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2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30화(129/157)
여름 휴가 (8)
흑룡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럴 생각이었다.
퇴마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태구의 손은 이미 낡은 차창을 꿰뚫고 있었다.
와장창—!
뻗은 손끝에는 푸른 광채가 폭발하듯 서려 있었고.
이어서 흐물흐물한 감촉이 느껴졌다.
마치 물에 불은 해조류 따위를 움켜쥐는 느낌이랄까.
다만 그 손에 잡힌 것은 물에 불은 악령의 모가지였다.
[키, 키에에엑]그렇게 호기롭게 등장한 악령은 순간 발현된 성력에 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당황한 악령은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오, 오빠. 아파요. 아파]여느 때처럼 귀기를 발산하여 인간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태구를 홀리려는 심산이었다.
[오빠, 오빠···]물론 이 역시 의미 없는 발악이었다.
“오빠는 누가 네 오빠야.”
아니, 인제 보니 의미 없는 발악은 아녔다. 그로 인해 녀석의 신세는 더욱 험해졌으니까.
악령의 모가지를 움켜쥔 태구의 손이 빠르게 턱으로 향했다.
그런 다음 역겨운 말을 쏟아내는 그것의 턱을 아래로 찢어버렸다.
부우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썩은 물이 태구의 손끝을 타고 흘러내린다.
[키에에에에엑!]– ㅋㅋㅋㅋ오빠?
– 악령이 태구한테 오빠라고 했나 보다.
– 고도로 발달한 물귀신은 넷카마 짓을 합니다.
– 그나저나 태구 손 봤어?
– ㅇㅇ 피 한 방울 안 나네.
– 그거 말고 손 위로 막 검은물 줄줄 흐르는 거.
– 근데 안개 이거 뭐냐.
그와 동시에 태구가 꿰뚫은 차창 틈 사이로 희끄무레한 물안개가 마치 뱀처럼 꾸물거리며 기어들어 왔다.
제 발악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악령이 다른 공략 상대를 찾은 것이다.
“어어? 이거 뭐야.”
그것은 그간 잡아 모은 넋들을 이용해 태구 일행을 에워쌌다.
악령이 본래 가진 힘에 비하면 아주 미약하다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만큼 악령은 필사적이었다.
– ?? ㅈㄴ특수 효과 준 것 같은데.
– 망령 넋이야?
– 넋은 무슨 그냥 안개 같은데.
– 무슨 안개가 저렇게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냐.
– 너 그런 안개 봄?
– ㄴㄴ
그러나 태구는 개의치 않았다.
“안개가 아니라 저 물귀신이 잡고 있던 다른 영가의 넋이에요. 쯔쯔. 일단 시키는 대로 우리 목을 조르러 오긴 했는데 다들 살려달라고, 풀어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가득하네. 참으로 불쌍하고 가엾기도 하지.”
저렇듯 태연한 복차가 아경과 흑룡의 곁에 있기 때문이다. 복차는 방안을 빙글빙글 돌며 울부짖는 넋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그것들을 보며 하나씩 손을 휘저었다.
그사이.
[키, 키에에엑. 오······ 놔줘, 제발 놔줘.]악령의 턱을 잡아 뜯은 태구는 그의 생전 기억을 훑고 있었다.
악령이 잡아 놓고 부리는 수많은 영가의 기억도 드문드문 섞여 보였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복차가 악령에게 잡아 먹힌 영가들을 순리대로 정리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보게 된 악령의 생애는 실로 구역질이 나는 더러운 기억뿐이었다.
기억의 시작은 여인의 자지러지는 비명이었다.
“아아악, 아악! 시, 신고 안 할게요. 가만히 있을게요. 제발, 제발 때리지만 말으···아주세요.”
악령은 제 아래에 깔린 여자를 보며 히죽 비웃었다.
“뭔 개소리야. 누가 너더러 가만히 있으래? 누구 좋으라고. 어? 더 크게 살려달라고 해 봐. 그거 듣자고 이러는 건데. 푸 흐흐, 보자. 이번에는 어딜 그어줄까.”
그러고는 손에 든 날붙이를 여자의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려댔다. 주변은 이미 온통 피로 칠갑 되어 있었다. 그 비릿한 냄새가 마치 향기로운 향처럼 느껴지는 듯 코를 벌름이는 악령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4115번 면회.”
죄수복을 입은 악령이 보인다. 4115번이라 불린 악령. 그는 여인을 강간 폭행한 죄로 감방에 들어왔다. 허나, 그 기간은 매우 짧았다.
악령의 어미 되는 인간이 지불한 거액의 합의금 덕분이었다. 사돈에 팔촌 지인에 지인까지 연줄을 대 피해자를 넘어 경찰에게까지 뇌물을 넣은 어미였다.
