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3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38화(137/157)
영혼 결혼식 (2)
영혼결혼식을 치른 그날 밤.
“신기하긴 하더라.”
한미희는 병원을 찾았다. 투병 중인 엄마를 보기 위함이었다.
“어떤 게?”
“그냥 다, 모든 게.”
그녀는 사과를 깎으며 오늘 보고 들은 것을 회상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돌이켜 생각해 봐도 신기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었다.
“엄마도 갔으면 좋았을걸. 엄마라는 게 딸 결혼식에 참석도 못 하고. 우리 수영이, 참 서운했을 거야.”’
그러자 입원복을 입은 여성이 자조적인 태도로 대꾸했다.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제 처지가 못내 서글픈 것이리라.
“에이. 언니가 그런 걸로 어디 서운해할 사람이야? 엄마 아픈 거 뻔히 아는데. 왔으면 더 속상했을 거야.”
그런 엄마의 마음을 눈치챈 한미희가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여자의 기분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아무렴, 서운해할 애가 아니지. 자기 생각은 하나 하지 않고 그저 가족 생각, 엄마 생각만 하던 애였잖아. 우리 착한 수영이, 참 힘들었을 거야.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엄마 때문에, 내 병원비 낸다고···”
부정적인 생각은 거대한 늪이 되어 그녀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딸의 사고도 자신 탓처럼 느껴졌다. 남들에겐 사고라고 말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는 달랐다.
조사 결과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브레이크 대신 악셀을 밟아 전복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딸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음주 같은 것도 아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자신이었다.
“또, 또! 이상한 생각 좀 하지 말라니까? 나 자꾸 그러면 집에 간다? 언니 결혼식 이야기 안 들을 거야? 응?”
엄마의 붉은 눈시울을 본 한미희가 이렇게 말하며 엄포를 놓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엄마한테 이야기 해줘.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정말 영혼결혼식이라는 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목소리부터가 달라졌다. 이에 한시름 놓은 한미희가 오늘 보고 들은 것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했다.
“응. 전통 혼례식처럼 치러졌는데 혼례복을 입은 인형을 들고 들어오더라고. 그 안에 언니와 형부에 영혼은 싣는다고 하더라? 근데 진짜 신기한 건···”
식 도중 술잔이 깨진 일을 말할 땐 깔깔거리며 이야기했고, 신방에서 본 민망스러운 장면을 입에 담을 땐 괜히 목소리를 낮추며 쑥스럽다는 듯 상황을 설명했으며, 사돈 어르신 꿈에 형부가 나왔다고 이야기할 땐 부러운 표정을 하며 말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웃고 울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끝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근데 언니랑 나눈 대화는 왜 이야기 안 해주니?”
“내가 언니랑 어떻게 대화를 해.”
“듣기론 무당이 자기 몸에 영가를 실어 가족과 못다 한 대화를 나눈다던데···”
한미희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
“그런 건 어디서 들었어? 원래 그렇게 한대?”
“혜정가 그런 말을 해주더라고. 그런데 안 했다고 하니까 이상하네.”
“혜정 이모가? 하기야, 그 이모 막 점 같은 것도 보러 다니고 그러니까 잘 알고 있겠네. 그런데 그런 건 없었어.”
“흐음.”
“아무래도 무당마다 하는 방법이 다 다른가 보지. 또, 인형에 언니의 영혼을 실었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그런가?”
살면서 무속인을 마주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미희를 비롯해 그녀의 엄마는 무교였으니. 신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도 믿지 않았다. 사람이 죽으면 그저 흙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그러나 한수영이 그렇게 된 후부턴 생각이 달라졌다. 여전히 종교는 없지만 영혼은 있다고 믿었다. 당장 우리들 곁엔 없지만 어딘가에 언니가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쉬어지는 것만 같았으니까.
여하튼 그런 이유로 무속적인 것에 대해 문외한인 모녀였다. 그랬기에 둘은 그저 무속인마다 하는 방법이 다른 거구나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렇게라도 기섭이랑 맺어줄 수 있어서 엄마는 참 좋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제 정말 언니를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언니 곁에 기섭이 오빠가 있을 테니까 이제 걱정하지도 않을 거야.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엄마 걱정은 마.”
떠나간 딸을 생각하며 자책하지 말란 소리다. 막내딸의 걱정에 그녀는 잘 이겨내 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는 우울하기 짝이 없었는데, 결혼식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나저나 너무 늦었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할 텐데 엄마가 너무 붙잡아놨네. 얼른 들어가.”
“으응. 안 그래도 인제 가려고 했어. 슬슬 눈이 감겨서 말이야.”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한미희였다. 이른 아침에 나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귀가한 그녀는 완전히 녹초가 됐다. 씻는 것도 뭘 먹는 것도 귀찮았다.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다.
그녀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홀린 듯 침대에 몸을 뉘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순간.
“아으···”
한미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기가 그녀의 몸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추워, 뭘 잘못 눌렀나···’
애벌레처럼 몸을 웅크린 한미희가 침대 끝으로 꼬물꼬물 기어가 손을 뻗었다. 침대 옆, 협탁 위에 에어컨 리모컨이 있었다. 잠에 취한 그녀는 살을 에위는 추위는 에어컨 탓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때.
‘!’
그녀의 손끝에 무언가 닿았다. 얼린 철사를 만지면 이런 감촉이려나 싶었다. 그런데 손끝을 스치는 얇은 철사가 몸서리치게 차갑다. 감은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말이다.
