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3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35화(35/157)
별무리 캠핑장
[별무리 캠핑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도착한 캠핑장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상주하고 있는 관리자도 없었다.
덜컹, 덜컹. 닫혀있는 관리실에 흑룡은 짐짓 당황해 휴대폰을 들었다. 그가 직접 예약한 캠핑장이니만큼 문제가 없길 바랐다.
“여보세요? 사장님? 아, 오늘 예약한 사람인데요.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길래요. 자리를 비우셨다고요? 그럼 저희는요? 음, 어···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제 아닌 문제가 생겨버렸다.
흑룡이 우물쭈물 입을 뗐다.
“사장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셨다네. 쓰읍. 우리 말고 예약한 사람도 없다고 편한 자리 아무 데나 골라잡으래. 매점에서 가져간 건 내일 아침에 와서 정산하신다고 하고···”
물론 태구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었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잘됐네. 번잡스러운 건 딱 질색인데.”
“···그, 그래도 좀 썰렁하지 않아?”
“썰렁하긴요! 셋이나 있는데요? 그보다 비제이님. 우리 자리는 어디로 잡아요?”
아경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한참 어린 여자아이도 저럴지 언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은 흑룡이었다.
그가 괜히 찝찝함을 털어내며 말했다.
“크흠. 여기 주차장 근처는 어때?”
“주차장 근처는 무슨. 그럴 거면 여기까지 뭐 하러 왔어? 저기 A 구역으로 가자.”
“A 구역?”
캠핑장 안내 표지판 위로 표기된 A 구역.
그곳은 산 바로 밑자락에 있었다.
“뒤로는 산이고 그 앞으로는 강이 있으니 야영하기 딱 좋은 장소잖아.”
“그, 그래도 매점이랑 너무 멀지 않나? 불편할 것 같은데.”
“필요한 건 한 번에 사서 가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A 구역에 한 표 던질게요.”
흑룡이 에둘러 반대의 뜻을 표했으나 그 뜻이 관철되지는 않았다. 자리는 다수결로 결정되었다. 아경은 태구의 편이었다. 즉, 결국 A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었다.
A 구역. 그곳에 설치된 데크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돌려 있었고, 그 앞으로는 시원한 강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 물 내와 숲 내음은 태구의 심신을 안정케 했다.
“하아, 좋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됐지, 뭐.”
그는 진정으로 기분이 좋았다. 대륙을 누비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만 있으면 더 바랄 것도 없겠지.
“저녁 준비 바로 할까요?”
“어어. 텐트랑 타프는 내가 칠게.”
“그럼 고기는 내가 구우마.”
“찌개는 제가 끓일게요!”
저녁 준비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흑룡이 텐트와 타프 설치를 도맡았고, 아경과 태구가 챙겨온 식기를 꺼내며 저녁을 준비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아주 그냥 고기란 고기는 다 털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먹음직한 냄새가 그들의 코끝을 자극했다.
연신 주변을 경계하던 흑룡도 이때만큼은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게다가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니 긴장이 안 풀리려야 안 풀릴 수 없었다.
“와, 냄새 죽인다. 이거 된장찌개 아경이 네가 끓인 거야?”
“괜찮아요? 언니한테 배운 레시피이긴 한데···”
“괜찮다 뿐이냐. 우리 엄마가 해준 것보다 더 맛있는데. 그치 태구야?”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들이마셨다.
괜찮은 사람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맛있는 음식과 술. 더 바랄 게 없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경도 서둘러 캔맥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으, 역시 전 콜라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내 콜라로 다시 손을 뻗는다. 역시 아직 술은 무리였다.
흑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아! 진심 나도 콜라가 맛있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기엔 콜라도 많이 먹는 것 같은데?”
“푸흡.”
그렇게 셋은 불판 앞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건 그래. 크크. 아차, 아경아. 태구 매니저 된 거 축하해. 우리 앞으로 자주 보자.”
“네. 저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요. 사장님—!”
그러기를 잠시, 아경이 태구의 눈치를 슬쩍 보며 입을 열었다.
“응?”
“며칠 집에서 쉬면서 사장님 영상을 좀 찾아봤거든요. 그리고 알려주신 메일도 들어가서 제보 메일 온 것도 확인해봤는데···”
“그런데?”
“아무래도 방식을 좀 바꾸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어서요.”
열심히 한다는 말이 허투루 한 말은 아닌 듯했다.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 했더니, 인제 보니 집안에서 재택근무를 한 모양이다. 타박할 생각은 없었다. 본인이 그러겠다는데 무얼.
