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48)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49화(148/157)
대박 집 (4)
“이야, 떠돌이 잡귀들이 버글버글하네. 이 동네 관리하는 차사가 없나···”
복차가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골목은 잡귀들로 버글거렸다.
객귀, 걸귀, 물귀신 개중에는 악귀도 있다.
이렇듯 온갖 영가들이 모여 있으니 귀취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지독했다.
그로 인해 비교적 깨끗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따위가 꼬여 있었다.
검은 파리 떼는 ‘위잉—’ 하는 소리를 내며 줄지어 걸어가는 영가를 좇았다.
더불어 질병의 온상으로 취급받는 쥐도 보인다.
하수구 구멍 사이에 몸통이 낀 쥐새끼 한 마리가 찍찍거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이는 진동하는 귀취 때문이다. 또한, 골목을 잠식한 건 귀취만이 아니었다.
버글거리는 귀신 무리로 인해 귀기가 자욱하고.
[오늘은또어떤년을놀래켜줄까히히히히] [그동안이곳저곳떠돌아다니느라힘들었는데참으로좋다] [억울해서내가혼자는못가지이놈저놈모가지를뎅강잘라길동무를삼아가야지]귀신들이 울부짖는 귀곡성이 골목 안을 채운다.
이 정도 귀기면 대낮에도 귀신들을 보이거나 귀신들이 내뱉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태구와 복차는 그런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선생님. 얼추 다 온 것 같은데요? 저기 저 앞에 건물 맞죠?”
태구와 발맞춰 걷던 복차가 손가락을 들어 전방을 향해 가리켰다.
골목 끝자락, 어둠에 잠긴 건물 하나가 보였다. 그곳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이자 촬영 장소였다.
“어, 저기 맞네. 불 다 꺼져있는 거 보니 약속대로 다들 들어간 모양이야.”
이를 본 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복차는 가방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면 여기서부터 방송···”
그런데 그때.
근처를 지나던 사귀 하나가 놀라운 속도로 복차에게 다가선다.
그것은 기괴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팔과 다리는 거미처럼 길고 가늘었고, 목 위에 달려 있어야 할 머리는 배에 박혀 있는 기이한 모양새였다.
그런 놈이 단숨에 복차의 어깨 위에 올라타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야, 떠돌이 잡귀들이 버글버글하네? 너 내가 보이는구나? 내가 잡귀로 보이는구나. 키키킥]조금 전, 복차가 내뱉은 말을 듣고 온 것이리라.
그렇지 않아도 코를 찌르는 귀취로 머리가 아팠는데, 귓가에 대고 이렇듯 입을 여니 썩은 귀취가 진동한다. 복차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사이 사귀의 찢어진 입에서 나온 검은 혀가 복차의 귓속을 파고들려 했다.
“어으, 냄새야. 그래. 보이기만 할까. 이렇듯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너를 데리고 갈 수도 있지.”
그러나 복차가 한 발 빨랐다. 그가 벼락같은 손놀림으로 악취 나는 그것의 혀를 움켜쥐었다. 그런 다음 그대로 앞으로 메쳤다.
퍼어억!
[키아아악!]복차의 어깨에 올라타 앉아있던 그것은 어느새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또한, 사귀의 몸뚱이는 차사가 사용하는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복차는 그런 놈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태구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신전문을 열어 달라는 의미였다. 그 안에 저승과 통하는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망령들은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다.
어느 영가는 빠르게 전봇대를 기어올랐고, 어느 영가는 쥐를 따라 하수구에 숨어들었으며, 또 다른 영가는 걸음을 재촉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달렸다.
태구 일행과 같은 목적지, 골목길 끝자락에 자리한 건물이었다.
태구와 복차는 마치 몰이사냥이라도 나온 듯 그런 영가들을 거둬들이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이었다.
영가들이 가고자 했던 곳,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건물이 바로 오늘의 촬영 장소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알짜 건물 대우 받았던 낡은 2층 건물은 폐건물처럼 변해 있었다. 그런 폐건물에 입점한 가게 간판들이 보인다.
건물 1층엔 국숫집과 호프집이 있었고, 2층에는 스터디 카페와 세탁소 그리고 미용실이 입점해 있었다. 그중 불 켜진 점포는 없었다.
지금 시각, 밤 11시 30분.
