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5화(15/157)
선객
태구가 내린 곳은 산 중턱 도로 한가운데였다.
택시가 떠난 도로는 휑했고,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나무 그리고 또 나무뿐이다. 가로등도 몇 개 없어 주변은 암흑 그 자체였다.
– 와 ㅈㄴ 깜깜하다.
– 기사님.. 잘못 내려주신 것 같습니다만?
– 나 지금 심봉사한테 빙의 당한 거니? 암것도 안 보인다, 청아.
시청자들은 눈에 뵈는 게 없다며 성화를 부렸다. 채팅창이 휙휙 올라갔다. 확실히 오전에 비해 시청자가 많았다. 태구는 몰랐겠지만 ‘벙개의 신’이 커뮤에 홍보글을 적은 덕분이었다.
“좀 기다려 보거라. 이럴 줄 알고 내 미리 준비해온 것이 있으니.”
태구는 기다렸다는 듯 메고 온 백팩을 열어젖혔다.
고출력 헤드 랜턴, 손전등, 삼각대, 적외선 탐지기, 얼씨구? 손도끼는 왜 집어넣었대. 어쨌든 가방 안에는 다양한 장비가 있었다.
모두 다 현대판 종자, 흑룡이 챙겨준 것들이었다.
태구는 그중 헤드 랜턴을 꺼내 착용했고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주변 모습이 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오오, 청아! 보인다. 보여!
– 심봉사 게이얔ㅋㅋ 1절만 해라.
– 여윽시 장비빨이 최고야.
– 이 맛에 경력직 신입 뽑는거지.
– 저기가 그 입구인가본ㄷㅔ?
휑한 도로, 바람결에 나부끼는 나뭇가지, 기사가 알려준 병원의 진입로까지 카메라에 담겼다.
– ㄹㅇ 저승행 버스 지나다닐 것 같아.
– 지린다.. 저기 혼자 들어가겠다고?
– 내가 가는 거 아니니까 ㄱㅊ. 태구 ㄱㄱ
“이제 다들 잘 보이는 것 같으니 출발하마.”
화면이 제대로 나오고 있음을 확인한 태구는 망설임 없이 병원의 진입로를 향해 걸어갔다.
포장된 도로 옆의 샛길. 여기가 바로 병원의 진입로다. 샛길은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넓이였는데.
– 왘ㅋㅋㅋㅋㅅㅂ이거 맞냐?
– 랜턴 껴도 안 보이넼ㅋㅋㅋㅋㅋㅋ
– 엄마나무서워ㅠㅠ
마치 무저갱 입구를 연상케 했다. 바깥 도로도 어둡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여긴 가로등이라도 있다. 그러나 이쪽은 아예 아무것도 없다.
그런 곳을 태구는 마치 산보라도 나온 듯 여유롭게 걸어 들어갔다. 어둠은 그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았으니.
스스스, 스스스—
무성하게 자란 풀이 바지춤을 스치고 흙냄새와 희미한 짐승의 배뇨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그런 곳을 걷고 있자니 괜히 옛 기억이 떠오른다. 씁. 그때도 이렇게 숲을 누비며 대륙을 떠돌곤 했었지. 마인의 머리통을 꿰기 위해서···
‘청춘이었지. 청춘이었어.’
아련한 옛 기억에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무릇 오랜 세월을 살다보면 혼잣말도 많아 지고 흥얼거림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영웅부재중’ 님이 달풍 10개 감사합니다.]– ㅅㅂ이거 뭐야. 이 소리 뭐냐고 ㄷㄷㄷㄷ
여하튼 그 순간, 달풍이 터졌다. 음산한 길 위에 울려 퍼진 허밍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태구는 뒤늦게 아차 싶었다.
“크흠. 즐거운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구나. 내가 낸 소리니, 겁먹을 필요 없단다.”
셀카 모드로 전환한 태구가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 이 와중에 콧노래요? 이게 맞아?
– ..진짜 미친놈인가.
– 그게 아니라 시작부터 접신 당한 거 같은데.
– 접신 아닌 거 증명해 봐.
– 사탄 들린 게 확실하다.
– 태예 누구 종?
– ㅇㅇㅇㅇ 누구 종? 확인해보자.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쉬이 수습되지 않았다. 누군가 쏘아 올린 “누구 종?” 이란 말이 채팅방을 가득 채웠다.
“···나는 헤스티아 님의 종이니라.”
결국 태구는 그 말을 입에 담고야 말았다. 신실한 마음으로 내뱉은 말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밈’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들.
– 아군 맞네
– ㅋㅋㅋㅋㅋ헤맨
– 암, 신토불이 귀신은 헤스티아 님을 모르니까 고로 태구 맞다 이거야.
