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1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20화(119/157)
쉿 (4)
– 우아아아아아악. 조명 떨어지는 거 개소름.
– 이거 목 없는 놈 짓 맞지?
– 빼박. 지금 지가 죽인 애 성불시켰다고 화난 듯.
– 그거 완전 금쪽이 새기네.
– 헐; 복차. 너 괜찮냐?
난데없이 깨진 조명에 놀란 시청자들이 빠르게 손을 놀렸다. 그러다가 스치듯 지나간 복차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고매니저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복차 오빠 괜찮아요?
그 얼굴에선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천장에 달린 등이 떨어지면서 튄 유리 파편에 얼굴이 긁힌 것이리라.
“응? 나? 당연히 괜찮지. 설마 저 유리 등 떨어진 거 때문에 그러는 거야? 저깟 게 뭐라고. 하핫. 걱정하지 마. 형님들도 걱정하지 마세요.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땀이 나지.”
그런데도 복차는 별일 없다는 듯 굴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 조각을 담아냈다. 천장에 달린 등은 이유 없이 떨어진 게 아녔다.
“아무튼 그 망령 목에 붉은 줄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방금 선생님께서 그 줄을 끊어냈어요. 아이는 좋은 곳으로 갔고요. 그런데 끊어진 줄이 마치 밟힌 지렁이처럼 꿈틀대더니 저 위에 걸린 조명까지 쳐버리더라고요. 그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고요. 그리고 또 지금 밖에서 발소···”
[고매니저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오빠, 방송도 좋은데 오빠 얼굴에서 피나요. 그거 땀 아니에요.
“어엉? 피?”
아경의 달풍에 복차가 하던 말을 삼키고 손을 들었다. 그런 다음 축축한 얼굴을 더듬더듬 만져보았다. 아경의 말마따나 얼굴에서 흐른 건 땀이 아녔다. 검붉은색, 피였다.
“와, 진짜 피네? 나 피도 나는구나. 하하하.”
이를 본 복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실성한 게 아녔다. 진심으로 기뻤다.
태구와 함께하면서 별의별 경험을 다 해본다 싶었는데 피를 보는 경험은 또 처음이었으니까.
이렇듯 피를 보니 자신이 정말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웃음이 나왔다. 허나, 다른 이들의 눈엔 딱 미친놈처럼 보이는 게 문제였다.
– 지금 웃음이 나오니?
– 저것도 정상이 아니네.
– ㅎㄷㄷㄷ 사탄 씐 거 아니냐?
– 태구야, 쟤 물리 퇴마 시켜보자.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에도 복차는 키득거리며 태구를 불렀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저 피가 나요. 흐흐.”
“알았으니까 대충 닦고 빨리 와.”
태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복차와 시청자들이 몇 마디 주고받는 그 짧은 사이, 태구는 어느새 안방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러는 때에도 밖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저 대답도 이제 막 방을 벗어나면서 한 소리였다.
“아, 예예. 그래야죠. 히힛.”
– ??????? 둘다 정상이 아니네.
– 스윗 태구 어디 갔음?
– 대충 닦고 오래ㅠㅠㅠㅠㅠ
– 돈 주는 고용주다 이거지?
– 암요, 암요. 머리가 깨져도 일은 해야지.
– 그것이 바로 K- 직장인.
누군가의 말마따나 K-직장인 패치가 완벽하게 끝난 복차는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태구의 뒤를 쫓았다. 이미 거실로 나가 있던 태구는 물 만난 고기처럼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를 본 복차가 굵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악령콜렉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이제와서 아프다고 하기 금지. 아파도 일은 해야지? 태구 왜 저러고 있어? 상황 좀 설명해 봐.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망령이 너무 많아서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에휴. 사실 아까 전등이 떨어짐과 동시에 문밖에서 발소리 같은 게 들렸거든요. 그런데 인제 보니 저 소리였네요.”
복차가 그런 태구의 모습을 담으며 다시금 상황을 중계했다.
– 저 소리라고 하면 우리가 어찌 알지?
– 부상투혼 중이잖아. 이해해주자.
– 그래서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데?
“왜 제가 했던 말 기억하고 계시죠? 집안에 망령들이 그득하다고. 지금 그 망령들이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줄줄이 딸려 올라가고 있어요. 저기 저놈이 2층으로 달려가면서 집안에 풀어 놓은 망령들은 다 끌고 올라가고 있거든요.”
– 그놈이 목 없는 그 시신?
“예. 저기요.”
