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36)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37화(136/157)
영혼 결혼식 (1)
경기도 고양시 모 대학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20대로 보이는 앳된 여자의 증명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걸려 있다.
증명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쓸 만큼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어유, 좋은 날 잡아 두고 이게 무슨 일이야.”
“아이고, 수영아!”
게다가 고인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그런 이유로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그중 누군가는 고인의 속사정을 들먹이며 이러쿵저러쿵 속닥이기도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수영이 걔 운전 경력이 몇 년인데 거기서 추락해.”
“그러니까 말이야. 말로는 빗길 사고라는데 영 이상하긴 하더라.”
평소 고인을 시샘한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럼 설마 동반 자살?”
“근데 그게 또 이상해. 오빠랑 내가 아는 사이잖아.”
“어어.”
“전날, 우리 모임 단톡방에 청첩장 준다고 약속까지 잡았단 말이야. 근데 그런 사람이 하루만에 그런 선택을 한다고? 결혼식만 기다리던 오빠가?”
“······야, 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던 그때였다.
“내 아들 살려내, 내 아들 살려 내!”
검은색 장례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고인의 빈소에 난입했다. 옆 호실을 사용하는 고인의 어머니였다. 더불어 그녀는 고인, 한수영의 시어머니가 될 뻔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여하튼 황소처럼 돌진한 그녀가 영정사진이 올려진 헌화대를 쓸어버렸다. 그로 인해 빈소는 불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에 상주 역할을 하고 있던 고인의 여동생, 한미희가 다급히 중년 여성의 허리 채를 붙들었다.
“왜 이러세요. 그만 하세요.”
“왜 이러세요? 저년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는데 왜 이러세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운전대를 잡은 건 명백히 그녀의 언니, 한수영이었으니까. 그 결과 조수석에 타고 있던 예비 형부도 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중년 여성은 괜히 이러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만, 그만 하세요.”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한미희가 울며 빌었다.
“그만 못해! 내 아들 살려내! 내 불쌍한 아들. 흐어어엉.”
오기섭의 모친 역시 울며 소리쳤다. 그 소란스러운 소리에 빈소 밖으로 조문객들이 몰려들었다. 비통함으로 가득한 장례식장이었다.
***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사돈 처녀.”
오기섭의 모친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를 불렀다.
“앗, 안녕하세요.”
택시에서 내린 한미희가 저를 향한 미소에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오느라 힘들었지?”
“제가 운전한 것도 아닌데요. 뭘.”
“그래도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어머니는 별말 없으셨어?”
“잘 하고 오라고 하시죠. 아, 그리고 자리하지 못 해서 죄송하시다고 전해달라고도 하셨어요. 아직 퇴원은 무리인지라···”
“힘들면 어쩔 수 없지. 아, 우리 바깥 양반은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제가 너무 늦은 걸까요?”
오기섭의 모친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늦기는! 예식은 밤 되면 시작할텐데, 뭘.”
확실히 전과는 다른 태도였다.
“아무튼 들어가자.”
오기섭의 모친은 살가운 눈빛을 띠며 한미희의 손을 부여잡았다. 한미희도 빼지 않았다.
“아차. 유품은 잊지 않고 챙겨 왔지?”
“네.”
“들어가서 선생님한테 드리면 될 거야. 우린 벌써 드렸어.”
둘 사이가 이렇듯 가까워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
오기섭의 모친이 한미희의 집을 찾았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한미희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었다. 그럴만도 했다. 따로 왕래하는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죽은 형부의 모친은 언니를 비롯하여 자신의 집안을 원수 보듯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이렇듯 찾아와 상의할 게 있다고 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때. 오기섭의 모친이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식도 치르지 못하고 간 아이들이 불쌍하지 않냐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두 사람을 맺어주자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영혼 결혼식을 치르자는 말이다. 영혼 결혼식은 명칭 그대로 산 자가 아닌 영혼들을 맺어주는 것을 뜻한다.
생전 그렇게 반대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둘을 맺어주자니. 희안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동한 한미희였다.
그렇게 두 집안은 영혼 결혼식을 맺기로 약조했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결혼식은 경기도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치르기로 했다. 그곳에 예식을 주관할 무당의 법당이 있었다.
