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26)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26화(26/157)
섭외를 받다.
TVC 사옥, 3층 회의실.
회의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동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다.
태구가 나오는 폐병원 투어 영상이었다.
“후우, 미치겠네. 저 비제이 이름이 뭐라고?”
조영학을 잡아 경찰에게 넘기는 장면까지 본 강석훈 PD는 잔뜩 흥분한 기색을 하며 물었다.
“강태구요. 왜 지난번에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있잖아요. 그 시신 발견한 BJ예요. 제가 저 BJ 섭외하려고 따로 연락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대답은 그 옆에 앉은 김영채 작가의 입에서 나왔다.
“쓰읍. 그런 말을 했었나? 당시에 국장님 만난다 뭐다 정신이 없어서. 또 저거 그때 주작이라고 말 많았잖아. 근데 인제 보니 그것도 주작이 아닌 모양이네?”
강석훈 PD가 마른세수를 거듭했다. 흥분감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무슨 수로 시신 발견을 조작할 수 있겠어요. 살인자가 아니고서야. 근데 그 사건 살인자는 따로 있었잖아요.”
“그럼 주작이니 뭐니 하는 그런 소문은 왜 났대?”
“개인 방송에서 본인이 모시는 신 이야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좀 깨졌거든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좀 우습게 보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신? 무슨 신?”
“저 사람이 모신다는 신이 좀 특이하거든요. 헤스티아라던가? 아무래도 익숙한 이름은 아니죠? 그때, 방송 보던 사람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라느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 대기도 했고요.”
“헤스티아라. 그럴 만도 하네. 근데 저거, 확실히 일반인은 아니야. 특별해. 그것도 아주 특별해. 한데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무속인이랑은 다른 것 같고···”
확실히 다르다. 그가 나온 영상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빙의자’를 치료할 때 무속인들은 굿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저 인간은···
‘그냥 막 갖다 패잖아?’
부적을 쓰지도, 굿을 하지도, 호통을 치지도 않는다. 그냥 팬다. 강 피디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귀신을 보고 듣는 건 그렇다 쳐. 근데 물리적 접촉이 가능해?’
강석훈 PD는 흥분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가 쇠도끼를 내던지며 빙의자를 치료하는 그 장면은 정말이지 전율과도 같은 감동을 주었다.
사짜들이 판치는 샤머니즘 세상에서 진짜를 발견한 기분.
저 사람을 섭외하냐 마냐로 프로그램의 승패가 갈릴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그래서 연락은 닿았고? 뭐래? 하겠대? 아니지, 하겠지! 이번에 내건 상금이랑 혜택이 얼만데. BJ로 활동하는 거 보면 어느 정도 방송에도 욕심 있는 것 같고. 일단 저 비제이 지원 서류 좀 줘봐.”
상금도 상금이지만 혜택이 대단했다.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무속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혜택이 아니던가. 그러니 분명 지원했을 터. 강석훈 PD는 행복회로를 돌렸다.
“어, 어···”
“뭘 어어야.”
그런데 순간 막내 작가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들의 우두머리, 김영채 작가가 대신 나서 안 좋은 소식을 전한다.
“한다 안 한다 말이 없어요. 확인해 보니까 메일 확인 자체를 안 하더라고요. 벌써 다섯 통은 보낸 것 같은데··· 하도 안 봐서 물어물어 핸드폰 번호까지 알아냈는데 연락도 안 돼요.”
김영채 작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런 와중에 안동 폐병원 영상까지 뜬 거고요. 화제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곳저곳에서 인터뷰하겠다고 불을 켜고 있더라고요. 흐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찾아가서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잡았어야 했는데? 김영채 작가.”
“네?”
“그 말은 좀 그렇다?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잡겠다고 해야지. 어? 김 작가는 이번 프로에 사활 안 걸었나 봐?”
평소 허허실실 웃기만 하는 강석훈 PD가 퍽 서늘한 말투로 분위기를 잡는다.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기에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런 강 피디의 태도에 김영채 작가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럴 리가요! 다, 당장 잡아 올게요. 접수 기한 마감까지 어떻게든 잡아 올게요!”
“주소는 알아냈고?”
“듣기론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발생한 그 집에서 산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30분 줄게. 그때까지 확인 끝내고 나랑 같이 가자.”
“에? 피디님이 직접 가시겠다고요?”
강석훈 PD는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반응했다.
