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4)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45화(144/157)
영혼 결혼식 (9)
몽달귀의 넋과 오기섭의 넋이 귀문 너머로 토해지는 순간, 놈의 몸뚱이에 변화가 일었다.
“어, 어어?”
순간 카메라 감독과 김 작가의 눈동자가 커졌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괴로움에 절규하듯 쩍 벌어져 있던 놈의 입이 돌연 오므라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어서 바짝 마른 검은색 목이 투욱하고 끊어지고야 만다.
마치 누군가 그 목을 자른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현상이 사후 경직일 리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미라화된 시신이 아닌가. 게다가 어쩐지 주변 공기도 차갑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카메라 감독은 놀란 얼굴로 분리된 놈의 얼굴과 몸뚱이를 카메라에 담았고, 김 작가는 설명을 바라는 듯 그렇게 물어왔다.
“갑, 갑자기 왜 저러는 거예요? 게다가 좀 추워진 것도 같고. 무슨 일이에요?”
그 물음에 태구가 대답했다.
“짧게 설명하자면 관 안에 숨어 오기섭 내외를 괴롭히던 몽달귀의 넋을 끄집어낸 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오기섭 영가도 같이 딸려 왔고요.”
“그, 그럼 지금 여기 있어요?”
“네. 저놈 사체 바로 옆 그러니까 김 작가님 바로 뒤에 있습니다.”
“헉.”
그 말에 김 작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털며 뒷걸음질 쳤다. 몽달귀가 있다는 말에 겁을 먹은 것이리라. 덩달아 카메라 감독도 김 작가와 거리를 벌린다. 그러자 태구가 곧장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당장은 어떤 위협도 할 수 없는 상태니까요.”
괜히 하는 말이 아녔다. 당장의 몽달귀는 그저 고통에 울부짖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어, 어떤 상태인데요?”
놈의 손과 발을 다 잘라냈고 종국엔 그 목까지 분리했다. 거기다 눈과 입은 흰실에 의해 꿰매진 상태였다. 그로 인해 귀혈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고, 귀기 역시 흩날리고 있었다.
태구가 그런 몽달귀의 모양새를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김 작가와 카메라 감독은 순간 머쓱한 감정을 느꼈다.
여러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한 무시무시한 존재가 비참한 모양새로 있다고 하니 턱밑까지 들이찬 두려움이 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기도 잠시. 김 작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쩐지 허무하네요. 이렇게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악귀한테 아까운 두 사람이 희생당했다고 생각하니 더 마음 아프기도 하고요. 그런데, 태구 님. 대체 언제 그렇게 만든 거예요? 아니, 태구 님이 그렇게 만든 게 맞긴 한 거죠? 목도 자르고 누, 눈과 입도 꿰매고···”
그리 묻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태구는 개의치 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남들의 시선 따위야 중요치 않았으니까. 다음에도 또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해도 그는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예. 놈이 한 짓이 있는데 곱게 보내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왜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세요?”
태구가 태연히 되물었고 김 작가가 황급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 그럴 리가요. 그냥 조금 아쉬워서요.”
“?”
“파, 팔다리만 잘라서 될 게 아니잖아요. 거기도 잘랐어요? 거긴 왜 말을 안 해주세요?”
거기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김 작가의 시선 처리에 깨달음을 얻은 태구였다.
“거기?”
“네. 여기요.”
그녀가 고개를 숙여 제 하반신에 시선을 둔다.
그러면서 헛기침을 해댔다.
“아?”
솔직히 생각지도 못했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또 저런 말을 꺼내는 것도.
[흐으, 으으브—]비단 그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분리된 몸뚱이가 꾸물꾸물 움직인다.
도망칠 곳도 없는데.
아무튼 저것도 김 작가의 말을 들은 게 분명하다.
또한, 저렇듯 움직이는 걸 보면···
‘결코 그걸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겠지.’
그렇다면 더더욱 그리 만들어줘야지.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손발보다 거길 먼저 잘라냈어야 하는 건데.”
태구는 고민하지 않았다.
