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44)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44화(4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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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또 어디서 사이비 무당 데려온 거지?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이것아, 정신 좀 차려. 어디서 큰 소리야!”
손녀의 무례함에 유 씨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런데도 아이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몰랐다.
“왜? 내가 못 할 소리 했어? 또 나 데리고 굿이니 뭐니 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아아악! 진짜 짜증 나게 ! 제발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돼? 할머니가 그렇게 나대지 않아도 나 충분히 괴롭고 힘들거든?”
“또, 또 못된 말! 그 못된 것이 붙어서 이러는게지? 이 할미가 무슨 수를 쓰든···”
“아악! 진짜! 그놈의 못된 것! 내가 말했지? 나 귀신 들린 거 아니라고. 뭐? 이거 피부? 이거 그냥 병이야, 병! 의사가 한 말 못 들었어? 건선이라고. 왜 또, 뭐? 아빠랑 오빠 죽은 거? 그것도 그냥 사고야. 그러니까 제발 이상한 망상 좀 하지 마.”
오가는 대화를 들어보니 낯선 이의 방문이 처음은 아닌 성싶었다. 게다가 아이의 아버지와 오빠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는 진절머리 치며 할머니를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 눈빛이 퍽 섬뜩했다.
태구는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학생처럼 보였다.
정리 안 된 긴머리가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그 나이대에서 느껴지는 앳됨은 숨길 수 없었다.
다만, 아이의 피부는 제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가뭄에 갈라진 논밭처럼 쩌억 갈라져 있었고, 그러한 피부는 언뜻 뱀 껍질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이는 피부병이라 우겨대고 있지만 태구는 단박에 알아보았다. 결코 피부병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태구는 육신 안, 아이의 혼을 보고 있었다.
‘쯧, 역시 그렇네.’
그리고 그 혼을 칭칭 감고 있는 회색빛 혼도 보인다. 그것은 인간의 혼이 아니었다.
축생, 뱀의 혼이리라.
이번만큼은 제 예상이 틀리길 바랐는데, 여지없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태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과 달리 동물은 원한의 대상을 확실하게 하는 편이었으니.
다시 말해 아무 이유 없이 저러지는 않을 터란 말이다.
장담컨대 분명 이쪽에서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아이도 그에 준하는 벌을 또 책임을 져야 마땅했다.
그때문에 축생귀만은 아니길 바란 태구였다.
그래도 사연은 들어봐야 할 성싶었다.
그러고 나서 판단을 내려도 늦지 않을 터.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회색빛 혼이 갈라진 검은 혀를 날름거리며 아이의 귓가를 훑었다.
그 순간, 맹렬한 적의가 태구 일행을 향했다.
“뭘 가만히 보고만 있어요? 열받은 사람 처음 봐요? 기분 더러우니까 그만 꼬나 보고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요. 딱 보니까 늙은 노인네 벗겨 먹으려고 온 것 같은데 어림도 없거든요?”
아이가 핏대를 세우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데 그 기세가 살벌하다. 그에 흑룡이 나서서 진정시키려 했지만···
“워후, 학생. 늙은 노인네라니. 할머니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리고 우리 그런 사람 아니···”
“아악! 그냥 꺼지라고! 말 걸지 말라고 ! 나 붙들고 뭔 짓 하려는 거 내가 모를까 봐? 어디 그러기만 해봐. 내가 당장 아동학대죄로 신고할 거니까.”
더욱 심하게 발작하는 아이였다. 날름거리는 저 혀 때문이다. 이미 아이의 영혼 절반이 그것에게 먹혀 있었다.
그것은 아이의 육신을 제멋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될 성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태구가 신성력을 발산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해피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태구를 향한 적의에 반응한 것이리라.
[크르르, 월워월 !]해피가 그것의 회색빛 굵은 몸통을 물어뜯었다.
“꺼, 꺼지···”
“태희야!”
동시에 아이는 의식을 잃은 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
쓰러진 아이는 흑룡과 아경이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유 씨도 그 뒤를 따르려했다. 그에 태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어르신. 잠깐만요.”
“서, 선생님. 우리 태희가 태희가···”
“아직은 괜찮아요. 그보다 아이의 뒤로 뱀의 형상이 보이던데요.”
순간 유 씨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 정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는데 단박에 알아맞히다니. 태구의 영험함에 놀란 것이리라.
“보, 보셨어요? 정말 그게 보여요?”
끄덕끄덕.
“아아··· 역시 그것이 아직 우리 손녀 곁에 있는 거지요? 선생님. 제발 우리 태희 좀 살려주세요. 그 못된 것 좀 떼어내 주세요. 저한테 남은 혈육이라곤 이제 태희 하나밖에 없습니다.”
“보아하니 그 정체도 알고 계셨던 모양이네요? 조금 전에 손녀분과 한 대화도 그렇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태구의 물음에 유 씨는 한차례 머뭇거리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게 다 우리 집 양반 때문이에요. 흐, 그 양반이 젊었을 적 몸보신을 하겠다고 그렇게 뱀을 잡아 댔어요. 고아 먹고, 말려 먹고, 술도 담가 먹고··· 그러다 나중에는 먹지도 않을 뱀까지 잡아다 죽여버리곤 했지요.”
하루라도 뱀을 죽이지 않으면 손이 근질거리는 것만 같다고도 했었다. 그만큼 바깥양반은 뱀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집 뒤쪽 산을 오르다가 구렁이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아유. 아유! 그것만큼은 잡아서는 안 됐는데 이 양반이···”
낫을 들고 마주한 구렁이의 몸통을 반으로 갈라 죽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을 샅샅이 뒤져 구렁이의 새끼까지 찾아낸 양반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새끼마저 잔인하게 죽여버렸다.
