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3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37화(37/157)
늘푸른 캠핑장
흑룡이 초조한 마음으로 입술을 씹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당장 산으로 들어갈 기세였다.
그는 산에 들어가기도 그렇다고 혼자 이곳에 남아 있기도 싫었다.
그냥 우리 조용히 캠핑만 하다 가면 안 되겠니. 꼭 쉬는 날까지 이래야 하는 거냐고···
“자, 잠깐만.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안 가겠다는 게 아니라 촬영 환경을 생각하자 이거지. 이쪽이야 조명도 있고 또 우리가 피운 불도 있으니까 이렇게 촬영도 가능하지만, 저기 산속은 당장 한 치 앞도 안 보일 걸? 그러니까···”
그에 흑룡을 잘 알고 있는 고인물, 시청자가 달풍을 쏘아 올렸다.
[보라하늘달 님. 달풍선 1500 개 감사합니다.]– 흑룡아, 뭐하냐. 고 매니저한테 인수인계 해줘야지. 스겜하자. 당장 짐 싸기 ㄱㄱㄱ
[우티 님. 달풍선 1800 개 감사합니다.]– 50장 대기. 고 매니저 제대로 교육 시키고 산 정상 완주하면 바로 쏜다. 콜?
순간, 흑룡이 카메라를 힐긋거리며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그러니까 준비를 제대로 하고 가야 한단 말이지! 아경아, 잘 들어.”
“···네?”
“꿀잼 방송이란 건 말이야. 90퍼센트의 준비와 10퍼센트의 말빨로 이루어지는 거라고. 물론, 태구의 경우는 말빨이 아니라 신비로운 능력이지만··· 아무튼 내가 오늘 아주 제대로 교육해줄게. 자, 일단 이럴 게 아니라 짐부터 싸자. 잘 보고 배워둬. 이런 거 다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이다?”
“열심히 배워서 다음부터는 제가 직접 할게요!”
“오, 적극적인 자세 아주 좋아. 그럼, 일단 네가 챙겨왔다는 그 심령 장비 그것부터 챙기고··· 어어? 나한테 갖다 대지 말라니까.”
“앗. 실수요.”
그러면서 야간 산행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었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랜턴과 카메라 그리고 비상시에 제 한 몸을 지킬 수 있는 작은 무기 정도만 있으면 충분했다.
–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막상 챙기는 건 없음.
– ㅋㅋㅋㅋㅋ냅둬. 표정 보니 잔뜩 신났구만.
– ㅋㅋㅋㅋ뼛속까지 자낳괴 새기.
– 조련하기 참 쉬웡~~~~
– ㅋ 그래도 얘는 참 착해요.
– 그럼 이제 출발하는 거?
–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 칼은 왜 챙기는뎈ㅋㅋㅋㅋㅋ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을 다 싼 흑룡과 아경이 태구의 곁으로 걸어왔다.
“사장님! 저희 준비 다 끝났어요. 이제 가요.”
“후우, 내가 아주 제대로 교육 시켰다. 태구야. 다음부턴 아경이가 네 짐 잘 싸줄 거야. 아, 그리고 우티 형님. 나 다 기억하고 있다? 50장짜리 미션. 그러니까 잊지 말라고. 이 흑룡이 달밤에 등산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려니까.”
“그래. 대충 끝났으면 가자.”
[왈왈, 컹컹컹 !]녀석은 정말이지 영리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것도 아닐텐데, 태구 일행이 준비가 다 끝났음을 눈치챈 녀석이었다.
태구의 발치를 빙빙 맴돌던 녀석이 돌연 앞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태구가 그런 녀석의 뒤를 따랐다. 허나, 뒷산으로 향하는 여정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어, 음. 진짜 이 길 맞아? 이대로 가?”
녀석이 안내하는 길은 영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카메라를 든 흑룡이 주변을 비추며 물었다.
A 구역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돌무더기가 잔뜩 쌓여있는 공터였다.
아무래도 캠핑장 측에서 새로운 구역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공사 하다가 멈춘 모양인데?
– 뭘 만들려고 저딴 식으로 땅을 파놓은 거지?
– 아몰랑ㅋ
– 난 이런 분위기가 더 무섭드라;;
– 고 매니저, 발 밑 잘 보고 다녀. 까딱하다가 구덩이에 빠지겠다.
– 으. 방금 구덩이에 떨어지는 상상했는데 어쩐지 생매장당하는 느낌임.
– 그걸 왜 상상함? 븅.
– 그보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여기 캠핑장 왜케 조용함?
