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4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49화(49/157)
사진 작가를 찾아서 (1)
무려 180평에 달하는 고급 주택에 살고 있는 여자, 오금희.
그녀는 돈 걱정, 자식 걱정, 남편 걱정 한번 해 본 적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이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들. 덕분에 육십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주름살 하나 없는 미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여인은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족히 십 년은 늙은 듯한 모습이었다.
“으흐, 흐흐흑. 정원아.”
느지막이 얻은 아들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들의 침대를 어루만지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그때였다.
[띠띠띠띠—]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오금희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헐레벌떡 방에서 나왔다.
“정원이니? 정원아!”
‘네. 엄마, 저 왔어요.’
그녀가 듣고 싶은 답이었다.
“나야”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남편이었다.
“흐, 흑흑.”
실망한 오금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뒤늦게 신발을 벗고 들어온 남편이 무거운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고 있어. 또 정원이 방에 들어갔어? 그러지 좀 말라니까. 누가 보면 정원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줄 알겠어.”
“무슨 일 있잖아! 애가 연락이 안 된단 말이야. 당신은 정원이 걱정도 안 돼?”
지금으로부터 사흘 전.
아들 유정원이 집을 나갔다.
사실 특별한 일은 아녔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까지도 이렇듯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기곤 했다.
“걱정할 게 뭐가 있는데? 또 어디 가서 사진이나 찍고 있겠지. 그 녀석, 작업할 땐 전화기고 뭐고 다 꺼놓잖아. 이번에도 그럴 거야.”
그가 하는 일 때문이었다.
아들, 유정원의 직업은 사진작가다.
그는 도심에선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을 담는 걸 좋아했다.
이를테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새 말이다.
때문에 그는 인적이 드문 산속을 찾아다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희귀종 조류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그래도 출사 갈 땐 간다고 하는 애야. 당신도 잘 알잖아. 그런데 이번엔 어디 온다간다 말도 없었어. 게다가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는데! 내가 말했잖아. 정원이 이상하다고. 걔 지금 정상 아니란 말이야.”
그런 이유로 자주 집을 비우던 아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말없이 떠난 건 둘째 치고, 아들의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금희는 아들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했다. 쉽사리 넘길 수 없는 실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런 와중에 아들이 사라졌다.
“그때, 어떻게든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는데. 흐으. 그랬으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 정말 정원이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야.”
“병원은 무슨. 밥 좀 많이 먹는 거로 병원을 데려가?”
“그 자리에서 밥솥 한 통을 다 비우고 입에 대지도 않던 라면까지 끓여 먹었어. 그게 좀 많이 먹는 거야? 게다가 어떤 날은 여자 옷을··· 아, 아냐. 다른 것보다 나를 보면서 빤히 웃는데 그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고.”
“살기? 아들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됐어, 그만해.”
이 정도로 그만하라고? 더한 것도 목격한 유금희였다. 그렇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아들이 찍은 그 사진을···
“흐으윽. 내가 괜히 그러는 게 아니란 말이야.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강 서장한테 연락 좀 넣어봐. 응?”
“안 그래도 당신이 너무 걱정하길래 오늘 따로 전화 넣었어.”
“저, 정말? 뭐래?”
“내일 바로 신용카드 이력 뽑아준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내일까지만 기다려 봐. 그거 보면 대충 어디 갔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굴었지만, 그 역시 아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마저 약해진 모습을 보이면 행여 아내가 무너질까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이리라.
“아아··· 그래? 강 서장한테 이야기했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다행히 유금희는 남편의 말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 날,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아들이 집을 나간 지 5일 차.
그간 신용 카드는 물론이고 핸드폰 사용 흔적조차 없단다.
더욱이 CCTV에 찍힌 마지막 모습도 기이했다. 보통 일이 아녔다.
