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9화(19/157)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다
“이래도 안 나와? 이래도 안 나올 테야?”
한 육신에 두 개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현상을 빙의 혹은 접신이라 한다.
당장 시청자들에게 ‘빙의 게이’라 불리는 한성규는 사실 빙의자가 아니다. 그는 그저 악령의 장난감 정도였을 뿐.
그러나 이 친구는 다르다. 한데 얽힌 영혼을 풀어 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이 상태로 정화 스킬을 사용하면 두 영혼의 기억이 섞여 보일 테니···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또 아니지만.’
사람은 대개 익숙한 것을 찾기 마련이었고, 태구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물리 퇴마—!
“키, 키야야아악—!”
소름 끼치는 쇳소리가 구슬픈 울음소리로 변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키이잉.”
물리 퇴마의 효과는 확실했다.
흰자위를 드러내며 온몸 비틀기를 시전하던 호진이 돌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과 코 그리고 입에서 새까만 연기가 꾸물꾸물 비집고 나왔다.
슈아아아아악——
태구가 우드드 목을 꺾고 있자니,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어, 어?”
그 장면을 정면으로 마주한 한성규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건 찍어야 한다. 방송 정지고 나발이고 이건 찍어야 한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누구도 믿지 않을 터!
“혀, 형님들. 저, 저것 좀 보세요!”
– 왜 왜 왜 또 뭔데.
– 보여줘야 보지ㅋ 천장 보라고?
– 갓직히 귀신 말도 좀 들어보자. 다짜고짜 선빵부터 날리누
“아, 잠시만요. 저기, 저기요! 저거 보여요?”
한성규는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 앵글을 바꿨다.
– 홀리 쉣!!
– ㅁㅣ친 ㅡㅡ 저거 뭐냐? 뭐냐고ㅠㅠ
– 이런 게 퇴···마인가?
– 아ㅡㅡㅡ 왜 이제 보여줘.
– 미쳤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임.
– 완전 기묘한 아이들이네 후들후들
– ??? 기묘한 이야기겠지.
시청자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채팅방이 들썩였다.
마치 CG로 만든 것 같은 비현실적인 장면에 그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으우우웩.”
그러는 사이에도 호진은 몸 안에 깃든 기운을 계속해서 뱉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성규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그러나 그들이 볼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호진의 몸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은 이내 안개처럼 흩어졌다.
카메라는 태구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악령의 혼을 담지 못했다. 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을 뿐이었다.
[정화의 손길]그렇게 놈의 생전 기억을 읽었다.
***
샤샤삭, 사삭.
댓잎 스치는 소리가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뜨린다. 비쩍 마른 남자는 대나무 숲을 걷고 있었다. 형제 정신병원 원장이었다.
“언니. 진짜 우리 집에 가는 거야?”
“응! 원장님이 그러셨어. 이제 집에 갈 수 있다고. 우리한테 붙은 못된 병 다 없어졌대! 지민아, 이제 곧 엄마 만날 수 있어! 좋지?”
“아닌데, 집은 빠방 타고 가야 하는데···”
“깨끗하게 씻고 옷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그리고서 빠방 타고 갈 거야!”
“난 집에 가기 싫어. 누나랑 헤어지는 거 싫어. 그냥 누나랑 같이 있을래애.”
“에이, 괜찮아. 현아.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야. 나가서도 만날 수 있어! 그리고 여긴··· 으음. 무서우면 손잡을까?”
그리고 그 옆으로 많게는 열댓 살 적게는 대여섯 살 남짓한 아이들이 있었다. 맏언니로 보이는 아이가 겁에 질린 동생들을 달래며 원장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대나무 군락지가 끝을 보일 때쯤.
“쉿, 여기서부턴 떠들지 말고 조용히 내 뒤만 따라와야 한다. 그래야 집에 갈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원장이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을 단속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원장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네, 원장님! 조용히 할게요.”
그러고 다시 길을 가는데 저 앞으로, 쪽 찐 머리에 검은 무복을 입은 여인과 그런 여인 옆을 지키고 서 있는 남자가 보인다.
“아이고, 무녀님. 어쩐 일로 나와 계세요. 애들이야 제가 데리고 들어가면 되는데.”
원장은 그렇게 말하며 걸음에 속도를 올렸다. 그는 잘 훈련된 개 마냥 쪼르르 여인의 앞으로 달려갔다.
“허! 데리고 온다는 아이들은 저게 다냐?”
여인은 짐짓 서릿발 같은 표정을 하며 원장에게 물었다.
여인의 나이는 기껏해야 30대로 보였고, 그 앞에 선 원장은 흰머리가 지긋한 50대 중년 남성이었다. 그런데도 여인은 거리낌 없이 하대했다.
“아하하. 이 아이들도 힘들게 끌어모은 겁니다. 아시다시피 아이들 수급이 좋지 못해서요. 성인이야 어렵지 않게 데리고 올 수 있다지만···”
“네 이놈—!”
“히끅.”
“인제 보니 네놈이 목숨줄을 여럿 갖고 있는가 보는구나! 그러니 이리 태평히 웃을 수 있는 것이지! 그중 하나는 내가 다시 이어 붙였으니 다시 거둬 가볼까?”
여인의 호통에 원장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고 어른들의 눈치만 보았다. 울 법도 한데 눈물 한 방울 글썽이는 아이가 없다. 아이들은 참는 방법을 알았다.
“태, 태평하긴요. 아닙니다. 무녀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노여움 푸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수급이 어려워 다른 묘책을 냈습니다.”
