연결된 줄을 끊어낸 것이리라. 그로 인해 줄에 매달려 있던 머리통이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태구가 재빨리 손을 뻗었다.
“노느라 불편한 줄도 모르지? 휴우, 이제 가자. 그 안에 숨바꼭질할 친구들 많을 거야. 게네랑 뛰어놀아.”
[어어?]그렇게 망령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그때.
와장창창창창—!
돌연 천장에 달린 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타타타탁, 타타타타가탁, 탁타탁.
방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이번엔 발소리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