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2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26화(125/157)
여름 휴가 (4)
당황스럽게도 흑룡은 인터넷 방송을 켠 상태였다.
“하?”
이를 본 태구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흑룡과 눈이 마주쳤다.
“어, 어, 태구 왔다. 태구야!”
흑룡은 이제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크게 태구를 불렀다. 태구가 고개를 까닥이며 물었다.
“방송 중?”
“어, 어어! 아무렴 두 명보단 세 명이 낫고 또 세 명보단 삼백이 낫고 또 삼백 보단 삼천이 낫다잖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태구가 가늘게 눈을 떴다.
“삼 천명이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쩐지 무서움이 가시는 것만 같았단 말이야. 또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형님들이 녹화본 따놓을 테고, 그런 다음 너한테 전해줄 거잖아? 그럼 퇴마할 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방송을 켜게 된 연유에 대해 늘어놓는 듯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이유가 또 그럴듯했다. 태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였다.
주변을 둘러보던 복차가 혀를 차며 태구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열린 차창으로 불쑥 머리를 집어넣으며 물었다.
“흑룡 형님. 대체 여기 누가 소개해 준 거래요? 웬만하면 그 사람이랑 연 끊어요. 이런 귀신 소굴을···”
흑룡이 곧장 반응했다.
“귀신 소굴이라고? 둘 아니야? 계곡에 하나랑 집에 하나.”
“집안은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요. 일단 저 앞에 있는 계곡엔 하나가 아니던데요?”
“하나가 아니면?”
“최소 여섯은 되던데요.”
민박집 앞에서 내려다본 계곡. 그 위로 둥둥 떠오른 머리통만 여섯이었다.
“그중 하나는 상반신까지 다 드러낸 채 저를 노려보고 있더라고요. 아무튼 그놈까지 합쳐서 여섯이었어요.”
문제는 여섯이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내려가 봐야 안다. 수면 아래 몸을 숨긴 망령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복차의 말에 흑룡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 여섯? 이 개새. 당장 서울 올라가면 내가 그 형 아니 그 새끼 죽여버릴··· 아아, 머리!”
그러다 뒤통수를 부여잡는 흑룡이었다. 아경에게 맞은 뒤통수가 지끈지끈했다. 그런 흑룡의 신음에 아경과 복차가 걱정스레 말했다.
“안 그래도 고 매니저가 돌로 후려쳤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괜찮아요?”
“어어? 아파요?”
뒤이어 태구도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고 있지 말고 차에서 내리라고. 머리를 봐 줄 셈이었다.
[티끌모아파산 님. 달풍선 100 개 감사합니다.]– 고 매니저 구하려다가 다쳤대매요. 이제보니 얻어 맞은 거였음?ㅋ
“크흠. 얻어맞긴 누가 얻어맞아요! 보, 복차가 뭘 잘못 듣고 말한 건데. 암튼 형님들 잠깐만요. 나 일단 차에서 좀 내려야 할 것 같아서.”
“···”
“그전에 복차야. 혹시 지금 밖에 뭐 있는 거 아니지?”
복차가 고개를 저었다. 흑룡은 그제야 안심하여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곧장 태구 앞으로 걸어갔다.
“왜? 나한테 뭐 있어?”
“엉. 좀 봐야 할 것 같아서. 여기가 다친 곳이라고?”
태구가 그리 물으며 바로 손을 들었다. 손의 방향은 혹이 난 뒤통수였다.
“어어, 왜?”
흑룡이 어깨를 으쓱이며 자라처럼 목을 뺐다.
“왜긴 왜야. 얼마나 다쳤는지 보려고 그러는 거지.”
“보기만 해! 만지지는 마. 손끝만 스쳐도 아프단 말···하아”
그 순간, 흑룡의 입에서 나른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찌릿찌릿한 통증에서 시원·상쾌한 감각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태구가 흘려 넣어 준 신성력 덕분이었다.
“어, 어어. 거기! 와, 씨. 이거 뭐야? 태구 너 뭐했어?”
흑룡이 휘둥그레진 눈을 하며 물었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말한다고 한들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아니지 않나?
“하긴 뭘 해. 그냥 온몸에 귀흔이 덕지덕지 묻어있길래 털어준 것뿐이지.”
그리하여 대충 이렇듯 둘러댄 태구였다. 그런 다음 아경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저 안에서 망령을 느꼈다고?”
끄덕끄덕.
“그 모습을 보진 못했는데 목소리는 분명 들었어요. 저보고 어디 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어쩐지 기괴한 느낌이 들어서 기도문을 외웠더니 막 비명을 지르는데 귀신이구나 싶었죠.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빠져나왔는데 이번엔 차가 말썽이더라고요.”
