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3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34화(133/157)
다신 없을 여름 휴가 (4)
“꾸웨에에에엑.”
고막을 때리는 자지러지는 비명에 투이는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씨, 씨바꺼.”
그는 입술을 짓씹으며 손을 들었다.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와 땀을 닦아내기 위함이었다.
끈적하고 뜨끈한 감촉이 팔뚝에 닿자, 입 밖으로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언젠가부터 저도 모르게 농장주의 말버릇을 배워버린 투이였다.
“끼이이아아아악!”
비단 말투만 옮았을까. 그의 잔혹한 성정까지 몸에 밴 듯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죽어, 죽어, 좀 죽으라!”
이렇듯 살겠다고 처절하게 울어대는 짐승의 멱을 미친 듯이 찔러대지 않았을 테니까.
투이는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날카로운 칼을 휘둘렀다.
푸욱, 푹, 푹!
목덜미를 지나 몸통까지···
칼자국이 난자한 짐승의 몸뚱아리를 보면 농장주가 한소리를 할 게 분명하지만 칼부림을 멈출 수 없었다.
“끼이, 이에에에엑.”
제 손으로 멀쩡한 생을 앗아가는 이 작업을 빠르게 마치고 싶었으니까. 그보다 더 정확하게는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둔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몇 번이고 칼을 찍고 또 찍었다.
“으윽.”
내리찍는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투이의 손도 찢겨 나갔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꾸이익···”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바라던 대로 짐승의 입이 닫혔다. 가느다란 기도를 끊어낸 덕분이었다. 짐승은 더는 울지 않았다. 동시에 필사의 몸부림도 멎었다. 비로소 그 목숨이 다한 것이리라.
“허억, 허억.”
투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몸은 돼지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팔뚝으로 대충 닦아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비릿하고 불쾌한 감촉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와 동시에···
쿠덩텅—
쇠장대가 쓰러지며 그 위에 묶여있던 짐승의 몸뚱이도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때, 그것이 왔다.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분뇨를 타고 말이다.
“흐으, 씨바꺼.”
당연히 처음엔 몰랐다. 그렇기에 투이는 서슴없이 짐승의 사체로 손을 뻗었다.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뱃가죽을 찢고 내장을 꺼내야 했다.
“어, 엇?”
그런데 바닥에 널브러진 짐승의 사체가 마치 얼음장처럼 몹시 차가운 게 아니겠나. 그 사체에 손을 댄 투이는 마치 전기라도 온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상한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
목숨이 다하여 몸부림이 멎은 짐승의 몸뚱이가 다시금 움직이는 게 아니겠나. 바닥 위에서 덜덜 떨리던 짐승의 몸뚱이는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짐승의 사체를 잡고서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고개를 휘휘 젓고 눈을 감았다가 떠보았지만, 짐승은 여전히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짐승의 오물 냄새가 투이의 콧속을 파고들었고.
‘으윽. 저게 머야.’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아지랑이가 보였다. 그런 아지랑이는 금세 사람의 형태를 갖추었다.
거뭇거뭇한 피부, 회빛 머리카락, 검은 옷···이 아니라 온몸이 짐승의 오물로 범벅이 된 사내였다.
끄적, 끄작, 끄저거적.
검은 그것은 난자당한 짐승의 사체에 코를 박고 있었다. 죽은 짐승을 탐하고 있는 것이리라.
으적거리는 소리가 투이의 고막을 때렸다. 그것이 머리를 까닥까닥 흔들 때마다 쇠장대에 묶여 바닥에 떨어진 짐승의 몸이 흔들거렸다.
그와 동시에 찢겨 벌어진 살갗 사이로 검붉은 피가 꿀렁 솟아 나왔다. 이렇듯 두 눈으로 보니 알 수 있었다. 죽은 짐승은 괜히 움직인 게 아녔다. 사후 경직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된 투이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혀, 형, 형···’
귀신을 봐서 무서운 것도 있지만 그 귀신이 누군지 알 것 같아서 그래서 두려웠다.
게걸스레 짐승의 사체를 탐하는 이는 자신이 삽자루로 때려죽인 고향 형이었으니. 보이는 거라곤 그저 뒷모습뿐이지만 확실하다. 잘려버린 하반신이 이를 증명했다.
으적, 으적, 끄저어억.
멍한 얼굴로 땅을 보고 있던 투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주춤 뒷걸음질 쳤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자리를 뜨는 게 맞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찰박, 쩌억—
조심히 뗀다고 뗀 발인데 철퍼덕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으적거리는 기괴한 소리에 묻히길 바랐으나 틀린 듯하다.
