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2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25화(25/157)
되돌려받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신전으로 구매한 옷과 음식 재료를 나른 태구는 곧장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그에겐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못다 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조영학의 신어머니이자,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원흉인 무녀를 잡아야 했다.
그녀는 살아있을뿐더러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위치는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의 수족이 되는 조영학이 태구의 수중에 있으니.
[프리미엄 실버 케어 요양원]우리나라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곳, 명동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요양원이었다.
번듯한 건물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안온한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작은 아이들은 그리 비참하게 생을 마무리했는데···
‘이제 되돌려 받을 차례인 거지.’
무녀는 본인이 저지른 추악한 짓거리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했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긴 세월 발 뻗고 편히 잔 만큼 남은 생은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
태구는 그 값을 받아내기 위해 요양원을 찾았다. 과연 고오급 요양원답게 그 내부도 훌륭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로비에는 출입자를 확인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녀가 웃는 낯을 하며 물었다.
“입원한 환자를 찾아왔는데요.”
“예약은 하셨나요?”
“조영학 씨 부탁으로 왔고, 임금란 환자를 찾으면 된다고 하던데요?”
“아! 임금란 환자님요? 제가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약 없이는 환자를 볼 수 없다. 그게 프리미엄 실버 케어 요양원의 규칙이다.
그러나 VIP환자 임금란은 다르다. 그녀는 요양원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고, 온갖 특혜를 받고 있었다.
요양원 원장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이렇듯 조영학의 이름을 대고 그녀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친절하게 모시라고.
직원은 퍽 친절한 태도로 병실까지 안내해 주었다.
똑똑—
“환자분, 손님 오셨어요. 조영학 님 소개···”
“기도 중에 부정 탄다! 문밖에서 기다리라 해!”
“네. 전달해 드릴게요.”
문 너머로 카랑카랑한 무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직원이 머쓱하게 웃어 보이며 태구에게 소곤거렸다. 문 앞에서 대기하라는 소리였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또 이미 들으셨겠지만, 임금란 환자분이 치매 증상이 좀 있으시거든요. 경증이기도 하고 또 기도 직후에는 크게 호전된 모습을 보이셔서 별 이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이상하다 싶으시면 병실 안쪽에 있는 빨간 버튼 한 번만 눌러주세요. 그럼, 저희가 모니터링해서 괜찮아지실 때 바로 연락드릴게요. 그때 오시면 수월하게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 거예요.”
기도 직후에는 크게 호전된 모습을 보인다라···
퍽 재미있는 상황이 아닌가.
더불어 보아하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닌 성싶다.
‘아직 그녀를 찾는 손님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군.’
그러니 이리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거겠지.
“또한, 해당 층은 이 시간부터 비워둘 테니 편하게 말씀 나누시면 됩니다. 저 역시 바로 복귀할 테고요. 혹 따로 궁금하신 거 있으실까요?”
태구는 고개를 저었고 직원은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
임금란이 머무는 VIP층 위로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태구는 곧장 그 문을 밀어젖혔다. 애당초 기다릴 생각 따윈 없었다.
***
“우음, 으으응.”
적막한 병실 안으로 으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녀는 등을 돌려 앉은 채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 그것이 보인다. 무녀를 조종하고 또 그녀에게 사특한 힘을 불어주는 존재.
그것이 무녀의 등에 매달려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무녀와 함께 무언가를 취식하고 있는 듯싶다.
“쯔쯔.”
태구는 쯔쯔 혀를 차며 눈썹을 꿈틀였다.
그 순간, 무녀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간다.
“이놈이! 기도 중이라고 했거늘. 어디 내 허락도 없이 들어온 게야!”
그와 동시에 사특한 존재도 고개를 돌린다.
“냄새, 냄새가 난다. 킬킬킬.”
그렇게 말하는 놈은 실로 괴이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잘 빚은 동그란 얼굴 위로 수어 개의 눈이 깜빡이고 있고, 인간의 코라 볼 수 없는 짐승의 코에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었다.
인간이라 할 수도 짐승이라 부를 수도 없는 모습이었다.
굳이 명하자면 하급 마물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아니면 여기선 요괴라는 말이 더욱 적합하려나.
어쨌거나 괴이한 형상을 한 요괴는 곧 목을 길게 뻗어 태구의 얼굴 앞으로 제 안면을 들이밀었다.
“맛있는 기운이다. 맛있는 냄새인데? 먹자, 먹을까.”
태구의 몸에서 은은하게 피어나는 성력을 맡은 듯싶다.
그것은 역겹기 짝이 없는 검은색 혀를 내밀며 군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이렇듯 태구의 얼굴 앞으로 그 몰골을 드밀어선 안 됐다.
놈에게 있어 그러한 행동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아주 죽여달라 하는구나.”
태구는 가둔 성력을 드러내며 놈의 모가지를 움켜쥐었다.
