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3화(13/157)
극강의 컨셉을 추구하는 BJ
사람들이 대충 알 법한 신을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신성모독이며 배교자가 되는 길이다. 무릇 사도란 자가 배교의 길을 걸어서 되겠는가.
“그래. 나는 헤스티아 님의 종이니라!”
그래서 이실직고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분의 존재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빠르게 올라가던 채팅창에 정적이 찾아왔다.
태구의 말이라면 무조건 고개부터 끄덕이는 흑룡도 멈칫하며 이렇게 되묻는다.
“어엉? 헤, 헤 뭐?”
“헤스티아 님이라 했다.”
“헤스..티아?”
“그래.”
“아하하. 인제 보니 우리 태구 유머 감각도 참 뛰어나단 말이야?”
흑룡은 태구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했다.
“유머?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지금 내가 그분을 가지고 장난이라도 친단 말이더냐?”
정색한 태구의 표정과 짐짓 단호한 그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조크가 아닌 모양이네.”
“당연히 아니지.”
“그, 그그래. 하기야 우리가 알고 있는 신들 다 외국인이잖아.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지! 게다가 이런 글로벌 시대에 말이야! 국적 같은 거 따질 필요 뭐가 있겠어. 용하기만 하면 장땡이지. 와하하하··· 니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흑룡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빠르게 태세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다 문득 이름에서 익숙함을 느끼는 그였다.
“근데 잠깐만. 헤스티아? 헤스티아헤스티아. 어, 음··· 왜 이렇게 이름이 입에 착착 붙지? 어쩐지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고.”
“그분의 이름을 들어봤다고? 이곳에서?”
태구가 짐짓 놀란 표정으로 물었고, 흑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떠오를듯 말듯한 기억을 찾으려 했다.
“어엉. 아,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데···”
그러는 가운데, 잠시 멈춘 채팅창이 급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많은 인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채팅을 쳐 잠시 과부하가 걸렸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금 정상화된 채팅창.
– 아, 존나 컨셉질이었어ㅡㅡ
– ㅋㅋㅋㅋㅋㅋㅋ진짜 속을 뻔 했다.
– 아주 그냥 뇌를 빼라, 빼ㄷㄷㄷ
– 컨셉 한번 맵다 매웤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헤스티아의 종이요?
– 딸랑딸랑~~
– 헤스티아? 선생님. 그게 누군데요..
채팅창에는 온갖 드립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컨셉.’
사람들은 ‘헤스티아의 종이다’라는 태구의 말을 듣자마자 확신했다. 그가 지금 컨셉질을 하고 있다고.
그의 능력에 긴가민가했던 마음은 어느새 휘릭 사라지고 말았다.
이건 순도 100% 컨셉이고 기믹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헤스티아는···
“아, 생각났다! 근데 이게 맞나?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 ㅋㅋㅋ왜 말을 못해!!
– 그리스 로마 여신이라 왜 말을 못하냐고!
– 엉? ㄹㅇ 그리스 로마 신화 여신이라고?
– ㅇㅇ 초딩 필독 도서. ‘그로신’에 나온다.
– 심지어 순결 지키는 여신임ㄷㄷㄷ
– 나도 본 적 있는듯ㅋㅋ작화가 아주 굿zz
– 흐음. 순결의 여신이라. 모실만할지도?
– 난 이미 모시고 있음. 딸랑딸랑~
– 나도 오늘부터 헤스티아 신도임.
– 헤맨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스티아. 그녀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순결의 여신이다.
참으로 공교로웠다. 그리고 당황스러웠다.
“아, 아니다. 내가 따르는 그분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 같은 게 아니란 말이다. 그분은 전지전능하시며 사도들에게 권능을···”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태구가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 여신이라니, 그리스 로마···!
태구는 상황을 바로잡고 싶었다.
– 예예;; 그러시겠죠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태예 존내 웃기네.
– 엎드려보나 뒤로보나 BJ 재질이다.
– 헤스티아교 교인 모집 중
– 팬클럽 이름 헤맨으로 할까?
그러나 이미 상황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있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을 분위기. 야심 차게 준비한 ‘홍보’ 방송은 폭망하고 말았다.
“···그게 아닌데. 정말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방송이 끝난 후,
어느새 태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을 모시는 신실한 종이 되어 있었다.
***
한편, 태구 본인은 망했다고 생각한 방송을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방송사 TVC 소속된 방송작가, 김영채였다.
“푸, 푸하하하. 이거 진짜 물건이잖아!”
김영채는 “그녀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라며 손사래 치는 태구를 보며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비단 방송이 웃겨서는 아니었다. 이런 보물을 발견했음에 기뻐 웃는 것이리라.