그러던 때, 유금희는 조카에게 문자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모. 저 윤이에요. 엄마한테 정원 오빠 이야기 들었어요. 몇 번이고 고민하다가 혹시라도 도움 될 까 싶어서 연락드려요. 제가 보낸 영상 한 번만 확인해주세요. 엊그제 티비 나온 사람인데, 해당 방송에서 실종된 사람을 한 번에 찾아내더라고요. 일전에 기사도 한 번 뜬 터라 어쩌면 이모도 아실 것도 같은데··· 아무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보내봤어요. 제가 그 사람 어디에 사는지 주소도 찾아놨거든요. 관심 있으시면···]****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다 태구 보러 온 모양이네.”
인파를 뚫고 힘겹게 주차에 성공한 흑룡이 헛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차창 너머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오우, 드디어 왔네.”
“태구 맞아? 너 보이냐? 나 하나도 안 보여.”
짐작대로 그들은 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두 명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얼핏 봐도 수십은 넘어 보였다.
길을 가다 마주친 것도 아니고 이렇듯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여긴 또 어떻게 알아서는···
“이 차, 흑룡이 타고 다니는 차잖아.”
“존나 비싼 거 타네. 나도 비제이나 할까.”
“나쁘지 않은데? 이참에 학교 때려치우고 흉가나 돌까?”
“콜. 그나저나 왜 안 내리냐.”
“쫀 거 아냐? 야. 두드려 보자.”
누군가는 창문 가까이 핸드폰을 드밀며 똑똑 두드리기까지 했다.
“내리면 사진 찍어달라고 해야지.”
“크크, 그 도끼도 보여달라고 하자.”
“그러고 바로 커뮤에 올려버리기.”
사람 다섯이 모이면 그중 하나는 또라이라는 말이 있다. 일명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그런데 당장 보이는 수만 수 십이다.
그렇다면 과연 저 중 또라이는 몇 명이나 될까.
똑똑.
증명이라도 하듯 누군가 연신 창문을 두드려댄다.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왜 안 내려요? 우리 진짜 오래 기다렸는데. 얼굴 좀 보여주지. 아님 달풍이라도 쏴야하나?”
흑룡은 괜스레 위축감을 느꼈다.
“어쩌죠?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할까요?”
사람들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흑룡이 그럴지언대 일반인 아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신고는 무얼.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온 이들인데 보여주면 그만이지. 그러고 가라고 하면 될 터. 그런데 생각보다 모인 인원이 퍽 적네.”
반면, 당사자인 태구는 덤덤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없었다.
도움을 바라고 혹은 그의 눈길 한 번 받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이었던가.
신도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신전이 아른거린다.
아무튼 그런 삶을 살았기에 태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다.
“쟤네들이 가란다고 가겠어? 이 시간까지 너 보겠다고 기다린 거 보면 보통 질긴 게 아닌데. 거기다 창까지 두드리는 거 보면 아주 그냥 막 나가는 놈들인데. 일단 타고 있어. 내가 금방 정리할··· 태, 태구야—!”
태구는 서슴없이 차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한 태구의 돌발행동에 흑룡이 당황해 소리쳤다. 동시에 아경이 그 뒤를 잽싸게 따라나섰다.
“걱정마세요! 혹시나 이상한 사람이 접근하면 제가 바로 막을게요!”
“하이고, 퍽이나. 같이 가!”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태구를 향해 달려들 것처럼 굴던 학생 셋이 주춤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니겠나.
순간 그들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쩐지 말 한마디 내뱉기가 어려웠다.
‘뭐, 뭐야.’
‘생각보다 엄청 크네.’
‘화났나?’
그들 앞으로 차에서 내린 태구가 서 있었다.
당장 그가 흘리는 기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모니터 너머로는 느낄 수 없는 기운이었다.
“교복 입고 있는 거 보니 학생 같은데.”
태구가 말했다.
“···예에.”
“부모님 걱정하실 텐데 일찍 좀 다니지. 여긴 뭐 한다고 왔어?”
중앙에 서 있는 학생1이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대답했다.