“허, 허억!”
돼지의 몸뚱이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그것이 홱 고개를 돌려 투이와 시선을 마주했으니까. 원한 가득한 그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투이는 비명도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 철퍼덕 바닥으로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런 상태로 “으으,” 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찰박, 찰박, 차르르륵—
오물 범벅을 한 그것은 양팔로 바닥을 찍으며 엄청난 속도로 투이를 향해 기어 왔다.
[배고파먹어도먹어도배가고파배를채우고네놈새끼들목을씹으려고했는데허기가채워지지않아네놈들살점을씹어먹으면이허기가좀채워질까?어디가니이히히히]이윽고 그것의 양팔이 투이의 다리를 붙잡았다.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그 순간 투이는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투이의 걸음을 붙잡은 그것이 이히히히하는 기괴한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진득하고 불쾌한 감각이 하반신을 통해 느껴졌다.
“놔, 놔아, 놔!”
기겁한 투이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휘둘렀다. 그 손에 날붙이가 들려 있었다. 조금 전, 돼지의 멱을 딴 흉기였다.
휘이, 휘익— 붕.
짐승의 피를 머금은 칼날이 다리를 붙잡고 있는 그것의 머리를, 어깻죽지를, 귀를 꿰뚫고 베어냈다. 귀신임에도 찔린 상처에서 벌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허공으로 피가 솟구쳤다.
“제발, 으흐흐흑. 놔, 가, 가!”
[이히히히히]이를 본 그것은 입이 찢어져라 웃어댔다.
공포에 떠는 제 모습이 웃긴 걸까? 그도 아니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머리가 찢어지고 사방팔방으로 피가 솟구치는데 그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어만 댈 뿐이었다.
이를 보면 그것에게 어떠한 타격도 없는 듯한데···
그럼에도 투이는 필사적으로 손을 휘저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때.
“미친.”
누군가 도축장에 발을 디뎠다.
귀기를 쫓아 온 태구 일행이었다.
****
넘어진 쇠장대, 처참한 모양새를 한 짐승의 사체, 비릿한 냄새, 피 웅덩이, 그리고 그 앞에 주저앉은 외국인 노동자까지.
불법 도축장의 전경이 흑룡이 든 카메라에 담겼다.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미친 깜짝이야. 저거 와 저러노.
그것도 잠시 지진이라도 난 듯 카메라가 흔들린다.
“미친.”
– ?????? 혐이면 미리 말 좀 해줘ㅠ
– 미리 알려주면 주작 인증하는건데요?
– 애들아. 저거 피 맞지?
– 귀신 들렸나봐. 어케 ㅠ
– 저거 피 맞지?
– 살발하다 살발해;;
– 진심 눈을 의심했다고 ㅠ
– 저기도 외국인 노동자 같은데?
예상치 못한 광경이 담겼기 때문이다. 짐승의 사체 앞에 주저앉은 외국인 노동자가 손에 쥔 칼로 제 다리를 찍어대고 있었다.
사방으로 선혈이 튀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을 게 아니었다. 흑룡은 재빨리 카메라를 돌려 복차를 비췄다.
“복, 복차야···”
어차피 자신이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으니. 그도 그럴 것이 현장에 뛰어들어 망령을 잡는 건 태구의 몫이 아닌가.
“홀려도 단단히 홀렸네요.”
이는 흑룡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도 잘 알고 있는 규칙이리라. 비단 그들뿐일까.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복차는 나서지 않고 가만히 상황을 설명했다.
“귀신한테 홀렸다고? 지금 여기에 망령이 있어?”
끄덕끄덕.
[피클말고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어떻게 생겼는데, 아니 어떻게 홀렸다는 거야? 설명 ㄱ
“이번 망령은 다리가 없네요. 상반신만 남은 상태예요. 남은 상반신도 멀쩡한 모양새는 아니고요. 머리카락에서부터 몸통까지 돼지의 똥오줌으로 범벅이 되어 있어요. 아무튼 그런 상태로 손을 뻗어 남자의 다리채를 움켜잡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 남자는 지금 자기가 귀신을 찌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제 다리를 찔러대고 있는 건가?”
끄덕끄덕.
“망령이 내뱉는 말을 들어보니 아마 저 남자가 망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모양이에요. 그래서 남자를 향한 원한도 가득하고···”
“뭐라고 하는데?”
“또 나를 죽이려고 하네라고 하네요.”
– 그러니까 죽은 망령이 복수하고 있다는 건가?
– 이런 걸 두고 인과응보라고 하지.
– 인과응보는 무슨.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 그러게.