한쪽에는 시동 꺼진 포크레인이 놓여있었고, 그 근처로 깊은 구덩이 몇 개가 파여 있었다.
어느 시청자의 말마따나 한눈팔다간 자칫 구덩이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공터 앞으로는 푯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공사중, 외부인의 출입을 금합니다.]사실 그 푯말이 없어도 보통의 손님이라면 바로 발길을 돌렸을 터. 아경이 이리 물을만도 했다.
“그러게요. 외부인 출입 금지 팻말 있는데··· 괜찮겠죠? 아니면 제가 빨리 관리동에 뛰어가서 그 캠핌장 안내판 다시 보고 올까요? 거기 보면 뒷산 입구도 표시되어 있을 것도 같은데···”
태구는 고개를 저으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 그러니까 해피는 뒤에 선 태구를 한 번 그리고 앞을 한 번씩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앞을 향해 고개를 까닥까닥하는데.
이쪽 길이 맞다고, 자신만 믿고 따라오라는 신호 같았다.
[월월, 컹컹컹컹 !]그뿐만이 아니었다. 구덩이가 파여 있는 곳이 보이면 경고라도 하듯 한 차례 컹컹 짖는 녀석이었다. 이래서 경력직 경력직 하는 건가 싶다. 다시 말해 믿고 갈 만하다는 의미렸다.
“아냐. 이 길이 맞아. 다른 곳도 아니고 저 산에서 내려온 녀석이야. 올라가는 길도 녀석이 잘 알고 있겠지. 게다가 보통 똑똑한 녀석이 아닌 것 같아. 지금도 저 앞에서 우리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 거리가 좁혀지면 다시금 앞장서는 모양새를 하고 있고.”
태구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 여유로운 태도에 아경과 흑룡은 의심을 버렸다.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기를 잠시.
‘그래도 방송 중인데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흑룡 비제이 님은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까 신경 못 쓰실테고··· 나라도 뭘 해야 하나? 으음. 아 ! 그거 물어보면 되겠다.’
아경이 태구를 불렀다.
“사장님.”
맑은 눈빛에 호기심이 들어차 있었다.
“응?”
“앞장 서고 있다는 강아지 말이에요. 종이 뭐예요? 구조견 옷 입고 있다고 했으니까··· 셰퍼트? 아니면 리트리버?”
– 키야. 매니저 질문 좋았다.
– 그렇지 않아도 궁금 했는데!!
– 나는 저먼 셰퍼트에 한 표.
– 긍까. 흑룡아 분발하자.
– 손 좀 그만 떨어라ㅡㅡ
– 222 화면 다 떨림.
– 달풍 쏘면 손 떨림 바로 멈출걸?
– ㅇㅈ. 저 새기 지금 달풍 금단 현상 온 거임.
다행히 시청자들은 아경의 질문을 반겼다. 그들도 궁금한 상태였으니. 아무래도 사람과 친숙한 동물의 영이라 그런지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덕분에 채팅창 분위기가 사뭇 밝아졌다.
“셰퍼트나 리트리버는 확실히 아니야. 흐음. 생긴 건 진돗개처럼 생겼는데 또 진돗개도 아닌 것 같고.”
“왜요?”
“꼬리가 없거든.”
“으음. 진돗개처럼 생겼는데 꼬리가 없다라··· 다쳐서 잘린 거 아니에요? 그럼 털 색깔은요?”
“갈색 털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어. 얼핏 보면 호랑이 무늬 같기도 하고··· 말하다 보니 나도 궁금하네. 종이 뭐지?”
답은 채팅방에서 나왔다.
– 아ㅋㅋㅋ나 뭔지 알겠다.
– ?? 알겠다고. 난 전혀 감 안 오는데.
– 호구 동동이임ㅋㅋㅋㅋㅋㅋㅋㅋ
– 말이 좀 심하네; 뭘 보고 호구라는거야ㅡㅡ
– 호랑이 무늬 띤 강아지를 호구라고 하는 거;;;
– 나도 암. 장난 쳐 본 거임.ㅎ
– 동동이?
– 동경견이라고 우리나라 토종견 있어
“동경견?”
과연 집단지성의 힘이었다. 시청자 덕에 녀석의 품종을 알게 된 태구였다.
녀석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 토종견, 동경견이었다.
일제 시대, 일본의 수호견 고마이누를 닮았다는 이유로 학살당해 그 개체가 많지 않다는 지식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러한 카더라 썰은 적막한 분위기를 환기해 주었다.
작은 소리에도 흠칫흠칫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흑룡마저 공포를 잊고 목소리를 내게 했다.
