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2)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2화(12/157)
홍보 방송에서 생긴 일
사건이 있고 나서 처음 켜는 방송이었다.
그래봐야 고작 며칠이라지만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선 하루가 일 년 같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잉. 다들 오랜만이야.”
그 때문에 방송 시작과 동시에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이었다.
– 개같이 기다렸다구ㅠㅠ
– 시신 발견 절대 해명하라.
– ㅇㅈ. 그거 어케 찾은건데? 경찰 조사는 받음?
– 흑룡이랑 ㅌㅐ예 빼박 공범임ㅋ
– 개솔ㅋ 범인 동생이랑 남편이구만.
– 걔들 정신 놨다던데ㅋ? 인과응보ㅅㅅ
– 섹스?
– 아;;; 섹무새가 여기서 또···
– 그걸 믿누? 감형받으려고 쇼하는거임ㅋ
– 근데 무슨 배짱으로 그 집을 판 거?
– ㅋㅋㅋㅋ그알에서 특집 한다니까 봐보든가.
실시간 시청자 수 13만. 흑룡의 방송 역사상 처음 보는 수치다. 채팅창은 미친 듯이 올라간다. 가히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
그러나 흑룡은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한 바였다. 이 바닥에서 구른 연차가 몇 년인데. 그는 프로답게 짬바를 발휘했다.
“와, 채팅창 읽기 빡세네. 그간 묻고 싶은 거 참느라 어떻게 견뎠냐. 그래도 일단 진정 좀 해봐. 니들 궁금한 건 내가 오늘 다 풀어줄 테니까.”
– 키야. 멋지다. 흑룡아(짝짝)
– 믿고 있었다구!
–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대답 ㄱㄱ
– 절대 해명하세요.
– 근데 태예는 어디감? 같이 방송한대매;
– 태예 ㄴㄴ 태마사 ㅇㅇ
– 태예태예태예태예태예 불러와.
“근데 나 좀 섭섭하다? 이 와중에 내 걱정하는 애가 어떻게 한 명도 없냐. 그것도 내 방송에서. 엉? 나는 니들 기다릴까 봐 더 쉬라는 의느님 말도 무시하고 방송 켠 건데. 다들 태구만 찾고.”
– 지난 달에 협찬받은 피부과 의느님?
– 어쩐지 볼이 빵빵해 보이더라.
– 야야ㅡㅡ 모른 척 하라고.
– 우리 룡이 삐지쎴쎼여?
– 저러다가 방송 끌라. 다들 챙겨ㄷㄷ
– 옜다. 룡아 괜찮니?ㅋㅋㅋㅋㅋㅋㅋ
“그래. 한 명이라도 날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나마 방송할 맛 나네. 그럼, 제대로 시작해볼까? 일단 니들이 그렇게 찾는 태구부터 부를게. 정식으로 소개하고 그다음, 질문 타임 가보자고.”
아이스브레이킹은 이만하면 충분할 성싶다. 흑룡은 채팅창을 훑으며 태구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 ㄱㄱㄱㄱㄱ태구가자.
– 울 룡이, 참 다루기 쉽다니까.
– 소개? 소개애? 여기서 태예 모르는 사람 있나.
– ㅇㅈ. 우리가 남이냐고. 새삼스럽게 무슨. 걍 처음부터 같이 시작하면 될걸.
– 야야. 또 삐진다. 눈치 챙겨.
“태구야, 드루와.”
이윽고 화면 뒤에 빠져있던 태구가 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흑룡은 그가 앉기 편하도록 잽싸게 의자를 빼주었다.
실로 물 찬 제비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보고 있자니 그 옛날 자신을 보필한 종자가 떠올랐다.
태구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한차례 흑룡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금 방송에 집중했다.
“다들 이렇게 만나게 되어 퍽 반갑구나. 정식으로 인사하마. 나는 오늘 흑룡과 함께 방송하게 된 강태구라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채팅창은 폭발했다.
– ?? 뭐지. 이 병신같은 말투는.
– 면상 머선 129
– 내가 아는 태예가 아닌데요..?
– 태예 흙수저 아님? 근데 구띠를 입어?
– 룡이가 사줬나봄ㅋㅋㅋㅋㅋ
– 옷이 날개야. 때깔이 달라 보인다.
– ㅡㅡ 저번부터 내가 말했잖;; 태예 역변했다고. 퇴마 영상 돌려보셈. 흑룡이 발로 찍어서 흔들리긴 했는데 존잘은 못 숨겨.
– ㄹㅇ? 당장 보러간다.
태구의 달라진 모양새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도 방송에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그때와는 퍽 상황이 달랐다.
