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28)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29화(128/157)
여름 휴가 (7)
콰콰쾅!
“으, 으아아아아악!”
귀청 떨어지는 소리에 흑룡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흠칫 몸을 떨며 고함을 질렀다.
– 와씨. 이건 또 뭐냐.
– 전쟁 터졌나
– 물귀신 아들이 화나서 달려오는 소리 아님?
– 그냥 벼락같은데요.
– T가 또···
“아으, 오빠 때문에 더 놀랐잖아요.”
그 소리에 더 놀란 아경이었다. 아경은 그리 말하며 카메라를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전쟁 터진 것도 아니고 아들 달려오는 소리도 아니에요. 벼락 치는 소리 같아요. 아까 들어올 때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먹구름이 끼고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곧이어 후두두두 하는 거센 물줄기 소리가 들려온다. 거세게 쏟아지는 소낙비가 민박집의 낡은 천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 때문일까. 순간 습한 곰팡내가 일행들의 코를 때렸다.
신기한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비린내와 썩은 고기 냄새가 진동하더니 이번에는 물비린내라니. 그 냄새가 괜히 꺼림직하게 느껴졌다.
아경과 흑룡은 저도 모르게 코를 씰룩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썩은 물비린내가 나는 게 아무래도 이거 그놈이 올 모양인데요?”
한편, 복차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이유는 내뱉은 말 그대로다.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놈이라고 하면 그 물귀신? 걔가 어떻게 와. 물귀신은 강에 사는 거 아니야?
시청자들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물어볼 게 한두 개가 아녔다. 답을 기다리고 있으면 또 의문 가득한 일이 벌어지고··· 반복이었다.
그에 태구는 쓰읍 소리를 내며 복차에게 말했다.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내가 말할게.”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일전에 말했던 적 있을 거야. 귀취라고.”
귀취. 말 그대로 귀신 냄새를 뜻한다. 사람마다 풍기는 체취가 다른 것처럼 망령 역시 그러했다. 그중, 물에 빠져 죽은 망령에겐 썩은 물비린내가 난다.
“그리고 그렇게 물에 빠져 죽은 망령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땅 위로 나설 수 있어.”
그래서 엄마 되는 악령이 그렇게 말한 것이다. 제 아들이 올 때가 됐는데 하고···
마침 엄마 악령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전, 하지 못했던 답도 이어가야겠다. 태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악령이 어떻게 죽었냐고 물었었지?”
– ㅇㅇㅇ그거 내가 물었음!
– 근데 비 오니까 파전 땡긴다. 악령 오면 전이나 구우라고 시킬까?
– ???? 저런 놈 차단 못 하냐.
– 아니. 그래서 어떻게 죽었냐고 ㅠ
“제 발에 걸려 넘어 죽었어.”
그 싱거운 대답에 채팅창이 들썩였다.
태구는 개의치 않고 직접 본 악령의 생애를 다시 되뇌었다.
악령은 이곳, 민박집에서 죽었다. 제 발에 걸려 넘어져서 말이다.
정확히는 떠밀려 죽었다는 게 맞았다.
민박집 앞에 자리한 계곡, 그 계곡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익사 사고.
누군가의 시신을 수습하러 온 가족들은 동네 주민들이 쑥덕대는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다.
분명 그 집 아들이 물고간 것이라며, 민박집 사장 여편네가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친 거라며.
허무맹랑한 소리였지만 허망하게 가족을 잃은 누군가의 귀엔 다르게 들렸다.
그리하여 몹시 광분한 이들이 불 꺼진 간판 집으로 달려왔더랬다. 그러고는 곧 죽을 것 같이 깡마른 여자의 따귀를 갈기며 소리쳤다.
그렇게 맞은 여자는 맥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허나, 그뿐이었다. 비명을 지르지도 맞서지도 않았다. 그저 아들, 아들만 읊조렸다.
[우리 아들 올 때 됐는데, 배곯고 다니면 안 되는데, 우리 아들이 외롭다 울던데···]사연을 모르는 이가 봤다면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을 터.
태구는 당시 여자의 모습을 실감 나게 설명했다.
“아마 반쯤 미쳐 있고 그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을 거야.”
직접 보진 못했으나 복차는 그러한 여자의 상태가 대충 상상이 되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망령을 보고 또 그 망령과 가까이 하며 쓰여졌으니 기력이 쇠할 만도 하죠. 제 몸을 보살피지도 않았을 테고요.”
“맞아. 곧 죽어도 이상할 거 없는 상태였지.”
태구는 그리 말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쓰러진 여자를 발로 밟고, 그 가슴에 침을 뱉고 난장판이 벌어졌지.”
– 나였어도 그랬겠다 ㅅㅂ
– 저 정도는 약과지.
– 나였으면 시멘트 갖고 가서 그 계곡 다 채움.