“먼저 와서 보니까 준비는 얼추 다 끝내 놨더라고. 유품 건네고 해 지기만 기다리면 될 거야.”
오기섭의 모친이 한미희를 이끌었다. 그렇게 굿당 안으로 들어가게 된 한미희였다.
그녀의 말대로 준비는 다 끝난 성 싶었다. 굿당 안에 차려진 초례상이 보였다.
상 위에는 오기섭의 모친이 준비한 예물과 솔잎 가지, 기러기 한쌍, 국수 두 그릇 그리고 신랑 신부가 나눠 마실 술잔이 놓여 있었다.
척 보기에도 대충 차린 상이 아니었다. 예물부터가 그랬다. 얼핏 보기에도 몹시 고급스러워 보였다. 영가들의 결혼식이라지만 들어간 정성과 금액은 산 자들의 결혼식 못지 않았다.
그렇게 차려진 상을 보고 있자니 괜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우리 언니, 생전에도 전통 혼례식 하고 싶어 하더니 결국 하게 됐네. 실제로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던 그때.
굿당 문이 열렸고.
“신랑, 신부 입장이요—!”
신랑 신부가 입장했다. 영혼 결혼식 굿판에 동참한 무녀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들고 들어온 것이다.
“!”
그렇게 영혼 결혼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영혼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과 달리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감미로운 결혼 행진곡 대신 신명나는 태평소 가락이 굿당 안으로 울려 퍼졌고, 하객들의 박수 소리는 훌쩍이는 유가족들의 울음 소리로 대체 되었다.
유품을 건네 받은 무속인은 법문을 외우며 언니와 형부의 넋을 불러 들였다. 그런 다음 신부와 신랑의 맞절을 알리는 교배례를 외쳤다.
“교배례——!”
그 말인즉슨 언니와 형부의 넋이 인형에 깃들다는 말이었다. 예식은 별탈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신부가 신랑에게 큰절 올리겠습니다.”
신부 인형을 들고 있는 무녀가 언니를 대신해 큰절을 했고 그 절을 받은 맞은편 무녀 역시 신랑 인형을 들고 맞절을 했다.
“이번에는 신랑이 신부에게 답절을 올리세요.”
그러던 그때.
틱, 틱, 또옥, 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작은 소리가 이상하게 귀에 걸렸다. 한미희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소리는 술잔에서 나고 있었다. 술잔에 금이 가 채워둔 술이 흘러 내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고, 술잔이 깨질만큼 좋으시다네!”
무당도 이를 본 것인지 크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참 거슬렸다. 찰나의 순간, 당혹스러워 하는 무당의 표정을 보고만 한미희였다.
‘흐음.’
좋다면서 왜 저런 표정을 짓는걸까? 이상했다. 하지만 기분 탓이라고 여겼다.
다음은 폐백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영가들의 결혼식이라고 허투로 하지 않았다.
“우리 아들, 이제 좀 편히 갈 수 있겠어? 비록 짧은 생 살다 가지만 거기서는 금슬 좋게 잘 살아. 네가 그리 좋아하는 수영이랑 평생 함께 해. 아들. 응?”
“그래. 이제 네 엄마 그만 괴롭히고 인석아.”
오기섭의 양친이 짚인형을 보며 덕담 아닌 덕담을 했다. 곁에서 그 말을 들은 한미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괴롭혀요?”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말이 아닌가.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이이는 참, 무슨 쓸 데 없는 말을 하고 있어.”
“아니, 지 여자친구랑 함께 하고 싶다고 자기 꿈에 나왔다면서. 그 이야기지.”
전자는 모친이었고 후자는 부친이었다. 한미희가 쓸쓸히 읊조렸다.
“꿈에 나왔다니 부럽네요. 저희 언니는 그러고 가서 한 번을 안 찾아와 주던데.”
“그래?”
“네. 그러니 꿈 이야기 좀 해주세요. 형부 아니 오빠가 꿈에 나와서 뭐라고 하던가요? 아, 혹시 저희 언니도 보셨어요?”
“여보, 말 좀 해 줘봐. 궁금하다잖아.”