당시 카메라를 들고 있던 흑룡은 거진 수전증 환자에 빙의한 듯 태구를 찍어댔었다.
게다가 잔뜩 겁을 먹은 상태라 거리도 멀찍이 벌린 상태에서 태구의 모습을 담았었지.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값비싼 고화질 웹캠과 조명판 제 할 일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놀라 뒤집어졌다. 이해 못 할 마음은 아니다. 흑룡도 태구를 볼 때마다 흠칫 놀라고 있었으니.
“니들이 보기에도 태구 존멋이지? 나도 처음엔 진짜 놀라 까무러치는 줄 알았잖아. 진심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었다니까. 솔까 남캠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피지컬 아니냐?”
– 흑룡아 네가 웃을 때니? ㅠㅠㅠㅠ
– 그러니까; 남캠인 너보다 낫다야.
– 룡아, 오늘 피부과 예약해.
– 태구만 조명판 쏘고 있는 거 아니누?ㅋㅋㅋ
– ㅋㅋ떽!!! 열혈팬이 그리 말하면 쓰나?
– 그보다, 우리 태구. 남캠 관심있니?
– 신내림 받으면 페이스오프 되나요?
– 아. 되겠냐고요ㅋㅋㅋㅋㅋ
“아, 피부과 오늘 갔다 왔다고. 슈링크 오백 방 맞았고만.”
때아닌 얼평에 흑룡은 순간 발끈했다.
“크흠.”
그때, 태구가 헛기침을 한다. 쏟아지는 얼굴 칭찬에 민망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디 잘생겼다는 말 하루 이틀 듣나.
그저 쓸데없는 걸로 시간 끌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다행히 흑룡은 그 신호를 제대로 알아들었다. 그는 번뜩 정신을 차리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평생의 은인, 태구의 성공적인 홍보를 위하여! 방송의 목적을 떠올린 흑룡은 곧장 작업에 들어갔다.
“암튼 태구 잘생긴 거 인정. 근데 긴장은 안 돼. 왜냐면 태구, 이쪽 업계 사람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괜히 견제할 필요 없잖아.”
일단 시작은 ‘업계’로 물꼬를 띄운다.
– ?? 업계 사람이 아니라뇨.
– 방송은 같이하는데 업계 사람은 아니다?
– 유사 방송인 뭐 그런 것임?
“안 그래도 내가 물어봤어. 방송할 생각 있냐고. 솔직히 하기만 하면 대박이잖아. 근데 딱 잘라서 말하더라. 본인은 본인의 길이 따로 있대.”
현재 태구와 흑룡은 인방계의 유명 인사! 방송만 켜도 달풍이 쏟아지는 이런 상황에서, BJ데뷔를 안 한다? 방송할 생각이 1도 없다?
– ??? 본인의 길이 뭔데. 돈방석에 앉을 기회를 버려?
– 태예, 로또 당첨 된 거니? 그래서 그 돈으로 성형수술까지?
– 이건 태예 말도 들어봐야한다ㄷㄷㄷ
– 수상할 정도로 BJ 적성이던데;;
– 아ㅡㅡ 알겠다. 음지가 아닌 양지로 나가려는거구나?
– 선생님..합리적인 냄새가 납니다.
과연 시청자들은 태구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했다.
이렇듯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본론을 꺼내야 한다.
흑룡은 짐짓 아쉬운 얼굴을 하며 슬슬 운을 띄웠다.
“양지는 무슨. 연예계로 나가려는 것도 아니야.”
– ???? 그럼 뭐 한다는 건데
– 나 알겠다. 퇴마사 하려나 봄ㅋㅋㅋ
– 그럼 퇴마 BJ 하면 되잖?
– 븅. 일반인이 퇴마 영상 공개 허락하겠냐?
– ㅋㅋㅋㅇㅈ 티비보니까 침 뱉고 막 그러던데
– 아니, 진짜 태예 신내림 받은 거 맞아?
반면 태구는 가만히 앉아 그의 말을 경청하기만 했다.
굳이 자신이 나서 제 능력을 말하고 치켜세울 필요 없었다.
그것만큼 없어 보이는 게 없으니까. 그런 건 흑룡이 알아서 말해줄 것이다.
“맞아. 퇴마사··· 뭐 그런 길로 나간다더라고. 발견한 시신 때문에 영상 내리긴 했지만, 그때 그 영상 본 애들은 다 알 거야. 태구 능력에 대해서. 태구 신내림 받고 귀신 보고 또 귀신이랑 소통도 가능하거든.”