카메라가 이층 계단을 지나 난관을 비춘다. 그곳에 그놈이 있었다. 허나, 시청자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
만일 저 모습을 실제로 본다고 하면 한동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테니까. 그만큼 그것의 몰골은 끔찍했다. 온갖 망령을 봐온 복차 마저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들은 것처럼 정말 머리가 없어요. 그런데 잘린 그 목 위로 핏줄 같은 선이 엄청나게 많이 자라있어요. 그렇게 주렁주렁 늘어진 수많은 핏줄 끝에 망령의 머리가 달려 있고요. 다 저 악령에게 잡아먹힌 망령들이에요. 그런 망령들을 선생님께서 지금 해방시키고 계시고요.”
복차는 나름 순화시켜 그것의 형체를 설명했다.
– ;;;;;;;; 핏줄?
– ㅈㄴ기괴하네.
– 그래서 그 목 없는 시신은 남자야 여자야?
– 나도 그게 궁금했는데.
– 왜 거기 보면 알 수 있잖아.
“글쎄요. 아무래도 저 망령 역시 나이가 어린 망령 같아서 분간이 잘 안 가네요. 그냥 보면 알죠. 키가 엄청 작거든요.”
얼핏 보이는 손에도 주름 하나 없다. 그리고 작다. 이를 보면 악령 역시 어린 나이에 죽은 게 분명했다.
그사이 태구는 부지런히 도끼를 놀렸다. 콰득. 그것과 연결된 붉은 줄이 썰려 나갈 때마다 망령들의 짧은 생애가 그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와장창창창—!
그와 동시에 방안에서 맞닥뜨린 위험천만한 상황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핏줄 같은 붉은 줄 그러니까 놈이 가진 귀기가 요동을 치며 온갖 집 기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쐐애애애액!
때마침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경찰 모형차가 그 줄에 걸려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물체가 스스로 움직이는 현상,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었다.
태구는 공중으로 튀어 오른 경찰 모형 차를 손쉽게 쳐내며 계단을 향해 돌진했다. 카메라로 쫓지 못할 속력이었다.
[악령콜렉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 타격 폼 지리고요. 어어? 뭐야, 어디갔어.
그리하여 발을 디딘 2층. 그곳에 그것이 있었다.
목 없는 망령은 목 잘린 닭마냥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머리통만 남은 망령들을 이끌고 내달리던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안돼안돼못나가나쫓아낼라고그러는거지절대안나가내가뭘잘못했는데내가왜나가야해나는못가]아무래도 앞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안돼안돼제발쫓아내지마안보여안보인다고어디야어디있어시팔안보인다고!]그것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던 머리통은 모조리 다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그 때문에 저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목내놔, 내놔···]터벅, 터벅.
그것은 독 안의 든 쥐나 다름없었다. 태구는 사방팔방 날뛰고 있는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 순간, 놈의 머리통에서 뽑아져 나온 붉은 실선이 휙휙 위협스러운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나부꼈다.
그것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후욱!
짧은 파공음과 동시에 시퍼런 도끼날이 번뜩였다. 물컹한 불쾌한 손맛이 도낏자루를 타고 전해졌다.
[끼아아아아아아악!]그와 동시에 그것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공중을 나부끼던 붉은 실선 역시 그 옆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윽고 그것들이 붉은 연기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소멸한 것이리라.
[끼아, 아아악]발악을 끝마친 그것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비명을 내지르는 것뿐이었다. 반항할 힘도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보이는 게 없었으니까.
바닥에 축 늘어진 그것은 그저 더듬더듬 손을 뻗으며 구석을 향해 기어갈 뿐이었다. 지금껏 상대한 다른 악령들과 비교한다면 퍽 손쉬운 상대였다.
‘그래. 어쩌다가 이런 괴물이 된 거냐.’
태구가 그런 악령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단란한 가정을 파괴시킨 악령의 몸 위로 새까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준이가 보였다. 아니, 준이와 동년배로 보이는 소년이 보인다. 소년의 앞에서 무릎을 굽히고 있는 남자와 여자도 보인다.
“혁찬아, 안녕? 우리 가족이 된 걸 축하해. 앞으로 엄마랑 아빠랑 잘 지내보자. 알았지?”
혁찬, 생전 악령의 이름이 혁찬인가보다. 여자는 혁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그에 혁찬이 기어갈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푸욱 숙였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좋아한다. 숙인 얼굴 위로 자그마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나도 가족이 생겼어. 히힛, 좋다.’
더불어 당시 아이의 느꼈던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주 잠깐 느낀 감정이 아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행복한 감정은 크기를 키워 갔다. 혁찬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기 전까지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기다려 볼 걸. 지금이라도 돌려보낼까?”
