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4화(14/157)
선비의 고장
고민은 짧았고 실행은 빨랐다. 흑룡에게 방송 장비를 빌린 태구는 곧장 방송을 켰다.
[’강태구’ 님 방송을 시작하셨습니다.]채팅방은 휑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각은 오후 두 시.
학생은 학교에 직장인은 회사에 있을 시간이다.
시청자가 적은 시간이기에 활동하는 BJ도 없다. 녹화 방송만 틀어놓을 뿐이지.
그러니 사람 없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
태구는 여유를 갖고 기다렸고.
[’영웅부재중’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세일러묵’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벙개의신’ 님이 입장하셨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왔다.
– ㅋㅋㅋㅋㅋ찐태예네
– 아. 비제이 안한다매욬ㅋㅋㅋㅋ
– 이 시간에 달프리카에 접속한 백수인 나, 아주 칭찬해!!!
– 어? 나도 백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야너두요?zzzzzzzzz
“영웅부재중, 세일러묵, 벙개의 신. 다들 어서 오너라.”
태구는 입장한 시청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 틀 말투 또 시작됐네ㅋㅋㅋㅋ
– 하여간 컨셉은 뒤지게 잡아요zzz
– 나는 아주 좋구나! 내 웃음벨이니라.
– 암튼 이제 제대로 방송할 생각임?
컨셉이다,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 뭐다 하지만 그들은 태구의 방송을 분명 반기고 있었다. 태구는 그런 이들에게 바라잖은 소식을 전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구나.”
– ㅋㅋㅋㅋㅋ진짜? ㄹㅇ? 방송한다고?
– 킹리적 갓심인데 부적 장사 망했나 봄
– ㅇㅇ도움이 필요한 자! 이쪽으로 메일 보내거라 하더니 아무도 안 보냈쥬?
– 어? 나 보냈는데.
– 실은 나두..ㅎ 귀짤 존나 보냈음. 크크크
흑룡을 놀라게 한 원흉들이 바로 여기 있었구만. 허나, 타박할 생각은 없다. 태구는 모니터 앞을 어른거리던 귀짤을 잊고 다짐하듯 말했다.
“나를 아니 내 능력이 안 미더우니 그런 메일만 보내는 거겠지. 그래서 방송하기로 결심한 거다. 한 번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두 번 세 번이 반복되면 결국 믿게 될 터이니.”
– ㅋㅋㅋ오, 내가 한 건 한 거네?
– 귀 짤 보낸 나, 칭찬해!!
– 그래서 시신 찾기 2탄 가겠다고? ㄱㄱ
– ㅇㅇ제발 믿게해줘.
능력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태구의 패기가 그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방송의 방향은 공포물로 잡았느니라. 흉가 방문이나 퇴마 같은 것들로 콘텐츠를 짤 생각이고. 그래서 말인데, 내가 가줬으면 하는 장소가 있느냐? 첫 방송이니만큼 시청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찍어주려 하는데.”
– 우리 태예 스윗하넼ㅋㅋㅋ
– 전국 어디든 가능?
“당장 오늘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다.”
공지도, 홍보도 없이 방송을 켠 건 시청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이왕 방송을 하기로 마음 먹은 거 제대로 하고 싶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하는 방송이 아니었다.
– 흉가하면 곤지암이지. 물어 뭐해.
– ㄴㄴ곤지암 철거 했음. 늘봄 가든 ㄱㄱ
– ㅋ곤지암이고 늘봄이고 그런데는 이미 단물 다 빨아먹힘. 글고 너무 유명한 곳이라 우리가 거기 말할 줄 알고 태예 새기가 주작 아이템 깔아놨을지도 모름.
– 게이야, 예리했다? 그래서 네 선택은?
– 우리 지역에 찐 공포 스팟이 하나 있긴 하거든. 근데 서울에서 좀 멈. 근데 여기 진짜 찐임. 형제정신병원이라고···
세 명의 시청자가 각각 후보군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흉가로 유명한 곤지암, 늘봄가든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우리형제병원까지.
여기서 곤지암은 철거됐다 하니 패스하고 선택지는 늘봄가든과 형제 정신병원 둘로 추려진다. 그 둘 가운데 시청자들은 ‘형제 정신병원’으로 답을 내렸다.
‘벙개의 신’의 입담이 한몫했다. 그는 그곳이야말로 흉가 중의 흉가라며 거듭 강조했고, 얼마 안 되는 시청자들은 그 말에 홀려버렸다.
그곳에서 천도재를 지내던 무당이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는 썰을 쏟아낼 땐, 태구 마저 혹할 정도였다.
‘악령의 짓이로구나.’
이렇게 된 이상 목적지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 흉가가 어디 있단 말이냐?”
– 음, 그게··· 안동 교외 쪽에 있음ㅋ
– 게이야, 안동이 어디누?
