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22)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22화(22/157)
신어머니와 그 아들의 왕국
‘노친네, 신빨 여전하네.’
인기척을 느꼈을 때.
조영학은 그런 생각을 했다.
이빨 빠진 호랑이도 호랑이라고.
얼마 전, 신어머니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감히 그쪽으론 발길도 하지 마! 심상치 않은 기운이 있어. 당분간 손님도 받지 말고. 내 말 허투루 듣지 말고 몸 숙이고 있으란 말이야. 이것아. 히히히. 큰일나, 큰일.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살아서도 산 게 아니라고. 히히히”
그때, 조영학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정신 오락가락하는 치매 걸린 양반과 입씨름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웬걸, 노친네의 말이 맞았다.
노친네에게 물려받은 작업장에 문제가 생겼다.
누군가 자신들이 쌓아 올린 왕국에 발을 드밀고 있었다.
분명 입구를 막아뒀는데, 무슨 수로 들어온 거지? 여긴 어떻게 알고?
‘아니지, 아니지.’
당장은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힘겹게 구한 제물과 공들여 만든 작업장을 버리고 튀느냐, 지키느냐.
조영학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허나, 쉽사리 견적이 나지 않는다. 이대로 돌아간다고 할지언정 편하게 살 수 있을까?
다른 건 둘째 치고 선금을 건넨 손님부터 자신을 죽이려 들 것이다. 제물을 두고 가면 기한 내에 부적을 완성할 수 없으니.
‘일단 몇 놈인지만 보자.’
그렇게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조영학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셋. 셋까지는 할만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공교롭게도 딱 세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영학은 마른 입술에 혀를 둘렀다.
‘와라, 단번에 보내줄 테니.’
만일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면, 그 뒤를 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침입자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조영학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그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한 탓이리라.
‘···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작업이 끝난 제물. 그것이 상처 하나 없는 몸으로 남자의 품에 안겨 있다.
분명 이 칼로 그 몸을 헤집어 놓았는데! 넋을 가두는 부적까지 붙여 봉인해 놓았는데!
조영학이 눈을 끔뻑이며 손에 쥔 칼과 아이를 번갈아 보았다.
아직 채 식지 않은 뜨끈한 피가 칼끝을 타고 흘러내린다.
뚝, 뚝.
한데 어째서 아이가 무사한 거지?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
조영학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런 혼란한 마음은 실수를 저지르게 했다.
“너 이 새끼. 여기 숨어 있지? 어딨어, 어딨냐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침입자 중 한 놈이 자신이 숨어있는 곳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젠장할.’
그 결과, 한발 늦게 칼을 휘두르게 된 조영학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무구가 요란한 소리를 낸다.
따라라락.
쐐액—!
“으, 으아아아. 씨, 씨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숱하게 피를 묻혀 본 조영학. 그의 본래 계획은 한 방이었다.
그는 숱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어딜 찔러야 단박에 죽는지, 어딜 찔러야 가장 아픈지···
그러나 이내 들리는 비명으로 알 수 있듯, 그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썩을! 조영학이 욕설을 뇌까렸다. 그러면서 어둠에 적응한 눈동자로 침입자를 좇는다.
“아아아아, 이, 개새끼. 여깄어. 여깄어! 성규야! 혀, 형님! 여기요, 여기!”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칼이 아예 안 들어간 건 아닌 듯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제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쯧, 일이 꼬여도 아주 제대로 꼬이는구나.
콰당탕
조영학은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남자를 보며 다시금 손을 휘둘렀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 이놈을 빨리 제쳐야 다음 놈 처리가 수월해진다.
그 순간.
휘리리리릭—
바람을 가르는 섬뜩한 파공음이 들렸다.
“으, 윽.”
그와 동시에 오른쪽 손목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쥐고 있던 타살칼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 옆으로 작은 쇠도끼가 보였다.
저쪽에서 날아든 도끼가 제 손목을 친 것이다.
“으윽. 씨발. 도끼? 대체 뭐 하는 새끼들···”
조영학은 인상을 찌푸리며 도끼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독에서 아이를 꺼내든 그 새끼였다.
남자는 차가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스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또랑또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조영학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li0nking 님 달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뭐긴, 뭐야. 헤스티아 님의 신실한 종이지.
