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6)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47화(146/157)
대박 집 (2)
“그래서 내일부터 장사 시작한다고?”
건물주, 주택수의 물음에 며느리 김수현이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당장이라도 열고 싶었는데. 오빠가 자꾸만 가게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며 고집을 피워서는···”
“인테리어는 무슨! 뭣하다고 그딴 데 돈을 써? 가게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 김 씨가 집기구도 다 두고 갔잖아! 재료 사서 만들어 팔기만 하면 그만인걸.”
“그러니까요. 다 차려진 밥상이나 마찬가지인데, 에휴. 그래도 제가 잘 어르고 달래서 내일부터 장사 시작하기로 했어요. 이삿짐도 다 옮겨놨고 재료 준비도 다 마쳤구요. 당장 오늘 밤부터 가게에서 자려구요.”
오래된 물건 몇 개를 버리고, 테이블 배치를 다시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낸 부부였다. 나름의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그리하여 당장 내일부터 장사를 시작하기로 한 부부였다.
“그래. 잘했다. 내일부터 시작이니까 혹여나 술 같은 거 마시지 말고.”
“그럼요.”
“그나저나 고사는 몇 시쯤 지내려고?”
“···고사요?”
“그래. 고사 말이다, 개업 고사!”
“···”
“왜 말이 없어? 떡은 주문해 놓았지?”
곧잘 대답하던 김수현이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기도 잠시, 그녀가 제 생각을 전했다.
“아버님. 고사는 생략해야 할 것 같아요. 떡 돌리는 것도 그렇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 아무리 세월이 많이 변했어도 그렇지. 개업하는 집이 어떻게 고사를 생략해?”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요. 저희가 퍽 요란스럽게 들어왔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전 주인 내쫓고 들어온 거로 생각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그게 맞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쫓긴? 마침 계약 기간도 다 되어가고, 크흠. 그래서 내보낸 거지. 그리고 남의 건물에서 그만치 벌었으면 만족할 줄도 알아야지.”
“아무렴요. 오빠한테 들어보니까 권리금도 없이 들어와서 바로 장사했다고 하던데··· 아무튼 조용히 들어가서 장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괜히 요란하게 했다가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될까 봐서요. 같은 상가 쓰는 사장님들 쑥덕대는 소리야 흘려듣는다고 쳐도, 손님들이 수군대는 그 말을 들으면 또···”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 말에 설득당한 주택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고사를 생략하기로 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주동현 내외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향했다.
당장 내일이 개업이니 일찍 잠에 들 생각이었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국숫집 안에 자리한 작은 방이다.
주방을 지나치면 문 하나가 나오는데 그 문을 열면 5평 남짓한 공간이 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침대, 티비, 옷장 그리고 방 옆에 딸린 화장실까지.
방안에 들어선 김수현은 곧장 욕실로 향했다.
“오빠, 나 먼저 씻어? 아니면 같이 씻을까?”
“아니. 축구 봐야 해. 먼저 씻어.”
욕실 밖에서 들려오는 텔레비전 소리는 샤워기가 뿜어내는 물줄기 소리에 가려졌다.
솨아아아——
샤워기 아래 선 김수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몸을 닦았다. 몸에 묻은 몽실몽실한 거품이 물줄기를 따라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그런 다음 머리를 헹궈낼 요량으로 두 손을 뻗는데···
“흐흥, 흐···”
얼핏 그녀의 귓가로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갔···”
티비 소리는 아닌 성싶고···
남편, 주동현이겠지 싶었다.
“뭐라는 거야.”
김수현은 중얼거리며 하던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이내 주저앉고야 만다.
쾅쾅콰쾅, 쾅콰왘와쾅—!
“내 밥 그릇 어쨌어. 밥, 밥 왜 안줘? 밥, 밥!”
순간 굉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남편, 주동현이 욕실 문을 걷어차며 밥 달라고 소리를 질러댄 것이다.
“아, 진짜아! 놀랐잖아! 장난 좀 치지 마.”
주저앉은 김수현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그녀는 남편이 장난을 치는 거라 여겼다.
평소에도 저렇듯 놀래키길 잘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더불어 내뱉은 말도 그랬다.
