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2)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2화(2/157)
상남자 패밀리 합방 중 일어난 일에 대하여.
인터넷 BJ들의 밤은 낮보다 밝고 또 뜨겁다.
어스름이 짙게 깔린 밤.
남캠 흑룡이 BJ상남의 작업실을 찾았다.
(방제) 상남자 패밀리 면접 대기 중, BJ흑룡 면접관으로 참여!
상남자 패밀리. 그 이름만으로 알 수 있듯 ‘bj상남’이 만든 크루다.
얼마 전, 남캠 흑룡은 상남의 제의를 받아 상남자 패밀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흑룡과 상남은 추가 멤버를 영입하기 위해 합방을 진행했다. 상팸의 첫 방송인 셈이다.
[풍찢남 님이 달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방제 뭐누? 누가 면접관으로 참여를 해? 신고식도 없이? 감히?
방송 시작과 동시에 시청자들이 물 밀듯 밀려 들어온다.
그중에는 상남의 열혈팬 큰손 ‘풍찢남’도 있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찢남 아버지 오셨네. 룡아. 뭐하냐. 냉큼 인사 박아라. 우리 아버지시다.”
상남이 그의 닉네임을 언급하며 흑룡을 쿡쿡 찔러댔다. 흑룡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엉? 아버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달풍을 주셨잖냐. 그럼 아버지지.”
그 말을 들은 흑룡은 히죽 웃으며 냅다 카메라를 향해 절을 올렸다. 과연 돈에 미친 BJ다웠다.
“아아— 그치. 그럼 아버지 맞지! 아버지! 이번에 상남자 패밀리에 합류하게 된 첫 번째 멤버, 흑룡이라 합니다. 인사 오지게 박겠습니다!”
[풍찢남 님이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이 새끼야. 제사 지내냐? 왜 두 번 절하고 지랄이야.
“한 번만 하면 정 없잖습니까. 근데 갑자기 뭔 제사요?”
– ㅋ무식한 새끼. 됐고 그래서 신고식은 안 하냐고. 면접도 없이 상팸 합류한 낙하산 주제에 신고식도 건너뛰려는 건 아니겠지?
상남과 합방을 하기 위해선 지켜야 하는 철칙이 있다.
성별 나이 불문하고 소주 한 병을 원샷 하는 것이다.
상남의 팬들은 이걸 신고식이라 불렀고 그들은 ‘신고식’ 콘텐츠를 가장 좋아하고 또 기대했다.
음습한 욕망에서 비롯된 마음이었다. 그들은 술에 취한 BJ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걸 지켜보길 바랐다.
반면, BJ입장에서 신고식은 썩 부담스러운 콘텐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BJ들은 상남과 합방하길 원했다.
이유는 단연 돈 때문이리라. 거기에 이슈 몰이도 된다. 그만큼 상남의 방송 파워는 대단했다.
그러니까 신고식 정도야 충분히 떠안을 수 있는 위험이라고 흑룡은 생각했다.
“에이, 그 무슨 소리! 방송 원데이 투데이 하는 것도 아니고 신고식을 건너뛰다뇨. 형님들, 저 그렇게 양심 없는 놈 아닙니다. 안 그래도 마침 딱 신고식 하려던 참이었고만.”
– 마침 딱?ㅋ 술상 하나 안 봐놓고 혓바닥이 기네. 방송 원데이 투데이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엉?
풍찢남과 흑룡의 대화에 상남이 끼어들었다. 그에겐 그럴듯한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아직 달풍 다 터지지도 않았구만, 신고식은 무슨. 뽑을 건 다 뽑고 진행해야지.’
“아부지, 급하기도 하시지. 일단 룡이 안부 좀 묻고 또 지병은 없는지도 확인하고 마셔도 괜찮···”
하지만 상남은 말을 채 다 끝맺지 못했다.
– 지금부터 1분 안에 술상 차리고 신고식 치른다. 실시. 성공하면 50장. 쫄리면 뒈지시든가.
무려 50장이 걸린 미션이 터진 탓이다.
그는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태구야, 당장 술상 차려와!”
“빨리빨리! 시간 간다!”
돈 앞에 점잔 떨 BJ는 없다.
둘은 한 목소리로 콜을 외치며 상남의 매니저를 불러댔다. 술상을 준비하는 일은 단연 매니저의 몫이니까.
“······”
그런데 손발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 수 있을까. 매니저 강태구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발에 본드라도 붙인 양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
설마 신성한 방송 중에 딴 생각이라도 하는 건가. 그도 아니면 귓구멍에 돌이라도 처박아 놓은 것일까. 뭐가 됐든 급한 건 bj쪽이었다.
“야, 정신 안 차려? 빨리 움직이라고. 무브무브!”
상남이 다시 소리쳤다. 짜증과 분노가 물씬 배인 어투였다. 왜 아니겠나. 눈앞에서 50만원을 날리게 생겼는데—!
“······”
그런데도 강태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상남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연신 주변만 두리번거리고 있다.
“와, 형. 진지하게 태구 기강 좀 잡아야겠다. 지금 형 말 완전 개무시하고 있잖아. 저거 듣는 척도 안 하네. 내 매니저가 저랬으면 진짜 바로 헥토파스칼킥 날라가는건데.”