“···묘책?”
“아이가 찾기 힘들면 아니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지요. 그래서 임신한 여인들 위주로 찾아보라 거래처에 전달해 놨습니다. 그, 그러니 소식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원장이 잘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인다. 그는 눈앞에 여인에게 읍소하고 있었다. 그의 애달픈 목소리에 여자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진다.
“그런 묘책을 냈으면 미리 말을 할 것이지. 쯧.”
“네, 네! 마땅히 그 말부터 올렸어야 했는데 제 잘못입니다.”
“일단 알았으니 데려온 아이들은 거기 두고 가보거라. 결계는 걱정하지 말고. 내 남은 영력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해볼 것이니. 그 어떤 영가도 병원 밖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야.”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홱 몸을 돌렸다. 아이들을 데려가는 건 여인의 곁에 선 남자의 몫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무, 무녀님!”
원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돌아서는 무녀를 붙잡았다. 무녀가 흘깃 고개를 돌렸다.
“제, 제가 너무 불안해서 그러는데 부적 한 장만 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녀님의 신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 뭐라도 지니고 있고 싶어 그렇습니다.”
“겁은 많아서는. 따라 들어오너라. 내가 널 위해 그깟 거 한 장 못 써주겠느냐.”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이게 웬 떡이냐! 원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 자. 얘들아 빨리 가자.”
말투에서도 그 기분이 여실히 드러났다. 원장은 썩 밝은 목소리를 하며 아이들을 떠밀었다. 도착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2분 남짓한 거리에 폐광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끼이이익—
앞장선 무녀가 폐광산에 설치된 녹슨 쇠 철창을 열었다. 여자의 뒤로 원장과 아이들이 굴비 엮듯 줄줄이 따라 들어갔다.
폐광산 갱도 내부는 마치 또 다른 형제 정신병원을 보는 듯했다. 다만, 상태는 그쪽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이곳은 사람이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왼편으론 짐승을 가두는 우리가 삼 층 높이로 쌓여 있고, 그 반대편 오른편으론 부적이 덕지덕지 붙여진 장독대가 늘어서 있다.
“흐읍.”
정말이지 몇 번을 와도 적응이 안 된다.
‘특히 이 냄새···’
원장은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을 힘겹게 내리눌렀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니었다.
“워, 원장님···”
“씻고 예쁜 옷 입으러 간다고 했잖아요.”
여태껏 잘 참아온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마주한 낯선 환경에 아이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원장은 그런 아이들을 가볍게 무시했다.
안으로 들어온 이상, 아이들은 여자를 지키던 남자가 맡게 되어 있었다. 그는 익숙하게 아이들을 철창 안으로 집어넣었다. 한 명씩, 한 명씩···
“으아아아앙.”
“싫어요, 싫어.”
울며불며 안간힘을 쓰고 버텨도 성인 남자의 힘을 이길 순 없었다.
그 사이, 무녀는 허리춤에 매달고 온 칼을 뽑아 들고 있었다. 타살칼이라고 무속인들이 쓰는 무구 중 하나였다. 칼을 뽑아 든 그녀가 오른편에 놓인 항아리 앞으로 걸어갔다.
타악—!
망설임 없이 부적을 걷고 항아리를 개봉하는 무녀. 곧이어 말도 못 할 악취가 코끝을 스친다. 그런데도 무녀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평온한 모습이다.
이윽고 그녀가 들고 있던 타살 칼을 항아리 안으로 찔러넣기에 이르렀다.
“어, 아, 으···”
희미한 신음이 흘러나왔고, 칼끝으로 검붉은 피가 맺힌다. 그녀는 그 피를 이용해 잽싸게 부적 한 장을 써주었다.
“옜다, 품에 지니고 다니거라.”
“가, 감사합니다. 무녀님 감사합니다.”
부적을 품에 안고 돌아가는 원장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지난 날, 운전 중 백미러로 비친 무언가를 보며 얼마나 놀랐던가.
그날, 무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삼도천을 건널 뻔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병원 내에서나 밖에서나··· 원장은 히죽 웃으며 핸들을 잡았다.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오는데.
끼이익—!
“저 미친년이 뒈지려고 환장했나!”
누군가 달리는 차에 뛰어들었다. 놀란 원장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주춤 몸을 일으키는 여자가 보였다. 저게 누구 인생 망치려고···
“이 미친년이 뒈지려고 환장했나! 죽고 싶으면 어디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서 조용히 뒈질 것이지, 왜 남의 차에 뛰어들고 지랄이야!”
원장이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래고래 욕설을 해댔다. 그사이, 여자가 절뚝거리며 운전석 앞까지 다가왔다.
“뭐, 뭐? 내가 못 할 말 했어? 엉?”
“···당신, 최창호 알지?”
내려진 창문 사이로 여자와 얼굴을 마주한 원장. 순간 원장이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최창호. 원장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병원으로 환자를 공급해주는 거래처 브로커였으니.
불길함을 느낀 원장이 서둘러 창문을 올리려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여자가 번개 같은 속도로 손을 치켜올렸다.
써걱—!
날카로운 칼붙이가 그의 목덜미를 찢었다.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커, 커컥.”
그러나 아직 채 숨이 붙어 있는 원장. 그가 황급히 시동을 걸었다.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빵————————!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내부로 차 하나가 들어선다. 원장의 차였다. 허나, 그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음이라. 무녀가 방비해 준 부적은 그의 목숨줄을 붙들어 주지 않았다. 그건 죽은 자에게만 효험을 발하는 부적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