남자가 와이프를 찔렀다. 오기섭의 모친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애들 식 중이잖아. 끝나고 이야기해도 안 늦어.”
때마침 예식을 주관하는 무속인도 말을 보탰다.
“그래요. 신방 들어가야죠.”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그에 한미희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잠시 후. 신랑 신부를 위한 신방이 차려졌다. 원앙 금침 위로 신랑 신부를 대신하는 짚 인형 한 쌍이 올라갔다.
그렇게 나란히 누운 인형 위로 이불을 덮어준 무속인이 말했다.
“자, 이제 좋은 시간 보내야 하니 우린 그만 자리 비켜 주죠.”
그런데 그 순간.
‘안돼!’
어렴풋이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한미희가 신부 인형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언니?”
“······”
대답은 없었다.
잘못 들은 건가?
“자자, 나갑시다.”
무속인이 우두커니 서 있는 한미희를 재촉했다. 그녀가 주춤 걸어가다 발을 멈췄다.
“꼭 나가야만 하는 건가요?”
그러자 무속인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언니 합방 지켜 보려고요? 동생 분이 언니 생각을 전혀 안 하네.”
“···아니. 어차피 여기 있는 건 인형이고 언니의 넋은 보이지도 않잖아요.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린 못 보는···”
“쯔쯔. 그런 마음으로 영혼 결혼식을 시켜서 쓰나. 잘 살라고 전력을 다해 빌어줘도 모자랄 판에 언니의 넋은 보이지도 않아?”
“사돈 처녀. 왜 그래!”
무속인이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자 오기섭의 모친이 눈을 부릅 떴다. 다 된 밥에 재 뿌리지 말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뒤늦게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함께 하려는데 가족이 도와 주질 않으니. 참으로 안타깝네.”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면 빨리 나가요. 훼방 놓지 말고.”
무속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휘저었다. 영혼 결혼식을 주관하는 사람이니만큼 그의 말을 거스를 순 없었다.
결국 한미희는 그의 말을 따라야 했다. 그녀를 따라 오기섭의 양친도 굿방을 벗어났다. 그리하여 맨 마지막으로 나온 무속인은 문을 닫으며 법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품안에서 노란색 종이를 꺼내 닫은 굿당 문 위에 붙였다.
“잘 봐둬요. 만일 누군가 들어가면 이 종이가 찢어질 테니까. 다시 말해 내가 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못 들어 간다는 말입니다.”
만일 이곳에 다른 무속인이 함께 자리해 있었다면 지금 무얼 하는 거냐고 호통을 칠 행도잉었다. 하지만 무속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이상한 점을 찾지 못 했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치뤄보는 예식이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무속인의 말대로 삼십 분 정도가 흘렀다.
“자, 이제 들어 가 봅시다. 신랑 신부가 일을 잘 치뤘나 모르겠네요.”
무속인이 스스로 붙여둔 부적을 떼어내며 굿당 문을 열어젖혔다.
“어머!”
그를 따라 들어간 오기섭의 모친이 두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됐네, 됐어.”
그 다음으로 그의 부친이 흡족한 어투로 말했고, 마지막으로 굿당에 들어선 한미희는 토끼눈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신방 깔린 원앙 금침을 바라보았다.
나갈 때는 분명 나란히 누워 있던 짚 인형이 포개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다 함께 나갔고 다 함께 들어왔다. 게다가 문박에는 부적까지 붙여 두었다.
무속인의 말마따나 누군가 들어갔다면 그 부적이 찢어져 있어야 했다. 그러나 찢어진 흔적 같은 건 없었다. 더불어 굿당은 원룸 형태로 누군가 숨어 있을만한 공간도 없었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인형 스스로 움직였다는 말이었다.
“허허허. 거 참.”
“잘했다, 잘했어. 아들, 금슬 좋게 잘 살아.”
그에 오기섭 양친은 후련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래. 언니, 잘 살아. 행복해야해.’
한미희도 다르지 않았다. 제 눈으로 저런 광경까지 봤는데 무얼 의심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언니의 행복을 바랐다.
그렇게 모두의 축복 속에서 영혼 결혼식을 올린 망령들이었다. 그때까지 한미희는 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날 밤.
죽은 언니가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