“내가 가야 딜을 쳐도 칠 거 아니야. 그러니까 김 작가는 빨리 주소 확인하고. 혜령이 너는 당장 사연 신청 온 영상 다 취합해서 내 메일로 넣어줘.”
“넵!”
“좋아, 이제 지원 접수 마감까지 이틀 남았다. 다들 긴장하자?”
“네—!”
***
[’인육환’ 사람 DNA 검출, 국내 유통책 명동 요양원 원장 검거···] [30년간 계속된 안동 아동 연쇄 납치 살인사건, 그 주범은 60대 무속인으로 주술을 목적으로 한···] [경찰,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가담한 구매책들 다수 검거, 베이비박스를 통한 인신매매 현장 급습···] [익명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은 무속인의 비밀 장부, 익명의 제보자 그는 누구인가?] [인육환 구매자들, 단체 정신 감형 노리나? 이상 행동···] [달프리카 BJ 강태구. 그가 모시는 신, ‘헤스티아’는 누구인가?]안동 폐병원 방송으로 태구는 전에 없을 명성을 얻었다.
김수인 사건으로 얻은 명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난번에는 ‘잔혹한 사건’을 집중했다면, 지금은 ‘강태구’라는 인물에 집중한 기사가 쏟아졌다.
[달프리카 신입 BJ 강태구, 폭력적 방송 내용으로 방송 정지 처분받아···] [규제 없는 인터넷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 선정적 폭력적 개인 방송···]그러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지 않는 일반 시민들은 짜깁기 된 영상을 보고 태구를 재단했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방송을 하는 자극적인 BJ라고. 하필 또 그런 때에 달프리카 측에서 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래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같이 온다고 하나 보다.
“와, 나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운영자 놈들 이렇게 감이 없어서 되겠어?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생각을 해야지. 이걸 방송 정지 때린다고? 이러니까 뉴튜브에 발리는 거라니까?”
태구의 방송 정지 처분 소식에 흑룡은 길길이 날뛰었다. 누가 보면 본인 방송국이 정지된 줄 알겠다. 태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얼, 규칙이 그렇다질 않으냐.”
“아니, 그쪽에서 고소도 안 하고 엉? 시청자들도 문제없다는데 규칙은 무슨 규칙! 그깟 도끼 좀 던지고 사람 좀 팼다고, 아니지! 사람도 아니지. 엄밀히 말하자면 귀신을 팬 거지. 암만 봐도 문제 하나 없구만.”
“그래도 사흘이면 짧은 기간 아니더냐?”
태구의 방송 정지 기간은 사흘. 따지고 보면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다.
베테랑 BJ 흑룡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반응했다.
“짧기야 짧지. 원래 폭력 관련해서 정지 때리면 못 해도 한 달은 주거든. 그렇다고 뭐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 해? 그건 아니잖아. 그리고 정지 때렸다는 거 자체가 문제야.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계속 정지를 주겠다는 말이잖아. 그래서 말인데 태구야, 너 계속 방송할 거야? 사실 첫 방송으로 네가 바라는 목적은 다 이뤘잖아.”
급작스럽게 시작한 방송이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퍽 마음에 들었다. 바라는 명성도 사람들의 믿음도 얻었지만, 태구는 계속해서 방송을 이어 나가고 싶었다.
그럴 만도 했다. 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면 시청자의 제보도 없었을 테고 안동에 있는 폐병원을 찾아가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도 구하지 못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방송을 켠 건 헤스티아 님의 한 수였다.
“정지를 받았다 한들 당장은 그만둘 생각 없다.”
“후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오늘 운영진한테 따로 연락해볼게. 어느 정도 수위로 방송해야 하는지, 빌어먹을 귀신도 패면 안 되는 건지. 만약에 용납 안 된다 하면 별수 있나?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야지, 뭐. 물론 나도 같이 가는 거고.”
그렇게 되면 달프리카는 아주 귀중한 인재 둘을 잃는 거라고! 흑룡은 그리 말하며 제 가슴을 탕탕 두드려댔다.
자신을 위해 발 벗고 나서려는 흑룡의 가상한 노력에 태구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 귀중한 인재에게 내가 밥 한 끼 대접하마. 저쪽 오거리에 맛집으로 선정된 소고깃집이 있다고 하던데.”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참 먹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그래서 싫으냐?”
“콜.”
그렇게 흑룡과 집을 나서는데.
“어?”
“강태구 님?”
대문 밖, 누군가가 흑룡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식사 자리였다.