난데없이 밥 타령이라니. 밥은 조금 전, 아버님 댁에서 거하게 먹고 오지 않았던가.
그런 이유로 표정을 구기며 소리를 치는데···
쾅쾅콰오카, 쾅쾅쾅쾅—!
철컥, 철컥.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저렇듯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이렇듯 선명하게 들리는데.
닫혀 있는 욕실 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손잡이 역시 돌아가지 않고 있다.
“!”
그걸 깨닫는 순간.
문 두드리는 굉음도 남편의 목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
세찬 물줄기 소리만 들려온다.
공포에 사로잡힌 탓일까.
“으으···”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따스하게 느껴지던 물줄기가 괜히 차갑게 느껴진다. 이대로 있다간 온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다.
‘나, 나가자.’
김수현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기 수전을 잠갔다.
“오, 오빠. 오빠!”
그런 다음 거듭 남편을 불렀다. 대답을 바라고 부른 게 아니다. 외려 아무 말도 안 해주길 바랐다. 그런데도 남편을 부르는 이유는···
저 문 너머에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방금 들은 문소리는 잘못 들은 것이다. 남편은 그저 티비를 보고 있어 대답을 안 하는 것뿐이다.
하는 그런 자기 암시인 셈이다.
“나 지금 나간다? 골 먹혔어? 오빠!”
“······”
그렇게 김수현은 목소리를 높이며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틀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옆에 걸린 샤워 가운을 걸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세면대 위에 부착된 거울 너머로 비친 제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꺄아아아아악——!”
그 안에는 손질된 고깃덩이가 있었다.
적어도 김수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살가죽을 벗겨낸 것인지 그도 아니면 핏물을 뒤집어쓴 것인지 얼굴에서부터 상반신까지 죄다 붉은색을 띠고 있다.
그걸 보는 순간.
손에 든 샤워 가운을 내팽개쳤다.
벌컥—
그리고는 숨도 쉬지 않고 달려가 욕실 문을 열어젖혔다. 문이 안 열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문은 너무 쉽게 열렸다.
그리고 그렇게 문을 열고 나오니···
“뭐야? 왜 그러고 나와. 물 다 떨어지잖아.”
놀랍게도 이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들려온다.
시끄러운 티비소리와 짜증 섞인 남편의 목소리···
“허, 허억.”
그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만 같다.
김수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고는 황급히 몸을 훑어내렸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핏방울은 없었다.
살결 위에 맺힌 것은 투명한 물방울이었다.
그리고 살가죽 역시 살색을 띠고 있었다.
“뭐해! 물 다 떨어진다고!”
이를 확인한 김수현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되물었다.
“오빠, 내 목소리 못 들었어?”
“물 닦으라니까 무슨 목소리? 내 목소리는 안 들리나 보지?”
“내가, 내가 불렀잖아. 응?”
“아, 몰라. 빨리 닦기나 해.”
주동현은 대충 말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그의 시선이 텔레비전을 향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본 김수현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빨리!!!!!!!!!!!! 대답해 보라니까!!!!!!!!!”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다시금 김수현을 바라보는 주동현.
“깜짝이야. 왜 화를 내고 그래. 얼굴은 또 왜 그러고. 응? 휴지라도 떨어졌어? 내가 대답 안 해서 화난 거야? 엉?”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수현은 그런 남편에게 욕실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난 또 뭐라고. 자기 요즘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랬잖아. 피곤해서 환청 들은 모양이지.”
“······환청 같은 게 아니라고!”
“그러면 뭐? 문에 귀신이라도 붙었단 말이야? 어떻게! 다 때려 부숴 버릴까?”
그 말에 김수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는 사이, 침대에서 일어난 주동현이 주먹을 쥔 채 성큼성큼 다가온다.
내뱉은 말마따나 문을 부술 기세였다.
“말을 말자. 됐어.”
결국 김수현이 손을 휘저으며 그리 말했다.
“왜, 내가 다 때려 부숴 주겠다니까?”
“···칫, 됐어.”
“이제 웃네. 그럼 나 씻고 온다?”
웃겨서 웃은 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 거다.
“오빠, 문 닫지 마! 열고 씻어!”