[dkfltmsp 님 달풍선 3000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저 십새가 애들 저렇게 만든 범인이다 이거잖아. 인간 말종 같은 새끼. 너 오늘 아주 딱 걸렸어. 지금 이거 실시간 방송이고, 넌 아주 그냥 X 된 거야.
[Chochoma 님 달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딱 기다려. 신고 때렸고 경찰 달려가고 있그든? 넌 이제 뒈졌다 이말이야.
***
“으으.”
급발진하며 뛰쳐나가길래 한가락 하는 녀석인 줄 알았더니 인제 보니 만용이었다.
호진은 신음을 흘리며 왼쪽 팔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죽을상을 하고 있지만 태구가 보기엔 큰 부상은 아닌 듯싶었다.
다 큰 남자가 살갗 좀 벌어지는 게 무슨 별일이라고. 뼈만 안 보이면 된다.
아니지. 뼈가 좀 드러난다 한들 목숨엔 지장 없다. 많이 봐서 안다.
다시 말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손 써 줄 필요 없단 의미였다.
“저, 저는 괜찮아요. 비제이 형님. 그보다 저 새끼, 저 개자식 도망 못 치게 잡아야 해요.”
여봐라. 본인이 괜찮다고 하질 않는가.
호진은 그리 말하며 황급히 태구의 등 뒤로 달려왔다.
“그리고 저 새끼, 저거 칼 하나만 가진 거 아니에요. 허리춤에 개많이 달려있어요. 보진 못했는데 막 짤랑짤랑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러니까 형님도 조심하세요. 저, 저도 상처만 싸매고 금방 도울게요. 야, 너도 그 카메라 치우고 뭐라도 좀 들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아, 이씹. 여기 들 게 뭐가 있다고.”
“흙이라도 쥐고 아니다. 그 애들 담았던 항아리 좀 깨와. 손에 뭐라도 들고 있어야지 그냥 당할 수는···아아?”
그러고는 이렇듯 말을 덧붙이다 아차 싶은 표정을 짓는 호진이였다.
“······”
그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던 성규의 안색도 창백해진다.
이어서 둘은 짜기라도 한 듯 한 방향을 향해 눈알을 굴린다.
꿀꺽.
그곳에 태구가 던진 쇠도끼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X 됐다.’
문제는 그 장소가 남자의 바로 옆이라는 것.
“···”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사실을 남자도 잘 알고 있다는 거였다.
비단 그 사실 뿐일까. 침입자의 신원과 그 목적까지 파악한 조영학이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일러주지 않았던가. 실시간 방송 중이라고. 자신 보러 뭣 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이런, 개 같은 일이 있나!
“···방송? 그러니까 지금 이걸 찍고 있다고? 하, 하하하. 방송, 방송! 이런 꼴같잖은 것들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그래. 어디 한 번 제대로 찍어봐. 꼴깍꼴깍 숨넘어가는 그 모습. 퍽 재밌겠네!”
조영학의 낯빛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리 말하며 잽싸게 도끼와 칼을 주워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이 새끼들, 다 담그고 제물 챙겨서 여기 뜬다. 뒷정리는 대단하신 고객님이 알아서 해주겠지.
그는 반쯤 돈 눈깔을 한 채, 태구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마구잡이로 이리저리 휘두르는 날붙이가 섬뜩한 소리를 냈다.
부웅, 쉭, 쉭—
그 살벌한 기세가, 묵직한 파공음이 호진과 성규를 주춤거리게 했다. 허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 저거 완전 미친 새끼인데?
– ㄷㄷ 저런 걸 보고 눈깔이 돌았다고 하는구나.
– 나 방금 신고 때림. 니들도 빨리 ㄱ.
– 쇠도끼 오 ㅐ 던지냐고 ㅠㅠ
– 런 ㄱㄱㄱㄱ
– ㅇ어어ㅓ?? 태예 뭐하냐. 그쪽 아니야!!!
스스럼없이 남자의 앞을 막아서는 태구를 보는 순간, 들끓는 용기가 생겼다. 자신들이 도망가면 저 뒤에 있는 아이들은? 비제이 형님은?
