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3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36화(135/157)
다신 없을 여름 휴가 (6)
“느그들 뭐냐. 남의 농장에 들어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 엉?”
농장 앞, 주차된 차를 봤을 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엽총을 챙겨 들고 농장을 뒤졌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곳에 있을 줄이야. 여긴 그의 역린이나 마찬가지인 장소였다.
무단으로 투기한 분뇨와 사체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의 시체까지 묻어둔 곳이 아닌가.
물론 이미 다 썩어 문드러졌을 테지만, 그래도 괜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긴 싫다.
“투이—!”
확실히 알아야겠다.
‘저놈들은 누구인지, 대체 이곳에서 뭘 하는 건지, 만일 뭘 눈치챈 거라면···’
엽총을 든 김호식이 침을 꿀꺽 삼키며 투이를 불렀다. 당장 이 상황을 설명하라는 협박이자 경고였다.
“투이!”
그 목소리에 투이가 고개를 들었다.
“···”
평소라면 농장주의 부름에 곧장 달려가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다.
허나, 지금의 투이는 그럴 수 없었다. 농장주 앞에 선 형이 저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이젠 농장주의 말에 따를 생각이 없는 투이였다.
그런 이유로 투이는 다시금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삽자루를 들고 오물산을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저 미친 새끼가.”
그런 투이의 모습에 김호식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가? 그도 아니면 이 김호식을 우습게 보는 것인가?
후자라면 본때를 보여줘야 할 성싶다. 그렇게 태구 일행을 겨냥한 총구가 방향을 바꾸는 순간, 거뭇한 무언가가 뒤늦게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
그것은 잘린 다리였다. 분명 썩어 문드러져 있어야 할 다리가 푸르딩딩한 색을 띤 채 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그걸 본 순간 김호식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들이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인지 말이다.
“이씨바꺼···”
그렇다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그때.
“어, 어? 동작 그만. 총 내려놔요. 지금 우리한테 총 겨누고 있는 거 바, 방송으로 다 송출되고 있거든요?”
사색이 된 흑룡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보란 듯이 손에 든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 저 할배가 농장주냐?
– ㅈㄴ늙었는데.
– 왜 ㅈㅓ런 거 한테 당했을까.
– 지금처럼 총 들고 선빵 갈긴 건 아닐까?
– 그럼 당하지.
– 지랄. 쏠 테면 쏴보라고 해. 바로 쇠고랑 차죠?
– 쏘긴 뭘 쏴. 그럼 태구 애들 다 죽는 건데.
– 흑룡. 존댓말 무ㅓ냐? 범죄자한테 지금 예의 차리는 거?
– 222222
일촉즉발의 긴장이 채팅방을 들썩이게 했다. 이 와중에도 흘깃 채팅장 분위기를 확인한 흑룡이 말을 덧붙였다.
“그, 그거 당기는 순간 말년 참 재밌을 거야. 엉? 지금 이 방송 보고 있는 사람만 해도 30만이든? 인터넷방송 뭐, 그런 거 알지? 지금 이거 다 실시간으로 나가고 있으니까 잘 생각해야 할 거야. ㅇㅓ어? 총 내리라고!”
훌륭한 BJ는 민심을 챙기는 법. 이전에는 존댓말을 썼다면 이번에는 반말을 내뱉는 흑룡이었다.
그러나 호기로운 말투와 상반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그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빌어먹을 노인이 방아쇠를 당길까 두려운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때 쪼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끝이다. 기세로 밀고 나가야 했다. 이렇듯 덤덤히 말하는 태구처럼 말이다.
“충고하는데 그거 내리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살고 싶으면 빌어.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빌어. 말년에 기어다니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허나, 기세가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김호식은 총구를 내리지 않았다. 반성하는 기색 같은 건 없었다. 말투에서도 눈빛에서도 느껴졌다. 그가 쌍욕을 곱씹으며 다시금 엽총을 그러쥐었다. 꽉 쥔 손에서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이씨빠꺼들, 지랄···히익!”
타앙!
어마어마한 총성이 터졌다. 김호식이 기어코 방아쇠를 당기고 만 것이다.
“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흑룡이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내질렀고, 아경은 귀를 막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 ㅁㅊ흑룡이 괜찮냐?
– 이렇게 가는구나.
– 삼가 고인의 비비빅이요.
– 장난 ㄴㄴ
– 돌았다. 애들아. 괜찮아?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00 개 감사합니다.]– 만개 투척. 정신 차려ㅡㅡ 괜찮음?