그에 흑룡이 기가 차다는 듯 웃으며 상남을 비꼬았다. 개가 잘못하면 그 주인이 욕을 먹는 법이다.
‘저 씹새끼가 진짜!’
상남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태구’가 아닌가. 제 돈 받아먹고 사는 놈 주제에 감히—!
“그러게 말이다? 그간 내가 너무 잘해줬나 봐. 먹여주고 재워주고 또 친히 방송까지 가르쳐줬더니 사람을 이렇게 엿 먹이네?”
“그니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하잖아.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고. 와, 근데 진짜 볼수록 기 존나 쎄네. 형이 이렇게 말하는대도 저러는거보면··· 대체 왜 저렇게 두리번거린데?”
“귓구멍이 막혔나보지. 귓방맹이 좀 두들겨주면 정신 차릴지도 모르겠네.”
“에이, 형. 그래도 말로···”
“말로 들어처먹을 것 같았으면 진즉 들어먹었겠지. 안 그러냐. 태구야? 엉? 야, 강태구. 아직도 안 들려? 저 씹··· 넌 오늘 아주 뒈졌다고 복창해라.”
상남이 제 손을 붙잡는 흑룡의 손길을 뿌리치며 모니터 뒤편에 서 있는 태구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은 미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화면에서 상남이 사라진 탓이다.
“아, 씨. 갈 때 가더라도 이건 좀 만져주고 가지. 크흠. 형님들. 그러지 말고 잠시만 기다리시죠? 어차피 상남 형이 매니저 잡아서 이쪽으로 데려올 것 같긴 하거든요? 그때까지 제가 실남나게 중계해 드릴게요. 아니. 괜히 내 장비도 아닌데 잘못 만졌다가 끊기면 곤란하잖아요. 인정?”
결국 흑룡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폭주한 시청자들을 달래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신고식 미션은 말아먹은 것 같고,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매니저 참교육 중계’ 방향으로 방송의 재미를 뽑아내야겠다고.
– ㅇㅈ
– 중계 ㄱㄱ.
– 근데 난 매니저 마음도 이해해. 솔까 태구도 참을만큼 참았지.
– 오죽하면 태예(태구노예)라고 불렀을까.
– 저번에는 머리카락도 밀리지 않았냐? 그때 표정 존내 웃겼는데.
– 그런 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졌나 보지.
– 과연 태구의 난은 성공할 것인가.
– 난이라고 하기엔 대답 안한 것밖에 없는데?ㅋㅋㅋㅋ
– ㅋㅋㅋㅋ하여간 태예 쫌스럽닼ㅋㅋ할거면 제대로 반항하지.
과연 시청자들도 신고식보다 이쪽을 더 흥미롭게 보는 듯 보였다.
“오케이. 그럼 형님들의 지지에 힘 입어 바로 중계 때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상남이 형이 매니저 코앞에서 걸음 멈췄고요.”
“이제서야 매니저 태구가 상남이 형을 쳐다보네요. 응. 하지만 늦엇쥬?”
흑룡은 물 만난 고기마냥 입을 털어대기 시작했다.
“오우야, 지금 상남 형 옆모습 보이는데 진짜 개지려요. 형님들. 와씨, 진짜 나만 보기 아깝다. 에이, 약 올리긴 누가 약을 올려요. 저 약 파는 사람 아닙니다. 그냥 나만 보기 아깝다는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카메라 너머에서 봐도 재미있을지언데, 같은 공간 게다가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살 떨리게 짜릿하다.
제 매니저가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흑룡은 실실 웃으면서 연신 입을 놀렸다.
“근데 태구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개또라이네. 아니, 상남이 형이 개무섭게 쳐다보는데 실실 쪼개고 있다니까요? 어? 뭐라고 말한다. 와, 미친. 방금 들었어요?””
– 왜 뭔데. 뭐라는데?
– 아씨, 안 들린다고.
– 중계 제대로 해라.
“아, 까비. 이건 들었어야 하는데. 태구가 상남이 형 면전에다가 ‘진짜 개상만이네.’ 라고 시전 했음요. 크크크. 와, 씨. 미쳤다. 이러다가 오늘 피보겠는데? 말려야하나?”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는 돈에 미친 방송 bj. 언제 어느때라도 방송을 생각해야 했다.
“농담, 농담! 말리긴 뭘 말립니까. 이렇게 재밌는데. 에? 잠만. 뭐라고요?”
– 캠 앞에 데려와서 피 보면 60장 쏨. 전달ㄱㄱ
“지, 진짜 60장요?”
미션을 본 흑룡이 눈을 반짝이며 소리친다.
“형, 형—! 60장 미션 떴어! 캠 앞에 데려와서 참교육시키면 60장 쏜데. 내 말 듣고 있지? 아무리 빡쳐도 방송 생각 하라고!”
그 다급한 목소리에 상남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60장이 걸린 미션. 성공해야 한다.
그가 손을 뻗어 태구의 멱살을 그러잡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카메라 앞에서 제대로 족쳐주겠다고, 넌 오늘 뒈졌어.
“어어?”
“오우, 씨. 상남이 형—!”
하지만 족쳐지는 건 상남, 그 자신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