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44화(143/157)
영혼 결혼식 (8)
묘지 위에 올라선 김 작가와 카메라 감독.
순간 둘은 너무 놀라 굳어 버리고 말았다.
“과, 관이···”
굳게 닫혀 있어야 할 관짝에 틈이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허업.”
그로 인해 벌어진 틈 사이로 관 안쪽 공간이 보인다.
“저, 저거 발바닥 맞죠?”
김 작가의 눈에 선명히 보이는 그것은 몽달귀의 발이었다.
“맞는 것 같은데···”
죽어 묻힌 지 몇십 년이 지났건만 몽달귀의 시신은 생전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뼈와 살이 제대로 탈골되지 않은 것이다.
놈은 마치 미라 형태로 남아 있었다.
쭈글쭈글 불어 터진 검은색 발바닥은 벌어진 틈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검은색 발이 관을 차 틈이 벌어진 게 아닐까 하는··· 물론 혼자만의 상상일 뿐이다.
김 작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어, 어쩌다가 관에 틈이 생긴 걸까요? 저거 때문에 봉인이 깨진 거죠?”
“그건 둘째 치고 이장할 때 시신과 함께 천일염을 채웠다더니 그, 그것 때문일까요? 시체가 하나도 안 썩었네요.”
뒤이어 카메라 감독도 그리 말하며 검은 발바닥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듯 두 사람이 빠르게 정신을 다잡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신성력 때문이었다. 물론 이를 알 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태구는 벌어진 틈 사이로 삽을 끼워 넣으며 김 작가가 한 질문에 답을 했다.
찌걱, 찰박.
“들려요?”
“네! 들려요! 물소리 맞죠?”
바로 이게 그 답이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세워진 관짝 아래는 물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다면 이 물은 어디서 왔을까? 태구는 이곳에 오기 전, 망령을 통해 본 기억을 입에 담았다.
“한수영 영가가 이곳에 오기 전, 한차례 크게 태풍이 왔었다고 했어요. 아마 그 과정에서 수맥이 뚫린 것 같아요. 그로 인해 무덤 안쪽은 물바다가 됐을 테고 근처에 자리한 나무가 뿌리를 뻗어 그 물을 흡수하려고 했을 테죠.”
“나무라면 저기 저 밤나무요?”
“까보면 알겠지만 아마도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태풍이 와서 수맥이 뚫렸고, 근처 나무뿌리가 관을 부수면서 봉인이 깨졌고, 때마침 오기섭 예비부부가 이곳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그런 셈이죠. 그런데···”
태구는 그렇게 말하며 관 틈 사이에 끼운 삽을 기울였다.
쩌억, 쩍-
처음에는 10cm가량 벌어져 있던 틈이 태구의 손짓에 따라 점차 벌어지기 시작한다.
태구는 그런 작업을 계속하며 말을 이었다.
“그, 그런데요?”
“그날 수맥이 뚫리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이놈은 제 발로 걸어 나왔을 겁니다. 아, 제 손으로라고 말해야 하나? 아무튼 악에 받친 상태로 갇혀 있었으니까요. 애당초 처음 일이 터졌을 때. 그때 이것을 멸했어야 했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놈을 위해서도 그렇고요.”
“놈을 위해서라···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아요.”
“하라는 반성은 안 하고 악과 한만 키워댔겠구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놈의 증오와 귀기는 더욱 거세졌을 거예요. 그런 와중에 귀기를 누르는 의식까지 중지했으니 어쩌면 예견된 사고나 다름없죠.”
가족이란 이유로 덮어두고 넘어간 불행의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나 결국 가족을 잡아먹는 결말로 이어졌다.
결혼하지 못한 한에 핏줄에 대한 증오까지 섞인 것이리라.
후회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다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지금이라도 놈을 멸해야 했다. 다음은 더한 괴물로 거듭나 있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놈의 집을 처부수는 태구였다. 집을 부숴 그 안에 몸을 숨긴 그것을 강제로 끄집어낼 생각이었다.
“그러니 다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자리를 찾아가게 해야죠.”
그러던 그때였다.
쩌억, 쩌억, 찌끄덕!
이전과는 다른 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때렸다. 틈이 벌어지다 못해 관뚜껑이 반쯤 꺾이며 나는 소리였다. 그로 인해 틈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던 몽달귀의 시신이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조금 전, 태구가 전해준 말대로 관 아래 부근은 검은 물에 잠겨 있었다. 아울러 하반신과 같이 검게 미라화된 몸통 부근엔 갈색 나무뿌리가 얽혀 있었다.
김 작가와 카메라 감독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태구가 부러진 관짝 안으로 손을 드밀었다. 그리고는 거꾸로 세워진 그것의 두 다리를 잡아 끄집어냈다. 태구의 손길엔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다.