“그거 완전 후레자식들이네. 말 못 하는 강아지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학살을 해, 아오. 진짜 내 앞에 있었으면 내가 바로 참교육 들어갈 텐데.”
“푸흡.”
“어? 뭐야. 둘이 왜 웃는 거지? 응?”
그런데 그 순간.
[아라짱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소름; 구조견이 동경이라고? 심지어 호구 동동이? 와, 예전에 나 살던 근처 소방서에 있던 구조견도 동경이었음. 내가 아직도 기억해. 해피라고 마을에서 진짜 인기견이었음.
태구의 관심을 끄는 달풍이 터졌다.
“···해피?”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의 이름 역시 해피였으니.
[아라짱 님이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근데 걔 귀신 나오는 숲에서 순직함ㅠ. 그래서 말인데, 내가 진짜 설마 해서 묻는 건데 너희 강원도 늘푸른 캠핑장임? 설마 아니지?
어쩐지 의미심장한 메시지에 채팅창이 시끌벅적해졌다.
– 늘푸른 캠핑장? 그게 뭔데.
– 내가 검색하고 옴.
– 캠퍼들 사이에서 ㅈㄴ유명한데?
– 귀신 봤다는 애들 엄청 많네.
– 이 글이 대박인데? 거기 갔다 온 사람이 글 3개 썼는데 읽어봐.
– 그거 마지막 글이 대박임.
– 왜?
– 집안에 온통 붉은색 페인트 칠해놓고 못 견디겠다고 적고 잠수 탐.
– 헐 덜덜 죽은 거 아냐?
발 빠른 시청자들은 빠르게 검색까지 마치고 온 상태였다.
‘귀신 나오는 숲’이란 단어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리라.
“여기가 강원도 이긴 한데.”
태구는 그렇게 말하며 흑룡을 바라보았다. 불길함을 느낀 흑룡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강원도에 캠핑장이 어디 한두 개야? 여기 늘 푸른 인가 뭔가 그런 캠핑장 아니야. 별무리 캠핑장이라고. 내가 직접 예약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데, 뭘! 귀신 숲은 무슨···”
그러나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는 법이랬다.
[아라짱 님이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 맞네. 별무리가 늘푸른임. 거기 사장 바뀌고 그 일 때문에 유명해져서 상호 바꾼 거야. 현 상호 별무리 이전 상호 늘푸른 ㅇㅋ?
“아냐. 아닐거야. 아닐걸?”
흑룡이 넋나간 얼굴로 사정없이 고개를 휘저었다. 대체 뭘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상호까지 바뀌었을까.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으니 그랬겠지? 귀신 나오는 숲? 그게 뭔데.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때였다. 아경이 헙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들었다.
“어, 어. 사장님. 저기···”
정신없이 오다보니 어느새 도착을 한 모양이다. 아경이 가리킨 손끝에 뒷산으로 향하는 진입로가 있었다.
퍽 놀란 아경의 목소리에 흑룡이 저도 모르게 몸을 틀었다. 그가 든 카메라가 전방의 장면을 담았다.
가파르게 이어진 돌계단.
그리고 앞을 막아서고 있는 나무 세 그루.
한눈에 봐도 이 땅에서 자연히 나고 자란 나무가 아녔다. 누가 봐도 어디선가 가져온 나무를 옮겨 심은 모양새가 아닌가.
그런 세 나무 사이에 꼬깃꼬깃 접은 부적과 금줄이 쳐져 있다.
샤라라라락—
[컹컹컹, 왈와와와왈 !]동동견 해피가 돌계단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우렁차게 짖어 보인다. 영혼의 기운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금줄 너머에서 느껴지는 귀기 탓일까.
바람 한 점 불고 있지 않음에도 부적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흑룡과 아경은 괜히 솜털이 곤두섬을 느꼈다.
– 오씨, 뭐야. 부적 몹시 흔들리는데?
– 바람 부는 거 아니야?
– 너무 살벌하잖아. ㅠㅠㅠ
– 저게 바로 금줄임?
– 나 이런 거 처음 봄. 영화에서만 봤지
– 돔황챠야 할 것 같은데.
태구만이 개의치 않았다. 여기까지 온 이유가 무엇인데. 태구는 저를 기다리는 해피를 보며 소리쳤다. 녀석의 기억에서 봤던 그 말 그대로.
“찾아.”
동시에 녀석이 쏜살같이 돌계단을 향해 뛰어간다. 태구도 그 뒤를 따랐다.
“어어, 어어. 태구야—!”
“같이 가요. 사장님.”
얼 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흑룡이 울며 겨자먹기로 금줄을 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목을 부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