실로 그것이 한을 품을 만한 행동이었다. 게다가 자식 잃은 어미의 한이다. 그 원한이 깊지 않을 수 없었다.
미물이라도 이유 없이 해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인데, 하물며 영물이라 불리는 구렁이가 아닌가.
태구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적어도 아이가 한 행동은 아니었으니. 거리낌 없이 도와줘도 될 성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때부터 집안에 망조가 들었겠군요.”
“예. 시작은 아들이었지요. 갑자기 아들이 헛소리하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저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바깥양반의 꿈에 그것이 나타나 그리 말 하덥디다. 저와 똑같은 고통을 맛보라고, 네 자식의 자식까지 죽이겠다고요.”
그때야 큰일이 났구나 싶어 헐레벌떡 무당을 부른 유 씨네 부부였다.
그러나 아들의 병세는 막을 수 없었고, 급기야 산에 올라간 손자 녀석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정말이지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들에겐 지켜야 할 존재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남은 혈육, 어린 손녀마저 잃을 순 없었다.
“집안의 가산을 몽땅 팔아 소문난 무당, 스님, 신부님 할 거 없이 닥치는 대로 불러들였는데 다들 학을 떼면서 돌아가더이다. 결국 그 양반이 자기가 벌인 일 자기가 해결하겠다며 그렇게 스스로 오뉴월 밤에 갔지요. 하아.”
유 씨는 남편이 떠나간 날을 회상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바깥양반이 이승을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참 신기하대요.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을 보며 자지러지듯 비명을 내지르던 아이였는데··· 더는 헛것이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뿐 아니라, 요상한 행동도 눈에 띄게 줄었어요. 곤히 잠만 자는데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먼저 간 남편이 뭔가를 하긴 했나 보다 그렇게 허한 마음을 달랬는데···”
그런데 얼마 전부터 손녀가 다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비단 행동뿐일까. 성격도 달리 변했다.
저렇듯 제 앞에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아이가 아니었다. 뱀처럼 갈라진 피부는 또 어떠하고···
유 씨는 악몽 같은 과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것이 다시 돌아왔네요. 기어코 내 손녀까지 잡아먹으려고 돌아왔어요. 어떡하면 좋아요. 선생님. 제발 우리 손녀 좀 구해주세요. 이 늙은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그렇게 할게요.”
그간의 사연을 털어놓은 유 씨는 태구를 보며 절박하게 매달렸다. 사건의 진위를 파악한 태구는 유 씨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어르신 목숨은 필요 없고요. 제가 말하는 물건 좀 구해주세요. 아, 그리고 오늘 밤은 집 좀 비워주셨으면 하는데요. 손녀분도 같이요.”
***
깊고 깊은 원한이다.
당장은 태구의 성력에 반응해 꼬리를 말고 도망갔지만, 녀석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터였다. 다시금 모습을 드러낼 게 분명했다.
이 집안의 씨를 말리기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모르긴 몰라도 녀석은 바짝 약이 오른 상태일 터.
그런 녀석 앞에 떡하니 손녀를 대령할 태구가 아녔다.
그는 녀석이 혹할만한 먹음직한 미끼를 준비했다. 조금 전, 어르신에게 부탁한 것도 미끼에 필요한 재료였다.
그래서 그가 준비한 미끼가 무엇이냐 하면···
“어때요? 괜찮아요?”
다름 아닌 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이었다.
시장에서 사 온 긴 베개가 몸통이 되었고, 양팔과 양다리 그리고 머리통은 아경의 바느질로 완성할 수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교하게 이목구비까지 그려 넣은 아경이었다.
그렇게 얼추 완성된 인형을 본 흑룡은 흠칫 몸을 떨었다.
“어우, 야. 나는 좀 무섭다. 립스틱까지 바를 건 뭐야. 머리칼도 그려 넣었네?”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어야죠. 그래야 그게 속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 사장님?”
아경의 적극적인 태도에 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바쁘게 손을 놀렸다. 그는 인형의 몸뚱이에 손녀, 태희의 옷을 입히고 있었다. 어르신이 챙겨준 태희의 체취가 묻어있는 옷이었다. 비단 옷만 입히진 않았다.
“근데 정말 속긴할까? 사람처럼 꾸며놓긴 했지만, 사람은 아니잖아.”
흑룡이 미심쩍다는 듯 말했다. 허나, 태구는 확신했다.
“속을 거야. 더욱이 다른 혼도 아니고 뱀의 혼이잖아.”
“왜? 뱀의 혼은 뭐가 달라?”
“눈이 좋지 못 하거든. 기운만 같으면 충분히 속일 수 있어.”
바느질을 하기 전, 몸통이 되는 베개의 솜을 빼내어 그 안으로 태희의 손발톱과 머리카락 그리고 태희의 영혼 한 가닥을 넣어 봉인해 둔 상태였다. 이 정도면 녀석을 속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미끼를 준비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제 그것을 맞이해도 될 성싶었다.
“어떻게, 지금 방송 켜?”
더불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함부로 해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또 치러야 하는 그 대가가 얼마나 무섭고 처참한 지를···
“잠시만 있어 봐. 기운 좀 거둬들이고.”
“오케이. 다 되면 말해.”
태구는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제 기운을 거둬들였다. 그사이, 흑룡도 나름의 준비를 마쳤다.
인형을 놓아둔 방 안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둔 것이다. 그렇게 비로소 녀석을 맞을 준비를 끝낸 그들이었다.
“다 됐어.”
“후우, 좋아. 오늘도 레전드 한번 찍어보자고.”
펜션 방송이 끝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태구 일행은 다시금 방송을 켰다.
[강태구 님이 방송을 시작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