“괘, 괜찮···으이이익!”
흑룡이 날아가는 정신줄을 간신히 붙잡아 달풍에 반응하려는 때.
타앙, 탕앙, 탕—
다시금 총성이 울렸다. 화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김호식은 연이어 엽총을 격발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몇 번이고 총성이 울리는데 비명을 지르는 이가 없다. 아경도 복차도 태구도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가! 죽어, 죽어!”
비명은 농장주가 내뱉고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누가 봐도 총을 든 농장주가 다 이긴 싸움이다. 그런데 어째서 저렇듯 두려움에 찌든 목소리를 내뱉는 것일까.
그 목소리를 들은 흑룡이 다시금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전에 동료들의 안위부터 확인했다.
“아, 아경아. 복차야. 태구야··· 다들 살아 있지? 어?”
다행히 바닥을 뒹구는 이는 없었다. 다들 멀쩡한 모양새였다. 아경은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채 경찰을 입에 담았고.
“저는 괜찮아요. 선생님들.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여기 주소가 어떻게 되냐면···”
태구와 복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서 농장주에게 총을 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총 내려두고 빌라니까.”
“쯔쯔. 그러게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좋았을걸. 하여간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들은 저렇게 제 무덤을 판다니까요.”
흑룡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를 따라 카메라도 움직였다. 카메라 안으로 농장주의 모습이 담겼다.
탕, 탕—!
이로써 총 4발의 격발.
“으, 으아아악. 가!”
그는 미친 사람처럼 사방으로 총질해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큰 총성이 터져나갔다. 그런데 괴이한 것은 표적이 될 만한 게 없는 허공에 총질해대고 있는 것이었다.
눈앞에 자신들이 떡하니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애먼 곳을 향해 총구를 겨눠댔다. 흑룡을 비롯해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 설마···
– 망령 보나 보다.
– 그래서 태구가 총 내리고 빌라고 했던 모양인데?
– 그럴 생각이었으면 저 외노자처럼 총 버리고 오물밭에 당장 뛰어들었겠지
– 어어어어? 뜬다, 발, 발발발!
망령을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투이도 그러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실제로 농장주는 망령을 보고 있었다.
[이히히, 내가 말했었지. 네놈을 씹어 갈아 마시겠다고.]시작은 그랬다. 불식간에 총구 바로 앞에서 대가리를 들이미는 사람이 보였다. 아니,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분뇨로 뒤덮인 얼굴에 핏발선 눈을 한 이는 자신이 죽인 말하는 짐승 새끼였다.
“히이익!”
그때, 농장주는 첫발을 날렸다. 망령은 흩어지는가 싶더니 농장주의 옆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지독한 악취와 피비린내가 농장주의 코끝을 스쳤다.
[이씨빠꺼야, 어떻게 죽여 줄까.]농장주는 그것을 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냉큼 잘못했다 비는 투이와는 다른 행보였다.
타앙, 탕—!
“죽어, 죽어!”
빠르게 몸을 돌려 망령의 대가리에 총질해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뜻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다.
[이히히히, 저기 버려진 짐승 새끼처럼 그 목을 잘라줄까.]이번에는 그의 등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망령이었으니까. 망령은 무시무시한 악력으로 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끄, 끄윽···”
그로 인해 공중으로 뜨게 된 농장주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컥컥대며 희번득 눈을 뒤집어 까는 농장주. 그런 상황에서도 손에 쥔 엽총만큼은 놓질 않는다.
타앙!
그렇게 세 번째 방아쇠를 당겼고.
[아니지, 목은 아니지. 네놈 다리도 으깨버려야지. 그래야 공평하지.]이윽고 바닥으로 다시금 떨어질 수 있었다.
그때, 네 번째 총성이 울렸다.
“으···으···”
이번에는 그가 쏜 게 아니었다. 누군가 제 손을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 누군가가 망령임을 모를 리 없는 농장주였다.
그리고 그 순간.
타아아앙!
엽총 산탄에 든 납알이 바위를 때렸다. 그와 동시에 바위를 맞고 튕겨 나온 파편이 농장주의 허벅지에 박혔다. 찰나의 순간 벌어진 일이었다.
[이히히히, 이히히히, 하하하하하하하. 아프냐? 그래도 네 다리는 아직 붙어 있잖아!]망령은 다리를 부여잡고 우는 농장주의 주변을 맴돌며 웃고 또 웃었다.
“그러게 빌라고 했잖아.”
