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48화(147/157)
대박 집 (3)
그것의 시선이 남편 주동현에게로 향하는 순간.
“허억!”
가위가 풀렸다.
그와 동시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편의 얼굴이 보인다
“수현아, 수현아.”
이상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 주동현은 분명 자신의 뒤에 서 있었는데···
어째서 이렇듯 코앞에서 머리를 드밀고 있는 걸까?
게다가 남편 너머로 보이는 천장과 벽지 역시 이상했다.
‘여긴 방이잖아, 내가 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싶었다.
“아악!”
그러나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찌릿한 고통이 밀려왔다. 고통의 근원은 머리였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머리를 만졌다. 뜨거운 피의 감촉이 느껴진다. 조금 전, 그것이 휘두른 나무 사발에 맞아 생긴 상처가 분명했다.
“많이 아프지? 일단 천천히 일어나 앉아봐. 내가 일으켜 줄게.”
“오, 오빠.”
“왜 하필 그게 네 머리로 떨어져서는···”
그런데 남편이 영문 모를 소리를 한다. 떨어지다니 뭐가 떨어졌단 말인가. 게다가 남편의 표정에선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을 봤다면 저럴 순 없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김수현이 물었다.
“뭐가 떨어졌다고? 아니,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떻게 방에 있어? 그거 어디 갔어?”
“그거?”
“있잖아. 그 얼굴 퍼런 귀신. 발, 발 하나 달려서···”
그러자 주동현이 미간을 구기며 손가락은 든다. 그런 다음 그녀의 눈앞에서 흔드는 게 아니겠나.
“수현아. 이거 몇 개로 보여?”
“···”
“아니다. 내 이름 뭐야? 너무 쉬운가? 우리 엄마 이름 말해 봐.”
“나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야. 그거 어디 있냐고. 오빠, 설마 못 봤어? 그럼 나는 여기 어떻게 데리고 온 거야? 응?”
“하아, 너 진짜 어제부터 왜 그러냐. 데려오긴 뭘 데려와. 수현아, 여기 잘 봐. 방이잖아. 그치? 우리 어젯밤에 침대에 누워서 잤고.”
“그러다가 내가 물소리 난다면서 오빠 깨웠잖아. 근데 오빠가 안 일어나서 내가 주방으로 나갔단 말이야. 그리고 거기에서 그걸 봤다고—!”
“그니까 그거 꿈이라고. 너 내 옆에서 계속 잤어. 네 머리는 그 빌어먹을 귀신이 그런 게 아니라 저기 보이지? 저 시계가 떨어지면서 생긴 상처라고. 하여간, 이래서 내가 인테리어 싹 다 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한 건데··· 왜 머리맡에 시계를 쳐 걸어둬서는.”
“시계?”
그 물음에 주동현이 바닥에 놓인 시계를 보며 턱짓했다.
“그래, 저 봐. 피 묻은 거. 자다가 무슨 소리 나길래 깼더니 네 얼굴은 피범벅 되어있지, 그런데도 꼼짝도 안 하고 흰자만 뒤집어 까고 있지, 내가 얼마나 겁났는데···”
“···”
“근데 일어나서 한다는 말이 뭐? 외발 남자? 귀신?”
“진짜 그게 꿈이었다고?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김수현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꿈이라면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에 깃든 공포는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첫날, 그런 꿈을 꾼 게 찝찝한 것이다. 게다가 환청과 환각도 보지 않았던가.
마음 같아서는 장사고 뭐도 다 때려치우고 싶다. 이 찝찝한 공간에서 당장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갈 곳이 없다. 이제 여기가 집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게다가 이 가게를 어떻게 받았는데··· 밥 한술 못 떠보고 밥상을 엎어?
“이사며 장사 준비며 요즘 많이 힘들었나 보네. 생전 꾸지도 않는 악몽을 다 꾸고··· 이럴 게 아니라 빨리 병원부터 가자. 오늘 장사는 그냥 접···”
김수현이 이를 악물며 남편의 말허리를 잘랐다.
“해야지. 어젯밤에 재료 준비 다 해놨잖아. 그거 그냥 버릴 셈이야? 그리고 오늘부터 문 연다고 붙여 놨잖아. 첫날부터 약속 어기면 손님 다 끊겨.”