식사를 파는 국숫집은 그렇다 쳐도 술을 파는 호프집, 스터디 카페 같은 경우 늦은 새벽까지 영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여긴 달랐다. 장사를 끝내기엔 퍽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문을 걸어 잠근 채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귀신 때문일 터. 아니, 귀신을 보지 못한다 해도 이런 환경에서 장사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일단 눈에 보이는 환경만 해도 그랬다. 당장 건물 아래로 널브러져 죽은 새들의 사체가 보였고, 건물 외벽과 창문엔 검은 파리 떼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는 넘실거리는 귀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대개 망령들은 생기를 원하고, 가장 쉽사리 취할 수 있는 목숨 중 하나가 바로 작은 짐승의 생기였으니.
아무튼 그런 건물 앞에 도착한 태구와 복차는 재빨리 방송을 켰다.
[태구씨도끼들어봐유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태구태세문단속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벙개의 신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사탕조아하는사탄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
.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입장했다.
– 오늘 방송은 뭥미?
– 카페 사연 베스트 글, 그거 아님?
– ㅇㅇ 인천 유령 건물.
– 딱 보니까 거기 맞네요. 저 저기 근처 사는 사람입니다.
– 유령 건물? 오늘 폐건물 체험하는 날임?
– ㄴㄴ 폐건물은 아니고 유사 폐건물쯤 됩니다.
– 귀신 나온다고 소문 난 건물임ㅋ
시청자 일부는 오늘 촬영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사연 접수 게시판 베스트 글을 정독하고 왔기 때문이리라.
더불어 이곳에서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 시청자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몹시 흥분하여 손가락을 놀렸다.
– 나 유령 건물 호프집 갔다가 구ㅣ신 봤자너ㅡㅡ
– 울 댕댕이도 봄 2222
– ??
– 저기 울 댕댕이 산책코스인데 갈 때마다 애가 부들부들 떨고 땅바닥에 붙어 기어가다 싶어 굴어서 이젠 안 가는 코스임. 귀신 봐서 그런 거 같음.
– 근데 조명 좀 켜야 할 듯. 건물이 잘 안 보여. 왜케 까매? 어어?
– 저거 검은 거 다 파리임 ㅡㅡ 글고 아까 얼핏 바닥 비췄는데 죽은 새 쩜.
– 새가 왜 죽어 있는데?
– 그것이 폐건물이니까.
태구는 들어가기에 앞서 상황을 설명하고자 했다. 때마침 아경이 신호를 보냈다.
[고 매니저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사장님. 본방 가득 찼고 중계방도 거의 풀이예요. 이제 설명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곳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요. 일단 사연 접수자 신원부터 알려주세요 🙂
“응. 대충 다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방송 시작할게.”
– 접수자는 당연 건물주 아닌가?
– ㅇㅇ 그럴 듯.
– 그건 다 아는 내용이니까 본겜부터 가자.
– 그럼 건물 전체에 귀신이 나온다는 거임?
채팅창 반응을 본 태구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카페에 사연을 보낸 이는 건물주가 아니야. 또, 한 명도 아니고.”
[태구씨도끼들어봐유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한 명이 아니라면 여러 명이 제보했다는 거야?
“우리단길 상인회라고 건물이 자리한 골목에서 장사하는 사장님들이 모여 만든 사조직에서 의뢰한 건이야.”
그 말인즉슨 그들 모두가 귀신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말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대. 그러다 그 일이 터진 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 그 일이 뭔데?
– 나는 알고 있지. 후후후.
– 힌트 : 국숫집
“지금으로부터 삼 주 전, 내 뒤로 보이는 건물 1층 국숫집에 건물주 사장 내외가 장사하기 위해 들어왔대. 그때부터 쥐나 파리 떼가 꼬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방역 업체를 부르고, 가게마다 청소에 열 올려 댔었지. 그리고 이주일 정도 지났을까. 2층에 입점한 스터디 카페 사장이 퇴근하는 길이었어.”
보통 스터디 카페는 24시간 내내 운영된다. 2층에 입점한 스터디 카페도 그랬다. 그러나 최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악취와 들끓는 벌레떼로 인해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져 버렸다.
그날도 그랬다. 반기는 손님은 없고 윙윙 울려대는 파리 소리에 짜증이 난 스터디 카페 사장은 이른 퇴근을 택했다. 이른 퇴근이래 봤자 자정을 훌쩍 지난 새벽녘이었지만. 어쨌든···
“1층 국숫집 문이 활짝 열려 있더래. 그렇게 열린 문틈 사이로 쥐 떼가 들어가는데 그걸 본 스터디 카페 사장은 순간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저 음식점이 문제였구나.”
– 무슨 문제?
– 건물에 벌레가 들끓는 이유 말이다.
– 아항? 근데 나였어도 그렇게 생각할 듯.
