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4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40화(40/157)
축성
“거, 검은 시체가 뭔지 알았다고? 태구야. 너도 뭘 본 거야? 아니면 그 귀신들이 말해준 거야?”
“저도 궁금해요. 사장님. 대체 무슨 여기 펜션에 어떤 사연이 있는 거예요?”
일행의 물음에 상념은 흩어지고 말았다.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여기 펜션을 지을 때,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렸더라고.”
“예?”
“족히 백 년은 훌쩍 넘은 나무를 잘라냈어.”
“···으음. 나무요?”
“펜션 뒤쪽으로 잘린 나무의 흔적이 있을 거야. 근데 그게 보통 나무가 아니거든. 오래된 망령들의 집이자 다름없는 공간인데, 펜션 주인이 뭣 모르고 잘라내 버린 거지. 불행의 시작은 그때부터였어.”
하루아침에 터전을 뺏긴 망령들의 원한은 극에 달했다.
그런 녀석들의 분노가 펜션과 주인에게 향하는 건 자못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나무에 머무는 망혼은 자살귀나 지박령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망령이 아녔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들의 존경을 받아온 존재, 마을의 수호신을 자처하는 묵디 묵은 영혼이리라.
그것은 충분히 이승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였다.
“처음엔 환영이 보였대. 환청은 뭐 당연한거고. 그러다가 와이프가 크게 아프기 시작하면서 펜션 사장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 병원에 가도 딱히 병명을 찾을 수 없었거든.”
나무신 그러니까 서낭은 마을에 풍년을 들게 하고 잡귀나 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것을 베어내고 또 태워버리기까지 했으니 병마가 찾아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펜션을 찾은 손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서낭이 불러 모은 영가에 가위눌리는 건 다반사, 기가 약한 손님들은 망혼 여럿을 주렁주렁 매단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니까 그 검은 시체가 나무에 살던 귀신들이라고?”
끄덕끄덕
“허, 아니 근데 그것도 좀 그렇다. 무슨 나무 하나 잘랐다고 집안이 개박살이 나냐고.”
“긴 세월을 버틴 것들은 뭐든 대단한 법이지. 그게 나무든 사람이든 망령이든. 그렇기에 그런 것들을 건들 때는 조심해야 하는 법이고.”
“그래서 그것들이 펜션에 불을 낸 거예요? 똑같이 당해보라고? 그런데 불은 어떻게 냈지··· 빙의 같은 걸 했나? 아니면 영혼인 상태에도 불을 지필 수 있는 거예요?”
아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본래 그럴 수 없는 게 맞지. 접신을 하지 않은 한··· 그런데 펜션 사장이 그만 악수를 두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린 거야.”
“악수? 설마 나무뿌리까지 다 캐서 태워버렸나? 그래서 귀신들이 극대노했고?”
“으음. 그건 너무 번거롭잖아요. 저였으면 정말 강한 농약을 사서 땅에 부워버렸을거예요.”
– ;;; 고 매니저. 그렇게 안 봤는데 화끈하네.
– 확실한 방법이긴 하잖앜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신개념 농약 퇴마법.
– 나였으면 그냥 손 털고 나간다.
– 그러기엔 돈이 더 무서워 ㅠ;
– ㅇㅈ. 이판사판 아주 그냥 갈 데까지 가야지.
– 그래서 대체 무슨 악수를 뒀다는 건데?
흑룡과 아경이 말한 방법은 망령들의 분노만 더할 뿐 그들의 기운을 강하게 만들어주진 못한다.
사장이 둔 악수는 그런 게 아녔다. 그는 어디서 주워들은 온갖 비방술을 펼쳤다.
붉은 황토를 구해와 펜션 주변에 뿌리기도 했고, 귀신들이 싫어한다는 복숭아 나무를 심기도 했다. 비단 그뿐만은 아니었다.
전국 팔도에서 온갖 잡다한 것을 구해 펜션 내부 외부에 보관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이것이 사달을 만들어냈다.
어설픈 비방술은 외려 떠도는 망령들을 불러 모으는 매개체이자 힘을 실어주는 토템이 되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니겠나.
“어어? 그, 그러고 보니 저것도 그런 건가.”
그때, 흑룡이 놀란 눈을 하며 황급히 카메라를 돌렸다.
사연을 듣다 보니 돌연 생각난 것이 있었다.
거실 벽면에 걸린 검은 십자가였다. 아마 불이 나면서 검게 색상이 바랜 것일 터.
아무튼 처음에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제 와보니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 워후!! 예고는 좀 하고 돌려라.