어쨌든 저들이 좋아하면 된 거지. 이런 게 무릇 방송인의 자세 아니겠나. 태구는 그렇게 자위하며 무소의 뿔처럼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
– 근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ㅈㄴ 강심장이다.
– ㅇㅇㅇ 표정 한번 여유롭네.
– 믿고 있는 게 있으니까 ㅈ런 거겠지.
– 아마 같이 온 사람 있을걸? 백퍼 대기 중임.
“내 이런 말이 나올 줄 알고 장소도 추천받아 급작스럽게 온 것이거늘. 그런데도 그런 의심을 하니··· 쯧!”
– 크크크 그럼 믿게 해주던가.
– 222 귀신 보인다매. 근처에 귀신 없어?
“아쉽게도 당장 보이는 망령은 없구나.”
말을 하면서도 내심 의아하긴 했다. 형제 정신병원. 그 이름을 말하는 것도 금기라길래 얼마나 많은 망령이 득실대면 그럴까 싶었는데···. 아직까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태구는 이곳이 속 빈 강정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랐다.
–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게 아닐까요?
– ㅋㅋㅋㅋㅋㅋ야야 팩트폭행 그만해.
– 능력이고 뭐고 그냥 난 무섭다고ㅠ..
저 우매한 의심 종자들에게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러던 그때였다.
“으응?”
태구가 고개를 갸웃하며 “으음” 소리를 냈다.
– 누가 으음 소리를 내었는가.
– 갑자기 귀신 보인다고 한다에 내 콧털 검.
– ㅈㄹ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지. 의심충 ㄲㅈ
– 왜, 태예야. 뭐가 보여?
“대충 다 온 것 같은데. 저기 앞에 승용차 한 대가 보여서 말이다.”
그는 셀카 모드였던 화면을 전환했다. 카메라가 전방을 비추었다. 그러나 화면에 비치는 거라곤 깜깜한 어둠뿐이다.
– 진짜 다 걸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 ㅇㅇ 그니까.
– 다른 방송인이 온 거 아님?
– 아니. 차가 안 보인다니까. 너 보여?
– ㄴㄴ
시청자들은 태구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어둠 속에서 차량을 봤다고? 한 치 앞도 안 보이는데? 시력 6.0 을 자랑하는 몽골인도 이건 못 볼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차의 윤곽이 차츰 카메라에 담기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힌 태구 덕분이었다.
– ···어라라? 진짜 차가 있네?
– 이걸 봤다고?
– 시력 개쩔어. 눈알에 적외선 감지기 장착함?
– ㄴㄴ그게 아니라 주작 증거지.
그들은 놀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다 같은 반응은 아니다. 일부는 이것이야말로 주작의 증거라며 우겨댔다. 그때였다.
[’벙개의 신’ 님이 달풍 100개 감사합니다.]– 태구야. 다 걸고 처음 보는 차야? 네 일행 차 아니지? 진짜 혼자 온 거지?
“신께 맹세하건대 혼자 왔고 처음 보는 차다.”
[’벙개의 신’님이 달풍 1000개 감사합니다.]– ;; 미치겠네. 진짜면 카메라 끄고 먼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이곳까지 와서 자살하는 사람들 꽤 많거든. 괜히 그런 쪽일까 봐 무섭네. 실제로 우리 아빠 건너 건너 지인도 이 앞에서 번개탄 피우고 가셨고···
***
첫 방송에 영구 정지? 어림도 없지.
태구는 삼각대에 촬영용 핸드폰을 거치한 후, 주차된 차량 창문 앞으로 얼굴을 드밀었다.
“문제없네.”
결론을 말하자면 차량 내부는 깨끗했다. 벙개의 신이 우려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듯 보였다.
적어도 이 차 안에서는 그랬다. 번개탄을 피운 흔적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시신도 없다.
그저 주인 없이 차만 덩그러니 폐병원 앞에 세워져 있을 뿐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태구는 바닥에 놓아두었던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을 똑같이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더구나. 자, 봐라.”
내심 시신찾기 2탄을 기대한 시청자들은 허무함을 표했다.
그런 자신의 악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괜히 태구에게 주작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 아 ㄴ모냨ㅋㅋㅋ재미없어.
– ㅇㅇ숨어 있으니까 없겠지.
– 어쩐지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주차된 차가 있다고 하더라니. 소름이다;;
– 방송 첫날만에 주작을 치는 bj가 있다?
– 아 주작무새들 좀 꺼져
– ㅇㅇ주작이라도 재밌으면 그만.
– 까더라도 일단 보고 까자
– 나 저 차 어디서 본 것 같아. 흑룡이 세컨 카 같은데?
