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31)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32화(131/157)
다신 없을 여름 휴가 (2)
“사장님. 지금 식사 되나요?”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아경이었다.
“아앗.”
그런데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아경의 몸이 흔들린다. 누군가 아경을 밀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비켜요, 비켜!”
사장 내외였다. 주방에서 뛰쳐나온 여 사장은 퍽 다급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는 퍼런 바가지가 들려 있었다.
‘불이라도 난 거야, 뭐야.’
손님들이 앉아 있는 홀을 향해 뛰어가는 모양새가 꼭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관처럼 보였다.
아경은 멍하니 그런 여사장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가 손님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등을 지고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파란 바가지를 냅다 휘두르는 게 아니겠나.
“어?”
촤라라락—!
그로인해 바가지 안에 담겨 있던 허연색 무언가가 남자의 몸에 끼얹어지게 되었다. 바가지 안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소금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이를 본 아경은 처음엔 그런 생각을 했다. 진상 손님을 쫓기 위해 소금을 퍼붓는건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여사장의 외침이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 말해주고 있었다.
“학생, 정신 차려, 정신—!”
여사장은 등을 보이고 있는 남자를 향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 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분노나 짜증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순간.
‘싸움은 아닌 것 같고, 그럼 왜? 설마, 에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실 소금을 본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악령, 퇴마, 빙의 같은 것들.
그런 아경의 불길한 예감을 반증이라도 하듯.
드르륵—
소금샤워를 하게 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린다.
그로인해 등을 돌리고 앉아 있던 남자의 얼굴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되었는데···
‘!’
그 모양새가 실로 괴이하다. 옆모습만 봐도 아경은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사람 정상이 아니라고.
입안 가득 들어 있는 음식물 때문에 다물어 지지 않는 입, 그늘진 얼굴 위로 묻은 벌건 양념과 붉은 자국, 그리고 사장 내외를 쏘아보는 살벌한 눈빛까지···
“어어?”
“하, 학생.”
아무래도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아경은 빠르게 몸을 돌려 주차 중인 일행을 불러오려고 했다.
그 순간, 아경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일행이 가게 안으로 발을 드밀었다.
딸랑.
“이거 머냐. 싸늘한데.”
가장 먼저 들어온 흑룡은 쎄한 분위기에 흠칫 몸을 떨었고.
“지독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걸귀 하나가 붙었네요. 아니, 걸귀가 맞나? 그런데 뭐라는거지?”
다음 타자로 들어온 복차는 날카로운 영안으로 상황을 파악했으며.
‘배를 갈라 죽이자고 하네.’
마지막으로 들어온 태구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소란 속으로 뛰어들었다.
태구는 한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를 향해 걸어갔다. 정확히는 거구의 남자 목에 목마를 타고 있는 그것.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태구의 타깃이리라.
[이런씨발꺼먹을때는개도안건드린다면서나는먹지도못하게하고그래나는개만도못한존재지이런씹어먹을것들멱을따고배를따서창자를꺼내씹어먹을것들이놈이나저놈이나다똑같은놈들이지밥좀먹자고밥좀배고파배불리먹고갈건데배불리먹어야그놈을찢어죽일수있는데]빼빼 마르고 악취 나는 그것은 남자의 목에 올라타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동시에 남자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제뜻대로 움직이라며 명령해댔다.
멱을 따고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자고.
그로인해 남자가 고개를 기괴하게 꺾어댄다.
마치 동그랗게 눈을 뜬 비둘기가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 마냥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주억거리는 속도가 몹시 빠르다.
휘릭, 휘리릭, 휘릭.
“으, 으. 학생,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니까!”
눈도 껌뻑거리지 않는다. 그런 상태로 여사장에게 다가가니 기겁하지 않을 수 없다.
함께 온 친구들 마저 남자가 저를 향해 시선을 돌릴까 숨도 쉬지 않는다. 남자는 제게 소금을 퍼부은 여사장을 타깃으로 삼은 듯했다.
결국 여사장은 저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바가지를 휘둘러야 했다. 그러나 여사장을 지켜줄 소금은 없었다. 바가지는 텅 빈 상태였다. 물론 소금이 있다 한들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소금이 효과가 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 순간.
“으, 으아아악!”
남자가 손을 들었다. 양념으로 벌겋게 물든 그의 손에는 잘린 뼈가 들려 있었다. 고작해야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길이었지만 사람의 살가죽을 뚫기엔 충분했다. 아니, 그 남자 손에 들려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불길한 생각이 여사장을 뒷걸음질치게 했다. 눈도 감아버렸다.
“으, 으으···”
그 옆에 함께 서 있는 남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차마 남자에게 달려들 생각도 못하고 와이프 곁에 주저 앉아 버리고 만다. 그래도 아내와 다르게 눈은 뜨고 있었다. 그런 그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와이프의 손을 끌어 당겼다. 같이 일어나 보자고, 도망쳐 보자는 신호였다.
허나, 이미 늦었다. 눈이 돈 남자가 손에 든 뼈를 휘둘렀으니까. 그와 동시에 어느새 그들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온 태구가 손을 뻗었다.
[이런씨바꺼이아아아악!]태구의 손이 남자의 머리채를 쥐고 이리저리 흔들던 그것의 팔목을 잡아챈다. 그런 다음 그 앙상하고 냄새나는 팔을 단번에 꺾어버렸다.
우드득.
“?”
그 결과, 남자가 바닥을 구른다. 당연히 여사장에게 향하던 뼈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악!”
그 소리에 사장 내외가 감은 두눈을 떴다. 그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남자와 태구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그때.
“태, 태구다.”
