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41화(140/157)
영혼 결혼식 (5)
영상을 보고 나니 어느 정도 상황이 그려졌다.
결론만 말하자면 영혼결혼식이 문제였다.
영혼결혼식은 사기 결혼식이나 다름없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거였네요.”
이를 알게 된 태구가 도끼를 거두며 말했다.
“시작부터 잘못되다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갑자기 도끼는 왜 휘두르신 거고요. 설마 제보자 언니 영가한테 쓰신 거예요? 아, 아니다. 잠시만요. 미희 씨부터 깨울게요.”
김 작가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러나 혼자 들을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녀가 고개를 꺾었다.
이 정도 소란이면 잠에서 깨어날 법도 한데 한미희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안돼, 안돼. 가!”
그럴 만도 했다. 자그마치 일주일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으니. 태구의 곁에서 겨우 안정을 찾은 그녀는 그간 못 잔 잠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다만,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 성싶었다. 연신 언니를 부르짖던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휘젓고 있었으니.
그러는 가운데, 김 작가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한미희 씨, 미희 씨!”
한편, 태구는 영가를 보고 있었다.
[으, 으으···]태구의 손에 당겨진 영가는 당황하고 있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써댔다. 그러면서 긴팔로 바닥을 더듬으며 제 발목을 움켜잡았다.
[흐으, 으으으···]그와 동시에 영가가 크게 흐느꼈다. 발목을 옥죄던 붉은 실이 끊어졌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태구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녔다. 붉은 실은 여전히 그녀의 눈과 입 그리고 손목에 남아 있었다.
“일단 이것부터 다 끊어내고 이야기 좀 나눠 봅시다. 내가 도와줄게요.”
이제야 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영가가 공벌레처럼 몸을 웅크렸다.
“겁낼 필요 없어요. 한미희 씨 알죠? 동생분이요. 동생분이 언니를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지금 이 옆에 같이 있어요. 곧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 놓아요. 더는 숨지 않아도 돼요.”
태구는 빠르게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영가의 눈과 입 그리고 손목 위로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도끼를 쓰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를 속박하던 붉은 실의 잔재가 붉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태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상처로 가득한 영가의 몸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마치 빨리 감기를 누른 것처럼 영상 몇 개가 태구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시작은 귀혈이 줄줄 흐르고 있는 눈 위를 만질 때였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영가의 생전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예비 신랑과 함께 있었다.
“형님. 형님 손주가 손주며느리를 데리고 왔네요. 술 한 잔 받으셔야죠. 섭아, 색시 데리고 이리 와서 할아버지한테 술 한 잔 올려라.”
결혼 전, 남자 측 어른을 뵙고 제사에도 참석했다고 하던데 아마 그때인 성싶다. 봉분 앞에서 절을 올리는 한수영과 오기섭 뒤로 줄줄이 서 있는 친인척들이 보인다.
“참하기도 하지.”
“기섭이가 색시 하나 잘 골라 왔네. 둘이 서 있으니까,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
그들은 이제 막 한 가족이 되는 한수영을 환대해 주었다. 연신 반대만 하던 기섭의 모친과는 퍽 다른 반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제사를 다 지낸 오기섭의 친척들이 선산에서 내려갔다.
“저희도 곧 내려갈게요.”
“같이 안 가고?”
“수영이가 밤을 좋아해서 그것 좀 주워가려고요.”
반면, 오기섭과 한수영은 친인척들과 반대로 산을 올랐다. 얼마 가지 않아 기섭이 말한 밤나무가 보였다.
“수영아 조심해. 바닥이 좀 미끄럽네.”
전날 온 비로 인해 바닥이 질퍽거렸다. 진흙이 튀어 신발이며 새로 산 바지까지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둘은 좋았다. 조용한 선산에 행복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때였다.
“오빠. 여기 오빠네 선산이라고 했잖아.”
한수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응. 그랬지?”