– 이래서 서울 촌놈들은 안 된다니까. 선비의 지역 안동을 몰라?
– 아닠ㅋㅋㅋ아는데 어디 붙어있냐고
– 서울에서 차 타면 한 세 시간 걸림.
– 조오올라 머네. 오늘 방송 가능?
– 아니면 여긴 어때? 경기도 포천 쪽에도 공포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스팟···
경상북도 안동. 태구가 잘 아는 지역이었다. 물론 가본 적은 없다. 그래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동은 찜닭으로 유명한 고장이었으니. 순간 군침이 싹 도는 태구였다.
“그리 멀지도 않구나, 지금 당장 출발하마. 대략 8시쯤 킬 수 있을 듯하니 그때 보자꾸나.”
그렇게 첫 방송 장소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초저녁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태구는 주변을 쓱 훑어보았다.
‘확실히 서울이랑은 다르군.’
터미널은 휑한 논밭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좌우 고개를 꺾는 것만으로도 주변 모든 풍경이 훤히 보였다.
버스 하차장, 택시 정거장, 매점, 흡연구역···
그중 태구의 발길은 택시 정거장을 향했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다.
타악.
“안녕하시오.”
“예예.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명물찜닭 가게로 가주시게. 찜닭 골목에 있다 하더군.”
“가주시게? 하더구운? 거 젊은 사람이···”
“아, 미안 아니 죄송합니다. 그쪽으로 가주시겠습니까.”
이거 참, 불편하기 짝이 없네. 태구는 입에 붙지 않는 존댓말을 하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제야 택시 기사가 굳은 표정을 푼다.
“얼핏 봐도 우리 아들뻘인데 말이야!”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존댓말이 입에 익지 않는구나···요”
“으흥. 그런 거였어? 어쩐지 말투를 들어보니 여기 사람 아닌 것 같더라니. 그래서 안동엔 무슨 이유로 오셨나? 관광?”
“뭐, 관광이라면 관광일 수도 있겠구···나요.”
“잘 왔네! 내 고향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여기가 참 볼게 많거든. 또 먹을 건 얼마나 많게! 그쪽이 먹으러 가는 찜닭에, 고등어에, 식혜에 아주 먹을 게 천지삐까리라니까. 또, 아! 그 월영교 앞에 헛제삿밥이라고 있는데 그기 또 안동의 별미인데···”
과연 유교의 고장다웠다.
태구의 반말을 꼬집은 택시 기사는 장유유서 정신에 따라 스스럼없이 반말을 해댔다. 그러면서 묻지도 않는 대학 간 아들 이야기부터 안동 맛집까지 줄줄 떠들어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업으로 이어지는데···
“우리 아들이 대학교 친구를 데리고 와서 내가 안동을 싹 관광시켜줬는데, 금마들이 와따라 뽑은 곳이 월영교다 이거여. 거기가 야경이 진짜 쥑이거든. 거서 사진 찍으면 요즘 아들 말로 인생샷 건지는기라. 그니까 딴 데는 몰라도 거기는 꼭 가봐야 한다 이 말이지. 간 김에 헛제삿밥도 먹고. 으응?”
“월영교라··· 그리 좋다고 하니 언제 한번 가봐야겠네요.”
“언제 한번은 무슨. 말 나온 김에 오늘 가쁘지! 간다고만 하면 내가 찜닭 먹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도 있는 데에··· 또 우리 아들 또래니까 싸게 해줄 수도 있고. 어떻게 가실라예?”
그래도 자본주의 앞에선 스리슬쩍 다시금 말을 올리는 기사였다. 그는 퍽 사람 좋은 미소를 하며 룸미러로 태구와 시선을 마주하였다.
“흐흐.”
그런 기사의 속내에 태구는 내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번거롭게 다른 택시로 갈아탈 필요가 없을 성싶었으니.
“아뇨. 월영교는 오늘 가기 힘들 것 같고, 혹 다른 곳도 가능합니까?”
“다른 곳이라함은···”
“원래 가려던 곳이 있어서요. 그런데 시내가 아니라 교외 쪽인데요.”
“아이고, 교외면 더 좋지! 그래서 어디갈라꼬요?”
“형제 정신 병원이라고. 지금은 문을 닫았···”
“뭐라카노!”
그런데 ‘형제 정신 병원’을 말하자마자 대뜸 소리부터 지르는 기사였다. 거, 참. 언제는 아들 같다더니. 아들이 돈을 준다 해도 태워주기 싫다고 하네.
그렇게 기사는 빠르게 안면을 몰수했다. 이전처럼 말을 붙이지도 않았고 사람 좋은 미소도 짓지 않았다. 총알처럼 달려 찜닭 가게 앞에 태구를 내려주고 떠나버렸다.
비단 그 기사뿐만은 아니었다. 다음 기사도, 또 그다음 기사도 모두 역정을 내며 태구의 승차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무릇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으로 해결을 봐야 하는 법이다.