– 하필 또 음식점이니까ㅋ
– 타이밍이 아주 적절하다 이 말입니다.
– 그래서 님아, 그 문을 열고 들어갔소?
“당연히 들어갔지. 마침 문도 열려 있었으니까. 그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홀 불은 꺼져 있었고 카운터 뒤로 보이는 주방엔 불이 켜져 있었다고 하더라고. 발걸음은 자연히 불빛을 따라갔고 그 안에서 그는 쓰러진 사장 내외를 보게 돼. 사실 가게에 들어설 때부터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사장 내외를 보는 순간 그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 비릿한 냄새라고 하면······
– 정답! 피 냄새—!
– 난 알고 있었지. 그때 경찰 오고 동네 뒤집어 짐.
– 왜? 귀신이 칼로 찔렀어?
– ㄴㄴ 남편이 와이프 찔렀다고 알려져 있음.
– ㅈㄴ소름인건 남편이 지 손도 썸ㅠ
“예상한 대로 그건 피 냄새였어. 주방 바닥, 흥건하게 고인 피가 비릿한 냄새를 풍겼던 거야. 그리고 피 웅덩이 위에는 국숫집 사장 내외가 쓰러져 있었는데, 그 위를 먼저 들어간 쥐 떼와 파리 떼가 덮고 있었다 해.”
최초 발견자, 스터디 카페 사장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잊을 만큼 놀라 까무러쳤다. 살면서 그렇게 처참한 광경은 처음이었다.
사전 미팅에서 만난 그는 당시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을 줄줄 흘려댔었다.
[태구씨도끼들어봐유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헐, 남편이 자기 손 자르고 와이프까지 찔렀다고? 둘다 어떻게 됨? 죽었음? 글고 당연히 맨정신에 그런 건 아니겠지? 귀신에 홀려서 그런 거 맞아?
태구는 그를 떠올리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확실한 건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아마 홀렸을 거야. 깨어난 남편이 증언하기론 기억이 없다고 했으니. 그리고 와이프 역시 남편을 탓하긴 보단 귀신이 그런 거라며 소란을 피웠다고 하더라고. 그걸 보면 홀린 게 분명하지. 아,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죽진 않았는데 부상 정도가 심해 아직도 병원 생활 중이라고 들었어. 다만, 남자의 경우 왼손가락 모두를 잃었다고 해.”
이는 절단된 손가락을 회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에 홀린 남자는 제 손을 다지다시피 잘게 썰어버렸으니까. 결국 손가락 다섯 개를 모두 잃은 남자였다.
– 헐. 그 남자 너무 불쌍하다
– 눈 떠보니 왼손가락 삭제라니.
– 불쌍하긴ㅋ 사필귀정임
– ??
– 나 이전 국숫집 알바생인데, 저놈이 우리 사장님 쫓아내다시피 하고 들어가서 장사한 거임. 그래서 난 첨에 사장님이 나쁜 선택한 줄 알았음. 우리 사장님이 죽어서 저놈한테 달려간 건가 싶었다니까.
– 미친. 진짜야?
– ㄴㄴ 다행히 멀쩡히 잘 살아계심. 아무튼 난 ㅈㄴ고소하다고 생각함^^ 사장님한테도 알랴드림.
태구의 설명에 누군가 말을 보탰다. 채팅방이 시끄러워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뜻밖의 이야기에 누군가는 그래도 불쌍한 건 불쌍한거라며 동정을 표했고, 누군가는 고소하다며 ‘ㅋㅋㅋ’를 남발했다.
태구는 그것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풀 뿐이었다.
“아무튼 그 일이 터진 즈음부터 상인들은 이상한 걸 보고, 또 이상한 말을 듣기 시작했다고 해. 맞아. 영가, 즉 귀신을 보고 귀신의 말을 듣게 된 거야. 그 때문에 무당도 부르고 고명한 스님도 불렀었나 봐. 그런데 하나같이 다들 그런 말을 했대. 이 건물 자체가 귀신 소굴이 되었다고. 자신이 감당하기엔 벅차다고. 그러다 결국 나한테까지 사연을 보내게 된 거야.”
그 사이, 복차는 태구와 그 뒤에 자리한 건물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복차가 미간을 찌푸리며 카메라를 위쪽으로 치켜든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귀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건?’
기묘한 귀기를 풍기는 존재. 그것은 건물 꼭대기 난간에 서서 태구 일행을 쏘아보고 있었다. 더불어 그것은 외발에 푸른색 피부를 띠고 있었는데 이를 본 복차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복차가 잘 아는 부류였으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도깨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