“그러면 저기 저 묘소도 오빠네 어르신 아냐? 왜 저분만 따로 이 위에 모신 거야?”
밤나무 근처에 자리한 봉분이 보였다. 한수영이 나무에 가려진 봉분을 가리켰다. 그러자 오기섭이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무덤을 본다.
“그러게? 분명 우리 집안 어르신일 텐데···”
“오빠도 몰라? 깔끔하게 정리된 거 보면 관리하는 것 같은데···”
“그러게. 근데 잘 모르겠네? 내려가서 당숙 어르신께 여쭤보지, 뭐.”
“그냥 가지 말고 인사는 드리고 가자. 못 봤으면 모를까 또 봤는데 어떻게 그냥 가.”
특별할 게 없는 일이었다. 애당초 선산에 오른 이유도 집안 조상님들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게 둘은 이름 모를 조상님 묘소 앞에서 묵례했다.
제수와 돗자리 같은 건 친인척들이 들고 내려갔기에 묵례로 그쳐야 했다. 그러던 그때, 고개를 들던 오기섭이 돌연 몸을 휘청거렸다.
“오빠, 괜찮아?”
“어. 어, 괜찮아.”
말은 괜찮다 했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오기섭은 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묘지에서 나온 그것이 그의 몸을 덮쳤으니까. 태구의 눈엔 똑똑히 보였다. 물구나무서듯 거꾸로 선 몽달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오기섭의 몸에 제 넋을 얹었다.
다시 말해 빙의를 한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한수영과 오기섭은 그 존재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보다 수영아, 방금 너가 웃었어?”
“웃긴 내가 뭘 웃어. 또, 무서운 농담 하는 거지?”
“이상···아, 아니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
그리하여 선산을 내려간 두 사람이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하나가 더 있긴 했다. 태구가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꺾었다.
그의 동공에 높이 솟아오른 묘소 하나가 담겼다. 몽달귀가 잠들어 있던 무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찾았다. 본체가 있는 장소···’
그 본체가 있는 위치기도 했다. 그렇게 태구는 영가의 눈을 통해 생전 몽달귀를 만나게 된 계기와 본체의 장소를 볼 수 있었다.
허나, 여기서 만족할 태구가 아니었다. 태구는 영가의 다양한 기억을 보길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촬영 중이었으니까.
그의 설명을 바라는 제보자가 있었다. 그리하여 태구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구멍 난 영가의 입술에 그의 손이 닿았다.
그와 동시에 여지없이 영상 하나가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도 한수영은 오기섭과 함께 있었다.
“오빠, 요즘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져? 누가 보면 내가 아니라 오빠가 다이어트 하는 줄 알겠어.”
아무래도 데이트에 나온 것 같았다. 길거리를 거닐던 한수영이 돌연 오기섭의 팔목을 그러잡았다.
“어, 어어···”
무더위가 한풀 꺾인 쌀쌀한 가을 날씨였다. 그런데 오기섭의 팔뚝은 땀으로 범벅 되어 있었다. 열이라도 나는 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니까.
“땀은 또 왜 이렇게 흘려. 몸은 또 왜 이렇게 차갑고. 오빠, 어디 아파? 병원 갈까?”
“아냐. 허기가 져서 그런 것 같아. 요즘 뒤돌아서면 배고프고 또 배고프고 그러네.”
“밥 같은 거 안 먹고 몸에 안 좋은 불량 식품만 먹는 거 아니야? 그런 건 배가 금방 꺼진단 말이야. 몸에도 안 좋고···”
“···”
“알았어, 잔소리 안 할게! 그렇게 보지 마.”
“응? 내가 뭐?”
“눈을 막 이렇게 치켜뜨고 무섭게 빤히 쳐다봤잖아.”
“내가?”
“칫. 발뺌은! 아무튼 이럴 게 아니라 밥부터 먹자. 먹고 돌아다니자. 이러다가 우리 오빠 잡겠다.”