이봐라! 알아서 술술 말하지 않는가. 태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얻어걸린 게 아니라 진짜라고?
– 다 걸고 찐임?
“내 전 재산 걸고 진짜야. 그리고 그런 능력 없었으면 어떻게 그 시신을 단번에 찾아냈겠냐. 또 그뿐인 줄 알아? 국과수 부검 나오기도 전에···아, 이건 말하면 안 되겠다.”
흑룡은 태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카더라가 아닌 직접 겪은 경험을 실감 나게 풀며 태구의 능력을 설명했다. 그렇게 빙의자가 나서 썰을 푸니 안 믿을 재간이 없다.
– 그러니까 진짜 귀신을 볼 수 있다고?
– 갑자기 우리 이모 생각난다ㅠㅠ. 우리 이모, 신병으로 고생하시다가 스스로 목숨 끊으셨는데··· 그때 태구가 도와줬으면 살아계셨을까.
주작이니 우연이니 하는 주작무새들은 흑룡의 설명에 점점 설득되어 갔다.
“아, 이모 돌아가셨어? 아휴. 진짜 남 일 같지 않다. 나도 이번에 제대로 느꼈거든. 이런 일 생겼을 때 마땅히 찾아갈 만한 곳이 없다는 거. 그런 의미로 너흰 오늘 내 방송 진짜 잘 본 거야. 혹여나 앞으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누굴 찾아가야 할 지 내가 알려줄 거거든.”
– 잠시만요. 선생님;; 그게 태구요?
– ㅅㅂ 빌드업 지리넼ㅋㅋㅋㅋ
– 아. 그러니까 오늘 방송은 태구 무당데뷔쇼?
– 오히려 좋아ㅋ 그래서 점집 어디임? 사주 보러 가야지.
– 작두 같은 것도 탈 수 있나?
“눈치 빠른 쉐리들. 그래 그게 바로 태구다 이말이야. BJ로 데뷔하기만 하면 탄탄대로를 걸을 텐데, 그거 다 포기하고 나 같은 빙의자들 도와주겠단다. 내가 진짜 극구 말렸는데도 자기는 그 길을 가겠데. 이 얼마나 인방계의 큰 손실이냐고! 근데 뭐 어떻게. 본인의 신념대로 하겠다는데. 휴, 아직도 그 생각 변함없는 거지? 태구야?”
흑룡은 그리 말하며 태구를 불렀다. 열심히 판 깔아놨으니 이제 나서라는 신호였다.
그제야 태구가 나섰다. 그는 짐짓 진중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 세 번을 물어도 변함없느니라. 내가 바라는 일은 오직 하나. 망령에게 시달리는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내가 모시는 그분께서 그러길 바라시니까.”
– 아··· 제발 말투 좀ㅠㅠ
– 존나 사짜 말투인데 일단 얼굴 보면 신뢰 감.
– 나 요즘 가위 너무 많이 눌리는데 이것도 ㅊㅣ료 가능?
– 알았어.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는데?
– 2222 영업을 하려면 영업장을 알려줘야지.
당장 호텔에서 먹고 자고 하는데 영업장 같은 게 있을 리가. 그렇지만 미리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알아보고 있느니라. 한데 아직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였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한 자들은 우선 이쪽으로 연락하거라. 내가 친히 찾아가마.”
태구가 개인 이메일을 오픈했다. 당분간 비대면 방식으로 신도, 아니 손님을 받을 계획이었다.
– 찾아가는 서비스, 아주 굿굿굿이에요
– ㅋ그럼 태구 우리 집 오는 거?
– 신개념 퇴마 영업ㅋㅋㅋㅋㅋㅋ
– 그렇게 부적을 쓰게 되는데..
– 나 지금 메일 보냄. 내꺼부터 봐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벌써 증상과 사연을 적어 보냈다는 이도 있었다. 이런 발 빠른 녀석들 같으니라고.
태구는 과연 흑룡과 합방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홍보 방송은 퍽 성공적으로 끝나는 듯싶었다.
[상남자상남 님이 달풍 10개 감사합니다.]– 와앀ㅋㅋㅋ어쩌다 찾은 시신 하나로 작업 뒤지게 하네. 상남이 뒤통수치고 모기 짓하는 태예야;; 너 신내림 안 받았잖아. 받았으면 상세하게 신내림 받은 과정 설명해봐. 아니면 모시는 신이 누군지 말해봐.
상남의 열혈 팬 질문에 대답만 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내가 모시는 분의 존함은 헤스티아. 나는 헤스티아 님을 따르고 있느니라.”
미친속도로 올라가던 채팅방에 정적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