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2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27화(27/157)
진짜 도사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방송 정지 처분을 받은 후 처음 켜는 방송이었다.
[문아생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갱얼지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숙련자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니렙 님이 입장하셨습니다.]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방을 채웠다.
풀방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신입 BJ답지 않은 화력이었다.
[다디 님 달풍선 300개 감사합니다.]-삼 일이 삼 년인 줄ㅠ 개같이 기다렸다.
[권윤호 님 달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달프리카 정지 뭐냐고ㅡㅡ 이거 완전 사탄 들린 새기들 아니야. 엉? 사탄 때려잡았다고 정지를 줘?
이제 와 생각해보면 ‘방송 정지 처분’이 그들의 관심에 불을 붙이는 기름이자 도화선이 된 성싶었다.
그들은 태구의 방송 정지 처분에 격한 반응을 내보였다.
[전역하구파 님 달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절대 지킨다. 두번의 정지는 없음. 운영자 보고 있음? 또 정지 시켜봐. ㅡㅡ 진짜 확, 응? 막, 확!!
그러면서 금융 치료를 해주는 데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태구였다.
물론 돈 때문은 아니다. 그저 그들의 마음이 고마워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크흠.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어쨌든 뜻깊은 곳에 쓰도록 하마. 다들 고맙다.”
오늘도 양손 두둑히 신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태구가 살포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이러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치고 표정이 밝음.
– 금융치료에 사르르 마음이 녹아 버린 태구짱.
– ㅋㅋㅋㅋㅋ BJ 다 됐네.
– 흑룡이랑 붙어 살더니 흑룡 다 됐네.
– 근데 어디임? 밖인 것 같은데.
– ㅇㅇ 그러고 보니 카메라도 안 들고 있네.
– 그사이 직원이라도 구했나.
– 흑룡 냄새 나는데? 흑룡 아냐?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각.
흉가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시간대다.
더욱이 작업실도 아니고 밖에서 켠 방송이 아닌가. 시청자들의 의문에 답을 한 건, 흑룡이었다.
그가 불쑥 카메라 앞으로 얼굴을 드밀었다.
“흑룡 냄새 누구야. 하여간 개코라니까. 흐흐. 그래요. 내가 바로 태구의 카메라맨이자 매니저 노릇 하게 된 흑룡이라고 합니다.”
– 깜짝이야;;
– 이왜진?
– 뭐야? 합방임?
– 그래서 둘이 밖에서 뭐하는데?
– 카메라맨, 매니저 어쩌고 하는 거 보면 합방은 아닌데.
“그, 태구야. 내가 말해도 돼?”
태구의 끄덕임에 흑룡은 지난 날 강 피디가 찾아온 이야기를 꺼냈다.
“심령 솔루션이라고 2주 후에 TVC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 그 프로에 태구가 섭외됐단 말이야?”
– 아, 나만 알고 싶은 비제이였는데···
– 설마 정지 받았다고 지상파로 이적?
– 인방 접음? 태구야, 근본을 잊지마.
– 두 번째 방송으로 은퇴하는 BJ가 있다?
“노노. 그런 건 아니고 일단 사람 말 좀 들어라.”
– 아님 말고~
– 근데 나 그 프로 티비에서 본 거 같음. 인터넷으로 지원자 받는다고 광고하던데.
– 그래? 심령 솔루션? 그게 뭔디. 나만 모르나?
“이름만 들어도 딱 감 오잖냐. 영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치료··· 뭐, 그 비슷한 걸 해주는 거지. 아무튼 그쪽에서 우리 태구의 능력을 알아보고는 집 앞까지 찾아왔더라고.”
순간 카메라 앵글이 태구를 조준한다. 태구는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지만 어쩐지 대답을 들은 것만 같은 시청자들이다.
‘다들 알잖아? 내 능력.’
하고 말이다.
– 어···음··· 표정 조금 킹 받는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뿌듯해한다.
– 근데 솔직히 섭외 올 만 하잖아.
– 인정ㅋ 피디 감 좋네.
그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분위기 좋고! 흑룡은 쉬지 않고 오디오를 채웠다.
“이제 님들도 태구 성격 알겠지? 왜, 빙의자들이라면 막 두손 두발 걷고 도와주려고 하잖아.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하려는 거야. 내가 그걸 두고 볼 수 있겠어? 절대 못 보지. 그래서 내가 딱 딜을 걸었어. 어이, 제작진!”
흑룡은 제작진에게 그리 물었다. 태구를 악마의 편집 제물로 사용할 생각이냐며.