그로 인해 악령은 고작 8번의 계절이 바뀌는 기간만 감옥에서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출소한 악령은 제 어미를 찾아갔다. 이유는 단순했다. 돈이 필요했다.
어미는 악령에게 그리 말했었다. 제 곁에서 6개월만 머물며 일손을 거들면 가게 하나를 차려주겠다고.
그리하여 내려온 시골 마을.
고향은 여전히 따분하고 지겨웠다.
적어도 그 여자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느 날.
“키야, 저거 촌닭 아니야? 크더니 많이 예뻐졌네.”
악령이 지나가는 여인을 발견하곤 크게 눈을 떴다. 그 눈에 음흉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윽고 그가 평상에서 벌떡 일어나 여인에게 달려갔다.
“너 미진이 맞지? 나 모르겠어? 김희준.”
그리고는 여인에게 그리 물었다. 음흉한 시선은 능숙하게 숨긴 후였다.
“안 그래도 너 왔다는 이야기 들었어. 외국 다녀왔다면서?”
여인은 자신을 희준이라 소개한 악령을 보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 같은 학교에 다닌 동창이었다.
“어? 어어. 외국, 크크크. 그래 외국 다녀왔지.”
“이야. 성공했네. 아무튼 오랜만이야.”
“그깟 걸로 성공은 무슨. 그나저나 성철이랑 결혼했다면서? 듣기론 좋은 일도 있다던데.”
“으응.”
여자가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배를 어루만졌다. 그녀가 잠시 고개를 숙인 사이, 악령은 군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나름의 계획을 세운 것이다.
“진짜 축하한다 미진아! 내가 이런 거 잘 맞추는데 그 안에 너 닮은 딸 있을 것 같네. 흐흐. 아무튼 내가 조만간 크게 선물 하나 챙겨서 갈게. 기대해.”
“나도 진짜 아줌마가 된 건가? 됐다는 말이 안 나오네. 헷. 그럼 그 선물 기대할게. 그리고 언제 한번 다 같이 모여서 밥 한 끼 먹자.”
“그래, 그래. 기대해도 좋을 거야.”
“풉,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아무튼 나중에 보자. 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 성철이가 기다리고 있거든.”
그렇게 여인이 떠나고 악령은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던 때가 찾아왔다.
농번기가 끝나고 마을 주민 전원이 여행 가던 날.
청년회장 직을 맡고 있는 성철이 자리를 비우던 날. 그날이 바로 악령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때였다.
동창, 미진은 안정을 취한다는 이유로 여행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날 밤.
악령은 계획한 바를 이루고자 그 집을 찾았다.
시작은 좋았다.
생각한 대로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지인 찬스로 걸어 잠근 문 걸쇠를 손쉽게 풀 수 있었다. 미진이 직접 열어 줬으니까.
“꺄야야약—!”
그다음, 저를 보며 웃는 미진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자지러지는 비명이 퍽 듣기 좋았다.
악령은 실실 웃으며 뒷걸음치는 미진에게 다가갔다. 뒷일은 무섭지 않았다.
옆집 숟가락도 아는 시골 마을. 처참한 일을 당해도 미진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위해, 태어날 아기를 위해, 남편을 위해.
물론 말한다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또 들어가서 살면 그만이니까.
저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는 엄마가 풀어줄 테니까.
그런데···
“이런 미친 새끼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관광버스를 타고 일찍이 나선 미진의 남편이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마을 사람들을 두고 혼자 돌아왔다.
마치 집안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눈치라도 챈 듯 말이다.
“어, 어억!”
그리하여 난장판이 된 집안과 혼절한 와이프를 본 성철은 회까닥 눈이 돌아 악령을 가격했다. 악령은 그런 성철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애당초 피지컬부터 달랐다.
와자장차창.
“시, 시발. 저 새끼가 어떻게 알고···”
그땐 몰랐다. 성철의 꿈에 누군가 나타나 무서운 장면을 보여주었다는 걸.
아무튼 악령은 꼬리를 만 채 도망을 택했다. 위기에 몰린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잘 아는 공간을 찾게 되어 있다. 악령도 그랬다. 민박집 쪽으로 내달린 것이다. 물론 그 집에 숨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달리고 보니 이쪽이었다.
“이 개새끼, 너 내가 죽여버린다. 거기 안 서?”
그 뒤를 성철이 쫓았다.
‘지랄하네. 서란다고 서겠냐? 개새끼. 어디 두고 보자.’
악령은 이를 꽉 깨물며 민박집 아래 계곡을 향해 달음박질쳤다. 정확히는 물가에 자라난 무성한 수풀과 나무를 향해서였다. 그곳에서 몸을 숨긴 채 기회를 노리려고 했다.
