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8)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8화(18/157)
귀취의 방향
태구를 뒤따르는 한성규의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그가 자처한 결과였다.
도저히 홀로 밤길을 걸을 자신이 없었다. 자신을 버리고 간 십새끼, 친구 녀석에 대한 걱정도 한몫했다.
그렇게 태구와 같이 있기로 결정을 내렸고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파 들게 된 카메라인데···
– 이 친구, 손기술이 현란하구나!!
– 수상할 정도로 잘 찍는데?ㅋㅋ
– ㅇㅇ빙의 게이야, 선택 잘했다.
제법, 아니 꽤 잘 찍는다.
과연 MZ 세대의 촬영 기법은 대단했다.
시청자들은 반색하며 그의 전직을 반겼다.
– 그나저나 우리 빙의 게이, 아깐 어케 된 거누?
– ㅇㅇ 썰 좀 풀어봐. 찰지게 풀면 사례함ㅋ
– ㅋㅋㅋㅋ사례하면 또 우리 빙의 게이지.
– ㅇㅈ 태예는 잠시 쉬게 두자.
– 쉬기는? 열라게 물리 퇴마 중인뎈ㅋㅋㅋ
그런 시청자들의 우쭈쭈 덕분일까. 아니면 선두에 선 태구의 존재감 덕분일까.
한성규는 두려움을 잊고 썰을 풀기에 이르렀다.
“크흠, 어, 그러니까 실은 제가 엊그제 애인한테 차였거든요.”
– ??? 뭐래. 병원 로비 썰 풀라니까.
– 암요, 정신이 온전치 못할테지ㅋ 걍 들어주자.
– 알았으니까 울지 말고 이야기 해봐
“···입대 영장 나왔다니까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하아, 썅. 아무튼 그렇게 차이고 나니 정신을 못 차리겠는 거예요. 제가 걔 진짜 무지하게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울며불며 개진상 떨었더니 호진이 새끼가 그러더라고요. 충격에는 더 큰 충격으로 잊어야 한다고. 여길 오면 심란한 마음이 싹 사라질 거라고. 그래서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거구요.”
– ;;;;그래서 온 거였어?
– ㅋㅋㅋㅋㅋ이거 완전 미친 새끼들이네.
– ㅎㅎ최근 들었던 말 중 제일 병신같다.
– 그래도 효과는 있어 보이는데?
“암튼 그렇게 오게 됐고, 병원 내부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어요. 어디서 바람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으음. 종이 나부끼는 소리라고 해야 하나. 근데 호진이 새끼는 안 들린다고 우겨대니까,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괜히 식은땀 나고 어질어질해서 서둘러 나가려는데···”
고기 썩는 냄새와 역한 화장품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발은 늪에 빠진 것마냥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발 그리고 다음은 손과 몸뚱이 마지막은 얼굴까지. 눈동자를 제하곤 제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한성규였다.
[히히히히히히히] [뛰자,뛰어,뛰라고···]한성규는 그때 들은 소름 끼치는 목소리를 떠올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천왕신조카 님 달풍 300개 감사합니다.]– 귀취 맡은 거임. 귀신마다 나는 악취가 따로 있는데, 고기 썩은 내나 역한 화장품 냄새는 여자 귀신한테서 나는 악취임. 그리고 무당들 굿할 때 향 졸라 피우잖아? 다 귀취 덮으려고 그러는 것임. 그 냄새가 너무 역겨워서. 특히 칼 맞아 죽은 귀신은 생선 썩은 내랑 피비린내를 풍기는데 그 냄새가 귀취 중에 제일 역하다 함ㅋㅋㅋㅋ
“우웁, 그만··· 생각하니까 또 막 울렁거려요.”
– 귀신도 냄새가 나는구나. ㅎㄷㄷ
– 그래서 귀신 있는 곳에 벌레가 들끓는 거야.
– 울집 여자(누나) 냄새 ㅈㄴ 나는데 혹시 빙의된 건가?
– 혹시 모르니까 소금 좀 뿌려봨ㅋㅋ
한성규가 시청자들과 티키타카를 나누고 있을 무렵. 태구는 선두에서 망령을 멸하고 있었다.
쉐에에엑—!
마주하는 족족 성력 깃든 도끼를 휘둘렀고, 그런 학살은 태구에게 막대한 신성력을 가져다주었다.
그야말로 돈 놓고 아니, 신성력 놓고 신성력 먹는 상황이었다.
악령들이 득실대는 폐병원은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신성력 수급에만 정신을 판 건 또 아니었다.
한성규의 친구를 찾는 것과 동시에 마주하는 악령의 기억을 훑었다.
그렇게 병원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고자 했다.
애석하게도 큰 소득은 없었다. 앞서 본 악령의 기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래서 모든 일은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야 하는 법인데···
‘그러니까 빨리 좀 보자.’
태구가 걸음에 속도를 높였다. 그러는 사이 한성규와 태구의 거리가 차츰 멀어지기 시작했다. 태구는 복도의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
폐병원 3F 입원 병동.
조금 전, 태구와 한성규가 중앙 계단을 이용해 도착한 곳이다.
3층은 2층과 같은 구조를 띠고 있었다.
‘ㅡ’ 로 길게 이어진 복도와 그 중앙에 자리한 계단.
기다란 복도 옆으로 감옥을 연상케 하는 병실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지금.
태구는 복도를 기준으로 오른편에, 한성규는 중앙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앞서 말했듯 둘은 꽤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흐, 놓쳤네. 이게 다 형님들 때문이에요. 괜히 썰 좀 풀라고 해가 지고는··· 그것만 아니었으면 BJ 님 옆에 딱 붙어 있었을 텐데. 아무튼 저한테 무슨 일 있으면 다 형님들 때문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한성규는 두렵지 않았다. 히죽 입꼬리를 올리는 얼굴만 봐도 그러했다. 자신감엔 이유가 있었다.
떨어져 있긴 하지만 어쨌든 같은 층에 있고, 또 그의 시야엔 여전히 태구가 자리하고 있었으니. 태구는 언제나처럼 수색이 끝나면 자신이 서 있는 중앙 계단으로 올 것이다. 2층에서도 그랬다.
– ㅋㅋㅋㅋ아. 이게 다 우리 때문이다?
– 이 싹수 없는 새리 보소.
– 귀취 한 번 더 맡아 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렇게 마음을 놓은 한성규는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아, 그놈의 귀취! 자꾸 말하니까 어쩐지 냄새나는 것 같잖아요. 우, 우웁.”
역한 냄새가 한승규의 코끝을 스쳤다. 로비에서 맡았던 악취와는 사뭇 다른 냄새였다. 마치 꼭 젓갈 썩은 내와 같았다.
“어우, 비린내 진짜···”
– ㅋㅋㅋㅋㅋ이새기 연기하는 거 보소.
– 근데 연기 치곤 표정이 좀 그럴듯하다.
– 그러게 ㄷㄷ 근처에 귀신 있는 거 아님?
– 이미 태예가 왼쪽 정리했잖ㅋ
– 비린내면 그 칼에 찔린 귀신 귀취?
불길한 채팅에 괜히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한승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휙휙 돌렸다. 제일 먼저 태구를 시야에 담았고, 그다음엔 뻥 뚫린 왼편 복도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그가 제자리에서 살짝 뛰어보았다. 이전처럼 늪에 빠지는 느낌은 느낄 수 없었다. 움직임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인다.
한성규는 짐짓 호탕한 척 굴며 카메라를 사방으로 휙휙 비춰보았다.
“귀, 귀신은 무슨. 괜히 쫄았네. 보세요. 아무것도 없잖···아아아아악!!”
그런데 그 순간.
카메라에 사람의 실루엣이 담겼다.
– 야이씨바라라라랄라.
– 아 ㅈㄴ 깜짝이야.
– 방금 그거 뭐야?
– 계단 쪽, 계단 쪽!!!!
– 어떤 새끼가 빙의 게이 존나 노려보고 있음
한성규와 시청자들은 한마음이 되었다. 놀라 뒤집어진 것이리라. 한성규는 당장 태구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성,,규? 서엉규 맞지?”
자신의 이름이 들렸다. 이렇듯 쉰 목소리는 호진이 새끼 목소리가 아닌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썅, 진짜 아니기만 해 봐라.’
놈은 저를 버렸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 나, 한성규 의리 빼면 시체라고. 결국 그가 등을 돌렸다. 계단을 향해서.
“······”
“야이, 씨—!”
놀랍게도 그곳에 십년지기 호진이 새끼가 서 있었다. 꼴이 영 말이 아니었다. 얼굴에 뭘 저렇게 처 묻히고 다닌 건지. 저것도 고생 꽤나 한 것 같다. 좌우지간 자신의 친구가 맞았다.
“아오, 놀랐잖아. 이 개새꺄! 너 어디 있었냐? 후우, 나 버리고 가더니··· 아유, 됐다. 됐어. 살아있으면 된 거야. 진짜 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다고. 야 ! 대답 안 하냐? 엉?”
친구임을 확인한 한성규는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 손손손소놋놋노손손손손손
– 진짜 맞아? 저거 맞아?
– ㅁㅊ;;; 깜짝이야!!!
– 야야야 쟤 말려 말려 말려
– 저거 사람 아닌 것 같아.
그는 미처 채팅창을 보지 못하였다. 그에 안 되겠다 싶었는지 시청자 하나가 급하게 달풍을 쏘아 올렸다.
[아전인수 님이 달풍 100개 감사합니다.]–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니 친구 손 보라고ㅡㅡ 아니다. 그냥 토셔. 태구한테 가. 뛰어.
달풍 전자녀 음성이 메아리쳤다.
실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어?”
그 소리에 한성규의 걸음이 멎었다. 그가 입을 벙긋하며 친구의 손을 한번, 그 얼굴을 한 번씩 번갈아 보았다. 그 손에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쥐?”
그것도 온전한 모양새가 아니다. 대가리가 없다. 잘린 몸통에서 검붉은 핏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한성규는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아, 이거. 크, 크크켁. 갈증이 나서 말이야.”
시선을 느낀 호진이 제 목덜미를 더듬더듬 만지며 쇳소리를 낸다. 그와 동시에 젓갈 썩은 내가 진동했다. 게다가 언뜻 보이는 앞니에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껴있었다.
“아아아아악, 아아각! 비제이! 비제이 비제이 형형형!”
한성규는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다. 우당탕탕. 뛰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구르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온 성규는 태구를 찾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내 병원에서 뛰지, 케켁, 마!!! 컥컥!!”
호진이 쇳소리 같은 기침 소리를 내며 그 뒤를 따랐다.
그때였다.
휘리리리릭—
“커컥크, 컥.”
앞쪽에서 날아든 도낏자루가 달려오는 호진의 이마를 때렸다.
“내 병원? 아, 너로구나? 그렇지 않아도 한창 찾고 있었는데.”
태구였다. 그는 무척 반갑다는 표정을 한 채 호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폭발적인 속도로 제 곁을 스쳐 지나가는 태구를 보며 한성규는 그제야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사이, 쓰러진 호진 앞에 도착한 태구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원장의 악령이 인간의 몸을 차지하고 있었다. 날붙이를 쓸 수 없었다. 그렇게 무차별적인 물리 퇴마가 시작되었다.
– 이제 안전하잖아. 찍어 찍어 찍어.
– 빙의 게이야, 정신 차려라 ㅡㅡ
– 네 본분을 잊지마!
– 무슨 상황인 건데!!
시청자들의 성화에 성규가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앵글을 맞췄다. 다시금 MZ 세대의 촬영 기법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크, 컥, 컥컥컥.”
적나라한 퇴마 현장이 카메라에 담겼다.
– 어;;; 근데 저렇게 사람을 패도 되나?
– 씨앙. 넌 저게 사람으로 보여?
– ㄷㄷㄷㄷ 근데 아까 그 쥐 진짜 개 소름.
– 이빨 봤지?
– 아몰랑. 물리 퇴마 중이라고.
– 저러다 진짜 정지 당할 거 같은데···
짐짓 둔탁한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어간다. 그럼에도 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을 계속했다.
결국 성규가 눈치껏 화면을 돌렸다. 천장을 향해서. 이대로 뒀다간 아무래도 방송 정지를 당할 것만 같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