“으음. 어차피 앞으로 네가 할 일이니까 네가 편한 대로 바꿔서 해.”
“엇, 그럼 팬카페 만들어도 돼요?”
“팬카페?”
“네. 그곳에서 사연을 받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서요. 일단 메일은 악성 바이러스 심은 파일도 많고, 분류하기가 쉽지 않아서요. 또 방송 일정이나 공지 같은 것도 팬카페를 통해 올릴 수 있고요. 또···”
“또?”
팬카페 개설 외에도 할 말이 많은 그녀였다. 아경은 진정 태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녀는 태구와 눈을 마주하며 또박또박 생각한 바를 읊어나갔다.
“시청자들이 심령 장비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언뜻 사장님도 한번 알아보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마침 제가 가진 게 있어서 한 번 보여드리려고 가져와 봤는데···”
“심령 장비를 갖고 있었어?”
“언니 찾을 때 도움 될까 싶어서 몇 개 사뒀었죠.”
“그래? 어디 봐.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태구가 짐짓 흥미로운 말투로 대꾸했다. 아경은 잽싸게 챙겨온 장비를 꺼냈다. 생긴 것이 꼭 무전기와 비슷해 보였다.
“이건 EMF 측정기라고 근처에 귀신, 그러니까 영들이 있으면 불빛으로 신호를 주는 기계거든요. 사장님이야 귀신을 볼 수 있다지만 시청자들은 아니잖아요. 그럴 때 이런 기계가 있으면 그 말에 신빙성을 느낄 수도 있고, 방송 보는데도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괜찮네. 사용 방법은?”
“간단해요. 이렇듯 전원 버튼 켜고 영혼이 있을 법한 곳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되는걸요?”
말을 끝내기 무섭게 시범을 보이는 아경. 곁에 있던 흑룡이 괜히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다행히 EMF 측정기는 반응하지 않았다.
“어우, 깜짝이야.”
“엇, 놀라셨음 죄송해요.”
“아냐, 아냐. 그냥 고기 맛이 좋아서 놀란 거야.”
“아하하. 네에. 아무튼 아무 반응 없네요. 맞아요? 사장님?”
검증은 태구의 몫이었다. 태구는 흑룡의 너스레에 피식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신통한 기계였다. 실제로 당장 이 주변에 떠도는 망령은 없었으니. 꽤나 멀직이서 느껴지는 기운이 있긴 하다만, 그 정도 거리까진 잡아내지 못하는 듯싶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나중에 한 번 써보면 재미있을 것도 같네.”
“엇! 그럼 이거 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태구의 허락에 아경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던 그때였다. 요란스러운 노랫소리가 고요한 캠핑장을 울렸다. 흑룡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오오 ! 심령 솔루션 방송 시간이다. 첫 방인데 본방 사수 가야지? 잠깐만 기다려봐”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알람을 맞춰둔 성싶었다. 흑룡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로 걸어갔다. 챙겨온 태블릿을 꺼내 올 심산이었다. 태구가 그 말을 내뱉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내 얼굴 내가 봐서 무얼 한다고. 그보다 방송 안 한 지도 오래됐는데, 방송이나 켜는 게 어때?”
방송. 그 말에 흑룡의 발이 멈춘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꺾는데, 그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인방 켜자고? 아무렴, 본방 사수보단 달풍이 낫긴 해. 그치?”
그의 자낳괴스러운 면모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
[강태구 님이 방송을 시작하셨습니다.]달풍 수금 생각으로 켠 방송은 아녔다.
그저 제 방송을 봐주는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주고픈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상했겠지만, 매니저로 고용한 고아경이리라.
– ㄷㄷㄷ오 뭐야. 오늘 방송 켰네?
– 안 그래도 지금 심령 솔루션 보고 있었는데.
– 같이 보자는거지? ㄱㄱㄱㄱㄱㄱ
– ㅋㅋㅋ작두 뭐누.
– ㅋㅋㅋㅋㅋㅋ저건 봐도 봐도 웃기네.
– 앵콜 공연 콜?
– 지금 어디? 밖인 거 같은데?
채팅창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그들은 ‘심령 솔루션’ 본방과 태구의 실시간 인방을 번갈아 보며 정신없이 손가락을 놀려댔다.
‘심령 솔루션’ 1화는 태구의 헌정 영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독보적인 분량이 그 증거였다.