“크, 크큭. 사짜 같긴 한데 초반 시청자 몰이로는 딱이겠어. 비주얼도 완벽하고 어그로 끄는 실력도 상당하고, 게다가 저 시청자 중 절반만 끌고 와도···”
그녀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성공을 맞이할 것이다. 정규 편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행복 회로를 돌리며 잽싸게 업무용 메일을 열었다. 어떻게든 섭외해야 하는 대상인만큼 그녀는 열과 성을 다해 메일을 작성했다.
[안녕하세요. TVC 소속 망령 솔루션 팀입니다.]안녕하세요. 강태구 사도님.
TVC ‘망령 솔루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김영채 작가입니다.
저희 ‘망령 솔루션은’ 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무속인들을 모아···
이윽고 키보드에서 손을 뗀 그녀가 전송 완료를 눌렀다.
“후, 좋았어. 안 할 수가 없을 거다!”
***
일과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동이 터오는 새벽녘.
방송을 끝마친 흑룡을 끌고 헬스장을 찾는다.
“흐어, 억. 너무 힘들어. 진짜로 죽을 것 같아.”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아니한다. 그러니 앓는 소리 그만하고 한 세트 더 하거라.”
“한 세트? 아냐. 나 죽어. 어어? 쓰러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했던가. 숨 쉬듯 체력을 단련하던 전생의 습관은 현생까지 이어졌다.
“마음 놓고 쓰러지거라. 내가 친히 깨워줄 테니.”
“아, 아냐. 생각해보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세트··· 그래. 한 세트만 더 하지 뭐. 그럼 끝이잖아?”
“상체를 했으면 하체도 단련시켜야 하는 법.”
“아아···”
처음엔 혼자였다. 그러나 흑룡이 태구에게 이러한 제안을 꺼내면서 둘은 함께 하게 되었다.
얼마 전, 합방을 끝내고.
“태구야. 너 아직 그 호텔에서 묵고 있지?”
“그렇지?”
“앞으로도 쭉 그럴 계획이야? 옮길 생각 없어?”
흑룡이 태구의 거처를 물어왔다. 마침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태구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야 계속 이곳에서 머물고 싶지. 청소며 밥이며 다 알아서 주는데.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당장 수입이 없잖느냐.”
“수입? 당분간 돈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아? 내가 준 돈도 있고, 개상남한테 퇴직금이며 밀린 월급이며 다 받아 챙겼다고 했잖아.”
“허! 그깟 게 얼마나 된다고.”
“···설마 그 돈을 다 썼어?”
“다 쓰진 않았고 거의 다 써간다.”
흑룡은 사뭇 놀라 소리쳤다.
“며칠이나 됐다고!”
그도 그럴 것이 상남이 준 돈은 차치하고, 자신이 준 돈만 이천만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으니.
“놀라기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도 쓸 수 있는 푼돈이 아니더냐.”
“그래, 마음만 먹으면! 근데 말이야. 태구야. 보통 사람은 하루에 이천을 태울 생각도 실행도 하지 않아.”
“크흐음! 내가 보통 사람은 아니지.”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아, 그래. 뭐 네 돈인데 내가 뭐라 하겠어. 근데 말이야, 이거는 그냥 내가 궁금해서 묻는 건데 설마 스위트룸에 묵고 있는 거 아니지?”
왜 아닐까. 맞다. 먹고 자고 하물며 입는 것까지. 태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선 최상의 것들만 찾았다.
당연했다. 배곯고 산 날보다 부유하게 산 날이 더 많은 태구였으니까.
빈곤한 삶은 그와 맞지 않는다. 하물며 돈도 있는데 뭐 한다고 궁상을 떨까.
자신 보러 돈을 막 쓴다고 하지만 사실 이 정도는 성에 차지도 않는 태구였다.
과거에 비한다면 지금은 아주 청빈한 삶을 살고 있는 상태다.
“···쓸데없는 걸 물어보는구나. 그래도 최근엔 나름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옮길 집 역시 알아보는 중이고.”
“집 알아보고 있다고?”
“그래. 그런데 썩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 뷰도 그렇고 집안 상태도 그러하고.”
“뷰, 뷰? 아··· 그래. 뷰 중요하지. 아무튼 호텔에서 계속 지낼 건 아니다. 이거네?”
태구의 끄덕임에 흑룡의 안색이 환해졌다. 그가 본론을 드러냈다.
“그럼, 우리 집은 어때? 뷰는 영 별로지만 그래도 내부는 썩 괜찮잖아.”
흑룡의 말마따나 썩 괜찮은 집이다. 외관은 낡고 허름해 보인다지만 내부는 다르다.
전체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이다. 호텔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너희 집? 김수인 씨를 발견한 그곳?”
“으응. 그 시신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데···”
“좌우지간 그곳에서 나와 같이 살자고?”