“헉!”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남자의 친구들이 태구를 알아본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구는 당장 할일에 집중했다.
“야, 이 새끼야. 지랄 말고 빨리 내려와.”
다시 한번 그것에게 손을 뻗은 것이다.
[씨바꺼씨빠꺼커허헉]그것은 부러져 덜렁거리는 팔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태구는 그런 그것의 머리채를 잡아 단숨에 뽑아올렸다.
그렇게 남자의 몸에서 뜯겨져 나온 그것.
“쯔쯔. 처참하다, 처참해. 대체 어찌 죽었기래 저 망령은 또 저런 행색인 건지···”
뒤에 서 혀를 차는 복차의 말마따나 그것의 행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처참했다. 반쯤 날아간 얼굴도 심각했지만 이는 하반신에 비할 바가 아녔다.
덜렁, 덜렁—
머리채가 잡힌 그것이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몸통 아래 붙어 있어야 할 두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대신한 무언가가 후두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귀혈 같은 게 아녔다. 귀기도 아니었다.
지금도 비처럼 떨어지고 있는 묽고 검은 덩어리. 지독한 악취를 유발하는 똥오줌이었다.
그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태구마저 미간을 찌푸릴 정도였다. 태구는 빠르게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솨아아악—!
순간 새하얀 광채가 흔들리는 그것의 머리와 몸통을 휘감았다. 이어서 태구의 머릿속으로 몇 개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으아아아아악!] [어디 가, 잡아, 이 새끼야.] [흐어엉어엉] [···꿀쿠쿠꿀꿀꿀]그렁그렁한 눈망울, 시끄러운 돼지 소리, 악취 나는 분뇨 냄새, 비릿한 쇳내음, 온갖 음식물이 뒤섞인 통, 뜨겁고 습한 감촉, 타들어가는 고통, 자지러지는 비명.
단편적인 기억이지만 상황을 파악하는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태구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금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이어 새하얀 광채가 공간을 뒤덮었고 태구의 손에 붙잡힌 그것은 붉은색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치솟았다.
소멸 한 게 아녔다. 그도 그럴것이 남자에게 붙어 있던 그것은 본체가 아니었으니까. 그저 이 남자에 몸에서 떼어낸 것 뿐이란 말이렸다.
“커, 커헉.”
이를 반증하듯 바닥에 누워 몸부림 치던 남자가 움직임을 멈춘다.
“아유, 아유. 내 가슴. 이게 다 무슨 일이래.”
그걸 본 여사장은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태, 태구 맞죠? 비제이 태구 님맞죠?”
“제 친구 왜 이래요?”
“귀, 귀신 씌인 거예요? 얘는 괜찮아요?“
남자의 친구로 보이는 이들이 뒤늦게 주춤주춤 다가와 묻는다. 누군가는 쓰러진 남자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보기도 한다.
“하아. 숨 쉰다.”
태구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예. 이제 괜찮아요. 음식물 기도로 안 넘어가게 그것만 좀 봐줘요. 그보다 사장님.”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바닥에 엎어져 있는 남사장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나, 나요?”
“조금 전에 음식물 찌꺼기 든 통 들고 어디 다녀오셨죠?”
“···그, 근처 돼지 농장에 잠깐 다녀왔는데 거기 말하는 겁니까?”
“네. 거기요. 거기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여기서 차 타고 한 삼십 분 정도 이동하면 되는데, 거기가 어디냐면···”
남사장은 양돈농장 위치를 알려주며 이러한 말도 덧붙였다.
본래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직접 와 짬통을 회수해 가야 하지만, 최근엔 일이 생겨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시간 날 때마다 들러 버리고 온다고.
조금 전, 짬통을 들고나간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설마 태구야 우리 또 거기 가야 하는 거야?”
흑룡이 물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은데요.”
대답은 복차가 대신했다.
“아이 씨, 진짜 이번 휴가에 마가 제대로 꼈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뭔데—! 또 무슨 귀신인데!”
그리 투덜대면서도 흑룡은 태구를 쫓아 나섰다. 그때, 식당을 빠져나가던 태구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금방 갔다 올 건데 미리 시켜 놓고 가도 됩니까?”
***
결국 한입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시 차에 올라탄 태구 일행이었다.
“그 남자 목에 달라붙어 있던 망령, 우리나라 사람 아닌 것 같던데. 맞죠?”
운전대를 잡은 복차가 물었다. 태구가 대답하기 앞서 아경이 한발 빠르게 되물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면 외국인 귀신이라는 말이에요?”
“난 그렇게 봤는데. 맞죠, 선생님?”
태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피부에 낯선 언어를 사용하던 망령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녔다. 허나 그건 중요치 않은 문제였다. 태구에겐 그저 똑같이 구제해야 할 망령 중 하나였으니.
“맞아. 외국인.”
“아니 어쩌다가 우리나라에서···”
“죽임을 당한 것 같더라고.”
“에? 누가 죽여요? 그것도 말해줬어요?”
“같은 외국인이 삽자루로 망령의 머리를 내리치던 게 보였어. 그게 결정적인 죽음의 원인이야. 그리고 그 시신 역시 농장 아래에 묻혀 있는 성싶고···”
“대체 왜요? 언제 그런 거예요?”
“이유는 알겠는데 언제 그 일이 벌어진 건지,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건지는 모르겠네. 그래서 가서 보고 판단하려고. 본체 역시 그곳에 있으니 그곳에서 정리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그렇게 본체가 깃들어 있는 돼지 농장에 가게 된 그들이었다. 그리고 사장의 말대로 그곳에 도착하기까지는 정확히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