콰득—
말을 내뱉기 무섭게 그의 손에 들린 삽이 놈의 주요 부위를 갈랐다.
그 일격에 몽달귀는 차마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으으, 으으읍.]그걸 보고 있자니 목 잘린 닭이 떠오른다.
몸뚱이만 남은 상태로 바닥을 기는 꼴이 딱 그러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태구의 눈에만 보였다.
그러나 일행들은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몽달귀의 거기가 끊어졌노라고.
후두두두둑.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밤송이가 그 증거였다.
놈의 기운을 담은 밤나무는 덜 익은 밤송이를 모두 떨구고 나서야 흔들림을 멎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요?”
그걸 본 김 작가가 물었다. 태구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림도 없다고. 그렇다고 신전을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기에 그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대충은요. 이제 정리해야죠. 오기섭 영가도 한수영 영가 곁으로 보내야 하고.”
“그래도 다행이네요.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결국 함께 있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아무튼 잠시만요.”
“네네. 하세요. 저흰 찍고 있을게요.”
그때까지 오기섭 영가는 멍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구가 그에게 다가갔다.
“묻고 싶은 게 많죠? 들어가면 한수영 씨가 다 설명해 줄 겁니다.”
[우리··· 수영이를 압니까?]“당신이 몽달귀에게 붙잡혀 있다고, 구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행색으로 새신부를 보러 가면 되겠어요? 기다려 봐요.”
이윽고 하얀 광채가 그의 잘린 다리를 수복시켰고, 가시덤불로 인해 너덜거리는 손가죽도 이어 붙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저놈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 편히 가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태구의 말에 오기섭은 순순히 응했다. 그 안에 사랑하는 여인이 없다 해도, 그가 가라는 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그는 망설임 없이 들어갈 생각이었다. 몽달귀만 처리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누구신지 모르겠으나 정말 감사합니다.]오기섭은 질문 대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자취를 감췄다. 이제 남은 건 몽달귀였다. 더 놔뒀다가 소멸할 판이었다. 그건 태구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는 처참한 행색을 한 몽달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즉시 신전 하층부로 이동하게 된 몽달귀. 놈의 귓가로 태구의 뜻이 전해졌다.
[그대로 사라져선 안 되지. 너 결혼 하고 싶어 했잖아. 안 그래? 마침 너랑 딱 어울리는 상대를 내가 알고 있거든. 가서 직접 봐. 식장도 마음에 들 거야. 그 안에서 백년해로를 하던가 말던가.]이런 걸 보고 병 주고 약을 준다고 하던가. 소멸 직전까지 팬 게 누군데 이제는 결혼식을 올려준다고?
그러나 태구가 준 게 결코 약이 아님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전의 하층부와 연결된 저승, 화탕지옥.
“이놈이 그놈인가 보네.”
그곳을 관리하는 차사가 이제 막 도착한 몽달귀를 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려댔다. 그러면서 벼락같은 손놀림으로 분리된 머리를 몸통 위에 끼운다. 동시에 얼타는 몽달귀의 영혼을 포박하는 일까지 끝마쳤다.
“그냥 끌고 가도 되겠구먼, 아깝게 포승줄은 왜 써?”
이를 본 선배 차사가 타박하듯 말했다. 후임 차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래도 법도는 지켜야지 않겠습니까.”
“꽉 막힌 놈 같으니. 그래서 이놈을 어떻게 하라고?”
“먼저 온 그년 옆으로 보내라고 하던데요? 근데 이놈. 무슨 상황인지 영 감이 안 오는 모양입니다.”
“꼴이 이러니 그렇지. 잠깐 있어 봐.”
그가 포승줄에 묶인 몽달귀 앞을 막아섰다. 그런 다음 거침없는 손길로 꿰매진 실을 풀어냈다.
쫘아아악—
그보다 더 정확히는 뜯어냈다는 표현이 맞겠다.
“흐, 어어어···”
“흐어어는 무슨. 이 지독한 놈아. 엄살 부리지 말아라. 여기선 네놈의 엄살 따위 통하지 않으니.”