이미 많은 움짤이 생성된 작두 영상을 시작으로, 제보자 고아경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까지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 하아. 한숨만 나오네.
– ㅠㅠㅠㅠ 피해자 진짜 마음 아프다.
– 결과를 알고 보니까 더 그래···
– 살아도 사는 거겠냐.
– 가족도 둘 밖에 없다는데.,,
– 울 동생이랑 동갑이라던데. 내가 진짜 밥 한 끼 따뜻하게 사 먹이고 싶다.
그러는 도중, 그들이 보는 인방 화면 안으로 고아경이 비쳤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너희들한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킨 거다. 고 매니저, 인사해.”
“안녕하세요! 이번에 사장님 아니 태구 비제이님 매니저로 취직한 고아경이라고 합니다.”
아경은 짐짓 씩씩한 목소리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 우렁찬 목소리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 엥? 매니저 구했다고?
– 당분간 흑룡이 매니저 한다고 하지 않았나?
– ㅋㅋㅋㅋ그거 어디다가 쓴다고.
– ;;;; 잠만. 고 매니저? 고아경?
– 어어어어어? 지금 나오는 제보자 아니야?
– ㅁㅊ. 맞네
– 진심 못 알아봤다 ㄷㄷㄷㄷㄷㄷㄷ
인방 시청자들은 반 박자 늦게 아경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들은 경악에 가까운 놀라움을 표했다. 그럴 만도 했다.
심령 솔루션 화면에 비치는 아경과 당장 인방 화면 위로 비치는 아경은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당시, 아경은 살아있는 시신과 별반 다름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진즉 정리한 상태고, 퍼석한 눈동자엔 생기가 그득 차 있다. 이러니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하지.
사람들은 당황했고, 그런 채팅창 반응을 본 아경은 다시금 용기를 내었다.
“···네. 저 맞아요. 비제이님 덕분에 언니도 찾고 또 이렇듯 일자리까지 얻게 되었어요. 제가 사회 경험도 없고 이쪽 일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폐 안 끼치고 잘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한다잖아. 다들 환영 안 해줄 거야? 괜한 소리 말고 축하만 해.”
태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창은 전에 없을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히 미친 속도였다.
– ㅠㅠㅠ강태구 너 진짜 갓벽하다;;
– 고 매니저. 취직 축하해.
– 환영합니다. 고 매니저
– 이제 꽃길만 걷자!!!!!
– 진짜 잘 됐다ㅠㅠㅠㅠㅠㅠㅠ
– 고 매니저, 월급은 내ㄱㅏ 책임진다.
이어서 달풍선 후원 릴레이까지 터져버렸다. 시청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아경을 환영하고 있었다. 태구의 말대로 섣부른 위로 같은 건 건네지 않았다.
그에 아경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를 향한 살뜰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녀는 받은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제 각오를 드러내 보였다.
“흐, 환영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아! 사장님. 오늘 이야기한 거 시청자분들께 알려드려도 괜찮아요?”
“당연하지.”
“그럼 말씀드릴게요. 우선 팬카페를 개설할 생각이에요. 자세한 건 공지로 올려드릴게요. 그리고 이왕 만드는 김에 팬 호칭도 정하려고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마구마구 올려주세요. 앗! 그리고 다음 방송에서부턴 심령 장비도 사용할 거예요! 그러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진짜 매니저 잘 구했네.
– 흑룡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 ㅋ누구 매니저인지 똑 부러지네.
– 안 그래도 팬카페 없어서 불편했는데
– 이제 우리 놀이터 생기는거임?
– 심령 장비? 그런 것도 있어?
– 퇴마 방송 하루 이틀 보냐 ?
– ㅇㅇ; 처음 보는데? 띠껍네?
“어어? 싸, 싸우지 마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마침 가진 장비가 있거든요. 자, 보이시죠? 이게 EMF 측정기라는 건데요. 이걸로 영혼을 감지할 수 있어요. 지금은 근처에 영혼이 없어서 전원을 켜도 이렇게 불빛이···”
EMF 측정기를 손에 든 아경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별다른 신호가 없었건만, 지금은 노란 불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불빛이 들어오네요?”
그렇게 말하는 아경의 시선은 자연히 태구를 향했다. 찰나의 순간, 태구는 고개를 꺾어 뒷산을 바라보았다. 데크 뒤로 자리한 뒷산, 그곳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는 혼이 보였다.
[크와아앙, 크왕앙앙!]검은 잿더미를 뒤집어쓰고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있는 그것은 짐승의 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