그 이야긴 이미 오면서 들었다. 괜히 밖으로 뛰쳐나가지 말고 차안에서 기도문이나 외우고 있으라고 말해준 이가 본인, 태구 아니던가.
“아무튼 사장님한테 전화하고 난 다음에 근처 정비소에도 연락해 봤는데 여기까지 안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이제 어떡하죠? 일단 사장님 차 타고 나갈까요?”
태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요? 어, 설마 퇴마하시려고요?”
아경의 물음에 태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지. 저대로 두고 가면 또 다른 사람들이 피해 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리고 저 차도 버리고 갈 수 없는 노릇이고.”
“앗. 그 말은 단순 고장이 아니란 말씀이세요?”
“이것들이 장난친 거야. 너희 못 빠져나가게 하려고.”
망령도 다 같은 망령이 아니다.
지박령, 객귀, 걸귀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지박령의 경우 인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술수를 부린다.
차가 고장 난 것도 그 술수 때문이다. 발을 묶어 놓으면 저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속셈에서 비롯된 술수.
그런 태구의 설명에 흑룡이 “미친.” 이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태구의 말을 전달했다. 반면, 아경은 이렇게 물었다.
“흐음.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같이 들어가요, 아니면 여기 차에서 기다려요?”
“아무래도 같이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저희도요?”
아경이 다시금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라면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할 태구였으니.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파란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 것이 곧 비가 올 것 같았으니까. 비가 오면 곤란하다. 그 이유인즉슨, 비가 오게 되면 물속에 사는 악령들이 땅을 밟을 수 있게 되니까.
“응. 복차 말마따나 주변에 떠도는 망령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괜히 불안하네.”
그래서 태구는 다 함께 움직이자고 했다.
그때.
“오, 오아악. 들었지?”
태구의 곁에 바짝 붙어선 흑룡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 니 목소리 밖에 안 들리는데?
– 뭐들은 사람?
– 여자 목소리 들리지 않았냐? 밥 어쩌고저쩌고···
– 그거 아경이 아님?
이전에는 탁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면 지금은 여자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뭐라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다. 흑룡만 들은 게 아니다.
당연히 복차도 들었다. 그가 직업 정신을 발휘했다. 태구의 방송이 아님에도 망령이 내뱉은 말을 전달하는 복차였다.
“밥 먹으러 들어오라는데요?”
[티끌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 그러니까 지금 귀신이 밥 먹으러 들어 오라고 부르는 거?
– 한국인은 죽어서도 밥 타령이구나.
– 아무렴, 죽이기 전에 배불리 먹여줘야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뻘하게 터지네.
예상치 못한 말에 시청자들도 흑룡도 당황했다.
“바, 밥?”
“네. 손님, 밥 먹어야죠.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그렇죠. 선생님?”
“엉. 먹으러 들어오라는데 가봐야지. 내 뒤로 아경이랑 흑룡이 따라붙고 맨 뒤는 복차 너가 맡아.”
“옙.”
태구는 그리 말하며 서슴없이 미닫이문을 열어젖혔다.
그 순간, 훅하고 코끝을 스치는 악취.
“어으, 냄새.”
비릿한 피 냄새와 고기 썩는 듯한 냄새는 귀취가 분명했다.
“우욱.”
목 끝까지 구역감이 치밀어 오른다.
아경과 흑룡은 힘겹게 토사물을 눌러 삼키며 앞선 태구를 열심히 좇아갔다.
그러다 우연히 바닥을 보게 된 아경이었다.
“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태종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뭐? 왜? 무슨 일인데?
흑룡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닥으로 카메라를 비췄다.
“이거요. 이거 제 발자국인 것 같은데··· 아니, 이렇게 먼지가 그득했었나.”
아경의 말마따나 바닥엔 아경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발자국에 놀란 것이 아녔다. 그 옆에 나 있는 손바닥 자국과 정체 모를 자국에 놀란 것이리라.
“먼지고 나발이고 이거 뭐야? 이거 몸통 흔적 아냐?”
그걸 본 흑룡은 문득 그런 상상을 했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채 다리를 질질 끌고 온 거야. 꿈틀거리는 벌레처럼···’
그러니까 정체 모를 저 자국은 몸통과 하반신이 만들어 낸 자국인 것이다. 그걸 상상하니 괜히 섬뜩하다.
[흑룡말고복차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그래 보이네. 근데 손은 또 왜 저럼? 주먹 쥐고 기어 왔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제 보니 손바닥 자국도 이상하다. 오른편은 손가락 다섯 개가 온전히 찍혀져 있다면 왼편은 마치 주먹을 쥔 듯한 모양새가 아닌가.
그러한 괴이한 흔적에 아경은 복차를 보며 물었다.