“어으, 아.”
그저 보는 사람만 힘들 뿐이다. 김 작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번만큼은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신성력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무, 무무물!”
나아가 카메라 감독은 김 작가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주춤 뒷걸음질을 치는 것을 모자라 부르르 몸을 떨기까지 한다. 몽달귀의 시신이 관짝 밖으로 끌어올려지면서 무덤 안에 고여 있던 그 물 역시 관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리라.
불결하기 짝이 없는 물방울이 카메라 감독의 팔에 튀었다. 그로 인해 이렇듯 소란이 일었다. 감독은 제 팔에 불이라도 붙은 듯 빠르게 바지춤 위로 쓱쓱 닦아냈다. 지금만큼은 앵글이고 뭐고 중요치 않았다.
반면, 정작 그 물을 흠뻑 뒤집어쓴 태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세상 밖으로 끌어낸 몽달귀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하반신과 달리 상반신은 물속에 잠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절규하는 듯한 얼굴을 한 몽달귀. 그 벌어진 입안으로 귀문이 뚫려 있었다. 이를 본 태구는 이번에도 서슴없이 손을 뻗었다.
순간 귀 문 너머, 웅크리고 있는 그것의 형상이 그려졌다. 그와 동시에 태구의 머릿속으로 그것의 한이 스쳐 지나간다.
좁디좁은 관짝 안, 그 안에서 거꾸로 선 채 봉인 당한 몽달귀의 귓가로 비수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월서낭 사천서낭 일심 화해동심 받으시고 천실줄을 타고 내리시는 제종대신 제종신장 제종장군 제종도사님들도 화해동심 받으시고 속차강림하여 애동제자 몸에 하강하여 명기서기 내리시고 영험신통 내리시와 이름나고 제명나게 도우소사 움 존재 급급 여율령 사바하]사바하, 사바하, 사바하. 그 목소리가 몽달귀의 영혼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몽달귀를 봉인한 무당년의 목소리였다. 그년의 목소리와 함께 징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몽달귀는 귀가 찢어질 것만 고통을 느꼈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씹어먹을년놈들. 내 언젠가는 네년놈들의 자식에 그 자식까지 나처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고 말 것이다. 그래. 끼아아아악. 계속 나불거려봐. 더 더 지껄여 봐라. 히히히, 히히히.]몽달귀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절규했다. 그러자 관을 두른 가시덤불이 그의 영혼을 조여왔다. 그럴 때마다 몽달귀의 원한은 짙어졌다.
신기한 것은 원한이 깊어지면 질수록 고통이 사그라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몽달귀는 원한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 관짝을 벗어나 저들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안겨주리라. 몽달귀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징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즈음 무당년이 내뱉은 경문을 스스로 외우기까지 했다.
[움 존재 급급 여율령 사바하, 사바하 키득키키키딕]한층 강해진 귀기는 관짝에 붙은 부적을 바스러뜨렸고, 관을 칭칭 둘러싼 가시덤불도 꺾어버렸다.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꾸로 선 몽달귀는 하루 종일 꺽꺽대며 괴이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던 어느 날.
피를 나눈 후손 하나가 곱디고운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왔구나, 왔어. 연놈들의 자식이 제 발로 찾아왔구나. 되돌려 줄 날이 왔구나. 키히히히. 뉘 집 후손인지 빈손으로 오지 않고 손수 차린 밥상을 들고 왔구나. 참으로 맛있겠다. 히히히.]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뛰쳐나가려던 몽달귀였으니까. 그것은 두 팔을 성큼성큼 뻗으며 무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다음 단박에 오기섭의 영혼을 낚아채 씹어 먹었다.
그렇게 오기섭의 영혼은 몽달귀의 본체 안에 깃들게 되었다. 그곳이 곧 관짝이었다. 그리고 오기섭의 영혼은 지금도 그 안에 머물러 있었다.
[허, 헉헉.]오기섭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이윽고 그의 시야에 무명옷을 입은 남자가 담긴다. 그는 거꾸로 선 채 빠른 속도로 오기섭을 쫓고 있었다.
오기섭은 매번 저것에 사로잡혀 사지가 찢기는 고통을 맛봤다. 그렇게 벌레처럼 꾸물거리고 있을 때, 그것은 오기섭이 사랑하는 여인을 잡아 와 그 앞에서 유린하곤 했다.
그 앞에서 오기섭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울부짖으며 장면을 목도해야 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몽달귀의 의지에 따라 잘린 신체가 수복되면 다시금 여인을 내보냈다.
여인이 살아생전 보내 준 귀물 덕택에 할 수 있는 시도였다. 이번에도 그랬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오기섭이 어느 지점에서 대뜸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미친 사람처럼 바닥을 팠다.