어느 날이었다. 불임 판정을 받은 부부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이미 입양했다고 말하고 이곳저곳 다 데려갔는데 인제 와서 무슨 파양이야. 다른 건 둘째 치고 교회에는 뭐라 말해? 목사님이 우리 부부 좀 칭찬했어?”
“그럼 어떡해. 둘 키우려면 돈도 만만치 않게 들 텐데. 앞으로 학원비며 옷값이며···”
“무슨 소리야. 학원을 왜 끊어? 학교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옷이야 형한테 말해서 지성이 옷 물려 입히면 그만일 테고.”
“하아. 사실 돈을 떠나서 그냥 보기가 그래. 내 애기가 생겼다고 하니까 갑자기 저 아이가 남처럼 느껴져. 그리고 무서워. 행여나 태어난 아기 질투 나서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해?”
“그건 우리가 교육하기 나름이지. 지금부터 알아듣게 알려주자고. 응?”
허나, 혁찬의 입장에선 기적이 아녔다. 그건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보기 힘든 장면이 빨리 감기 한 것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느 순간.
“응애애애애—”
하고 울어대던 아이의 입에서 형이란 말이 튀어나온다.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형아, 형아!”
무럭무럭 자라난 부부의 기적이 소리높여 혁찬을 불렀다.
“왜 불러.”
“나랑 같이 놀이터 가자. 응?”
“안돼. 나 숙제해야 해.”
혁찬은 단칼에 거절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숙제가 끝나면 집 청소도 해야 했고 동생이 어지럽힌 장난감도 정리해야 했으니까.
“나랑 놀고 와서 하면 되잖아아.”
“···”
“씨이. 대답 안 한다 이거지? 이래도 대답 안해?”
제 맘처럼 흘러가지 않는 상황이 불만이었는지, 어린아이가 인상을 쓰며 혁찬의 팔을 힘껏 꼬집었다. 그래도 혁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는 다른 방법을 썼다.
“됐어. 엄마한테 다 일러야지. 형이 나랑 안 놀아준다고. 형이 나 때렸다고 말할 거야. 어디 두고 봐!”
아이는 지금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순수와 악랄은 한 끗 차이였다. 그래서 마음대로 지껄일 수 있었다.
“!”
하지만 혁찬은 그 말의 무게를 알았다. 동생이 엄마에게 달려가게 둬선 안 됐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겪어봐서 알았다. 그래서 황급히 일어나 손을 뻗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때리긴 언제 때렸다고 그래! 거기 안 서?”
혁찬은 달려가는 동생의 몸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발이 꼬였다. 그로 인해 동생을 밀어버리게 된 혁찬이었다.
퍼억.
“으, 으아앙아아아앙아앙.”
바닥에 엎어진 아이는 세상 떠나갈 듯 울어댔다. 놀란 혁찬이 엎어진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어어? 울지마. 형이 미안해. 괜찮아? 일어나 봐. 응?”
우는 동생과 달래주는 형.
형제가 있는 여느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형진아 무슨 일이야—!”
“엄마. 형이 나 밀었어어어엉어엉.”
“유혁찬 너 이 새끼!”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은 그 어느 가정집에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여인이 희번덕 눈을 뒤집어 까며 혁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실로 무서운 기세였다.
“어어, 엄마. 아니에요. 아니에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간 나 몰래 우리 형진이 이렇게 때리고 괴롭혔니? 엉?”
그 섬뜩한 눈과 마주한 혁찬이 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런 거 아니에요. 동생이랑 잘 놀아줬어요. 가, 가족이잖아요.”
“가족은 누가 가족이야!”
여자는 그런 아이를 향해 위협적으로 다가갔다. 그런 다음 저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혁찬을 있는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 제 아들이 겪은 아픔을 똑같이 되돌려 주고 싶었다.
퍼억!
“아, 아··· 엄마.”
그런데 그 순간.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엄살떨지 말고 일어나. 유혁찬!”
하필이면 그곳에 대리석 테이블이 있었다. 바닥으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 순간, 여자의 눈이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아이의 의식은 끊어질 듯 말듯 이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정신 똑바로 차려. 형진이 생각만 해. 우리 형진이 엄마 없는 자식 만들 거야?”
“처음부터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우리 형진이랑 잘만 지내길 바랐는데···”
혁찬이 힘겹게 눈을 떠올렸다. 어렴풋이 엄마와 아빠가 보였다. 그리고 그런 둘의 손에는 시퍼런 톱이 들려있었다.
그 이후, 까만 화면이 계속 보였다. 그러기도 잠시. 환한 빛이 스며들었다. 그렇게 화면이 전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