“복차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요? 절 불러세운 그 망령이 남긴 자국 맞는 것 같아요? 맞다면 걷질 못하는 망령일까요?”
궁금했다. 그런데 답은 복차가 아닌 태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여기서 기도문 외웠다고 했지?”
선두에 선 태구가 고개를 돌려 아경과 흑룡을 바라보았다.
“···네?”
“그거 때문이야. 저 앞까지는 두 발로 멀쩡히 걸어온 것 같거든. 봐, 자국.”
그리고 다시 앞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저기 저 앞, 타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문 앞엔 다른 자국이 있었다. 그걸 가리킨 것이다.
“어디요?”
다만, 아경은 볼 수 없었다. 아경뿐만은 아니다. 흑룡도, 복차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일은 아녔다. 그저 태구의 시력이 유별나게 뛰어난 것일 뿐.
“아. 네 눈으론 안 보이겠다. 가까이 가서 봐. 저긴 다르게 흔적이 남아 있으니까.”
결국 태구의 말대로 문 앞까지 가서야 다른 자국을 확인하게 된 일행들이었다.
“진짜 여긴 발자국만 있네.”
허나, 중요한 건 그게 아녔다. 민박집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가? 이곳에 묶인 지박령을 퇴마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지박령의 상태도 확인해야 했다. 악령인지 혹은 악령이 아닌 상태로 있는 것인지···
대충 느낌이 오지만 확실한 건 직접 두눈으로 봐야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태구는 닫힌 또 다른 문을 다시 한번 열어젖혔다.
끼익—
아경의 예상대로 문 뒤 공간은 주방이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주방 도구와 싱크대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싱크대 위에는 도마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런데.
“!”
그 위에 악취의 근원이 되는 무언가가 올려져 있다. 물론 온전한 모양새는 아니다.
그것은 붉다 못해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잘게 다져진 상태로 도마 위에 말라붙어 있었다.
그렇게 달라붙은 고깃덩이 위로 날카로운 칼이 꽂혀 있다.
“타탁, 타탁 거리는 소리가···”
저걸 내리치는 소리였을까?
그렇다면 저 고깃덩이는 무엇일까?
다져지기 전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새일까, 그도 아니면 쥐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람 고기일까? 제발 그것만큼은 아니길···
괜히 그런 생각을 하니 다시금 구역감이 치밀어 오르는 흑룡이었다.
“우욱.”
한편, 태구 역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도마 위에 놓인 다짐육 때문은 아니었다.
태구는 도마 앞에 서 있는 망령, 아니 악령을 보고 있었다.
타탁, 타탁, 타탁.
그것은 콧노래를 부르며 칼질하고 있었다. 시퍼렇게 갈린 칼날 아래에 놓인 건 그것의 손이었다.
타탕, 타앙!
[흐흥, 흐흐.]칼을 내리칠 때마다 싱크대 주변으로 귀혈이 흩뿌려진다. 그런데도 그것은 정신없이 제 손을 내리치고 있었다.
태구는 이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것이 고개를 홱 하고 돌리며 마침내 그 얼굴을 드러낸다.
[아까 도망친 아가씨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왔네? 배가 고팠지? 밥 부터 차려 줘야겠네. 히히, 히히. 그러고 있으면 우리 아들이 올테고.]덜렁이는 머리통, 허연색 뼈가 훤히 드러난 왼손, 물속에 오래 잠긴 것처럼 쭈글쭈글해진 피부.
그것은 그 어떤 망령들보다 참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생을 마감했기에 저런 모습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어쨌든 그런 모습을 한 망령이 키득키득 웃으며 아경을 바라본다.
[빨리 와야 하는데. 언제 오려나, 내 새끼. 내 귀한 새끼 얼굴을 봐야 하는데. 든든하게 밥을 먹여야 하는데, 저년만 있으면 되는데! 히히히]그것의 시선은 오로지 아경에만 닿아 있다. 함께 온 이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군다.
이를 증명하듯 돌연 싱크대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은 벌레 떼가 아경을 향해 기어간다.
샤샤샤샤샤샥, 샤샤샤샥—
“어어?”
순식간에 벌어진 현상에 아경이 당황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태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것만 잡으면 해결될 일이었으니까.
고장 난 차도, 아경을 향해 달려드는 벌레 떼도 말이다.
그리하여 어느새 그것의 코앞에 당도한 태구가 손을 뻗었다.
‘오늘도 하나 올려보내겠습니다. 그전에···’
언제나처럼 확인할 것이 있었다.
***
그렇게 여자의 생전 기억과 한이 태구의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처음은 몹시 흥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 개새끼 어디 숨겼어. 어디 숨겼냐고—!”
이어 그런 남자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옷차림새 하며 손에 들린 칼자루까지.
민박집에 깃든 지박령의 생전 모습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