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52)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52화(52/157)
사진 작가를 찾아서 (4)
시청자에게 받은 주소를 찍고 도착한 곳은 공주의 ‘서골’ 이라는 마을이었다.
서울에서 서골마을까지 오는데 딱 두 시간 반 걸렸다. 오는 동안, 방송은 잠시 꺼둔 상태였다.
도착한 시골 마을 뒤로 병풍처럼 둘러싼 야산이 보였다.
저 야산이 오늘의 목적지였다. 저 산속에 폐낚시터와 망령들을 가둔 오두막이 있다.
다만, 차량 진입이 불가했기에 태구를 태운 검은 세단은 마을 초입에 자리한 건물 앞에 정차해야 했다.
[서골 마을 회관]깨진 창문, 녹슨 명패, 건물 앞으로 무성히 자라난 잡풀과 고요한 정적.
보이는대로 마을 회관은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상태였다. 비단 마을 회관 뿐일까.
회관 뒤로 듬성듬성 보이는 집들 역시 하나 같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양새다.
굳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그러니까 폐가가 분명했다. 폐가만 남은 마을. 서골 마을은 주민들이 떠나 버려진 마을이었다.
그래도 가끔 오가는 사람이 있는지, 마을 회관 벽면에 이러한 낙서가 칠해져있다.
– (경고) 들어가면 다 죽어.
– 귀신 마을 + 살인자 마을
– 저주 받은 서골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응. 돌아가.
– + (대충 붉은 십자가 그림)
– 2018년 3월까지 18명.
그것도 죄다 붉은색 라카로 썼다. 썩 보기 좋은 문구와 광경은 아녔다.
게다가 마지막 문구는 찝찝한 상상한 불러일으키게 했다. 대체 뭐가 18명이란 말인가.
그걸 본 운전 기사는 괜스레 솜털이 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잠시 후. 주차를 마친 그가 불안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크흠. 저도 같이 동행해야 할까요?”
누가봐도 가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뇨. 제가 연락 드리면 그때 데리러 오심 됩니다. 그러니까 연락처만 주시고 가보세요.”
태구도 그와 함께 갈 생각 없었다.
번거롭고 성가시기만 할 테니까.
또한, 태구는 혼자가 아녔다.
이미 그에겐 산행을 함께 할 파트너가 있었다.
“아! 그럼 저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어디 안 가고 계속 있을 테니까···”
기사는 반색했고 태구는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아뇨. 여기 말고 다른 곳에 가 계세요.”
“예? 다른 곳이요? 그럼 저야 좋겠지만. 그, 그래도 될까요?”
“산에서 내려온 귀기가 마을에까지 퍼져 있어 하는 말입니다. 여기 있어 봤자 좋은 꼴 못 봐요.”
사람들에게 버려진 장소나 왕래가 없는 장소는 망령들의 집이 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음기가 가득한 산 밑에 자리한 마을이다. 떠도는 망령들이 터전을 잡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런 곳에 혼자 두고 갈 수 없었다.
이를 방증하듯 차창 너머로 득실대는 망령들이 보인다.
[왔다. 또 왔어. 이번에는 두 놈인데?] [산으로 데려 갈까?] [그래. 그 분께 데려가자.]그것들은 마을에 들어선 태구 일행을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몇 놈은 멈춘 차 안으로 몸을 드밀기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본 태구가 잽싸게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성스러운 기운이 차량에 스며들었고.
[히이익—!]망령은 기겁하며 다시금 드민 몸을 내뺐다.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한편, 운전 기사도 태구를 따라 고개를 꺾었다.
차창 너머 마을 회관이 보이고 또 그 옆으로 주차된 차량 여러 대가 보인다.
그중에는 경찰차도 있었다.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수색에 나온 경찰일 터.
‘그러니까 여기가 귀신들린 마을이라는 건데 먼저 온 사람들은 괜찮으려나···’
같은 처지라 그런지 새삼스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귓가를 때리는 태구의 목소리에 기사는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면 그런 줄 알고 저는 이만 내리겠습니다.”
하기야,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할 땐가. 제 코가 석자지. 가라고 할 때 냉큼 가자. 기사는 번뜩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네. 연락 주시면 바로 오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번개 같은 속도로 마을을 벗어났다. 혼자 남은 태구는 다시금 방송을 켰다.
[강태구 님이 방송을 시작하셨습니다.]“오래 기다렸지? 이제 막 도착했어.”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입장했다.
– 이때쯤 도착할 거 같아서 대기하고 있었음.
– 그보다 태구야. 지금 근처 사는 하꼬 비제이들 거기로 총 출동함.
– 이야; 저길 갔다고? 강심장이네.
– 솔직히 근처면 갈만하지. 낮이잖냐ㅋ
출발하기 전.
태구는 분명 경고 했었다.
위험한 곳이니 괜한 발걸음 할 생각 말라고.
그런데도 기어코 온 인간들이 있나 보다.
[withdog 님. 달풍선 2000 개 감사합니다.]– 태구 없는 사이에 심해 투어 좀 하다 옴ㅋ 어떤 놈들은 빈 집에서 분신사바 하고 있더라. 피해자들 혼령 불러내서 시체 찾아주겠다면서ㅋ 꽤 재미있었는데 몇 분 하다가 방종 엔딩. 그거 보다 넘어 왔음요.
[대파팝콘 님 달풍선 200 개 감사합니다.]– 어? 나돈데. 근데 걔네들 진짜 거기 간 거 맞음? 폐가는 맞는 거 같은데.
[withdog 님. 달풍선 2000 개 감사합니다.]– 나도 몰루ㅋ 방송 시작을 폐가 안에서 함. 그런 거 보면 주작 같기도 하고.
거기다 뭘해? 혼령을 불러내? 망령의 기운이 가득한 이곳에서?
그야말로 망령의 아가리에 대가리를 드미는 형국이 아닌가.
“쯧. 똥인지 된장인지 꼭 처먹어 봐야 아는 인간들 같으니.”
태구는 마을 회관 앞에 주차된 여러 차량과 난리난 채팅창을 보며 작게 읊조렸다.
절로 한숨이 나오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도 그럴것이 유정원만 데려가면 끝날 일이 이렇듯 커져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는 그였다.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지만 낚시터의 상호를 말한 이는 태구, 본인이 아니던가.
결국 그가 시청자를 불러모은 꼴이나 다름 없었다. 그가 수습해야 했다.
– 저기 주차된 차 봐라. ