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5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51화(150/157)
대박 집 (6)
남매를 신전 안으로 돌려보낸 태구는 뒤늦게 아이들의 사연을 입에 담았다. 아이들의 겉모습만 본 복차는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사장님, 윤민철이라는 아이 기억하세요?”
남매는 윤 씨 성을 가졌다.
고등학생이었던 누나의 이름은 윤세영이고, 동생의 이름은 윤민철이다.
생전, 남매는 호프집 사장과 작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 텐데.’
태구는 그런 마음으로 동생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요미호프사장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윤민철이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왜 그러시죠?
요미호프사장은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기억이 안 나서가 아녔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그럼에도 잘 모르겠다 대답한 이유는 하나였다. 그가 안다고 말하는 순간 그 아이의 죽음을 인정해야 했으니까.
“아니면 윤세영은요? 민철이 누나 이름인데, 나이는 고등학생. 아니 사장님네 가게에서 알바했던 때는 중학생 때라고 하네요.”
그런데 윤민철에 이어 윤세영이라는 이름까지 들으니 더는 부정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불행히도 그가 기억하는 아이들이 맞았다.
– 윤 씨 남매가 호프집에 있다는 귀신이라는 거지?
– ㅇㅇ 알바 귀신 말하는 듯.
– 진짜 여기서 알바하긴 했었나보넼ㅋㅋ
– 중학생 때면 전단지 알바로 굴린 듯.
– 그나저나 사장. 알바 이름 기억 못 할 것 같은데.
– 하기야, 워낙 런치는 애들이 많으니까.
– 게다가 전단지 알바면 같이 부대끼면서 일하는 것도 아녔을 테고.
[요미호프사장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압니다. 잘 알아요. 그런데 윤민철, 윤세영. 설마 그 아이들이 저희 가게 안에서 있었던 겁니까? 왜 아까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동생한테 맛있는 거 먹여주고 싶어서 사람들 홀린 거냐고요.
장사를 시작한 지도 어언 십 년째. 그는 건물주가 세 번 바뀌는 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장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그사이, 그는 수많은 알바생을 고용했었다. 알바생 중에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윤세영도 그중 하나였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오픈 초창기 때였다.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 물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밖에 알바 구한다는 종이가 붙어져 있어서요. 저도 지원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게 창문에 부착된 ‘알바 구함’ 종이를 보고 들어온 성싶었다.
어쨌든 그렇게 들어온 아이가 바로 세영이었다.
아이는 뭐든 열심히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내 보였다. 말간 얼굴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이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사장은 고민 없이 아이를 채용했다. 꾀부릴 것 같지 않았고 아이가 풍기는 선한 기운이 퍽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옳은 선택이었다.
세영은 성실히 맡은 바의 책임을 다했다. 전단지를 버리거나,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았다.
일당을 지급하면 받은 돈을 다시 내밀며 치킨 한 마리를 사 가곤 했었다. 동생이 치킨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가끔은 동생, 민철과 함께 가게에 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장은 돈을 받지 않고 치킨을 튀겨주곤 했었다. 괜한 동정 따위로 베푼 마음이 아녔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가, 그리고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세영의 눈빛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었다.
당시엔 미혼에다가 자식도 없었는데 그 아이들만 보면 괜히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잘 지내길 바랐는데···’
그런 아이들이 죽어 제 가게를 찾아왔다고 한다.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요미 호프 사장이 지난날을 회상하던 때였다.
화면 너머로 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혼자 일하는 시간임에도 알바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죠? 그래서 들어오지도 않은 주문을 만들어 냈다고. 그거 다 세영이가 한 일입니다. 동생에게 치킨을 먹일 생각으로요. 그래도 사장님께 미안한 마음은 있었던 건지, 동생을 시켜 저기 문 위에 걸터앉게 했더라고요.”
– 설마 삐끼 역할?
– 누나는 알바, 동생은 삐끼.
– 야 이, 너는 애한테 삐끼가 뭐냐ㅡㅡ
– 아무튼 손님 끌어모을 목적으로 앉아있게 했다는 말이잖아.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이는 귀기를 발산해 기가 약한 손님들을 불러 모았어. 제 나름대로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여긴거지. 또, 그렇게 손님이 들어오면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었거든. 산 자의 몸을 빌려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
[30년모솔탈출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듣다 보니 제 이야기 같아요. 실은 얼마 전에 저기서 썸녀랑 치맥 먹은 적 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기억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썸녀가 말하길 제가 갑자기 포크를 내팽개치고 손으로 양념 치킨을 막 뜯었다고 하더라고요. 입가에 다 묻혀가면서 말이에요. 놀라운 사실은 구라가 아니라 진짜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예요.
– 그건 네가 개가 돼서 그런 거 아닐까?
– ㅇㅈ 솔직히 말해봐. 주량 몇?
– 그래서 썸녀한테 까임?
[30년모솔탈출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까이긴요ㅎㅎㅎㅎ 오히려 그 모습 보고 반했다고 하던데요? 천진난만한 게 애 같다고. 아무튼 지금 썸녀랑 같이 누워 누워 방송 보는 중임. 생각해보면 그때 빙의된 게 한 수였던 것 같기도. 그래서 말인데 말 좀 전할 수 있으면 전해주세요. 빙의해 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30년 만에 여친 생겼다고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30년 만에 사귀는 거면 인정할 만하지.
– 30년 만에 사귀는 주제에 말로만?
– 그나저나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어쩌다가 그렇게 돼서 여기까지 온 거냐ㅠ
멍한 눈빛으로 화면을 지켜보던 요미호프 사장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누군가의 채팅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지···’
모르면 몰랐지, 세영이와 그 동생이란 걸 알았으니 대체 어떤 사유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지도 알아야 했다. 그가 황급히 달풍을 쐈다.
[요미호프사장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워낙 착하고 예뻐서 가끔 문득 떠오를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잘살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또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도 알고 싶습니다.
그러한 달풍에 불현듯 태구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에 본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고깃집 알바를 마친 세영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녀의 양손엔 먹을거리가 들려 있었다. 동생과 함께 먹을 식량이었다. 그중에는 치킨도 있었다. 월급날이라 큰맘 먹고 지른 것이다.
‘이게 얼마 만에 치킨이야.’
치킨 귀신, 철이가 보면 좋아 까무러칠 터. 동생 생각을 하니 자연히 발걸음에 속력이 붙는다. 그뿐만 아니라 고된 노동으로 지친 피로도 싹 가시는 것 같다.
세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골목길에 접어들던 때였다. 남매가 살고 있는 빌라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아유, 저 검은 연기 좀 봐.”
“어떡해! 신고는 했어? 사람이 없어야 할 건데···”
“저 집, 그 집 아니야? 애 둘이 사는 집 말이야.”
“애 둘이 산다고? 부모는?”
“갈라서고 각자 새 출발 했대.”
“아니, 새 출발을 해도 애는 데려갔어야지.”
“그러니까 낳는다고 다 부모가 아니라는 말이지. 들어보니 각자 얼마씩 차출해서 애한테 보내주는 모양이더라고. 처음에는 몇 번 얼굴 좀 비추나 했더니 나중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으유. 짐승 같은 것들.”
“뭐 그런 썩을 연놈들이 있어?”
얼핏 들어보니 자신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연기라니? 신고라니?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
“자, 잠시만요.”
세영이 앞을 막고 있는 주민들을 헤치며 집 앞으로 뛰어갔다. 창문 사이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순간, 그녀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바닥을 구른다.
“어머, 어머. 쟤가 어딜 가려고!”
“학생. 119 불렀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부모님께 전화부터 해.”
“놓으라고요—!”
이어 그녀가 미친 사람처럼 집을 향해 내달렸다. 주민 몇이 그녀를 말리려 손을 뻗어 보지만 아무도 세영을 막아설 수 없었다. 사람은 위급한 상황을 마주하면 초인적인 힘이 나온다고 했던가.
가녀린 아이는 성인들의 손길을 가볍게 뿌리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들어간 집안, 눈이 맵고 온몸이 타들어 갈 듯 뜨겁다.
“철아, 철아. 어딨어—!”
그녀가 몸을 숙이며 좁은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화장실, 거실, 철이 방. 그 어떤 곳에도 동생은 없었다. 그렇다면 빨리 집을 벗어나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이상하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설마···’
숨은 점점 가빠졌고 온몸은 타들어 갈 것처럼 뜨거웠다. 그런 상태로 세영은 홀린 듯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거의 기어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런 다음 옷장을 열어젖혔다. 동생, 민철이 자주 숨는 공간이었다. 부모님 꿈을 꾼다거나 혹은 무서운 꿈을 꿀 때면 꼭 이곳에 들어가 숨곤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누나.”
민철은 옷장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세영은 다시금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두 손을 뻗어 동생을 들어 올린 것이다.
“미안, 누나가 불 만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누나한테 라면 끓여주려고··· 근데 갑자기 막···”
그의 품에 안긴 민철이 기침하며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갔다. 세영은 고개를 저으며 동생을 다시금 끌어안았다.
“알았어. 다 괜찮으니까 그만 말해도 돼. 누나랑 같이 나가자. 나가서 병원 갔다가 치킨 먹자. 누나가 너 좋아하는 치킨 사 왔어. 오늘 누나 월급날이라고 했잖아.”
“치킨?”
그 순간,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세영은 말을 채 다 끝맺지 못하고 앞으로 철퍼덕 넘어지고야 말았다. 넘어진 그녀의 동공 안으로 붉은빛이 일렁였다. 불길이 덮쳐온 것이다. 그걸 본 세영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빌고 또 빌었다.
‘혼자는 안돼요. 살든 죽든 꼭 같이 있게 해주세요. 내 동생, 혼자 냅둘 수 없어요. 나처럼···’
***
“···그렇게 된 겁니다. 그리고 왜 하필 여기로 왔냐고 묻는다면 답은 뻔하죠. 생전, 사장님이 그 아이들을 많이 아껴주셨기 때문 아닐까요?”
그 말에 채팅방이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부모한테 간 것도 아니고 오래전에 일한 가게에 온 거면 얼마나 사랑이 고팠던 거냐.
– ㄴㄴ 배가 고팠던거지.
– 저 집, 치킨 맛 궁금하다.
– 얼마나 맛있으면 ㅎㄷㄷㄷ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요미호프 사장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찍이 가게에 깃든 귀신이 윤 남매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랬다면 무서움도 덜했을 것 같다.
[요미호프 사장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온갖 것을 다 해 먹였을 텐데, 후우. 마음이 안 좋네요. 아무튼 아이들은 좋은 곳으로 간 건가요? 아직 가게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나가서 애들이 좋아하는 것 좀 만들어 주고 싶은데요.
태구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이제 여기 없어요. 그리고 그간 여기서 양껏 먹었대요. 그러니까 괜히 오지 마세요. 마음만으로도 아이들은 고마워할 거예요. 더불어 미팅 때 말씀 드렸지만, 이 시간대 여기 오는 건 굉장히 위험해요. 사장님은 물론이거니와 지금 방송 보고 있을 시청자들 역시 괜히 구경 온다고 나서지 말아요.”
그런데 그 순간.
타타탁, 타타탁, 타탁!
닫힌 문 너머로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스산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치 덫에 걸린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와 비슷했다.
“키아아아아악!”
말이 그렇다는거지 당연히 짐승은 아니다.
[태구씨도끼들어봐유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타이밍 지리네. 태구 씨 도끼 들고 나가보자구유 ㅎㅎㅎ
– 뭐냐. 건물 비어 있었던 거 아니야?
–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 그래서 누군데
이는 사람이 내뱉은 비명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시청자들이 ㄱㄱ를 외쳤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태구와 복차가 문을 열어젖히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