당연하게도 강 피디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허나, 흑룡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이 바닥이 어떤 바닥인데 저깟 말 따위를 믿을까.
구를 대로 굴러버린 베테랑 방송 짬밥이 빛을 발했다.
흑룡은 태구를 대신해 사뭇 당당히 요구 사항을 말했다.
첫째, 촬영 원본 파일 요청.
둘째, 프로그램 조작 동참 권유 시 즉시 하차.
셋째, 태구의 폭력적 퇴마 방식에 관한 동의.
···와 같은 것들이었다.
강 피디는 어렵지 않게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흑룡은 그렇게 문서화 된 약속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런 흑룡 덕에 태구는 맘 편히 ‘심령 솔루션’의 출연을 확정 지었다.
“···아무튼 그렇게 됐고 지금은 예선 치르러 가는 길임.”
그리고 오늘.
대망의 날이 밝았다.
‘심령 솔루션’의 촬영 첫날, 신께 축복받은 인간임을 증명하는 날이 다가온 것이다.
– 지들이 나와달라고 부탁해서 나간 건데도 예선 치러야 함?
– 그르게 ㅋㅋㅋㅋㅋ
– 그보다 촬영장 안에서 인방 가능해? 아니면 가는 길만 찍는 거임?
– ㅇㅇ 당연히 꺼야지. 저작권에 걸릴 텐데.
– ㅠㅠㅠㅠ 감질 나잖아. 태구 방송만 기다렸는데.
“원래는 저작권 때문에 안 되는 게 맞거든? 근데 이번엔 예외래. 그쪽에서 말하길 예선만큼은 자유롭게 찍어도 된다고 하더라고.”
오히려 권장하기까지 했다.
“태구한테만 주는 특혜는 아니고 그냥 거기 지원하는 애들 다 촬영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아마 홍보 때문에 그런 듯? 어쨌든 형님들은 개이득이다 이거야. 2주 기다릴 거 없이 오늘 바로 볼 수 있으니까.”
– 팬티 벗고 소리 질러?
– 소리질ㄹㅓㄱㄱㄱㄱㄱ
– ㅋㅋ그래서 오늘 가서 뭐함?
– 귀신 때려잡는 거 보여주려나.
– ㄱㄱㄱㄱㄱ흉가 또 가자. 내가 리스트 뽑아옴.
“아, 미리 말하면 재미없지.”
그렇게 흑룡이 시청자들과 티키타카를 이어가는 사이. 태구는 저 앞에 자리한 체육관을 보았다.
“저긴 것 같은데?”
“맞네.”
태구의 말에 흑룡이 카메라 앵글을 잽싸게 조정했다. 태구에게서 체육관으로.
체육관 앞에는 바글바글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다. ‘심령 솔루션’ 참가자들이었다.
– ㅋㅋㅋ복장 한번 빠꾸 없네.
– 밤에 마주쳤으면 솔직히 지렸다.
– 야이 앀ㅋㅋㅋ꼭 저렇게 입고 와야 해?
– 태구야. 너도 의상 체인지 하고 가자.
– ㅇㅇ 기죽지 마!!!
지원한 무속인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화려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솔직히 화려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알록달록한 한복에 선녀들이 들법한 부채를 들고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마치 저승사자라도 되는 양 검은 도포에 검은 갓을 쓰고 피부를 허옇게 칠하고 온 자도 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낮이라서 다행이지, 밤이었다면 오금이 저릴 법한 모습이었다.
그런 인파 속에서 캐쥬얼한 복장을 한 태구와 흑룡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흑룡과 태구가 줄도 서지 않고, 곧장 접수처로 걸어가고 있으니 이목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아는 얼굴이야? 줄 안 서도 왜 저쪽으로 가지?”
“그거 같은데. 그 이번에 염매 주술사 잡은 비제이인가 뭔가 있잖아.”
“아아— 근데 저놈한테도 따로 섭외가 갔다고? 허! 신당도 없는 놈이.”
“쯔쯔.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다.”
대기하는 지원자들 사이로 쑥덕쑥덕 뒷말이 흘러나왔다.
말본새도 그렇지만 태구를 보는 눈빛 또한 곱지 않다.
그들이 보기에 태구는 ‘자격’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였으니.
그런 태구가 제작진의 픽을 받았다고 하니 아니꼬운 것이다.
더욱이 제작진이 섭외한 이들에겐 작지만 소소한 혜택까지 주고 있기에, 배알이 꼴리지 않을 쏘냐.