“헉.”
한미희는 숨을 들이마시며 부릅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방안이 허연색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안개처럼 보이기도 했다.
‘부, 불?’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숨 쉬는 것에 불편은 없었다. 더군다나 화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외려 몸을 에위는 추위만 느껴질 뿐이지.
그때, 다시금 손끝이 저릿했다. 마치 차가운 얼음장에 손을 댄 감촉이었다. 얇은 철사 따위가 또 한 번 그녀의 손끝을 스친 것이리라.
그에 한미희의 고개가 저절로 꺾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얇은 철사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철사 같은 게 아니었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붉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것은···
‘실? 대체 이게 다 뭐야.’
방안으로 붉은 실이 사방팔방 늘어져 있었다.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 찼다. 그러면서도 손은 저도 모르게 움직인다. 손끝을 스친 붉은 실을 그러쥔 것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건지는 모르겠다. 대체 이걸 왜 잡아당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미희는 침대와 바닥에 널브러진 붉은 실을 감기 시작했다.
붉은 실이 그녀의 손에서 다섯 바퀴쯤 감길 때였다. 느슨하던 실이 팽팽해지면서 끼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는 침대 맞은편에 놓인 옷장이었다. 한미희는 홀린 듯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작게 열린 그 문을 열어젖혔고.
“꺄아아아아아악!!!!!!!!!!!!!!!!!!!”
옷장에 걸려 있는 옷걸이 사이에 서 있는 무언가와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놀란 그녀는 냅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고 그 순간 그녀의 손에 감긴 줄이 옷장 안에 숨어든 누군가를 끌어당겼다.
어쩌면 그녀가 제 발로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이는 언니였다. 그런데 언니의 몰골이 심히 끔찍했다.
[으어,어,어어어아!]순간, 한미희와 눈을 마주한 언니가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나 한미희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언니의 입술 위아래로 실이 꿰매져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절규했다. 그러면서 손을 뻗었다. 그 손길이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 언니? 언니 왜 이래!”
옷장에 숨어든 이가 언니임을 확인한 한미희는 놀란 것도 잊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언니의 몰골을 살폈다.
[으어어, 어···]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꿰맨 붉은 실은 왼쪽 어깨를 타고 내려가 왼쪽 팔목에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수갑이라도 되는 양 언니의 왼쪽 팔목을 옥죄고 있었다. 어찌나 꽉 묶어 놓았는지 살갗이 다 파여 있다.
“누가 이랬어. 응? 누가, 누가···”
한미희가 언니의 눈을 보며 소리쳤다. 그 순간, 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실로 인해 꽉 닫힌 입이 벌어지면서 붉은 피가 쩍 하고 늘어난다.
[으, 어, 네, 가···]“네, 가···”
그녀가 언니의 입 모양을 따라 말했다.
[으, 으, 어, 그, 아, 아!!!!]“네, 가, 그랬잖아? 내, 내가?”
네가 그랬잖아, 네가—!
언니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야속한 눈빛으로 한미희를 쏘아보았다.
“내가 그랬다고? 내가? 그게 무슨 말이야.”
한미희는 납득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랬다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언니.”
그녀가 언니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언니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손바닥에서 저릿한 통증을 느낀 한미희였다.
“악!”
하지만 그런 이유로 비명을 지른 건 아니었다. 짧은 비명을 내지른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언니가 돌연 제 가슴팍을 팍 밀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엉덩방아를 찧게 된 한미희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넘어지면서 질끈 감았던 두 눈도 다시 크게 떴다.
“아?”
그 순간, 천장이 보였다. 온몸을 에워싼 냉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더불어 방안에서 넘실거리던 연기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랬다.
“그게 다 꿈이었다고?”
나직이 내뱉은 말마따나 꿈이었다. 그런데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꿈이 꿈같지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눈이라도 비벼볼 요량으로 두 손을 들었다.
한데, 놀랍게도 왼쪽 손에 자국이 남아 있었다. 붉은 실을 감았던 그 자국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손바닥에는 전날 보지 못했던 상처가 나 있었다.
‘꿈인데 꿈이 아니야?’
그 말인즉슨 언니의 행색 역시 진짜라는 말이다. 한미희가 상처 난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누가, 아니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였다. 영혼결혼식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사돈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계속해서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사돈 어르신, 괜찮으세요? 꿈에서 언니를 봤어요. 그런데···]이대로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순 없었기에 문자를 남기고 곧장 집을 나섰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른 새벽녘, 그녀는 전날 찾아간 무당의 법당을 찾았다.
“계세요? 저기요—!”
분명 이곳에서 먹고 자며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그런데 법당은 고요했다. 어제와는 퍽 다른 분위기였다.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까지 죽치고 기다려 봤지만 소득이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사돈어른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넣어 봤지만, 그쪽도 묵묵부답 이긴 매한가지였다. 이상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정신 차려, 한미희. 정신 차리는 거야. 일단 그 집에 가자.”
그녀는 주문 외우듯 혼잣말을 읊조리며 볼을 툭툭 두드렸다. 그러고는 법당을 떠나 예비 형부의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 그녀가 탄 택시 옆으로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그때, 그녀의 눈에 버스에 랩핑 된 광고 문구가 보였다. 한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광고였다.
[심령솔루션, 말 못 할 고민과 고통을 덜어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제보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