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46화(145/157)
대박 집 (1)
텔레비전 화면 너머로 한미희가 보인다.
“꿈에 언니분이 나오셨다고요?”
그녀는 제작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네. 이전 꿈과는 달랐어요.”
“어떤 점이요?”
“사연을 보낼 당시엔 언니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거든요. 이미 다 설명해서 알고 계시겠지만···”
한수영의 몰골만 나쁜 게 아니었다. 프로그램 초반부에 찍힌 한미희 역시 피골이 상접한 모양새였다.
“그랬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어디서 난 건지 고운 옷을 차려입고 있더라고요.”
“고운 옷이요?”
하지만 프로그램 후반부에 나오는 한미희는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굴에도 제법 살이 붙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잔잔한 웃음을 띠며 말을 이어 나갔다.
“새하얀 옷에 면사포를 쓰고 있었어요. 그리고 언니의 옆엔 형부가 있었어요.”
“신부 복장이네요. 혹시 촬영 끝나고 난 후, 다시 영혼결혼식을 치러주신 건가요?”
“아뇨. 호되게 한번 당해보니 무속인을 쉽사리 믿을 수 없겠더라고요. 아, 물론 태구 님은 제외하고요.”
“이해해요.”
“아무튼 태구 님께 따로 여쭤보진 않았지만 아마 그분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언니가 그렇게 말해줬거든요. 그분 덕분에 좋은 곳에서 잘 먹고 잘 쉬고 결혼식도 올렸다고요.”
“어머. 그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아무튼 그러면서 먼 길 떠나기 전 인사 하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간 걱정 끼쳐서 미안했다고, 또 이젠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실감이 났어요. 이제 정말 다 끝났구나 하고요.”
“······”
“비록 다신 언니를 볼 순 없겠지만 너무 좋아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며 살려고요.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이게 다 태구 님 아니 프로그램 덕분이에요. 만나뵐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우리 언니랑 형부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제보자님이 그렇게 말해주시니 저희도 참 기분 좋네요. 마지막으로 방송을 지켜보고 계실 시청자분께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잠시 고민하던 한미희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희 집은 무교였어요. 신도 영혼도 없다고 그렇게 믿었어요. 그런데 막상 이런 일을 겪고 보니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뭐냐면요.”
“···”
“저처럼 가족을 잃었거나 혹은 가까운 지인을 잃고 힘들어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해 주고 싶어요.”
“네. 말씀하세요.”
“소중한 사람이 당장 내 곁을 떠났다고 해서 영영 사라진 게 아니에요. 저는 말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려고요. 그냥, 으음. 날 좋은 날 언니가 여행을 떠났다고 그렇게 생각하려고요. 그리고 언젠간 저도 언니가 먼저 간 그 여행길에 오르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슬픈 것도 없어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어진 날들 소중히 보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대답을 끝으로 방송이 종료되었다. 당연하게도 이번 편 역시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화면 하단, 실시간 시청자 의견이 줄지어 올라왔다.
– 무서운데 왜 눈물이 나냐ㅠ.
– 남자 측 집이랑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인데 저쪽 부모 꿈에는 안 나왔다고 함.
– 찐사랑이네. 나는 언제쯤 저런 사랑 해보냐.
– 영혼결혼식 주관한 무당 떨고있니?
– ㅇㅇ 태구가 그랬잖아. 언젠가 돌려받을 거라고.
– 벌전 받는다는 말인가?
– 오늘 편 요약 : 모솔은 잠재적 악령이다.
– 여행이라는 그 말 참 좋네요. 저도 먼저 보낸 우리 딸, 저 멀리 배낭여행 떠났다고 생각하렵니다.
그리고 지금.
한미희는 병원 입원실에 앉아 자신이 나온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모친도 함께 있었다.
사건을 해결한 지 어느덧 일주일 좀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그간 후속 인터뷰 촬영 일정을 비롯해 태구와의 만남 그리고 언니와 짧게 마지막 인사도 나눴다.
