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2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23화(23/157)
북적북적해진 신전
아이들은 손 닿으면 스르르 사라질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영혼의 근간이 되는 기운. 즉 영력이 쇠한 것이다.
아무렴, 영혼을 담는 육신이 그리되었는데 그 영혼이 어찌 멀쩡할 수 있을까.
마음 아픈 건 그런 와중에도 순백한 백색을 유지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 말인즉 자신들을 이리 만든 이들에게 원한도 증오도 적의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일이 이렇게 된 건 자기 잘못이라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 전원이 순백색을 띠고 있다니.
다만, 그런 아이들도 바라는 게 있었다.
‘배고파요.’
‘무서워요.’
‘아파요.’
‘추워요.’
아이들은 그저 배불리 먹고 따스하게 입고 친구들과 함께하길 소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옹기종기 붙어 서로를 의지한 채 긴 세월을 버텨낸 것이리라.
태구는 더없는 참담함을 느꼈다.
악령으로 변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쩐지 이편이 더 그의 가슴을 턱 막히게 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여 있는 아이들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본인들의 영달을 위해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이러한 악행을 자행해 온 걸까. 얼마나 많은 아이가 희생된 걸까. 또 그사이에 소멸한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꽃 한번 피워 보지 못하고 저버린 허망한 죽음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침음이 흘러나온다.
“하아.”
태구의 뒤를 따라온 성규와 호진도 눈앞의 광경에 기함을 떨어댔다.
다만, 품에 잠든 아이가 있어 거친 욕은 삼키는 호진이었다.
“이런 미! 아오, 진짜.”
“진짜 뭐라 말이 안 나오네.”
아이들의 영혼을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영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놀란 이유는 마주한 주변 광경 때문이었다.
갱도의 출구이자 새로운 입구는 폐농장 부근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관처럼 생긴 고철 덩어리와 은빛 기계, 동물용 화장로였다.
[rpdlatlwkr1 님 달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샹; 애들 뼛가루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저기에다 태운 거냐? 아. 진짜 ㅈㄴ 주먹 마렵네. 하;;; 진짜 진심으로 천벌 받길 바란다. 진짜 욕도 아까운 새기.
다시 한번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둘러쌌다. 괜스레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고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teknopia13 님 달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그래서 태구야, 애들 영혼 지금 여기에 있어? 보여? 설마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지. 그럼 너무 마음 아플 것 같은데···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들은 이 순간 한마음 한뜻으로 바라고 또 바랬다.
아이들의 영혼이 이곳에 머물러 있기를. 태구가 그런 아이들을 편안하게 보내주기를···
그리고 그들의 바람에 태구가 응답했다.
“다행히 저기 모여 있는 게 보이는구나. 저들끼리 옹기종기 붙어 서로를 의지하고 또 지켜주고 있느니.”
– 하아ㅠ 진짜 속상하다.
– ㅅㅂ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냐 뭐라고 해야 하냐.
– ㅠㅠㅠ 나 진짜 눈물 난다고.
– 직접 보는 태구 마음은 어떻겠냐..
– 아ㅡㅡ 진자 저 개1자식 명치 ㅈㄴ 세게 치고 싶다.
그때, 호진이 조심스레 태구의 곁으로 걸어왔다. 안고 있는 아이는 근처에 잠시 내려둔 상태였다. 그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조금 전, 태구가 보여준 모습 때문이리라. 그는 한 마리의 야차와도 같았다. 하지만 호진은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에만 그렇지 비제이 형님은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걸.
“형님이 그랬잖아요. 애들 성불시켜줄 거라고. 그러려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그죠?”
끄덕끄덕
“제가 따로 도울 일은 없어요? 아, 아니다. 안고 있는 아이 저한테 주세요. 제가 데리고 가서 저쪽에 눕혀 놓을게요. 그런 상태로 성불시켜줄 수 없잖아요. 아, 아닌가? 가능한가?”
“그래 주면 좋겠는데. 한데, 그 팔로 안을 수 있겠느냐? 하나도 아니고 둘인데.”
“끄덕 없어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저한테 주세요.”
“자, 안 깨게 조심히. 그리고 또 고맙다.”
“고맙긴요. 이런 거라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데요, 뭘. 또 저 새끼 아니 저 사람은 저희가 잘 감시하고 있을게요. 허튼짓 못 하게요. 그러니까 다른 건 걱정 마세요.”
과연 저 몸 상태로 허튼짓을 할 수 있을까. 태구의 안중에 조영학은 없었다. 그는 품 안에 잠든 아이를 조심스럽게 호진에게 건네주었다.
“으으.”
“괘, 괜찮아. 나 착한 형 아니 착한 삼촌이야. 걱정말고 푹 자.”
