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24)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25화(124/157)
여름 휴가 (3)
“오빠!”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흑룡이 힘겹게 두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던 아경이 보였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물에 빠졌는데. 알아서 나온 건가? 나는 왜···’
생각하는 것도 잠시
눈앞으로 별이 번쩍였다.
짜악, 짝!
아경이 흑룡의 양 볼을 후려친 것이다.
“어, 억.”
심 봉사도 눈 뜨게 할 아픔이었다. 그만큼 효과는 대단했다.
가늘게 뜬 두 눈이 부릅 떠지는 것은 물론이요, 가물거리는 정신 역시 돌아온다.
이럴 게 아니라 당장 자신의 상태를 아경에게 알려야 했다. 늦었다간 한 대 더 얻어맞게 생겼다.
“그만, 그만—!”
흑룡이 두 눈을 부릅뜬 채 다급히 소리쳤다.
“어?”
다행히 늦지 않았다. 흑룡의 목소리에 아경이 번쩍 든 손을 내리며 되물었다.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어어. 들어, 들어!”
“하아. 다행이다.”
그리고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머, 머리는 좀 괜찮아요?”
“머리? 내 머리가 왜?”
“그게···”
아경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그 순간.
여태껏 느끼지 못한 감각을 느낀 흑룡이었다.
“아악, 아, 내 머리! 이거 뭐야!”
뒤통수가 저릿저릿했다.
고통의 근원이 되는 부위를 만져보니 주먹만한 혹이 있었다.
“저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피는 안 나잖아요.”
“그래도 피는 안 나? 이게 아주 사람 머리통을 아주 개박살 내놓고서? 아, 아아. 내 머리!”
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저절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아무렴 익사보단 낫잖아요.”
“익사는 무슨 익사! 아아, 맞아! 너 아까 뭐야? 곧 죽을 것처럼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더니 어떻게 나왔어? 설마 장난친 거 아니지? 엉? 나 그러면 진짜 화날 거야.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그거 저 아니에요.”
“어?”
“대체 팔찌는 왜 빼두신 거예요?”
“그거야 흠집 날까 봐 그랬지. 근데 갑자기 무슨 팔찌 이야기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니까? 어? 그리고 아경이 네가 아니라고? 그럼, 누군데.”
“제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아마 악령이겠죠. 아니, 확실해요.”
“컥. 뭐?”
흑룡이 헉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정말 아경과 똑같았는데, 그 목소리하며 저를 부르는 손짓하며 분명 아경이었는데 귀신이라니. 게다가 팔찌도 그렇다. 처음 뺀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오늘 그런 게 보였을까. 머리가 복잡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경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사건의 전말을 알려줘야 흑룡이 움직일 것 같았으니까.
“제가 맥주 가져오겠다고 자리 비운 건 기억하죠?”
끄덕끄덕.
“그러고 와서 보니까···”
흑룡이 제 이름을 부르면서 물에 뛰어들고 있었다. 저는 흑룡의 뒤에서 맥주를 들고 오고 있는데, 물속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가던 흑룡. 그때, 아경은 직감했다. 흑룡이 뭔가에 홀렸다고 말이다.
그에 아경은 다급히 흑룡에게 달려갔다. 입으로는 기도문을 외웠고 양손은 흑룡의 허리춤을 잡고 늘어졌다. 그런데도 흑룡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뭐에 홀린 듯 앞만 보고 손을 뻗었고 나중에는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물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대로 두면 정말 죽을 것 같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급한 대로 손에 잡히는 걸로 후려갈겼죠.”
아경의 말에 흑룡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잽싸게 제 손목을 내려다봤다. 흠집 날까 벗어둔 팔찌가 제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오빠 끌고 나오자마자 바로 채웠어요. 혹시 또 이상한 행동할까 봐서요. 아무튼 오빠 그렇게 되고 당장 여기 벗어나려고 했는데 도무지 들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오빠 깨기만을 기다렸고요.”
다행히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깨어난 흑룡이었다.
“가, 가자. 당장 가자.”
그리고 그렇게 깨어난 흑룡은 아경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헐레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이 핑하고 돌았다.
“어어? 천천히 일어나요. 그러다 또 다치겠어요.”