– 그래서 그 가족들한테 맞아 죽어서 한이 생겼나?
“맞아 죽긴, 내가 말했잖아. 제 발에 걸려 넘어 죽었다고.”
태구는 여자가 죽은 그 시점을 다시 회상했다.
[흐어어엉, 무슨 원수가 졌다고 내 자식을 그렇게 만들어.] [이 집에 들러서 안 죽어 나간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너도 오늘 죽어봐라.]쓰러진 여인은 별다른 저항 없이 맞고 또 채이고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그러던 그때.
[네 범죄자 아들 새끼가 그렇게 보고 싶으면 저 물속에 처 기어들어 가면 되지, 왜, 왜왜 !]범죄자 아들 새끼라는 그 말에 산송장처럼 누워있던 여자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힘이 어찌나 장사인지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있던 여인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누가 범죄자야! 누가, 누가! 이 구더기도 안 처먹을 썩을 년아! 어디 남의 귀한 아들 보러, 이 빌어먹을 년! 네 새끼 죽은 게 왜 우리 아들 탓이라고. 네년 딸래미가 우리 아들 좋다고 제 발로 걸어 쳐들어간 걸 왜 우리 아들 보러 범죄자라고 지랄이야아아아악!]그 기세도 심상치 않았다. 반쯤 돌아버린 눈깔을 한 여자가 바닥에 널브러진 칼을 붙잡은 채 사방으로 이리저리 휘둘러댔다.
[어디 다시 지껄여 봐, 그 혓바닥을 내가 잘라버릴 테니까. 어? 지껄여 봐! 누가, 누가 범죄자야!] [그러면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이 미친년이! 네 아들 범죄자 새끼인 거 모르는 사람 있어? 다 그러더만. 어? 내 새끼 살려내, 내 새끼!] [아니야, 아니야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그리고 그 순간.
여인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던 이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비볐다. 모든 것이 붉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그이의 눈에 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의 주인은 민박집 사장이자 수살귀의 어미였다. 그녀는 철퍼덕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오래전, 물 위에 둥둥 떠오른 무당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쓰러진 여자의 목울대에서 새빨간 피가 꿀렁 솟아 나왔다.
[커헉, 커헉. 내 새끼가 걱정할 텐데, 내 새끼 외로워 울 텐데, 내 새끼 봐야 하는데···]앞선 이에게 칼을 휘두르려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진 여자. 그 손에 들린 칼이 제 목을 관통한 것이다.
그렇게 타인을 해하려던 칼은, 또 아들의 밥을 책임지던 칼은.
여자의 목을 꿰뚫어 그 넋을 가둬버렸다.
그렇게 여자의 넋은 칼에 깃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집에 묶인 악귀가 된 거야. 그리고 생전 하던 짓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지.”
길을 잃은 외지인에게 방 한 칸을 내어준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태구의 설명을 다 들은 아경이 부러진 칼날을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결국 그 칼에 소멸까지 된 거네요.”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허나, 실상은 달랐다.
악령에게 소멸이란 형벌은 몹시도 약한 처벌이었으니까. 게다가 이 악령은 참작의 여지가 없다. 그리하여 그것은 다른 악령과 같이 신전의 하단부에 처박히게 되었다.
그리 아끼는 아들놈을 다신 볼 수 없는 곳, 그곳에서 살점이 도려지는 벌을 받고 있음이라.
[내, 새끼는 안돼, 안돼. 끼아아아아악!]지금도 그곳에서 지르는 악령의 비명이 태구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때.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엄마도 엄만데 아들놈이 악의 축이네. 그 새끼 잡으러 가자.
누군가 아들을 잡으러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가 내리는 이상 그것이 곧 여기로 올 테니까.
– 잡으러 가긴, 지가 지 발로 온다잖아.
– 냄새 맡고 토시는 거 아니겠지?
– 일단 온다고 했으니까 그 사이에 민박집 투어나 가자.
– 설명을 띄엄띄엄 듣노.
– 민박집 투어 ㄱㄱㄱㄱㄱㄱㄱ
그에 시청자들은 민박집 투어로 대동단결했다.
거절할 이유 없다.
어차피 이 집에 깃든 더러운 기운들을 정화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이곳 주방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무료한 일이었으니. 그리하여 주방을 벗어나 민박집 내부를 둘러보게 된 태구 일행이었다.
“여기로 가면 될 것 같은데?”
주방에는 작은 쪽문 따위가 나 있었다.
갈색 나무 쪽문은 오랜 세월과 습한 기운에 못 이겨 다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검게 변한 그 쪽문을 태구가 뻥 하니 발로 찼다.
콰앙—!
그리고는 머리를 드밀었다. 뒤이어 흑룡이 그 뒤를 따랐다.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와,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이네.
이른바 여인숙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시멘트 바닥이, 그 양옆에는 손님방으로 보이는 방이 주르륵 놓여있다.