“아니, 같이 살자는 건 아니···”
“아아— 네 집을 내게 중개한다는 말이더냐? 하면 일단 조건부터 말해보거라. 월세냐 전세냐. 보증금은 또 얼마고?”
“내가 부동산 업자도 아니고 중개는 무슨. 그냥 몸만 들어와 살아.”
그런 집에 몸만 들어오라니. 대체 왜? 이미 서로 주고받을 것은 다 주고받은 것 같은데.
“흐으음?”
태구의 의심 어린 눈초리에 흑룡이 말을 이었다.
“1층 작업실은 내가 계속 사용할 생각이거든. 나는 잠만 나가서 잘 거야. 그러니까 태구 너는 2층에서 생활하면 된다는 말이고.”
“같이 살자는 말 맞구나. 그런데 왜 내게 돈을 안 받는다고 하는 거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인이잖아, 은인! 그리고 네가 있으면 나도 마음 놓고 그 집에서 방송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은인’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그거다. 그 어느 곳보다 포근하고 안전해야 할 집이 두려운 게지.
“마음 놓고 말고 할 게 있나? 일전에 말했지만, 김수인 영혼은 이제 그 집에 없을 터인데.”
“알아. 아는데, 그냥 내 마음이 그래. 괜히 으스스한 것도 같고. 쓰읍. 봐봐, 지금도 이렇게 닭살 돋잖아.”
“흐음.”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 봐. 나쁘지 않은 조건이잖아. 응?”
아무렴, 누가 봐도 좋은 조건이다. 그런데도 태구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흐음. 조건이야 너무 좋지.”
“그럼 말 다했네! 언제 들어올래? 오늘?”
“그런데 대가 없이 선의를 받는다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리는구나.”
“대가가 없긴 왜 없어. 말했잖아. 네가 있어야 그 집에서 마음 놓고 방송할 수 있을 것 같다니까? 그리고 설령 대가가 없대도 뭐···”
남의 돈을 탐하지 말라. 교리를 지켜야 했다. 태구는 흑룡의 말허리를 자르며 말했다.
“차라리 이러는 게 어떻겠느냐?”
“응?”
태구는 집세를 대신해 그의 쓰레기 같은 신체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처음 해 보는 일도 아녔다. 과거, 그의 지도 편달을 바라는 신입 이단 심문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날을 기점으로 흑룡은 태구를 따라 헬스장을 찾게 되었다.
흑룡은 한사코 괜찮다며 거절했지만, 그의 의사는 중요치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땀을 빼고 난 후, 두 사람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태구는 흑룡의 작업실이 있는 주택으로, 흑룡은 숙면을 취할 호텔로.
그러고 집에 도착한 태구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살려주세요.jpg]일전에 방송에 공지한 메일함을 확인하는 것이다. 과연 실시간 시청자 13만 명의 힘은 강력했다.
분명 망했다 싶은 방송이었는데 어떻게 제보 메일이 오긴 온다.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흐, 흐어억! 까, 깜짝이야.”
“이거 완전 미친놈이잖아. 왜 지 누드 사진을 처 보내고 지랄이야.”
오늘은 흑룡도 따라와 손을 보탰다. 그는 연신 몸을 들썩이며 욕지거리해댔다.
메일을 확인하는 족족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귀신 짤이나 혐오스러운 신체사진, 행운의 편지 같은 것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끄응. 이거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군.”
태구라고 다르지 않았다. 눈이 빠지도록 보는데 건질만한 게 없다. 죄다 장난 메일뿐이다. 장난만 치면 다행이게. 어떤 놈은 바이러스 심은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TVC 심령솔루션 팀입니다.]이렇듯 대형 방송사를 사칭해가면서 말이다. 엊그제도 이놈에게 당했다. 그땐 SBC였지. 그 탓에 컴퓨터 수리까지 받아야 했다.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까!”
태구는 미련 없이 해당 메일을 삭제하며 다음 메일을 확인했다.
[태구야. 언제 방송 켤 거야?]직관적인 메일 제목이었다. 이것 역시 삭제···해야 마땅했으나 태구는 그러지 않았다. 문득 이래선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 새끼가, 감히 남의 신을 이렇게 모독한단 말이지? 내가 발견했길 망정이지···”
“흑룡아.”
“어, 어어? 봐, 봤어?”
태구의 부름에 그리스 로마 여신 짤을 지우고 있던 흑룡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태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뭘 봤단 말이냐?”
“아냐. 못 봤으면 됐어. 근데 나는 왜 부른 거야? 할 말 있어?”
“아. 방송 장비 좀 빌려줄 수 있겠느냐?”
“어, 어어? 방송 장비? 그건 왜··· 어억! 너 설마 개인 방송 하려고?”
“그래. 다들 내 능력을 미덥지 않아 하니 다시 보여줄 수밖에.”
그렇게 BJ가 되기로 결심한 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