마주 앉은 남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태구에게 명함을 건넸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TVC 제작팀 PD 강석훈]“그리고 이쪽은 저랑 같이 프로그램 제작하고 있는 작가, 김영채 씨고요.”
남자가 같이 온 여자를 소개했고, 여자도 냉큼 손을 내밀었다. 같은 디자인의 명함이었다.
“진짜 방송국에서 나온 분들 맞네요. 근데 저는 따로 드릴 명함이 없어서요.”
태구가 받아 든 명함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강석훈 PD가 휘휘 손을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미 유명 인사시잖아요.”
“유명 인사요?”
“오늘 제가 본 태구 씨 기사만 수십 개는 될걸요? 그 정도면 유명 인사 아닌가요? 하하. 아! 그리고 또 그 안동 편 영상 아주 잘 봤습니다.”
강 피디의 너스레에 태구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니까 그 영상을 보고 섭외를 하러 오셨다는 말씀?”
그러는 사이, 태구의 옆에 앉은 흑룡이 강 피디를 보며 물었다. 이미 오면서 대충 이야기는 들은 상태였다.
남자와 여자가 제작하는 ‘심령 솔루션’이란 프로그램에 자신을 섭외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지원자를 받고 있긴 하지만, 영험하다 이름난 무속인의 경우 이렇듯 직접 찾아가 섭외한다고도 말했다.
그런 강 피디의 말에 태구는 솔깃했다. 어쩐지 한번 들어보고 싶어 이렇게 점심 식사를 같이하자고 권한 태구였다.
“아뇨. 그 전,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김 작가가 태구 씨 메일로 섭외 관련 메일을 보냈다고 했는데. 하하, 그 답을 받지 못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오게 되었고요.”
“메일을 보내셨다고요? 아, 설마 그거였던가.”
문득 생각나는 메일이 있었다. 태구가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방송국 사칭하는 악성 메일이 많아서 죄다 쓰레기통에 넣어버렸거든요.”
“어쩐지! 다섯 통이나 보냈는데···”
김 작가의 아쉬운 소리에 강석훈 PD가 냉큼 입을 연다.
“그럴 수도 있지요. 덕분에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더 좋은 결과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실제로 얼굴 뵙고 또 저희 프로그램 취지도 설명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가 태구의 앞으로 태블릿을 건넨다. 액정 안으로 곧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태구의 손이 자연히 태블릿으로 향했다.
“우선 한 번 보시겠어요?”
강 피디의 권유에 태구가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벌써 언니가 사라진 지 여섯 달이 지났어요. 경찰은 단순 실종이라고 하지만, 아니요? 전 알아요. 언니는 이미 죽었어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에요. 왜냐면 제 눈에 언니의 영혼이 보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언니를 보기 시작하면서 제 주변으로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여자는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자신의 언니를 찾아달라고, 언니가 제게 온 이유를 알려달라고···
그 말투와 몸짓이 퍽 절박해 보였다.
그러나 카메라는 여자의 곁에 있다는 언니의 영혼을 담지 못했다.
직접 제 눈으로 여자를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 피디가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방송에서 그런 말씀 하셨죠? 빙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런 생각으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겁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분들의 고통을 아주 절실히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전 태구 씨가 꼭 저희 프로그램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현재 태구가 처한 상황까지 이야기하는 강 피디였다. 적어도 자신이 맡은 방송에선 태구의 행동에 대해 제지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도끼 들고 설쳐도 된다는 말이었다.
태구는 생각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더군다나 이렇게 절실한 표정으로 도움을 청하는 이가 있는데, 어찌 외면할쏘냐.
“하겠다고 하면 바로 이 여자, 아니 사연 신청자를 만나볼 수 있는 겁니까?”
“어··· 그래도 최소한의 검증은 필요해서요. 물론 저야 태구 씨의 능력을 믿기에 이곳까지 찾아와 섭외하는 거지만 태구 씨를 처음 보는 시청자분들도 계실 거란 말이죠? 그분들에게 태구 씨가 가진 그 능력을 보여 줘야 하는데··· 저희가 따로 준비한 게 있거든요. 그것만 통과하시면 됩니다.”
여자를 만나야 능력을 보여주든가 하지. 태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딱히 숨길 것도 아니니 미리 말씀드릴게요. 현장 오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준비한 영력 검증 테스트는···”
그러나 이어지는 강 피디의 말에 태구는 후련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그거라면 어려운 것도 없겠네요.”
강 피디가 말한 영력 검증은 태구에게 있어 식은 죽 먹기 수준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