“진짜 할 수 있겠어?”
“응. 그러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말고 나 좀 일으켜 줘. 아, 택시도 부르고.”
둘은 곧 응급실로 향했다. 몇 바늘 꿰매기는 했으나 다행히 골절이나 뇌출혈 진단은 없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해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면 오늘 장사는 글렀을 터였다.
그렇게 처치를 받고 가게로 돌아오니 가게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오픈까지 한 시간 남짓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첫날부터 대박이네.”
그걸 보고 있자니 고통도 싹 가시는 듯했다. 말로만 듣던 금융치료인가 싶었다. 둘은 몹시 흥분한 얼굴로 늘어선 줄을 지나쳐 닫힌 가게 문 앞에 섰다.
“사장님이신가.”
“오늘부터 장사하는 거 맞죠? 문에 그렇게 적혀 있던데.”
“아침 장사하는 거 맞아요?”
잠가둔 문을 열고 있는데, 가까이 선 손님 몇이 물어왔다.
“어우, 하죠. 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안내해 드릴게요.”
그들은 사장이 바뀐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저 식사 가능 여부에 대해서만 물었다. 다른 건 중요치 않은 듯 보였다.
어쨌든 그렇게 늘어선 줄은 장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좁은 가게 안으로 손님들이 끝없이 들어왔다. 개중에는 식사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뭐야. 너 혼자야? 혼자는 안 되는데. 나중에 엄마랑 같이 와. 그리고 여기 급식 카드 안 받으니까 그것도 알아두고.”
급식 카드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그랬다. 아이들을 돌려보내도 장사에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테이블 회전율이 빨라져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게 개업 첫날부터 장사는 대박을 터트렸다. 매장 포스기 앞에 선 김수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야?”
“사백.”
“엉?”
“오늘 매출 사백이라고—!”
“꺄악, 미쳤어!”
“어어? 뛰지 마. 상처 터진다!”
손님들이 떠나간 조용한 가게, 둘의 웃음소리가 정적을 깼다.
매일 이렇게만 벌 수 있다면 가위는 물론이거니와 환청과 환각도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그날 밤, 김수현은 또다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분명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쾅쾅, 쾅쾅쾅—!
문득 눈을 떠 보니 홀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런 홀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키히히히. 술이 어딨지?”
“주문!!!!!!!!!!!”
“배고파. 밥 줘.”
“아이, 따스해라. 여기 참 좋다.”
“이렇게 좋은 곳에 있을 수 있다고?”
그들은 하나같이 괴이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목이 꺾인 남자, 잘린 두 팔을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여자, 테이블 위에 올라서서 빙글빙글 도는 할머니,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는 군복을 입은 청년···
얼핏 봐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귀신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귀신들의 중심에 그것이 서 있었다.
“손님들이 많으니 좋지?”
청색 피부를 한 남자, 그것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문 쪽으로 콩콩 뛰어가 손에 든 나무 사발을 휘둘렀다. 전날, 그녀의 머리통을 내리치던 사발은 가게 문을 두드려 대고 있었다.
쾅, 쾅쾅쾅—!
그 순간, 바깥과 맞닿은 유리문이 조각난다. 그렇게 깨진 문틈으로 괴이한 행색을 한 그것들이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꺄아아악! 그만, 그만. 그러지마요.”
저대로 놔둬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막아야 했다. 왜라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그냥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러나 그녀는 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그녀가 절박한 목소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괴이한 행색을 한 그것들이 일제히 고개를 꺾어 그녀를 바라봤으니까.
“거기 있었네?”
“저리, 저리가···우으.”
이어서 그것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와 김수현을 덮쳤다. 순식간에 사악한 기운에 둘러싸인 김수현은 온몸을 뒤틀며 괴성을 질렀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어느 순간 질끈 감은 두 눈을 떴다.
“또, 또···”
꿈이었다. 잠에서 깬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침대보는 그녀가 흘린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남편을 찾았다.
“오빠.”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우연이 아니다. 이 가게, 뭔가 이상하다. 오빠와 함께 대책을 찾아야 했다.
“으으. 으으···”
그런데 대답 대신 신음이 들린다. 그녀가 고개를 꺾었다. 남편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김수현은 황급히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오빠!”
“일어나 보라니까!”