“키이이이아아아악!”
요괴는 고통스러운 몸짓을 하며 포효를 이어갔다.
동시에 악취 나는 놈의 입에서 허연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채 삼키지 못한 식사 거리였다.
이를 본 태구의 표정이 서릿발처럼 차가워졌다. 하지만 분노는 잠시였다. 놈은 오랫동안 천천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 인간이 아닌 마물이라도 다를 건 없었다.
태구는 다른 놈들과 같이 놈을 심상의 하층부에 처박아 넣었다. 육신이 없는 그것은 현세에서 힘을 쓰지 못하였다. 무녀는 그렇게 신을 잃었다.
“쿠, 쿨럭.”
그로 인해 쪽진 머리를 한 그녀가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육십이 넘는 나이임에도 탱탱함을 자랑하던 피부는 한순간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수십 년을 쌓아온 영력이 사라지고 있었다.
“크, 커, 케케엑, 케켁! 누구세요? 엄마, 엄마.”
그 때문일까. 무녀가 돌연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내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치매 증상이었다.
태구는 직원이 알려 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무녀의 말에 대꾸하지도 않았다. 굳이 말을 섞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서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걸어갔다.
무녀의 발밑으로 주먹만 한 환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희생된 아이들의 육신으로 만든 환이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늙어서도 악행을 이어 간 그녀였다.
“긴긴 세월 남의 불행 위에 네년의 영달을 쌓아 올렸겠다. 이제 그 값을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그것도 이제 다 끝이다. 태구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무녀의 흔들리는 동공 안으로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태구의 모습이 비춘다.
***
신전 하층부에는 다양한 공간이 있다.
김지민과 이학수가 갇힌 불사의 방이 있는가 하면,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는 방, 영혼을 갉아먹는 혼충이 있는 방 등등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각기 다른 쓰임새를 갖고 있지만, 어느 공간에서든 소멸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성질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하층부 전체가 불사의 공간이란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왔다.
“임금란!!!”
형제 정신 병원 원장이 돌연 나타난 여인을 보며 불같이 소리를 지른다.
“너, 너는···”
“내가 왜 이 꼴을 당해야 하는데! 나는 니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왜왜왜!”
여인, 임금란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원장을 바라보았다. 아는 얼굴이었다. 30년 전에 죽은 형제 병원의 원장 아닌가. 한동안 저놈 덕분에 크게 재미를 봤었지.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녀의 정신은 아주 또렷하고 멀쩡했다. 사지 분간이 가능한 그녀였기에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헌데 죽은 저 놈이 어째서.. 잠깐만! 영학이 소개로 왔다는 놈이 나를 찾아왔고, 그, 그분을 죽였어!’
하면 자신도 죽은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다가올 앞날이 퍽 밝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날카로운 괴성이 그걸 깨닫게 했다.
“히이이이익!”
그녀가 한평생 모셔 온 그분의 목소리였다. 위대하신 바케모노 신께서 개처럼 몸을 뒤집은 채 발광하고 있었다.
“끄아아아아, 악!”
인제 보니 신아들, 영학도 보인다. 녀석도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바닥에 누워 펄떡거리고 있다.
대체 왜 저러지 싶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꺄아아악!”
온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이 느껴진다.
그녀의 허연 속살 위로 투명한 액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임금란의 고개가 절로 위쪽으로 향한다.
“···뱀?”
천장이 움직인다. 정확히는 얼기설기 엉킨 뱀이었다. 천장 전체가 똬리를 틀 뱀으로 가득하다. 그것들의 벌린 입으로 대롱대롱 독액이 쏟아진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임금란은 당장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망할년! 아아아악!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그 옆에선 원장 역시 마찬가지 인 듯했다. 그러니 저렇게 고래고래 욕만 지껄이고 있는 걸 테지.
그렇게 그녀를 비롯한 3인방은 온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들은 태구는 진심으로 바랐다.
숨 한번 편히 쉴 수 없던 좁은 장독대.
그 안에 갇힌 아이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기를.
놈들의 반성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이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태구는 하층부를 벗어났다.
그리고 곧장 김수인을 찾아갔다.
이제야 아이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어!”
“사, 사도님이다.”
아이들은 그녀와 함께 있었다. 이전처럼 벌거벗고 있지 않았다. 태구가 받아온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성규와 호진이 사 온 장난감 따위를 손에 쥐고 있었다.
저를 보며 사도라 부른다. 김수인이 알려준 모양이다. 태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조심히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러고는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옷이 너무 부드러워요. 찢어지지 않게 조심히 입을게요.”
“어어! 저도요, 저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맛있는 밥 주셔서 고마워요.”
“인, 인형이 너무 예뻐요.”
“장난감도 말해!”
눈치 보지 않고 티 없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이게 어디랴.
태구는 빙그레 웃으며 제 발치로 다가온 아이들의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보드라운 느낌이 퍽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