– 일단 구급차 불러야 하는 거 아님?
그러던 그때.
“으, 으아아아아아악!”
외국인 노동자, 투이가 눈을 까뒤집으며 고래고래 비명을 내질렀다. 푸욱, 푸욱. 제 다리를 찍는 기괴한 행동도 멈춘 상태였다.
“선생님께서 망령을 떼어내셨네요.”
복차의 말마따나 투이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그것을, 사람의 형상을 한 망령의 사념체를 태구가 떼어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태껏 느낄 수 없었던 통증을 느낀 투이였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내 다리, 내 다리으흐허허헝.”
투이는 절규했고 태구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당장 신성력을 일으켜 외노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순간의 판단과 결정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간 그가 아닌가.
결정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외노자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계속 저대로 놔둘 것도 아니니···’
그런 이유로 태구는 외노자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흐, 흐흐. 다리가 아파? 잘린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아파. 그럼 나는, 나는 ! 똥 밭에 처박힌 내 다리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내 다리는!]그리고 자신이 떼어낸 망령을 바라보았다. 망령은 원통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신성력으로 인해 마음에 맺힌 원한이 한 커풀 벗겨졌을 텐데도 망령은 여전히 악에 사로잡힌 것처럼 굴었다.
더불어 그것은 이전처럼 도망가지 않았다. 도망갈 곳도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
[왜, 왜 나를 말리는 겁니까. 저놈도 나처럼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겪은 고통을 되돌려 주고 싶은데 왜 그러지 못하게 하는 겁니까.]태구가 저를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니라 제 원한을 풀어주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를 이렇게 살려둘 이유가 없다. 그만큼 태구의 힘은 강력했으니까.
이를 알기에 망령은 그렇게 소리쳤다. 저를 도와달라고, 저를 그렇게 만든 놈에게 똑같은 고통을 되돌려줄 수 있게 저를 말리지 말라고.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내 동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놈이 나를 죽였어요.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는데 나를 외면했어요. 흐, 흐흐. 아니, 외면만 한 게 아니지. 악마 같은 농장주가 내민 삽자루를 냉큼 받아 나를 후려쳤었지! 그리고는 내 다리를 뭉개고 나를 똥 밭에 처넣었고 그 대가로 내가 벌어둔 그 돈을 대신 받았지. 으흐흐흐흐. 그 돈이 어떤 돈인데!]그런 원통한 망령의 외침에 태구가 답을 했다.
“그래, 밉겠지. 똑같은 고통을 느껴보라 하고 싶겠지. 아마 농장주보다 더 미울 거야.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까. 믿었으니까. 그런 동생이 당신을 외면하고 그 대가로 돈까지 받았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을 거야. 근데 쟤가 진짜 돈을 받은 것 같아? 다시 봐. 쟤 행색이 어떤지.”
삽자루에 맞아 쓰러지던 때, 망령의 귓가로 그런 말이 들렸다.
시키는 대로 하면, 입 다물면 깽값 정도는 주겠다고. 그러니까 제대로 처리하라고. 그러게 여길 왜 왔냐며 낄낄거리던 농장주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고 죽었기에 망령은 투이가 돈을 챙겼을 거라고 꼼짝없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태구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게 아니겠나.
그 말을 감히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돈을 받았으면 왜 이러고 있겠어?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인데. 응? 왜 이런 지옥 같은 곳에 남아 있겠어. 봐봐.”
망령은 고개를 돌려 투이를 바라보았다. 투이는 여전히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얼굴 아래로 뒤늦게 그의 행색이 눈에 들어왔다. 오물과 피로 범벅이 된 옷, 이전과 달리 해골처럼 움푹 들어간 얼굴··· 지난날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사실은 알고 있지? 돈을 줄 농장주가 아니란 걸 알잖아. 그런 사람이었으면 당신을 그렇게 대하지도 않았겠지.”
맞다. 농장주는 자신을 말하는 짐승처럼 대했다. 짐승에게 돈을 주는 사람 없다.
“저 사람은 그저 당신과 똑같은 처지로 전락한 거야. 짐승보다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거라고. 이미 당신과 똑같은 처지인데 그 목숨을 앗아가고 싶어? 그렇다고 하면 진정 그걸 바란다면 도와줄게. 죽기보다 더한 삶을 살게 해줄게. 근데 그거 아니잖아. 당신이 진정 바라는 건 따로 있잖아.”
맞다. 태구의 말대로다. 자신을 이리 만든 이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는 것도 바라잖은 일이지만 그보다 더 염원하는 것이 있었다. 태구는 그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하여 망령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입에 담았다. 투이가 다시금 자신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