그러고는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은 몽달귀의 엉덩이를 크게 걷어찼다. 몽달귀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펄떡펄떡하는 것이 뜨거운 소금 위에 올려진 새우 같았다. 실제로 몽달귀는 그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여긴 화탕지옥이다. 뜨거운 열기가 그의 숨통을 옥죄고 있었다. 게다가 데굴데굴 구른 그의 앞에는 펄펄 끓는 가마솥이 있었다.
그 앞에 널브러져 있는 것만으로도 살이 줄줄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허면, 저 안은 어떨까?
“잘못했습니다. 프,프으.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꺼내주세요. 사죄드립니다. 제발요, 제발.”
끓는 가마솥 안에서 여인의 비명이 들린다. 비명만 들어도 알 것 같다. 저긴 관짝에 비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순간, 끓는 가마솥에서 뜨거운 물이 흘러넘쳤다.
그렇게 흘러넘친 물은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몽달귀 앞까지 흘러왔다. 그 안에 늘어진 머리카락과 살점 조각이 보였다.
몽달귀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었다. 높고 높은 가마솥 위로 얼핏 가느다란 나뭇가지 같은 게 보이는 것도 같다. 상상력을 더해보면 그것은 까맣게 변색 된 팔뼈처럼 보였다.
“어어, 어어···”
그걸 보고 있자니 문득 조금 전 들은 그 말이 떠오른다.
식장 그리고 신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하는 법이랬다.
이어진 차사의 말이 이를 증명했다.
“생전 결혼을 그렇게 하고 싶어 했다면서? 자, 저 안에 있는 여자가 네 신붓감이야. 동류인 걸 알아보겠어? 저기 저 망령도 너처럼 살아있는 사람에게 들러붙어 그 생기를 빨아 먹다 이곳에 왔거든. 내 보기엔 너랑 비슷하니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 같은데.”
살았을 적엔 한 남자를 지독하게 괴롭히며 그의 인생과 얼굴을 망쳤고. 죽어서는 잘생긴 BJ에게 들러붙어 스토커 짓을 하던 망령이 바로 몽달귀의 신붓감인 것이다.
“으으, 으으···”
“첫 만남에 한다는 말이 고작 으으가 다야? 쯔쯔. 몇 마디 더 내뱉었다면 그만큼 시간을 벌었을 텐데, 하여간 멍청한 놈 같으니.”
“자, 잠깐.”
“이미 끝났어. 신부가 빨리 오라고 부르잖아. 가 봐.”
차사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몽달귀의 뒷덜미를 잡아 던졌다.
“이아아아아악!”
순간, 뜨거운 열탕에 빠진 몽달귀가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와 동시에 여자 망령이 몽달귀의 머리를 짓누르며 열탕 밖으로 상체를 끌어올렸다.
“어딜!”
“와하하. 역시나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이를 본 차사들이 폭소를 터트리며 손에 든 국자 따위를 휘저었다. 그들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다. 가마솥을 빠져나오려는 망령들을 제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누군가 휘두른 국자가 여자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그로 인해 다시금 뜨거운 열탕 아래로 몸을 담그게 된 여자 망령.
그리고 그런 여자 망령 아래에는 이제 막 입수한 몽달귀가 있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그것들이 동시에 비명을 내지르며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래. 결혼이 뭐 별건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평생을 함께하면 그것이 곧 부부고 결혼인 게지.”
“말은 바로 해야지. 앞으로 저것들이 기뻐할 일이 뭐가 있겠어?”
“동지가 생겼으니 기뻐해야지.”
“그런가? 아무렴 결혼식 한번 거창하게 올리는 부부일세.”
“그럼 그럼. 우리가 하객이고 주례자이며 사회자인 셈이지. 키키킥.”
“잠깐만, 결혼식에 예물이 빠져서 쓰나?”
“이게 딱 맞네.”
순간, 차사 하나가 허리춤에 묶은 포승줄을 던졌다. 날아간 포승줄이 허우적대는 몽달귀와 스토커 망령의 목에 걸렸다. 포승줄이 청실홍실을 대신했다. 그렇게 비로소 저와 어울리는 짝과 맺어지게 된 몽달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