짜악!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겨우 눈을 뜬 주동현이었다.
“······갈색 나무 그릇 든 남자.”
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도 봤어?”
“꿈에 나왔어.”
그 순간, 김수현은 직감했다. 결코 피곤해서 그런 꿈을 꾼 게 아니라고. 남편의 꿈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귀신이 너를 잡고 이쪽으로 휙, 저쪽으로 휙 던지는데···”
“아악! 그만! 그냥 안 들을래.”
심장이 세차게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더 들을 엄두가 안 났다. 꿈 내용을 듣기보단 방비책을 세우는 게 먼저였다.
“오빠, 우리 이대론 안 될 것 같아. 내가 말했지? 여기 이상하다고.”
“···이상해, 이제 네 말 믿어. 근데 그래서 뭐. 나가자고?”
“아니. 그건 안 되지. 그보다 오늘 영업 끝나고 용한 무당 좀 찾아보자. 그리고 잠도 나가서 자야겠어. 더 이상 여기서 못 자겠어.”
방비책 안에 가게를 그만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차라리 모르면 포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돈맛을 보고 나니 포기가 안 됐다. 장사는 계속해서 이어 나가야 했다. 게다가 그것이 보이는 때는 잠에 들었을 때인데 장사와 무슨 상관인가.
아무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그들은 거금의 부적을 사들여 가게 곳곳에 붙였다. 몇 장은 몸에 소지하고 있기도 했다. 과연 효과는 있었다. 잠시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노란 괴황지에 그린 부적이 피를 머금은 듯 검붉은색으로 변하더니 다시금 악몽을 꾸기 시작한 주동현 내외였다.
효력을 다한 것이다. 바깥에서 자는 것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물며 교회에서도 자봤다.
그러나 눈을 뜨며 어느새 가게 안에 서 있었다. 결국 그들은 다시금 가게 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괜히 돈만 버리는 형국이었으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부장을 사는 게 더 나았다.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했다.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몸은 피곤해도 연일 신기록 매출을 달성했으니.
그렇게 꾸역꾸역 장사를 이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부적이 효력을 다했는지 또다시 악몽을 꾸게 된 김수현이었다. 이렇듯 타이밍이 안 맞으면 가위에 눌리곤 했다. 그날도 그런 날이라고 생각했다.
탁탁탁탁탁탁탁—
반복적인 소리가 그녀의 잠을 깨웠다.
‘또 시작이구나.’
김수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열고 나섰다.
좁은 복도를 지나쳐 소리가 들리는 주방으로 향했다.
좁은 식당 안에서 뛰놀던 귀신들은 문밖을 나선 김수현을 보며 키득키득 웃어댔다.
그런 귀신들을 헤치고 주방에 도착한 김수현.
그녀의 동공이 소리의 근원을 쫓았다.
탁탁탁탁탁탁탁탁—
외발 남자가 내는 소음이 아녔다.
반복적으로 탁탁 울리는 소리는 남편이 낸 소리였다.
“오빠? 거기서 뭐···”
굉음의 원인이 남편임을 확인하는 순간.
“꺄아아아아악!”
김수현이 대뜸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뒤늦게 끔찍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주방 중앙에 자리한 조리대 앞에 서 있는 남편.
그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제 왼손가락을 찍어대고 있었다. 아니, 이건 거의 다지는 수준이다.
탁탁탁탁탁—
그로 인해 검붉은 피와 허연 살점이 사방팔방으로 튄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허공을 응시하며 연거푸 칼질을 이어 나갔다.
이를 본 김수현은 경악한 얼굴로 그에게 달려갔다.
꿈인 걸 알지만, 귀신의 장난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만,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녀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남편의 오른 팔목을 그러쥐었다.
그 순간,
쐐애애액——
방해하지 말라는 듯 손을 휘젓는 남편, 주동현.
문제는 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섬뜩한 칼날 아래로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아래.
바닥에는 김수현이 누워 있었다. 벌어진 살가죽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피가 상의를 적셨다.
그때,
탁탁탁탁탁탁—
다시금 들려오는 칼질 소리.
김수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언제, 언제 깨는 거야···’
그러나 그녀의 바람을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다.
그도 그럴 게 당장 그녀가 겪은 일은 꿈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가게를 개점한 지 고작 이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