– 어??? 근데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 ;;; 저거 역 십자가잖아.
– 역 십자가?
– 십자가 뒤집혀있음. 잘 봐. 아래쪽이 짧잖아. 원래는 아래쪽이 길어야 하는데.
– ㅅㅂ 십자가를 왜 저딴 식으로 걸어놨지?
– 과연 사람이 그랬을까?
– ㅇㅈ. 귀신들이 장난친 걸지도.
– 2222 이제 지들 집이니까 지들이 인테리어 새로 했겠지.
그런데 그게 또 역 십자가일 줄이야. 시청자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모를 뻔했다. 저런 걸 봐봤어야지. 흑룡은 괜스레 솜털이 쭈뼛 서는 걸 느꼈다.
“비제이 님. 저기도요 ! 저것도 그런 거 아니에요?”
이에 질세라 아경도 무언갈 발견하고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찾은 것은 과일 껍질 부근에 널브러져 있는 액자였다. 그 안에는 기독교와 전혀 상관없는 그림이 끼워져있었다. 달마도였다.
– 고 매니저 눈썰미 지렸다.
– 그나저나 이거 제대로 혼종인데?
– 저런 거 법력 높은 스님이 그려줘야 하는 건데.
– 그러게22 어째 다 어설퍼 보이냐;
– 귀신 맛집 될 만하다.
– 우리 이모가 무당인데 저런 거 함부로 들이면 안 된다고 함.
– ㅇㅈ. 복숭아나무도 사실 귀신들 최애템임.
– 그만큼 그 주인도 필사적이었겠지ㅠ···
–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이 정도인데 방안에도 장난 없을 듯 ㄱㄱㄱ
역십자가에 버려진 달마도 그림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조합이란 말인가.
어쩐지 닫힌 방안에도 무언가 잔뜩 들어있을 것만 같다. 괜히 궁금했다. 게다가 태구가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당장 1층은 다 정리됐다고. 어차피 당장 나갈 것 같진 않으니 한번 물어나 볼까.
“저쪽 방에도 뭐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가볼까?”
그러나 그 말을 들은 태구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시선은 계단 위로 있었다.
[컹컹, 컹컹 !]애당초 펜션에 아니 숲속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가. 해피 때문이다. 그리고 구조견 해피는 2층에 있었다.
[우우우, 우우우 !]게다가 녀석의 울음소리는 묘하게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태구 일행이 펜션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짖기만 한다는 것도 영 이상했다.
“아니. 일 층은 나중에. 당장은 이층부터 가야 해. 빨리 오라고 성화네.”
“어? 누가? 설마 귀, 귀귀신이 올라오래?”
“아, 맞다. 강아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경이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도끼를 쥔 채로 계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소곤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허으, 그래. 개가 있었지. 그리고 그 개가 2층에 있다는 말이고··· 거기엔 또 어떤 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진짜 돌아버리겠다.”
“괜찮을 거예요. 사장님이 계시잖아요. 기계에 뭔가 반응이 온다 싶으면 제가 바로 알려드릴게요. 아니면 이거라도 드릴까요? 고기 구울 때 쓴 핑크 솔트 좀 챙겨왔는데···”
“너어는 진짜! 그걸 지금 말하냐. 그거라도 좀 줘.”
흑룡과 아경의 목소리였다. 둘은 서로를 다독거리며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러한 목소리에 태구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불현듯 고채원의 부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동생을 잘 부탁한다고 했었지. 결국 태구가 등을 돌렸다.
“어어? 왜? 안 올라가게?”
마주 보게 된 흑룡이 반색하며 물었다. 태구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아경을 바라보았다.
“아니. 잠시 할 게 있어서. 흐음.”
아경은 이렇다 할 장신구를 하고 있지 않았다. 팔찌, 목걸이, 반지 아무것도 없다.
반면, 흑룡은 과해도 너무 과했다. 뭘 저리 주렁주렁 차고 온 것인지··· 하나쯤 빼도 될 듯싶다.
“잠깐, 그것 좀 줘봐.”
“어엉? 뭐? 내 팔찌? 갑자기 왜?”
“여기서 나갈 때까지만 좀 빌리자. 빨리.”
마음이 급했다. 재촉하는 태구의 말에 흑룡은 마지못해 제 손목에 찬 팔찌를 풀어 주었다.
이윽고 태구의 손에 들어온 명품 브랜드 팔찌.
그는 팔찌를 쥔 채로 냅다 기도문을 외웠다. 이른바 축성 의식이었다.
그러한 모습은 시청자들 눈에 남다른 쇼맨십처럼 비쳐졌다.
