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34)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35화(134/157)
다신 없을 여름 휴가 (5)
태구가 망령의 부탁에 응답하여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새하얀 광채가 투이의 눈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 순간.
“으, 으으으. 내 다리, 내 다리···”
이를 딱딱거리며 고통에 울부짖던 투이가 눈을 크게 부릅떴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극심했던 고통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 어···”
뿐만 아니라 분수처럼 픽픽 새 나오던 피도 멎었다. 투이의 다리를 붙잡고 지혈을 도와주던 아경도 이런 변화에 놀라 태구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의미였다.
“부르는 소리가 들릴 텐데?”
그런 다음 제 다리만을 쳐다보고 있는 투이를 불렀다. 투이는 화등잔만 한 눈으로 제 다리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연신 살려달라고 중얼거린다.
“흐, 흐으. 살려주··· 살려줘.”
[투이!!!!!!!!!!]그의 귓가로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인 고향 형의 목소리였다.
“으, 으으.”
문득 조금 전 마주했던 처참한 형의 얼굴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죽은 짐승의 사체에 머리를 처박고 기괴한 웃음을 흘리고 있던 그것.
그것이 저를 부르고 있었다.
‘죽일 거야. 날 데리고 가려고 온 거야. 흐으, 제발. 제발.’
투이는 겁이 났다. 저를 부르고 있는 그것과 눈을 마주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번엔 다리가 아니라 다른 곳을 찌르라고 하겠지? 어딜까, 어디. 머리를 내리치게 될까?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죽는건가?’
투이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태구를 비롯해 아경과 복차 흑룡이 그의 근처에 서 있다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만큼 그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또다시 형의 목소리가 투이의 귓가를 스쳤다.
[그래. 죽이고 싶었지. 내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느끼길 바랐지. 만신창이가 되길 원했어!]“히이익!”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형은 그런 제 마음에 들어오기라도 한 듯 그렇게 대꾸하고 있었다. 그런 형의 목소리에서 투이는 비통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살려 달라는 내 간절한 애원을 매몰차게 내쳤으니까! 내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을 가져갔다고 여겼으니까! 투이, 투이야! 대체 나한테 왜 그랬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네가 나를 그리 저버릴 수 있었던거냐. 투이 ! 대답해, 투이!]‘···’
그리고 그 순간, 형을 마주할 용기가 났다. 갑자기 왜 그런 용기가 난 건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투이는 질끈 감은 두 눈을 떠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 형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를 보며 기괴하게 웃어대고 있던 그것.
[나를 죽이고 잠이 오더냐? 똥 밭에 나를 쳐 박아두고 밥이 넘어가더냐? 흐으, 나는 너를 친동생처럼 여겼는데!]그것 아니 형은 저를 보며 어린아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여전히 처참한 행색을 하고 있지만 무섭지 않았다. 그 눈물을 마주하고 있자니 가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잘못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자, 잘못했어. 내가, 내가 잘못했어. 형. 흐어어엉. 미안해. 잘못했어.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그러면 안 되는 건데 흐어, 헝.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돈을 받니 받지 않았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매일 밤 혼자 곱씹던 그 말을 뒤늦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 투이였다.
[으흐흐, 흐으흐흐흐.]그 진심 어린 사과와 후회에 망령은 웃고 울기를 반복했다. 미안하다는 그 말이 뭐라고 잘못했다는 그 말이 뭐라고 원통한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 성싶었다. 그게 웃기고 또 슬펐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내 다리 찾아와. 똥 밭에 처박은 내 몸도 찾아내. 그리운 내 고향에, 내 가족들 곁에서 지내고 싶은데 다리가 없어 갈 수가 없어. 너희들이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러니까 네가 찾아내. 내 다리, 내 몸 다 찾아내.]망령이 투이를 보며 말했다. 똥 밭에서 구르고 있는 불쌍한 제 몸을 건져내라고 말이다. 다른 사람은 안 된다. 저를 그렇게 만든 이들이 건져주길 바랐다.
“응. 그럴게, 내가, 내가 찾을게.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 망령의 말에 투이가 대답했다. 어떻게든 찾아내겠다고.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테지만 뼛조각이라도 건져내겠다고. 괜히 하는 말이 아녔다. 그렇게 투이는 엉망이 된 제 다리를 한번, 망령을 한번 번갈아 보았다.
‘걸을 수 있을까? 아니, 기어서라도 가자.’
이윽고 결심을 굳힌 그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두 다리는 땅을 딛고 서 있었다. 힘이 풀리지 않았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할 일을 해야 했다.
***
사건이 있던 그날.
“흐으, 흐으. 미안, 형.”
투이가 삽자루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 앞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고향 형이 있었다.
“지가 쳐 죽여놓고 미안하다네. 크크.”
거나하게 취한 농장주는 그런 투이를 보며 낄낄대기 바빴다. 그리고 비틀비틀 걸어가 구석에 놓인 굴삭기를 몰고 왔다. 짐승의 폐사체와 분뇨를 불법 투기를 할 때 사용하는 장비였다.
“야이, 씨바꺼. 뭐 제사라도 지내주려고?”
그 위에 올라탄 농장주는 우두커니 서 있는 투이를 보며 소리쳤다.
“······”
투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으니까. 그저 바닥에 널브러진 형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때, 등 뒤로 부웅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그의 몸은 허공을 날았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굴삭기에 장착된 헤드가 그의 허리를 쳤기 때문이다. 허나, 그는 비명을 내지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아니던가. 투이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고요한 정적을 깨우는 비명이 있었다. 투이의 목소리가 아녔다. 비명은 바닥에 쓰러진 형이 내지른 소리였다.