한 팔에 한 명씩 안아 든 호진은 이를 악물며 옷을 깔아둔 곳으로 돌아갔다. 카메라맨 성규는 조영학 곁을 지켰다.
그의 한 손에는 카메라가 또 한 손에는 쇠사슬이 들려있었다. 길게 늘어진 쇠사슬은 조영학의 상체를 둘둘 감고 있었다. 갱도 안에서 구한 물품이었다.
조영학은 연신 신음을 흘리며 양팔을 덜렁거렸다. 성규가 그를 보며 말했다.
“으, 으으으.”
“미친놈. 지랄하고 있네. 야, 연기 하지 마. 너 안 아픈 거 다 알아.”
조영학은 퍽 억울한 눈빛을 하며 성규를 힐깃거렸다.
“으, 으으.”
“그렇게 보면 뭐? 누가 속을 줄 알고? 나도 본 게 있다 이거야. 이 새꺄. 그러니까 개수작 부리지 말고 빨리 똑바로 걸어. 저쪽 나무 옆으로 가, 빨리 움직이라고!”
촤르르! 성규가 손에 든 쇠사슬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조영학은 악악 소리를 내며 끌려갔다.
성규는 개의치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놈이 연기를 하고 있다 생각했으니. 물론 친구 호진도 같은 생각이었다.
호진은 태구에게 직접 맞아 본 당사자이자 산증인이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형님들. 진짜 저거 다 연기라니까요. 비제이 형님한테 직접 맞아 본, 산증인 호진이 새끼가 말해줬어요. 형님들도 봤다시피 걔 지금 멀쩡하잖아요. 걔가 좀 맞았어요? 진짜 죽을 듯이 맞았잖아요. 도끼에도 얻어 처맞고. 근데 봐요. 피 난 곳 있어요? 없죠? 지금 멀쩡히 잘 움직이고 다니죠? 저 새끼도 마찬가지라니까요.”
– ㅇㅈ. 좀 이상하긴 해.
– 이게 바로 헤스티아 님의 힘 인가?
– 그래서 성스러운 폭행이다?
– 근데 난 좀 걱정 된다. 저 새기가 태예 고소 때림 어쩌지.
조금 전, 태구가 조영학을 데리고 심문 아닌 심문을 할 때. 눈치 빠른 성규는 잽싸게 카메라 앵글을 돌렸다.
허나, 그 묵직한 타격음과 자지러지는 비명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태구와 조영학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었다.
그에 성규가 이렇듯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조영학, 저놈 되도 않는 연기질을 하고 있다고. 태구가 행한 것은 평범한 폭력 같은 게 아니라고.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조영학의 몸뚱이가 그걸 반증하는 증거였다.
성규는 그렇게 생각했고 또 시청자들에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
실상은 그게 아닌데···
한편, 태구는 뭉쳐있는 아이들에게로 걸어갔다. 아이들이 소망하는 그 작은 바람을 이뤄줄 생각이었으니.
“그간 얼마나 힘들었겠냐. 쯧, 어린 것들이··· 그리 보지 말고 이리 오려무나. 나와 함께 가자. 맛있는 밥 그거 차려줄게.”
[주찬미 외 다수의 영혼, 신전 입장을 허락하시겠습니까?] [Y/N] [신성력 300을 사용합니다.]인원이 많은 만큼 요구하는 신성력도 많았다. 허나, 문제는 없었다. 태구는 폐병원 투어로 얻은 신성력을 모조리 끌어다 태웠다.
***
심상의 신전 내부.
신전의 첫 주민이자 신도, 김수인은 제단 위로 깨끗이 씻은 과일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 태구가 사다 준 과일이었다.
“대개 임신하면 이런 과실이 당긴다길래 가져왔느니라. 뭘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사 왔으니 알아서 챙겨 먹거라. 물론 배고픔 같은 건 느끼지 못할 테지만, 뭐. 이것도 나름의 재미 아니겠느냐.”
그는 그리 말하며 각종 과일을 그녀의 품에 안겨 주었다. 임산부들이 즐겨 찾는다는 시큼한 과일부터 달콤한 과일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아가야,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금방 먹어줄게.”
김수인은 그런 태구의 마음이 고마웠다. 허나, 헤스티아 님의 신실한 종으로서 먼저 먹을 순 없었다. 그래서 이렇듯 제단에 음식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였다.
“정말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어요?”
“물도 괜찮아요. 그, 그냥 딱 한 입만 먹게 해주세요.”
가냘픈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어?”
“거기 있었느냐.”
태구가 수많은 아이를 이끌고 신전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보이는 아이들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작디작은 아이들은 하나 같이 벌거벗은 상태였다.