뾰족한 가시덤불이 살갗을 스친다. 지독하게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이곳에 묻어둔 귀물이 있었으니. 한수영이 살아생전 점집과 성당을 전전하며 구해온 것들이었다.
개중에는 성수도 있었고, 부적 같은 것도 있었다. 처음엔 몰랐다. 수영이가 보내온 것이라는 걸. 허나, 수영이가 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 빌어먹을 곳에 들어온 수영이가 직접 전해준 말이었니까. 어쨌거나 오기섭은 그중 일부를 자신이 아는 위치에 묻어 두었다.
그걸 꺼내 사용할 심산이리라. 그런데···
[왜, 왜···]없다. 그 순간, 오기섭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당초 여긴 놈의 공간이고 이곳에 무얼 숨긴다 한들 그걸 정말 숨겼다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실제로 그의 생각이 맞았다. 몽달귀는 다 알고 있었다. 그저 제 여자를 살려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오기섭의 모습이 웃기고 또 웃겨 두고본 것뿐이다.
다만, 그렇게 오기섭이 발버둥 칠 때마다 제 영혼 역시 상처를 입어야 했다. 그래도 그꼴이 우스워 감내한 것인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몽달귀는 오랜만에 서늘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공포의 대상은 태구였다. 무덤 위에 삽이 꽂힐 때부터 그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그것이 저를 잡으러 이곳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전에 자그마한 귀기라도 채워 넣어야 했다. 그럴 요량으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기섭의 다린 채를 홱 낚아챘다. 그러고는 한입에 그의 허벅다리를 베어 물었다.
콰득, 빠드득.
뼈 씹히는 잔혹한 소리를 시작으로
[끼아아아아악 !]고통에 사로잡혀 울부짖는 오기섭의 비명이 몽달귀 표 관짝을 울렸다. 분수처럼 튀어 오른 붉은 귀혈은 곳곳에 자라난 가시덤불 위에 흩뿌려졌다.
[이제, 정말 끝이다, 정말 끝이야···]그 순간, 오기섭은 불현듯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쩐지 이후는 없을 것 같다고. 다른 때와 확연하게 다른 고통이 그런 생각으로 이끌었다. 허나 무섭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차라리 좋았다. 반복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한수영이었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질 않길 바랐다. 아니면 돌아오기 전에 사라지고 싶었다.
그렇게 두 눈을 질끈 감으려는 순간.
가시덤불로 가득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갈라진 땅 아래에서 허연색 빛이 솟구쳤다.
귀문 너머, 태구가 흘려보낸 신성력이었다.
쐐애애액——
그 빛은 빠른 속도로 오기섭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오기섭의 허벅다리를 베어 문 그것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키아아아아아악!]그러자 몽달귀가 희번득 눈을 뒤집어 까며 입안 가득 채워 넣은 오기섭의 허벅다리를 게워 내고야 만다.
흰빛이 몽달귀의 입안을 찢어냈기 때문이다.
상황은 순식간에 급변했다. 오기섭은 믿지 않는 눈빛으로 몽달귀를 바라보았다.
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긴팔을 펄럭대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놈의 팔목에 묶인 끊어진 붉은 실이 허공을 나부꼈다. 흰빛은 잘린 붉은 실을 길게 이었다.
[키아, 카아아아아아악!]순간, 길어진 붉은 실이 물 위를 헤엄치는 뱀처럼 허공을 유영했다. 고통에 바닥을 기던 몽달귀가 이를 보고 크게 움찔거렸다.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아—]신성력 앞에 반항은 무의미했다. 오기섭의 영혼을 다 씹어 먹었어도 그는 지금과 같은 처지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신성력은 놈의 귀기를 찍어 누르며 그것의 눈과 입을 꿰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한수영 영가가 당한 그대로를 돌려받은 몽달귀였다.
오기섭은 그런 몽달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기도 잠깐. 그가 잘린 다리를 질질 끌고 그 옆으로 기어 왔다. 그런 다음 널리고 널린 가시덤불을 뽑아내 그것의 목을 조르며 울먹이듯 외쳤다.
[흐, 흐흐흑. 나랑 가자, 같이 가. 우리 수영이 놔두고···]지금이 기회라고 여긴 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는 실패하고 말았다.
붉은 실로 놈의 손과 발을 댕강 잘라내던 흰빛이 빠른 속도로 오기섭의 손목과 몽달귀의 목 사이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제 몫이라는 듯 오기섭을 대신해 몽달귀의 목을 잘라내고야 만다.
그 순간, 몽달귀가 만든 관짝이 바스러지며 세상 밖으로 처참한 몽달귀의 넋과 오기섭의 넋이 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