“드루와. 드루와 봐. 이 새끼야!”
이래서 남자들은 빨리 죽는다고 했던가. 호진은 피를 질질 흘리며 태구의 뒤를 지켰다. 성규도 떨리는 손으로 촬영을 이어 나갔다.
만일 무슨 일이 벌어져 이곳을 벗어날 수 없게 될 경우, 그가 찍은 영상이 저 남자를 단죄하리라 생각하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은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됐다.
“끄아아아악!”
찰나의 순간, 조영학이 괴성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그의 오른손은 태구의 솥뚜껑만 한 손에 붙들려 있었다.
투덥한 손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비실거린다. 태구가 그 손을 붙잡아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너, 너 이 새끼. 뭐야. 대체 뭐냐고 아아 아악!”
비명을 지르는 조영학의 동공에는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남자에게 붙잡혀서? 손목이 꺾여서? 아니, 아니다.
그는 분명 남자의 손목을 잘라냈다. 마구잡이로 휘둘렀지만 서걱거리는 그 촉감을 느낀 조영학이었다.
찢어진 남자의 소매가 그걸 반증한다. 그런데 어째서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걸까. 어째서 자신이 이렇듯 무릎 꿇고 있는 걸까.
무릎을 꿇는 건 자신이 아니라 저 남자였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다. 이 새끼 정체가 뭐지?
“헤스티아 님의 종이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끄아아아악, 아악!”
꽈득. 생각을 이어가던 조영학이 게거품을 물었다. 반대쪽 손목도 부러졌다.
태구는 그에게 생각할 시간 따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조영학은 이렇다 할 저항 한번 못 해보고 양쪽 손목을 잃었다.
“으, 으으으.”
그는 한 마리의 공벌레가 되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조영학은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태구가 그 앞에 앉아 놈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곧이어 번쩍 고개를 치켜든 놈. 놈의 면상이 보인다.
고통에 눈이 풀리고 입가로 흘러내린 침이 범벅이다.
“낯익은 얼굴이다 했더니, 인제 보니 알겠구나. 그 무녀 옆에 서 있던 아이. 너였어. 이 손으로 그 어린아이들을 철창 안에 집어처넣었잖아.”
“···어, 어떻게.”
“그 아이들. 어떻게, 아니 어딨느냐? 저 안쪽엔 없던데.”
“대체 당신 뭐···끄아아악!”
조영학의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이번에는 팔목이 꺾였다.
“어딨다고? 어떻게 했다고?”
“도, 독!! 애, 애들은 독 안에···아아아악!”
“그건 나도 알고. 다른 애들 말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질 않느냐.”
“걔, 걔들은 이미 쓰임새가 다하여. 끄크끄아아악!”
울부짖는 짐승의 소리가 갱도 안을 울렸다.
“그러니까 어떻게 했냐고. 어디 있···”
태구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조영학이 침을 줄줄 흘리며 입을 벙긋하였다. 태구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걸 깨닫기까지 조영학은 꽤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양 손목과 팔목 그리고 손가락 두어 개가 너덜거리고 있었다.
“피, 피는 부적을 그릴 때 사용하고, 머리칼과 손발톱은 살을 날리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도, 도려낸 살점으론 환을 만들고 태운 뼛가루는 매흉에 쓰입니다끄, 끄으윽.”
“매흉?”
“크끅. 병을 불러오는 저주술 중 하나입니다.”
“···”
두 사람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조영학이 눈동자를 굴려 태구를 힐깃거렸다. 순간 지독한 살의를 느낀 그였다.
살고 싶었다. 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조영학은 바들바들 몸을 떨며 연신 입을 놀렸다. 뭐든 그의 마음에 드는 답이 있길 바라며.
“저도 워,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주절거렸다. 아이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또 어디서 공급 받았는지, 마지막 처리는 어디서 이뤄졌는지까지.
“일어나.”
이윽고 태구가 그의 말허리를 끊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처리한 그곳으로 가라 명했다.
“으으으.”
조영학은 입술을 악물며 비척비척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도착한 곳, 그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배고파.’
‘추워.’
‘무서워.’
손 닿으면 사라질 듯 투명한 색을 띠고 있는 영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