때마침 그들이 지나는 길옆에 냉동 삼겹살집이 있었다. 이를 본 한수영이 오기섭을 이끌었다.
잠시 후.
“내가 구울 테니까 오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먹기만 해. 알았지?”
고기 집게를 든 한수영이 불판 위로 냉동 삼겹살을 올렸다. 오기섭은 넋 나간 사람처럼 쟁반에 담긴 삼겹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아주 그냥 고기에 구멍 뚫리겠다! 그렇게 먹고 싶··· 오, 오빠!”
한수영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오기섭이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를 집어 제 입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걸 왜 먹어! 익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가 생고기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데에 있었다.
“아, 아직 아닌가?”
빛깔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선홍빛 피가 묻어 있었으니까. 또한, 올린 지 수초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오기섭은 천연덕스럽게 그리 물었다.
“아직 아닌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당연히 아니지! 올린 지 몇초가 지났다고! 진짜 장난치는 거야? 대체 왜 그래.”
한수영이 짐짓 화가 난 어투로 소리쳤다. 그러자 마주 앉은 오기섭이 키득키득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흐흐. 맞아, 장난. 장난이었어. 근데 수영아.”
“왜!”
“너 그렇게 화내는 것도 예쁘다.”
그 말을 들은 한수영이 흠칫 몸을 떨었다. 예쁘다는 그 말이 어쩐지 섬뜩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층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요즘 진짜 이상한 거 알아?”
한수영이 알고 있는 오기섭이라면 즉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걱정하는 그녀를 어르고 달랬을 것이다.
“흐흐. 장난이라니까. 이제 먹어도 되지? 이야, 맛 좋다.”
그러나 작금의 오기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실 웃으며 반쯤 익은 고기를 집어 다시 입에 넣을 뿐이었다. 이날을 계기로 한수영은 오기섭을 달리 보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오기섭과 밤을 지새운 한수영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러다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한 시선을 느꼈다. 그로 인해 반사적으로 눈을 뜨게 된 그녀였다.
“헉.”
순간 그녀가 짧은 숨을 들이마셨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동공은 화등잔만 하게 커져 있었고 그 안으로 한 남자의 얼굴이 담겼다.
예비 신랑, 오기섭이었다. 그가 한수영의 배위에 올라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깨버렸네?”
오기섭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렇게 물었다. 한수영이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어찌나 놀랐는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금 목소리를 쥐어짰다.
“왜,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예뻐서, 히히.”
“그 예쁘다는 말 좀 그만해!”
예쁘다는 말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언젠가부터 저 말을 듣고 있으니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연 허리를 감싸는 오기섭의 손길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왜 내 신부 예뻐서 그러는데.”
“아악! 건들지 마!”
“···”
“나 그냥 집에 가서 잘래.”
“너 내가 싫구나?”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
“아니잖아. 너 내가 싫어졌어. 나를 싫어해. 왜 싫어해. 왜 변하지? 또 왜?”
“제발 그렇게 좀 보지 마! 소리도 지르지 말고! 오빠 나 진짜 무섭단 말이야.”
한수영은 비명 같은 목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옆으로 몸을 기울여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그 순간, 침대 옆 벽면에 부착된 대형 거울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거울은 그녀와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걸 본 한수영은 까무룩 기절하고야 말았다. 오빠의 얼굴 위로 처음 보는 이의 얼굴이 겹쳐 있었으니까.
“어디가, 왜 말해. 왜!”
‘오빠가 아니야.’
그때, 한수영은 깨달았다. 믿기 힘들지만 오빠의 몸에 무언가 들어와 있음을.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오빠의 몸 안에 든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생전 찾아보지 않았던 귀신 퇴마법을 검색해 실천해 보기도 했고, 오빠 몰래 무당집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 끝은 좋지 않았다. 처참한 상태로 태구의 앞에 누워 있는 게 그 증거였다. 그렇게 모든 것을 본 태구가 마침내 망령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태구 님?”
이제 본 것을 말해줄 때였다. 그리고 움직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