“그, 근처 지나가다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궁금해서 왔어요. 실제로 한번 보고 싶어서요. 팬. 팬이에요.”
“···저도요. 형님이 하는 방송 다 봤어요.”
막상 태구와 마주한 학생들은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
“난 또 급하게 문을 두드려 대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이 새끼가 시켜서···“
“진짜 할 줄은 몰랐지!”
아이들의 대거리에 태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도 이런 상황이 낯설었다. 그렇지만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죄송합니다!”
“대충 얼굴 봤으면 들어가 봐. 괜히 딴 길로 새지 말고 집으로 바로 가고. 아, 맞다. 흉가 간다고 했었나?”
“아, 아뇨?”
“그래. 그쪽으론 얼씬도 하지 마. 특히 너는 망령들이 좋아하는 기운을 갖고 있으니 말이야.”
“히익!”
결국 그들은 사진 한 장 건지지 못 한 채 돌아서야 했다.
“서, 선생님. 용하시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혹시 부적도 쓰시나요? 우리 아들. 이번에 대학 꼭 붙어야 하거든요.”
비단 학생들만 그런 건 아녔다. 어렵사리 태구의 손목을 붙잡은 아주머니도 다를 바 없었다.
“열심히 하면 어련히 붙겠지요.”
“그, 그래도··· 어, 어. 네. 그렇겠죠?”
어떻게 한 번은 용기 내 말을 걸어도 두 번, 세 번 연거푸 말을 걸 순 없었다. 그렇게 사주 궁합 부적 따위를 사러 온 이들 역시 금세 꼬리를 말고 자리를 떠났다.
차에서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모인 이들 절반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경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이래선 안 되는 건데!’
무릇 저런 건 매니저의 몫이 아닌가. 더욱이 돌아오는 내내, 생각이 많았던 아경이었다.
두 차례나 이어진 퇴마 방송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간, 그녀가 주먹을 꽉 쥐며 태구의 곁으로 달려갔다.
“사장님. 밖은 제가 정리할게요. 방송하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들어가 보세요.”
결의에 찬 목소리였다. 그녀의 마음을 눈치챈 태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있을 터이니 미리 맡겨도 될 성싶었다.
“그래. 혹여 도움이 필요한 자가 있거든 고 매니저 네가 잘 판단해서 사연 접수 도와주고 들어와. 같이 들어올 필요는 없고. 오늘은 좀 쉬고 싶네.”
“네. 그럴게요!”
태구는 부러 기운을 흘리며 걸어갔다. 누구도 그에게 접근하지 못 했다. 그사이, 아경이 짐짓 진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선생님들. 사장님 보고 싶어서 오신 마음은 알겠는데요. 지금 너무 늦었잖아요. 이렇게 모여 계시면 주변 주민분에게도 민폐예요.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사장님. 궁합 사주 부적 이런 거 안 씁니다.”
태구가 들어간 이상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대문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빠르게 걸음을 돌렸다. 그때였다.
돌아서는 인파를 뚫고 오는 일들이 있었다. 오금희와 그 남편이었다. 한참 태구를 기다리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두 사람이었다.
“여보, 그 아가씨야. 방송에 나온 그 아가씨. 흐으윽.”
아경을 알아본 오금희가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이 대신 말을 이었다.
“아가씨. 아가씨 언니분 찾아주신 남자분 지금 어디 있어요? 우리가 꼭 뵈었으면 하는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아경이 조심스레 물었다.
“방금 댁으로 들어가셨어요. 어떤 일 때문에 그러세요?”
“우리 아들 좀 찾아달라고 부탁하려고 왔어요. 아가씨가 언니 찾은 것처럼, 우리 아들도··· 후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런 거라면 경찰에···”
당연히 했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는 알 수 있다. 같은 경험이 있기에. 문득 아차 싶었던 아경이 뒷말을 삼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말씀해 주시면 사장님께 전달해 드리고 확인한 후 따로 연락드릴게요.”
오금희 부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장님께 전달할 만한 사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