“알았으니까 빨리 가자. 아경아 나 부축 좀···”
그렇게 아경과 흑룡이 어깨동무를 한 채 계곡을 벗어났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물살 가르는 소리. 그 소리가 괜히 꺼림직하게 느껴져 흑룡은 걷는 내내 입을 놀렸다.
“···아경아, 근데 너 안 무서웠냐? 나 그러고 있는 동안 혼자 있었던 거잖아.”
“그런 것보다 흑룡 오빠 잘못될까 봐 무서웠죠. 다른 건 무섭지 않았어요. 저야 보이는 것도 없었고 또 팔찌도 계속 차고 있었고 그리고 곧 있음 사장님도 오실 테니까요.”
그간 태구와 함께 하며 담력이 커진 아경이었다. 그렇다고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가족을 버리고 혼자 도망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너 진짜···”
“어? 오빠, 울어요?”
“아니, 눈이 부셔서. 아무튼 아경아 고맙다. 나 버리고 안 가서.”
“별걸로 고맙대요. 오빠도 저 강에 빠진 줄 알고 막 뛰어들었잖아요.”
“크흠. 그나저나 태구는 어디쯤이래?”
아경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저희가 계곡 내려올 때쯤 한 시간 남았다고 했으니까 거의 다 오지 않았을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나 그러고 있을 때 연락 안 했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물에 뛰어들면서 핸드폰 역시 물에 잠기고 말았으니까.
“그럼 내껄로라도 하지! 나 방수팩 씌워놨었는데.”
“그럴 정신이 없었어요. 물에서 꺼내오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건 그렇지. 하아, 아무튼 미안. 서울 올라가면 내가 새 핸드폰 뽑아줄게.”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걷길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민박집 앞에 도착한 흑룡과 아경이었다.
그리고 그때.
타탁, 타탁. 타닥.
닫힌 문 너머로 묘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타닥, 타닥! 마치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듯한 소리가 이러할까.
주변이 고요했기에 그 소리는 더욱 잘 들렸다.
“어? 너도 들었지?”
“예. 사장님 오신 거 아니에요? 불은 꺼져 있긴 한데···”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안에 사람이 있는 성싶었다. 여전히 그 소리가 들려온다. 아경이 흑룡을 보며 물었다.
“어떡해요? 안에서 기다려요?”
흑룡이 학을 떼며 대답했다.
“아니! 그냥 차 타고 바로 가자. 그런 일을 겪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놀아. 태구는··· 어, 가면서 연락하자. 엉?”
당연히 아경도 여기서 놀 생각 따윈 없었다. 그저 이곳에서 태구를 기다리느냐 마느냐를 물어본 것일 뿐. 하지만 흑룡이 저렇듯 확고하니 그 말에 따라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었다. 아경이 흑룡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며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제가 사장님한테 말씀드리고 올게요. 오늘 못 묵는다고. 그리고 혹시나 위약금 같은 거 있으면 그것도 배상해야 하고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으면 그냥 갔었을 테지만, 소리를 들은 이상 이야기는 하고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화장실이 몹시도 가고 싶은 아경이었다. 타이밍 한번 참 거지 같았다.
“어어, 알았어. 그럼 내가 태구한테 연락하고 있을게.”
그렇게 흑룡은 차로, 아경은 민박집 문을 열어젖혔다.
이전까지만해도 꽉 닫혀 있던 문이 스르륵 열렸다. 역시 사장님이 온 게 맞는 것 같다.
끼이이익—
유리문에 부착된 선팅지 때문일까. 안은 어두웠다. 그래도 뭐가 보이긴 한다.
‘매점이었나 보네.’
일자로 길게 이어진 복도와 옆을 채우고 있는 때가 탄 철제 랙.
그 안에 한두 개씩 남아있는 식료품을 보아 매점으로 사용한 공간인 성싶다.
다만, 지금은 운영을 안 하는 듯하다. 아경은 빈 미대에서 시선을 떼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 끝에 문 하나가 더 있었다. 저 문을 열면 가정집이 나오는 구조인 것 같다.
그런 공간 안에서 타닥거리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소리는 커진다. 그리고 얼핏 된장찌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주방이랑 바로 연결되어 있나?’
아경은 그리 생각하며 매점을 가로질렀다.
그러던 그때.
“!”