“허억, 허억.”
이내 얼마지 않아 뒤따라온 성철도 계곡으로 내려왔다. 악령은 숨을 죽인 채 성철을 쏘아봤다. 저놈만 아니었어도 계획한 바를 이뤘을 것이다. 그런데 저놈이 나타나면 모든 게 어그러졌다. 게다가 얻어맞기까지 했다.
‘개새끼. 넌 오지 말았어야 했어.’
성철만 분노한 게 아니란 말이었다. 악령이 입술을 짓씹으며 바닥에 나뒹구는 돌맹이 하나를 주워들었다.
“어디야. 어딨어! 나와! 나오라고!”
그리고는 자신이 서 있는 반대편 쪽으로 빠르게 돌 하나를 던졌다. 마치 그곳에 자신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카칵.
아니나 다를까, 씩씩거리며 핏발선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성철이 돌 부딪치는 소리에 고개를 홱 돌리고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간다.
‘좋았어.’
악령은 성철의 등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에는 당황하기도 했고, 또 뒤를 보여주었기에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이렇듯 뒤에서 기습한다면 날붙이를 든 자신이 이길 거라 자신했다.
그리하여 악령이 등을 보인 성철에게 날다람쥐처럼 뛰어드는 순간이었다.
‘어딜!’
‘우리 성철이는 안 된다, 이놈아!’
분명 이곳엔 성철과 자신 둘뿐이 분명한데 다른 이의 목소리가 악령의 귓가를 스쳤다. 우리 성철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그와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 으읍.”
누군가 제 입을 틀어막고.
달칵, 달칵—
‘미친.’
저를 대신해 저 멀리 돌을 던진다. 악령의 눈앞으로 휘익 날아가는 돌멩이가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놀라 기겁할 일인데 계곡 위, 도로 쪽에서 타탁 거리는 발소리까지 들린다. 마치 그곳에 자신이 있다는 듯 말이다. 그로 인해 성철이 도끼눈을 뜨며 계곡에서 벗어나던 때.
“으으읍!”
악령은 소리 없는 고함을 질러댔다. 가지 말라고, 나 여기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물가에 혼자 남은 악령은 얼마지 않아 스스로 물속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악령의 등 떠밀고, 뒤통수를 잡아채 물속에 머리를 처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이 개새끼! 놔아, 놔—!’
이를 꽉 물고 눈에 힘을 줘가며 버텨보지만, 그저 피만 나고 실핏줄만 터질 뿐이다. 어둠에 잠긴 검은 물 위로 새빨간 핏물이 스며들었다. 그렇게 악령은 강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악령은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성철이? 분명 저 새끼랑 연관 있는 거야. 뭐야, 뭐냐고. 저 연놈들··· 빌어먹을 연놈들 때문에—!’
***
악령의 생애를 엿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누가 그놈의 넋을 잡고 늘어졌는지 말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죽음을 자초한 건 네놈인데 어디서 남 탓이야.”
악령은 성철이라는 남자의 조상령에 의해 죽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또 그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버지가 악령의 몸체를 붙잡고 물속에 집어처넣은 것이다.
그들도 큰 결심을 하고 한 행동이었다. 후손의 가정을 지키고 그 목숨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행동. 순리를 거스르는 그 역행에 조상령도 무사할 수 없었다.
물속에서 눈을 뜬 악령이 제 몸을 붙잡고 늘어진 성철의 조상령을 씹어 먹은 것이다. 이상한 일은 아녔다. 생전 범죄자였던 한 많은 악령과 산소 위에서 제삿밥을 먹으며 동네를 노니는 영가 중 누가 강하냐고 물으면 당연 전자라고 답할 테니.
실제로도 그랬다. 그리고···
“놈을 물속에 처박은 조상령들도 알고 있었어. 이놈을 잡아 물속에 처넣으면, 그 넋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면 자신들이 어떻게 될 지 말이야.”
태구의 말에 흑룡이 놀라 되물었다.
“알면서도 그랬다고?”
“응.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 거야.”
“아니, 그니까 왜?”
[애경아빠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자식이 없으니까 왜라는 말이 나오지. 내 자식 등에 칼을 꽂으려는데 그럼 그걸 보고만 있겠냐? 나였어도 그랬겠다. 백번 죽는다 해도 그놈 바짓가랑이 붙들고 늘어지지.
– ㅇㅈ. 나도 내 자식 누가 건드리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지.
– 하여간 자식 놈들은 부모 마음을 이렇게나 모른다.
– 전국 애경이들아. 아빠한테 잘하자..ㅠ
– 악령 새끼. 지만 부모 있나? 청년 회장도 부모 있다 이거야.
대답은 태구가 하지 않아도 됐다. 채팅창을 통해 그 대답이 나왔으니까.