흑룡의 세컨카를 주장하는 억까충까지 나왔다. 경력직 신입 태구는 잘 알고 있었다. 저런 놈들은 무시가 답이라는 걸. 태구는 놈의 개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 제 할말을 했다.
“보아하니 오랫동안 세워둔 차는 아닌 것 같고.”
– 그걸 네가 어케 아는데?
“차체가 깨끗하잖냐. 이런 숲길에 오래 세워뒀더라면 나뭇잎이며 흙이며 묻어있어야 정상이거늘.”
– 옼ㅋㅋㅋ예리했다?
– 으음. 머리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추측 아닐까?
– ㅗ
“어쨌든 여기 주차가 되어있다는 건 차량 주인 되는 사람이 이곳에 들어갔단 의미겠지.”
무슨 이유로 폐병원에 들어간 걸까. 괜히 궁금증이 든 태구였다. 시청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 아니 이 밤에? 왜? 왜 저길 들어가?ㅠㅠ
– 진짜면 무당 아닐까? 무당들 귀신 많은 곳에 가서 기도하고 그러잖아. 산에 들어가고 ㅇㅈ?
– 무당이 두1진 곳에 무당이 온다?
– 아ㅡㅡ 태예 일행이라고.
– 투표가자. 1번 흉가 비제이 2번 자살러 3번 무당 4번 태예 주작도우미 // 당신의 선택은?
그로인해 채팅창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법.
“직접 확인해보면 알겠지. 들어가 보자꾸나.”
태구는 그리 말하며 카메라 방향을 바꾸었다. 차량을 찍고 있던 카메라가 전방을 담았다.
차량 앞, 높고 높은 철문이 있었다. ‘형제 정신병원’의 출입문이었다.
**
형제 정신병원.
이름만 병원이지 교도소나 다름없어 보인다.
높디높은 철문 옆으로 몇 겹이나 둘린 철조망이 그걸 방증한다. 두꺼운 담벼락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폐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철조망과 담벼락은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허물어진 곳 하나 없이.
– ㅈㄴ 사이비 기도원 같이 생겼네?
– 철문 닫히면 어케 나가냐.
– 태구야. 들어갈 수 있겠어?
– 들어가면 못 나올 거 같아ㅠ
– 오히려 좋네. ㄱㄱㄱㄱㄱ
태구는 망설이지 않았다.
끼이이익——
녹슨 철문을 열고 그 안으로 몸을 드밀었다. 순간 서늘한 한기가 태구의 몸을 덮쳤다. 귀기였다.
“재밌네.”
태구는 피식 웃으며 전방의 폐병원 건물을 응시했다. 닭장처럼 지어진 건물 창문에는 쇠창살이 달려있었고 그사이로 붉은 혼백들이 보인다. 죄다 붉은색이었다.
– 뭐, 뭐가 재밌는데ㅠㅠ.
– 뭔데 나도 좀 알자ㅠ
– 엄마나무서워무섭다고.
“조금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느냐? 귀기를 느낄 수 없다고. 보이는 망령도 없다고 했었지.”
– 왜 여긴 달라?
– 귀, 귀귀귀귀신이 보여?
“고작 한 발짝 차이인데. 철문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이 안에는 귀기가 가득하구나.”
비단 그냥 귀기가 아니다. 악령이 뿜어내는 귀기다. 악령은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혼이다. 그런 혼이 철문을 넘지 못하고 이곳에 갇혀 있다. 재밌지 않을 수 없었다. 대강 이유도 짐작이 갔다. 이렇게 된 이상 이대로 출발해선 안 될듯싶었다.
– 끄응. 뭐 보이는 게 있어야 믿지ㅠㅠ
– 솔까 주변은 무서운데 몰입이 안돼 ㅠㅠ..
– 태구야. 이번 방송 끝나면 고스트 박스인가 뭔가 주문하자. 그걸로 증명하면 그만임.
– ㅇㅈ 흉가 뉴튜버들 다 갖고 있더라.
“고스트 박스라. 오늘 방송 끝나면 찾아보겠다. 그보다 잠시 준비 좀 해야될 것 같은데···”
태구는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멈추고 메고온 백팩을 열어젖혔다. 마침 쓸만한 게 가방에 있었다.
– ···저게 왜 저기서 나오는데?
– 손도끼를 챙겨왔다고?
– 귀신을 보고 듣고 또 찍을 수도 있구나?
– 왓츠인마이백 찍어줰ㅋㅋㅋㅋㅋㅋㅋㅋ
– 방송 감각 뛰.어.나.다.
예상치 못한 도구 등장에 시청자들은 자지러졌다. 주작충과 억까충도 이때만큼은 ‘ㅋㅋㅋ’를 쳐댔다. 그러나 웃음은 여기까지였다. 잠시 후, 가히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게 된 시청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