“하여간 애 같기는 알았어. 너도 옷 제대로 입고 바닥에 물 떨어진 것도 닦고.”
주동현은 김수현의 말대로 했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로 샤워를 했다. 물론 환청이 들린다거나, 환각이 보인다거나 하는 현상은 없었다.
시간은 불안과 공포를 잠재워 줬다.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씻고 나온 둘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졸, 졸졸졸졸—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 새는 소리가 같았다.
“오빠아, 오빠.”
그 소리에 깬 김수현이 곤히 잠든 남편을 흔들었다.
“좀 일어나 봐.”
“아, 잠 좀 자자.”
그러자 주동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잠깐만 일어나서 주방에 좀 나가봐. 응? 물 틀어놓은 것 같단 말이야.”
“물은 무슨 물. 내가 다 확인했으니까 그냥 자.”
“오빠아—”
“······”
결코 일어날 모양새가 아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졸졸거리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사실 못 들은 척 다시 자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무시가 안 된다.
“아잇, 진짜.”
졸졸거리는 소리가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결국 김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가니 졸졸거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또르르륵— 똑, 똑.
“물 틀어져 있는 거 맞구만, 확인은 무슨. 아휴.”
캄캄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창고를 지나쳐 주방으로 나온 그녀가 벽을 더듬었다. 불을 켤 셈이었다.
이어서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부엌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그때, 김수현은 보고야 말았다.
“!”
싱크대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것을.
졸졸졸졸, 졸졸졸—
그것은 외발 다리를 한 남자였다. 남자는 포댓자루 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오래된 갈색 나무 사발을 들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손으로 싱크대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머리를 기울여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먹는데···
졸졸졸졸, 또르르륵.
턱이 뚫려있어 그 물이 그대로 싱크대 안으로 떨어진다.
졸졸졸졸, 또르르르륵.
“······허읍.”
이를 본 김수현은 놀라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기도 잠시, 그것에게 제 존재를 들킬까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만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녀는 호랑이 앞에 선 토끼처럼 바들바들 떨며 조용히 뒷걸음질 치려고 했다. 몸은 뒤로 빼고 있지만 시선은 그것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레 내디딘 뒷발이 주방 타일 바닥에 닿는 순간.
싱크대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그것이 돌연 고개를 꺾는다.
‘불을 켤 땐 신경도 안 쓰더니, 왜 하필 지금···’
결국 김수현는 그것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저런 피부색을 띨 리 없다. 청색증이 온 것처럼 푸른색을 얼굴을 한 남자가 김수현를 노려보고 있었다.
조졌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김수현는 등을 돌려 달리려고 했다. 그런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다리가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제 몸이 제 몸 같지 않다.
“흐, 흐으으···”
마치 가위에 눌린 듯한 기분이었다.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고는 눈동자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싱크대 앞에 서 있던 그것이 점차 거리를 좁혀 온다.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은 채.
쿵, 쿵, 쿵, 쿵—!
‘아아.’
외발로 뛰어오는 그것의 발소리. 그 소리에 맞춰 심장이 요동친다. 쿵쾅쿵쾅쿵쾅··· 차마 다물지 못한 입에서는 침이 주르륵 흘러나왔고, 동공은 팽창됐다.
그렇게 굳은 김수현의 앞에 도착한 그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서운 눈빛으로 한차례 그녀의 몸을 훑어보는가 싶더니, 이내 손에 들고 있던 나무 사발을 높게 치켜든다.
쇄애애애액——!
그 순간, 김수현이 질끈 눈을 감았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눈을 감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곧 닥칠 고통을 상상했다.
퍽!
예상대로 나무 사발은 그녀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퍽, 퍽, 퍽!
살을 가르는 고통이 느껴졌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꼿꼿이 선 채로 머리에서 흘러 내리는 뜨거운 피를 느껴야 했다. 흘러내린 피로 눈앞이 벌겋게 보인다.
‘제발, 제발···’
간절하게 빌어보지만, 그녀의 앞에선 그것은 아무 표정 없이 다시금 손을 들었다.
빠각, 빠각—!
그렇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갈 때쯤.
끼익—
“수현아.”
문소리와 함께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외발 다리를 한 남자가 김수현에게서 시선을 떼고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들어온 첫날,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