“하하! 아홉 번이요? 저마저 거절했으면 열 번 채우셨겠네요.”
아홉 번의 승차 거부 끝에 만난 젊은 기사. 태구는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따따따블로 딜을 친 것이다.
“그러니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에이, 고맙긴요. 저도 돈 보고 하는 건데요. 그래도 손님이 참 운이 좋긴 해요? 당장 내일 카드값 메꿀 일만 없었어도 절대 안 갔을 곳이긴 하거든요.”
한 푼이 아쉬웠던 젊은 기사는 망설임 끝에 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신 폐병원 앞까지는 갈 수 없고 그 근처 도로에서 내려주겠다고 했다.
수차례 거절당한 전적이 있는 태구였기에, 그 정도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태구가 택시 안에서 방송하는 것도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 결과, 태구는 시청자들과 약속한 방송 시간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 상남자특) 택시비로 십만 원 태움.
– 중요한 것은 가겠다는 마음인거지!
– ㄴㄴㄴ자낳괴 기사 덕분이지.
–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기사들이 다 안 간다고 하는 거임?
“그런데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요? 거기 장난 아니게 위험한 곳인데. 어떤 곳인지는 대충 알고 가시는 거죠?”
걱정 담긴 기사의 물음에 태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 많은 영혼이 많이 있는 폐병원?”
“그렇게 짧게 축약하기엔 사연이 꽤 복잡한 병원인데···”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태구를 바라봤다.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도착 후 그 썰을 풀려고 그러는 것인지 감이 안 왔다.
정답은 후자였다. 오는 길에 병원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 본 태구였다. 그러나 그는 짐짓 모른 척하며 되물었다.
“사연? 무슨 복잡한 사연인데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보다 현지인의 정보가 더욱 정확할 듯싶었기에.
“정말 모르시나 보네. 제가 어떻게 좀 알려드릴까요?”
끄덕끄덕. 태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청자들은 ‘ㄱㄱ’ 로 대동단결했다. 기사는 나지막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병원이 꽤 커요. 안동에서 아니 전국에서 꽤 이름난 병원이었거든요. 환자들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받았고요. 그런데 그런 병원이 한순간에 망했어요. 이상하죠?”
끄덕끄덕.
“병원에 아주 큰 문제가 있었거든요. 정신병원이 왜 정신병원이겠어요? 정신병 있는 사람들이 가는 병원이라서 정신 병원인거잖아요.”
“그렇지요?”
“근데 거기 환자들은 다 정상인이었어요. 병원 원장이란 놈이 브로커를 고용해서 환자를 채운 거죠. 처음엔 노숙인으로 채웠고, 그다음엔 지적장애인 같은 이들을 납치해서 병원에 감금시킨 거예요. 그러다 나중에는 일반인까지 몇 데려왔다고 하더라고요.”
“쯔쯔.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다니···”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죠. 어느 날 실종된 아이를 찾던 엄마가 이곳에서 아이를 데려갔음을 알게 된 거예요. 문제는 이미 그 아이가···”
의료진의 가혹 행위로 목숨을 잃은 후였다. 생때같은 자식을 허망하게 잃은 어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병원의 작태를 세상에 알리는 일? 그럴 리가.
“원장을 죽이고 그 어머니도 아이 곁으로 가고 말았죠. 그렇게 원장이 살해되고 병원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거예요. 출동한 경찰들 말에 따르면 뒷산에 그렇게 사체들이 많이 매장되어 있었대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갑갑하다. 태구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고, 기사는 못다 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거기서 죽어 나간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었겠냐고요. 얼마나 무섭고 또 한이 맺혔을지··· 그 소문 듣고 어디서 무당 하나가 천도재를 올린다며 찾아오기도 했었죠.”
그러나 천도재는 무사히 치러지지 않았다. 무당이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절명한 것이리라. 또한, 불온한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근처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이 속출했고, 장난삼아 폐병원에 들어간 이들 중 몇몇이 정신을 놓는 사건까지 연달아 발생했다.
“그 이후로 여기 사람들은 그 폐병원에 대해 언급하는 걸 금기처럼 여겨요. 어지간해서는 그쪽으로 가지도 않아요. 귀신 붙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흐음. 그러는 기사님은···”
“저는 귀신보다 돈이 더 무섭거든요. 하,하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부르르 몸을 떠는 기사였다. 기사의 두려움을 느낀 태구는 신성력을 발현시켰다. 택시 안으로 성스러운 기운이 들어찼다. 이만하면 충분할 듯싶다. 돌아가는 길은 두렵지 아니할 터.
“아이고, 말하다 보니 어느새 다 왔네요. 저기 앞이에요.”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기사는 한결 편안해진 목소리로 도착지에 다 왔음을 알렸다. 도착지는 아무것도 없는 도로 한복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