그렇게 훤히 보이는 아이들의 몸은 흡사 미라를 연상케 했다. 뼈 위에 살가죽만 얹어 놓은 상태였다. 그런 아이들이 연신 배가 고프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아”
수인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태구가 어디에서 데려온 아이들인지. 아마 자신과 다르지 않은 일을 겪었겠지 싶었다. 그런데 저 어린 것들을 대체 누가···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차오른다.
“아이들이 배고파하길래 일단 데려오긴 했는데.”
태구의 말에 김수인이 서둘러 눈가를 훔치며 대꾸했다.
“제, 제가 돌볼게요. 아이들 밥도 제가 챙길게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요리 하나는 끝내주잖아요. 안 그래도 혼자 적적하다 싶었는데 정말 잘됐네요. 한데 당장 요리할 재료가 없는데···”
그녀가 힐깃 태구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빈손이었다.
“당장 마땅히 구할 곳이 없어서 말이야. 오래 걸리진 않을 터인데··· 그보다 어떤 재료를 챙겨오면 되지?”
“으음. 우선 음식 재료도 재료지만 애들 옷부터 좀 사 와야겠어요. 그리고 다른 건··· 잠시만요.”
수인은 그리 말하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무릎을 구부려 아이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이들은 그녀 너머, 제단에 놓인 과일을 보고 있었다. 꼴깍.
“맛있겠다.”
“···딱 한 입만 먹으면 좋겠다.”
“하, 한 입만 먹으면 안 돼요? 배가 너무 고파요.”
마침 잘됐다 싶은 김수인이었다. 그녀가 황급히 과일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스스럼없이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여기서는 뭐든 마음껏 먹어도 돼. 과일 먹고 싶다고? 자, 가져가.”
“······먹어도 돼요?”
“그럼 물론이지. 과일 다 먹으면 이모가 맛있는 밥 만들어 줄게. 그래서 말인데, 먹고 싶은 거 있어? 말만 해. 이모가 다 만들어 줄 테니까.”
“흐, 흐아. 맛있다.”
아이들은 대답도 잊고 과일 먹기에 집중했다. 그간 얼마나 굶었는지 게 눈 감추듯 먹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옆에 친구를 힐깃 보며 자신이 잡은 과일을 건네기도 한다.
이렇듯 착한 아이들이었다. 김수인은 그런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얼추 다 먹은 아이들이 김수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먹었어? 그럼 이제 이모한테 말해줄래? 뭐 먹고 싶어.”
“······계란말이요.”
“저, 저는 분홍 소세지요.”
아이들에게 있어 계란말이와 햄 반찬은 신이었다. 아이들은 대개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에 김수인이 재료를 정리해 태구에게 알려주었다.
“···대충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좀 많긴 한데 예쁘게 살찌우려면 부지런히 해다 먹여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리고 아이들이 머물 곳은 제가 알려줄게요.”
“그래. 부탁 좀 하마.”
“무슨 부탁이에요. 저도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그, 그런데 혹시 말이에요.”
“?”
“아이들 저렇게 만든 원흉 찾으셨나요? 찾았다면 그것도 아래층에···”
“지금 데리고 올 것이야. 허나 걱정 말거라. 아이들에겐 보여주지 않을 터이니.”
김수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금 고개를 들었을 때, 태구는 없었다.
***
삐용, 삐용———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적막한 숲속을 울렸다.
그 소리를 들은 태구는 조영학에게 다가갔다.
“으, 으으, 으으으아아아.”
조영학은 게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아니 정확히는 울부짖었다.
태구의 손속에 겁을 먹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태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 뿐이었다.
그렇게 놈의 영혼 한 가닥을 뽑아낸 태구는 그것을 신전의 하층부로 보내버렸다. 아직은 그저 감금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놈의 몸으로 신성력을 밀어 넣었다.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임시 조치를 취한 것이리라.
“어, 어.”
그에 조영학이 두 눈을 부릅떴다.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몸 안에 차고 있었다. 온몸을 찢을듯한 고통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신고받고···”
경찰차가 태구 일행 앞에 멈춰 섰다.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해괴한 짓을 하고 있다는 신고였다. 한데 어째 돌아가는 상황이 요상하다. 경찰이 나무에 묶인 조영학을 바라보았다.
용의자 인상착의와 딱 맞는다. 그런데 어쩐지 피해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몸에 둘둘 감긴 쇠사슬 덕분이었다.
경찰과 눈을 마주한 조영학은 이때다 싶어 얼른 소리를 질렀다.
“빨리, 빨리 나 좀 구해줘요. 빨리 나 좀 체포해가라고! 이 새끼가 나한테 이상한 짓꺼리를 하고 있단 말이야!”
그러면서 경찰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데, 그 손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리고 이는 성규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 생생히 찍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