그리하여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던 일을 마저 하려고 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다시금 악령에게 닿았다.
[으, 으···살려···]놈이 찢어진 턱을 덜렁거리며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살려주고 싶어도 너 이미 죽었잖아. 근데 뭘 살려줘.”
어림도 없었다. 태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놈의 오른팔 하나를 서슴없이 뜯어냈다.
[끼아아아악 !]“왜 이래. 아직 많이 남았잖아. 덕분에 한참 뽑히게 생겼네. 그러게 왜 이리 많이 잡아뒀어. 어?”
다른 영가를 잡아먹어 몸집을 키운 악령은 기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마치 거미처럼 솟아난 8개의 다리. 그것은 다른 영가의 신체였다.
[살려주세요.]누군가의 머리기도 했고.
[···여기도 있어요.]누군가의 손이기도 했으며.
[그만 가고 싶어요.]또 누군가의 다리이기도 했다.
[우리 좀 벗어나게 해주세요.]그렇게 악령의 옆구리에서, 겨드랑이 사이에서, 갈빗대에서··· 고통에 찌든 영가들의 얼굴이 솟아 나온다.
태구 일행을 에워싼 영가 말고도 그 안에 깃든 영가가 이렇게나 많았다.
태구는 그런 영가들을 마치 밭에서 무 뽑듯 뽑아냈다.
그럴 때마다 고통에 사로잡힌 악령이 절규하며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 보지만 태구는 멈추지 않았다.
생전, 악령 역시 그러했으니까. 그렇게 악령이 쌓아 올린 힘이 소멸하고 있었다.
“목청 한번 크네. 더 크게 질러봐. 너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잘못···했어, 잘못···그만 그만 !]“그래. 잘못했지. 잘못했어. 그럼,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겠네?”
[으아아아악!]한편.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흑룡아. 태구 비추지 말고 바닥 좀 비춰봐. 바닥 잘 보이게 플래시도 켜고.
시청자 하나가 달풍을 쏘아 올렸다.
“아니 바닥은···”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비춰.
흑룡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아경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 바닥을 비췄다.
어차피 흑룡은 군말 없이 바닥을 비출 거로 생각했기에.
“어디요? 여기요? 저기요? 말만 하세요. 형님.”
아니나 다를까.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화면 위로 바닥이 비친다.
그리고 그때.
때마침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무언가가 카메라에 담긴다.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 손톱?
– 설마···
– 맞네. 이게 바로 넋걷이네.
– 저놈이 잡아 먹은 영가들이 풀어나는 건가?
– ㅇㅇ 머리카락 떨어지는 것 봐.
– 미쳤다.
누군가의 손톱, 발톱, 머리카락 더 나아가 반지까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놀라운 광경에 채팅창은 빠른 속도로 올라갔고, 아경과 흑룡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끝났어?”
흑룡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태구를 보며 물었다. 어렴풋이 감사하다고, 드디어 편히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태구가 그리 말했다. 다시 말해 퇴마가 끝났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면서 태구는 뒷말을 삼켰다. 적어도 자기 일은 끝났지만, 그놈은 끝나지 않았다고.
그 말을 듣지 못한 아경이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주워들며 물었다.
“···그럼 이거는 다 어쩌죠? 이거 악령에게 희생당한 분들 것 맞죠?”
태구는 조금 전에 들은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응. 맞아. 해가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묻어달래.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고.”
“···그럼 다 챙겨야겠네여. 하나도 빠짐없이 다, 다 챙길게요.”
그리고 그때.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00 개 감사합니다.]– 그거 묻을 때, 따뜻한 죽 한 그릇도 좀 올려주라.
[애경아빠 님. 달풍선 10,000 개 감사합니다.]– 그 죽에 고기도 좀 넣어주세요. 그 악령 놈 때문에 허망하게 목숨 잃은 사람들 안타까워서 못 지나치겠네.
[태종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00 개 감사합니다.]– 청년회장은 알려나 모르겠네. 조상령들이 자기들 지켜준 거 말이야.
오랜만에 달풍 릴레이가 이어졌다.
시청자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또 누군가의 부모였다.
악령의 생애를 들었기에 애도를 표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애도였다.
그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방법으로 애도를 표했고, 방송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하아. 인생에 다신 없을 여름휴가였네. 아무튼 이제 방송 종료할게요.”
잠시 후. 흑룡이 카메라를 보며 방송 종료를 알렸다.
그때.
누군가 쏘아올린 달풍.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글쎄. 과연 다신 없을까?
하지만 흑룡은 흐린눈을 한 채 달풍을 무시했다.
그리고 빠르게 방송을 종료했다.
‘이런 휴가는 인생에 단 한 번이면 족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