“엄마. 나 화면 빨이 좀 안 받는 것 같지 않아?”
시간은 약이라고 했던가. 빡빡한 일정을 다 소화하고 나니 지금은 이렇듯 농담을 꺼낼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생긴 한미희였다. 그녀의 모친도 매한가지였다.
“그러게. 우리 딸, 화면이 좀 안 받는다. 살 조금만 더 찌우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마음에 여유만 생긴 건 아녔다. 긴 투병 생활로 인해 축 난 모친의 얼굴에 살이 오르고 있었다.
“엄마처럼?”
그런 모친의 변화에 한미희는 언니를 떠올렸다. 우연이 아닌 언니 덕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모친은 한미희에게 그런 말을 했다.
모친의 꿈에도 언니가 나왔다며. 들어보니 언니 꿈을 꾼 그날이었다. 어쨌거나 엄마의 꿈에 나온 언니는 엄마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했다. 동생 곁에서 오래오래 머물다 저를 만나러 오라며.
그리고 그 이후부터 몸컨디션이 말이 아니게 좋아졌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었으니 어찌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분명 언니가 무얼 한 게 틀림없었다.
“푸흡, 그래 나처럼. 그나저나 우리 딸, 화면발은 영 별로인데 말발은 참 좋다.”
“말발?”
끄덕끄덕.
“여행 갔다고 생각하라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아. 우리 막둥이 말대로라면 언젠가 우리 큰딸 만날 날이 있다는 거잖아. 그날이 참 기대되네.”
“나도 그래. 근데 아직 한참 멀었어. 그건 알고 있지?”
“그럼.”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어디 갈 생각 하지 마.”
“그럼. 우리 딸 옆에 딱 붙어 있어야지. 그나저나 선생님이 오실 때가 됐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모친이 말을 내뱉기 무섭게 병실 안으로 의료진 무리가 들어선다. 회진을 나온 것이다. 그들의 손에는 전날 검사한 결과지가 들려 있었다.
“아···”
그때, 한미희는 들어선 의사와 눈을 마주쳤다. 담당의는 해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웃음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검사 결과가 그려진다. 이에 그녀 역시 화답하듯 미소를 지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
인천의 어느 뒷골목에 자리한 상가.
그 앞으로 사람들이 버글버글 몰려 있었다.
“12번 손님, 12번 손님 계세요?”
“어어? 저희 여기 있어요!”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한 국숫집을 방문한 이들이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임에도 가게 앞으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앗, 네. 오래 기다리셨죠? 두 자리 났으니 들어오세요.”
“아싸.”
손님 나가기 무섭게 다시금 손님으로 채워지는 대박집. 그곳 알바생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기 인원을 관리했다.
“저희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요?”
“앞으로 10팀 정도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헤엑. 한 시간이요?”
“네. 죄송합니다. 어떻게 번호표 드릴까요?”
“그래도 주세요. 기다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러던 그때였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대기 줄을 지나쳐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이를 본 손님 몇이 알바를 잡고 항의했다.
“어? 잠시만요. 쟤네 뭐예요? 왜 그냥 들어가게 놔둬요? 아까부터 몇 명 보이던데··· 쟤네 때문에 순서 밀리는 거 아니에요?”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저 아이들, 급식 카드 사용하는 아이들이거든요.”
“그런데요.”
“가게 안에 들어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쟤네 전용석이 따로 있어요. 저희 사장님이 마련해 두셨거든요. 일반 손님들이 앉는 좌석도 따로 있고요. 그러니까 아이들 때문에 대기 시간이 늘어나진 않아요.”
그러자 알바가 단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주변 손님들이 저들끼리 소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중 대부분은 국숫집에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었다.
“인제 보니 돈쭐 내줘야 하는 사장님이시네.”
“그래서 장사가 잘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여기 왜케 장사가 잘되는 거냐. 너 먹어봤다고 했지? 한 시간 넘게 기다릴 만큼 존맛이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이 씨, 뭐냐. 여기 가자고 끌고 와 놓고 인제 와서 존맛이 아니라고?”