– ???? 이거 흑룡이 하던 거 아니냐.
– 진짜 찐 기도문인갑넼ㅋㅋㅋㅋㅋㅋㅋ
– 헤스티아 여신님 기도문인가요?
– 근데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다.
– 흑룡이 할 땐 빵상 아줌마 같았는데···
– 나도 좀 알랴줘222222222
– 지금 묵주 같은 거 만드는 거임?
– ㅇㅇㅇ아무래도 버프 넣는 중인 것 같음.
– 울 태고 방송 쇼맨쉽 쥑이네~
아경과 흑룡도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입을 벌렸다.
미처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 기운을 느낀 것이리라.
어쩐지 태구의 주변으로 환한 빛이 들어차는 것만 같다. 더불어 그 곁에 있으니 심신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자, 차고 있어. 대충 부적 같은 거로 생각하면 될 거야.”
이윽고 축성을 끝낸 태구가 손에 들린 팔찌를 아경에게 내밀었다.
“어어? 내꺼잖아. 왜, 왜—!”
“저요? 정말 제가 차요?”
동시에 흑룡과 아경은 소리를 질렀다.
흑룡은 퍽 억울하다는 말투였고, 아경은 당황한 말투였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팔찌를 차보는 아경이었다.
“넌 많잖아.”
“그거랑 이거랑 다르잖아! 나, 나도 해줘. 나도 부적 필요하다고!”
“조금 전처럼 뭔가 보인다 싶으면 내가 알려준 기도문 그거 외워. 그럼 돼.”
“아니, 아니니니? 아닐걸?”
흑룡은 고개를 사정없이 휘저었다. 그는 부러운 눈빛으로 아경의 손목에 걸린 팔찌를 바라봤다.
“우와···”
이에 화답하듯 아경이 넋 나간 표정을 하며 감탄을 터트렸다. 그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팔찌를 착용함과 동시에 코를 찌르는 탄내와 후끈한 열기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 ㅋㅋㅋㅋㅋ고 매니저 표정봐라.
– 가슴이 웅장해지는 표정의 실사판.
– 저 정도 반응하면 선물할 맛 나지.
– 근데 뭐가 다른가?
– 뭐가 다르긴. 저 팔찌 ㅈㄴ 비싼거임.
– 자낳괴 흑룡이 차던 거임. 싸구려 ㄴㄴ
– 설마 그거 때문에 그러겠냐ㅡㅡ;
– 부적이라잖냐.
그사이, 태구는 몸을 틀어 계단 위로 발을 올렸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어, 어어. 사장님 같이 가요.”
“야야. 고 매니저. 왜, 뭔데? 엉? 뭐 때문에 그런 표정 지은건데? 말 좀 해봐. 같이 좀 알자. 뭐가 달라? 아니다. 나 한 번만 차볼게. 응?”
“······”
“어쭈, 대답 안 한다 이거지?”
팔찌에 정신이 팔린 흑룡과 아경도 금세 태구의 뒤를 쫓았다.
2층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 위, 세 사람이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찌그덕, 찌극.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층계에서 위태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오우, 조심해야겠다.
– 이러다가 무너지겠누.
– 한 명씩 올라가라고 하면···
– 맨 마지막에 남는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괜스레 보는 사람마저 쫄게하는 소리였다.
시청자들은 가슴을 졸이며 방송을 지켜봤다.
6천으로 시작한 수는 어느덧 5만에 달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 수는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다. 심령 솔루션 본방이 끝나면서 시청자 수는 정점에 찍었다.
그중에는 달프리카 운영자도 있었다. 그는 운영자의 권한으로 붉은색 채팅을 써올렸다
[ 운영자망치 : 안녕하세요. 달프리카 TV 운영자 망치입니다. 달프리카와 함께 하는 퇴마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도끼를 가져가셨네요. 여윽시 퇴마에는 도끼죠? 화끈하게 휘둘러 주세요 🙂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 아주 그냥 태세 전환 봐라ㅋ
– 이제 방송 정지 안 때릴 거임?
– 방정 때리면 바로 이적하면 그만임.
– ㅇㅇ 나도 달프리카 탈퇴할 거.
– 역시 지상파 위력이 무섭네.
– ㄴㄴ실검 1위의 위엄임. 지금 실검 1위 중임.
그에 운영자를 조리돌림하는 시청자들.
그러거나 말거나 태구 일행은 조심히 계단을 올랐고 마침내 2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찌그덕, 찌그덕.
층계 위에 서 있는 이가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태로운 소리는 계속 나고 있었으니까.
“···뭐냐? 이거? 너희도 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