허면, 그 혜택이 무엇이냐 하믄···
대기 없이 곧장 예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저들은 대기 줄에 서 제작진이 나눠주는 번호표를 받아야지 입장이 가능하지만, 태구는 이렇듯 직접 찾아가면 그만이다.
접수대 데스크에 앉은 조연출이 태구를 반겼다.
“어? 태구 님. 오셨어요?”
분명 초면인데 저쪽은 본인을 아는 모양이다. 아직 제 소개를 하지도 않았는데 단박에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니···
태구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지원자 강태구 입니다. 강 피디님이 말하길, 이쪽으로 곧장 오면 된다고 하시던데요.”
“네네. 맞아요. 잘 오셨어요.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영력 검증 테스트는 어떤 분야로 준비하셨을까요?”
제작이 준비한 영력 검증 테스트는 두 가지로 나뉜다.
점사와 굿이다.
생년월일시만을 보고 산 자와 죽은 자를 판별하거나,
그들의 겪어온 삶의 굴곡을 족집게처럼 읊어대는 테스트가 있고.
굿을 통해 신이 내림을 증명해 보이는 길이 있다.
태구를 맞이한 조연출은 그가 전자를 택할 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짐도 인원도 단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저는 작두 타기요.”
“아, 작두···어? 작두 굿요?”
작두를 탄다고 할 줄이야. 조연출은 짐짓 놀란 눈빛을 하며 태구에게 다시 물었다.
“네. 작두 굿이요. 그거 한 번 해보려고요.”
무당에게 있어 작두는 신성한 무구다. 굿의 위험도 역시 다른 굿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때문에 성공적으로 굿을 치르기 위해선 꽤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작두날이 날카롭게 서도록 두 시간 이상 숫돌을 갈아야 하고, 가는 중 부정한 기운이 닿지 않게 입도 벙긋하여선 안 된다.
입만 닫을까, 하미(한지)까지 입에 물고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자질구레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뱀과 같은 사특한 동물은 보지 않아야 하며, 피를 멀리하고···
어쨌든 제작진은 그런 의식 준비 과정을 존중했다. 해서 그들은 의식 준비를 무속인의 재량에 맡긴 상태였다.
확인은 추후에 하면 되는 것이니···
그런 이유로 조연출은 이렇게 물었다.
“···으음. 허면, 악사분은 같이 안 오셨나요? 복장은 아니, 그보다 작두는 준비하셨을까요?”
“챙겨 왔습니다. 여기요. 그리고 악사···는 꼭 있어야 합니까? 작두만 타면 그만 아닌가? 옷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하하. 아, 잠시만요.”
조연출은 짐짓 당황하여 무전기를 찾았다.
***
체육관 뒤, 공터.
악사들이 풍악을 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검은색 군웅작두복을 입은 여인이 있었다.
“으허어! 어이차!”
그녀는 두 눈을 꼭 감고 펄쩍펄쩍 뛰며 우렁찬 소리를 내질렀다. 번쩍! 이윽고 그녀가 감은 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피리리리···
악사의 연주가 정점에 따를 때, 그녀가 손에 든 무쇠 칼을 서슴없이 제 얼굴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어깨만 한 그 칼로 양 볼을 그어대는데.
“!”
어찌 된 일인지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카메라맨은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오셨구나!”
그녀는 그리 말하며 어깨 위로 무쇠 칼을 턱 하니 걸치며 주변에 놓인 과일을 숭덩숭덩 잘라내 보였다.
사과며 배며 모조리 반으로 갈라진다. 실로 신비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최문산 도사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그는 ‘심령 솔루션’의 멘토로 섭외받은 인물이자 대한민국에서 만신으로 이름난 도사였다.
그는 납치당한 아이의 생사와 아이가 갇힌 장소와 그 범인의 모습까지 그려낼 정도로 영험한 도사였다.
그는 작두 굿을 하는 여인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그때였다.
제작진 하나가 그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여댔다.
“······저희 쪽에서 섭외한 분이기도 하고 해서 일단 이쪽으로 모셔 오고 있긴 한데요.”
최문산 도사의 눈매가 맵차게 변했다. ‘픽’ 하고 웃는 미소에 냉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저 멀리 다가오는 남자를 본 순간, 그의 표정은 괴이하게 비틀렸다.
“저 남자, 아니 저분이신가?”
“아, 예. 맞아요.”
최문산 도사가 저분이라 칭한 이는 다름 아닌 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