그쯤이면 됐다 싶었다. 하고픈 대로 놔둘 수도 있지만 그래서는 나쁜 업만 얹어질 뿐이다. 마무리는 자신이 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쓰러져 울부짖는 농장주 앞으로 다가간 태구였다.
“사, 살려줘. 살려줘.”
농장주는 본능적으로 태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내게 할 말이 아닐 텐데.”
망령에게 해야 할 말이었다. 태구가 제 옆에 선 망령을 바라보았다. 망령은 섬뜩한 눈빛으로 농장주를 쏘아보고 있었다. 물론 농장주의 눈에도 보였다.
“으, 흐흐··· 제발.”
죽지 않으려면 답은 하나였다. 농장주는 태구의 뜻대로 했다. 생전, 말하는 짐승이라 무시한 망령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이럴 거였으면서, 히히히. 이렇게 빌 거였으면서!]“제발, 제발 살려줘.”
[나도 그렇게 말했었지. 살려달라고. 히히,히히히.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했었지. 춥고 냄새나니 기숙사를 얻어 달라고 했었지. 가족이 아파 고향에 돈을 붙여야 하니 그간 모아둔 내 월급을 달라고 했었지! 그랬는데 네놈은 날 어떻게 했지?]“으흐, 흑. 잘못했다.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 제발 살려줘.”
[말해. 그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당장 말해! 말! 말해!]“말하는 짐승이나 말 못 하는 짐승이나 짐승은 똑같은 짐승이라고, 그러니 머, 먹고 자는 것도 다를 바 없어야 한다고. 도, 돈은···”
서슬 퍼런 그 눈빛에 질린 농장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백했다. 생전 망령을 어떻게 대했고, 또 어떻게 죽였으며, 그 시체를 어찌했는지까지 말이다.
– 이거 완전 개새끼네.
– ㄴㄴ가스라이팅 장인임.
– 진짜 짐승 길들이듯이 길들였잖아?
– 네가 인간이냐?
– 내가 녹화 다 떴다.
– 그래서 경찰 언제 오는데ㅡㅡ
– 같은 한국인인 게 창피하네.
그렇게 한참 제 잘못을 쏟아낸 농장주가 흘깃 망령을 바라봤다. 묻는 대로 답했으니 살려달라는 눈빛이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에게서 진심 어린 반성과 후회 같은 마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히히, 이히히히. 그저 네 목숨만 중하지.]그게 망령을 분노하게 했다. 저 뚫린 입 밖으로 내장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용솟음쳤다.
그런데 그때.
[피클모아태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창피하네. 살아보겠다고 말도 안 통하는 다른 나라 와서 고군분투하는 사람한테 그러고 싶더냐? 내가 다 미안하고 슬프네.
[태정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우리가 달풍 쏘면 그 영가도 들을 수 있으려나? 듣고 있다면 내가 대신 미안하다는 말 전할게요. 미안합니다. 그리고 애썼어요.
[군필여고생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 진짜 알겠는데 괜히 힘 쓰지 마요. 우리가 저놈 벌 받게 할게요. 그러니까 더러운 꼴 보지 마요.
달풍 릴레이가 터졌다. 생면부지 시청자들이 농장주를 대신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진정 망령이 듣고 싶은 말이었다. 비록 농장주가 내뱉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런 그들의 어루만짐에 핏발 선 망령의 눈에서 눈물 뚝뚝 떨어졌다.
[으흐흐.]복차가 조용히 그 모습을 입에 담았고.
– 울지마! 울지마!
– 좋은 곳으로 가요.
– 뒷일은 우리한테 맡기고.
– 시신도 걱정 말아요. 그리워하던 고국으로 무사히 돌려 보내줄게요.
시청자들은 다시금 따스한 말을 쏟아냈다. 이윽고 망령이 손가락을 들어 투이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가 서 있는 오물 밭을 가리키며 말했다.
[찾.아.내. 내 몸 찾아와.]시신만 찾아낸다면 무사할 거란 의미였다. 이를 알아들은 농장주가 바닥을 기며 오물밭으로 향했다.
흙바닥 위로 긴 핏자국이 남았다.
“으, 으.”
이윽고 투이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간 농장주는 정신없이 오물 밭을 파헤쳤다. 태구 일행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투이와 달리 연신 고통에 쩌든 비명을 지르며 손을 놀리지만 그의 행동을 만류하지 않았다. 그저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신고받은 경찰이 농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농장주와 투이를 체포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생전, 그들이 저지른 범행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었으니까. 더불어 처참한 다리 역시 제 손으로 만든 상처였으니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
그렇게 태구 일행은 농장을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