태구는 그중 오른편에서 두 번째 문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저기야.”
“뭐, 뭐가?”
뒤따라온 흑룡이 물었다.
“비가 오는 날,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저 방에 묵었어. 그 여자가 저 방을 줬거든. 만일 여자와 남자가 따로 방을 잡는다고 하면 저 방에 들어가는 건 꼭 여자였고.”
“왜?”
“그 아들놈이 생전 그리했거든. 그리고 그 아들놈의 방은 바로 저 옆방이고.”
이번에는 오른편 첫 번째 방문을 향해 태구가 고개를 까닥였다. 손님들을 묵게 한 방의 옆방이었다.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굳이 그 옆방을···”
복차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면 흑룡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 취향 독특한 새끼네. 방에서 나는 소리 훔쳐 들으려고 지 옆방으로 배정한 거 아니야?”
태구가 피식하며 아들놈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 웃는 거 보니 맞는 것 같은데?
– 그런 듯. 근데 흑룡은 어케 바로 맞추냐
– 그건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짬바?
– 응. 개소리야.
– 쟤는 돈만 밝히는 새끼임.
– 오우야; ㅁㅊ 방 봐라.
– 서양 눈나···가 좀 많이 무섭네.
그 순간, 태구 일행과 시청자들은 확신했다.
그 옛날, 마을 주민이 떠들었던 그 소리가 맞다고.
‘그 청년회장 임신한 와이프를 건드렸대.’
이유인즉슨 그 방에 붙은 포스터 때문이었다.
여자들이 벗고 있는 적나라한 포스터는 세월의 흔적으로 낡고 헤져있었다.
그런데도 어떤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 또 어떤 차림새를 하고 있는지, 어떤 체형을 하고 있는지 분간이 갔다.
“미친놈.”
이를 본 아경은 소름이 끼치다 못해 구역감을 느꼈다. 그럴 만도 했다. 포스터에 담긴 여성은 임산부였으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그놈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또 다른 포스터도 보인다.
“이런 씹. 이건 아니지.”
흑룡이 놀라 빠르게 손을 뻗었다. 분노도 분노지만 까딱하다간 영구 정지를 당할 수 있었다.
팔랑, 팔랑—
그리하여 그 역한 포스터를 손수 떼어내는데.
“어?”
흑룡이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제 막 떼어낸 포스터는 이전 포스터와 달랐으니까. 떼어내고 보니 그 뒤에 벽이 아닌 창이 보인 것이다.
후드드드, 후드드드—
차창 너머 바깥 풍경도 보인다. 거세게 내리는 소낙비의 물줄기도 보인다. 그리고 그것도···
“저, 저거···”
일반인들에겐 보이지 말아야 할 형체. 악귀였다. 그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영안을 닫은 흑룡의 눈에 띈 것이다. 카메라 역시 그 검은 형체를 담았다.
“때마침 잘 왔네.”
“와, 왔다고? 저게 그 물귀신이야?”
태구가 흑룡의 곁에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 ㅅㅂ 팔이 8개인 귀신은 뭐냐.
– 물귀신들 다 저렇게 생김?
– 어어어어어어어? 온다오나오낟온다
물줄기 때문일까. 검은 형체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비쩍 마른 몸통 옆으로 여덟 개의 팔이 자라나 있었다. 마치 거미가 몸을 곧추세우고 있는 걸로도 보인다. 그렇게밖엔 설명이 안 됐다.
그 괴이한 모양새에 흑룡이 두 눈을 깜빡이고 다시 보려고 했다.
“흐업!”
그런 흑룡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검은 형체는 어느새 창문 앞에 머리를 드밀고 있었으니까.
한층 강해진 물비린내가 악귀가 바로 코앞에 있음을 증명한다.
비단 악취만 느껴질까. 시커멓게 뻥 뚫린 눈과 창문 위로 흘러내리는 검은 물도 보인다.
참담하지만 뚫린 눈만 제외하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는 그것은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분명 사라진 어미의 기운을 느꼈을텐데··· 어쨌든 그것이 흑룡을 빤히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오빠, 여기서 뭐해? 내가 불렀잖아. 구해 달라고. 근데 왜 안 구해줬어? 나 너무 추워, 다시 와. 나 좀 건져 줘. 내 시체라도 건져 달란 말이야. 히히.]아경의 목소리였다.
“오, 오빠는 지랄.”
하지만 이전처럼 홀리지 않은 흑룡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팔찌도 찼고 그 옆에 태구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것의 참혹한 몰골이 또렷이 보인다. 아경은 저리 생기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저런 기괴한 모습을 할 수 없다.
“너 이 변태 새끼. 넌 이제 태구한테 뒤졌어. 태, 태구야!”
그리하여 흑룡이 홱 고개를 돌려 태구를 바라봤다. 빨리할 거 하란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