딱딱한 무언가가 아경의 발에 닿았다.
깜짝 놀란 아경이 바닥으로 시선을 뒀다.
발에 걸린 것은 액자였다. 이게 왜 바닥을 구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액자 안에는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얼핏 봐도 어디서 찍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배경은 민박집 앞이었으니.
그리고 꽤 오래전에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사진 속 남자가 들고 있는 콜라캔의 디자인이 예스러웠다. 어쨌든 사진 안에는 해맑고 웃고 있는 여성과 콜라를 마시고 있는 남학생이 있었다.
‘사장님인가? 손님 같진 않다. 근데 저 사진이 왜 이렇게 선명하게 잘 보이지?’
어쩐지 기괴한 느낌을 받던 그때.
“흐읍.”
돌연 역겨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피 냄새 같기도 했고 고기 썩는 냄새 같기도 했다.
‘이상해.’
그 순간 아경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려댔다.
갑자기 이런 악취가 코끝을 스친다는 게 영 꺼림직 했기 때문이다. 밝지 않은 공간임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 역시 이상하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저 문을 열 수 있는데, 그리고 그 안에 계신 사장님을 볼 수 있는데, 화장실도 쓸 수 있을텐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아경은 고민하지 않았다. 화장실이 중요한 게 아녔다.
꿀꺽.
아경이 마른침을 삼킴과 동시에 등을 돌렸다.
타타타탓—
그리고는 냅다 왔던 길을 뛰어갔다.
그 순간.
타닥, 타닥, 탁——
문 너머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끊긴다. 그리고 이내 달칵하는 문소리로 대체된다. 누군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아가씨.”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마 민박집 주인이 될 테지?
“!”
그런데도 아경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달리기 역시 멈추지 않았다.
“어디 가?”
뿐만 아니라, 속으로만 되뇌던 기도문을 소리 내 읊기까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코끝을 스치는 악취가 몹시 진해졌으니까. 더불어 등 뒤로 식은땀까지 흘러내린다.
이 모든 현상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저 여자 사람 아니야.’
그리고 그 순간.
“아가씨끼아아아아아악!”
아경의 불길한 예감에 적중하기라도 하듯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린다.
그럴수록 아경은 더욱 크게 기도문을 외우며 걸음에 속력을 높였다.
5분도 안 되는 거리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새 문 앞에 도착한 아경이었다.
덜컥, 덜컥.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만 열리던 문이 말썽이다.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뭐에 걸린 듯 열리지 않고 있다.
“열어, 열라고! 어차피 넌 나한테 아무것도 못 해! 죽고 싶으면 와보던가!”
그러는 사이에도 악취는 더욱 심해진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낼 순 없었다. 약해 보이는 순간 잡아 먹힐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아경은 크게 기도문을 외우며 쌍욕을 입에 담았다.
“당장 열라니까? 이 썅···”
순간, 그녀의 손목에 찬 팔찌가 번쩍였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이게 되네?
싶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달렸다.
그리고 흑룡이 타고 있는 차의 조수석을 열고 소리쳤다.
“빨리, 빨리 가요. 저기도 이상해요!”
“어? 아이 씨.”
“뭐해요!”
그런 아경을 본 흑룡이 새하얗게 질려 말했다.
“···시동이 안 걸려.”
그 순간.
좀처럼 욕을 내뱉지 않는 아경의 입에서 또 한 번 쌍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미친. 진짜 돌겠네.”
***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민박집 앞으로 흰색 차 한 대가 들어섰다.
태구와 복차였다.
“쯔쯔. 하필 골라도 뭐 이런 곳을 골랐대. 아주 그냥 귀기가 그득하네. 보자, 저쪽 지박령 하나에···”
차에서 내린 복차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사이, 태구는 흑룡의 차 앞으로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문은 금세 열렸다.
“하아. 오셨어요?”
창문을 내린 아경은 태구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네, 네···”
“흑룡은?”
열린 창문 너머로 흑룡도 보였다.
“진짜라고. 여기 뒤에 혹 보이지? 이거 그 악령이랑 치고받고 한다가 난 거라니까. 지금 차도 퍼져서 움직이지도 못해. 태구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형님들한테도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방송 켠 거야. 어,어 태구야. 흐으···”
보아하니 괜찮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