‘!’
죽은 줄 알았는데 죽지 않은 모양이었다. 불현듯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농장주 몰래 형을 빼돌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개를 꺾어 형을 보는 순간 대경실색하고 만 투이였다.
“이익, 이 찢어 죽일 놈들. 내가, 내가···”
농장주가 몰고 온 굴삭기 바퀴 아래 형이 있었다. 저래서는 살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피를 쏟아내는 형이었다.
굴삭기 아래 형이 깔린 것을 모르는지 그도 아니면 알면서도 저러는 것인지 농장주는 계속해서 운전을 해댔다. 찌걱찌걱거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그렇게 형은 피 웅덩이 속에서 생기를 잃었다.
잠시 후.
“에이, 씨! 하여간 손 많이 간다니까. 우윽. 어으, 속 울렁거려. 어이!”
굴삭기에서 내려온 농장주가 처참한 형의 시체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제 좀 술이 깨는지 구역질하며 투이를 불렀다.
“저대로 내버려 둘 거야? 치워. 그리고 말끔히 정리되면 말해. 아, 그리고 오늘 일··· 알지?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끝이야. 끝. 단돈 얼마라도 줄 테니까 입 다물고 있으라고.”
그러면서 쓰러진 시체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이 새끼가! 대답해 대답 ! 네 인생 여기서 쫑내고 싶어? 어? 내가 말했지. 나는 괜찮다고. 엉?”
그 윽박에 투이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투이는 농장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형의 시체를 제 손으로 묻어야 했다.
**
도축장 위로 올라가면 뒷산 하나가 나온다. 망령은 그곳으로 태구 일행을 이끌었다. 그곳에 자신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그가 손을 뻗었다.
“으윽.”
“저기 있나 보네.”
태구의 말에 흑룡이 카메라를 들어 앞을 비췄다.
– ㅅㅂ진짜 선을 제대로 넘어 버리네.
– 저게 다 똥이야?
– 똥만 있으면 다행이게.
– 오늘부로 국밥부 장관직 내려놓아야겠다.
– ;;;;; 나는 못 보겠다.
검은 봉분 같은 것이 카메라에 담겼다. 물론 봉분은 아니다. 이는 농장에서 무단 투기한 짐승의 분뇨와 폐사체였다. 그렇게 봉분처럼 보이는 오물산은 마치 산사태라도 난 듯 흘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허어, 허억.”
삽자루를 든 투이가 오물산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멀쩡한 몸으로도 들어가기 꺼려지는 곳인데 하물며 투이는 처참한 몰골을 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인상을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뭐에 홀린 것처럼 그저 파고 또 팔 뿐이었다.
[피클말고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거 세균 감염으로 가겠네.
–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 범죄자 동정ㅎㅏ지마ㅡㅡ
– ㅇㅈ. 자기가 한다잖아. 태구가 시킨 것도 아니고.
– 근데 이미 몇 달이나 지났다매.
– 저런 곳에 묻혀 있으면 다 썩었을 것 같은데 그걸 어케 찾아냄.
– 중꺾마 모르냐?
– ㅇㅈ. 뼈라도 찾아내야지.
시청자는 투이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태구와 복차를 통해 대강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들은 기대하지 않았다. 시청자 대부분은 망령의 시신을 찾을 수 없다 여겼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버렸으니까. 더군다나 맨땅에 묻은 것도 아니고 저런 곳에 매장했으니 그 시신이 온전할 리도 없었다. 그리하여 일단 경찰부터 부르자는 의견이 팽배해지던 때였다.
“히익.”
입을 다물고 연신 땅만 파고 있던 투이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게 아니겠나. 그 예사롭지 않은 모습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찾은 모양이네.”
“찾았다고? 태, 태구야 보여?”
“···어, 다리.”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삽자루를 내팽개친 투이가 구덩이 안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태구의 말대로 그건 다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모양새가 온전했다. 오물이 묻어 거뭇거뭇한 것만 빼면 말이다. 말도 안 될 일이었다.
“말도 안 돼.”
흑룡이 벙찐 얼굴로 읊조렸다. 그러면서 재빨리 셀프캠 모드로 전환했다. 차마 시신의 일부를 보여줄 순 없었으니까.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왜왜왜왜오애ㅗ애ㅗ애왜
“형님들. 하, 하나도 안 썩었어요. 그냥 잘린 다리···우우웩.”
– 진심?
– 그게 말이 되냐.
– 주작 같은데.
– 보여줙ㄱㄱㄱㄱㄱㄱㄱㄱ
– 흑룡쉑이 저러는 거 보면 진짜 같은ㄷㅔ;
믿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녔다. 아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사이, 투이는 찾은 다리를 망령의 앞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다시금 오물 구덩이를 향해 걸어갔다. 아직 그 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망령은 잘린 제 다리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이렇듯 제 눈으로 보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를 본 태구가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이윽고 바닥을 기며 통곡하던 망령의 텅 빈 하반신이 형체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망령이 그토록 바라던 다리를 찾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이런 씨빠꺼, 느, 느그들 다 뭐야. 너 이 새끼 뭔 짓 한 거야!”
산 아래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히익”
흑룡과 아경이 고개를 돌렸다. 귀신을 본 것도 아닌데 두 사람의 눈에 공포가 깃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저 멀리서 비척비척 걸어오는 사내의 손에 기다란 엽총이 들려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