“근데 이상하게 땡겨. 그리고 막 이 동네 오면 그냥 여기가 생각난다니까?”
알바는 그런 웅성거림을 뒤로하고 다시금 소리쳤다.
“13번 손님, 계세요?”
“여기 있습니다. 들어가면 되는 거죠?”
“넵. 들어가시면 다른 직원분이 안내해 주실 겁니다.”
그러자 한 남자가 손을 들며 출입문 쪽을 향한다. 이를 본 알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쩐지 낯익은 얼굴이었다.
‘단골은 아닌데, 누구지. 어디서 봤더···아!’
문득 상가 건물주를 떠올린 알바였다.
인제 보니 건물주 할아버지와 몹시 닮은 손님이었다.
‘진짜 아들 아니야?’
그리고 그런 알바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국숫집이 자리한 상가 건물주 아들이 맞았으니.
잠시 후,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온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아버지. 나예요. 아이, 돈은 무슨! 돈 달라고 전화한 거 아니라니까요. 돈 말고 다른 거··· 나 가게 하나만 차려줘요. 그 아버지 건물 1층, 국숫집. 그거 좋아 보이던데. 계약 끝나갈 때 되지 않았나? 우리 와이프가 또 국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말잖아요.”
그는 빙빙 둘러 말하지 않았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방금 다녀온 국숫집, 그것을 제게 달라 말한 것이다.
“마지막,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주세요. 내가 진짜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실은 나 집··· 날렸어요. 와이프 알면 아버지 아들 바로 이혼당해요. 아무튼 가게 안에 방도 있잖아요. 우리 둘 부부 거기서 살면서 새로 시작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나 좀 살려주세요.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월세 내고 용돈도 드리고 그럴게요.”
그렇게 한참 통화를 이어가던 남자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원하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국숫집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뜩였다.
***
그로부터 얼마 후.
“으응? 내용 증명?”
국숫집 앞으로 우편 하나가 도착했다. 우편을 뜯어본 국숫집 사장이 바들바들 손을 떨며 젊은 알바를 불렀다.
“혀, 혁아.”
“네? 사장님 왜 그러세요?”
허옇게 질린 사장을 본 알바가 식탁 닦는 것을 멈추고 달려왔다.
“이거 좀 읽어줘 봐. 대체 뭐라는 거냐.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모, 모르겠네.”
“잠시만요.”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이었다.
“상가 임대료 미납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는 내용인데요? 사장님. 월세 미납하신 적 있어요? 여기 적히기로는 3개월 미납됐다고 적혀 있는데···”
알바의 말에 사장이 서둘러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내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장은 곧장 상황을 따져 물었다.
“아니, 제가 방금 이상한 걸 받았는데요. 잘못 보내신 거죠? 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임대료가 미납되다뇨. 제가 언제 임대료를 미납했습니까. 언제요? 그때라면 가게 수리하면서 발생한 비용 말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 월세 대신 제가 내기로 협의했다 아닙니까. 아이고, 참. 황당하네.”
그러나 대화가 되지 않았다. 건물주는 막무가내였다. 계약 해지만을 입에 담았다. 내용 증명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서 건물주는 건장한 아들을 대동하여 임대인 부부를 압박했다.
한창 영업 중인 시간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기도 했고, 장사 중인 가게 앞으로 차량 여러 대를 끌고 와 출입문을 막아버리기까지 했다.
도저히 장사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국숫집 사장 내외는 가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결과가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그렇게 얼마 후.
그들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 건물주 아들과 그의 부인이었다.
“여기가 우리 가게라는 거잖아. 오빠, 나 떨려.”
“떨릴 게 뭐 있어. 내가 먹어봤는데 특별한 것도 없는 맛이야. 딱 그만치만 하면 돼.”
“진짜지? 잘 되겠지?”
“잘 되고말고. 앞으로 정신 없이 바빠질 거니까 각오나 단단히 해두라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둘은 단꿈에 젖어 있었다. 파렴치하게 뺏은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 줄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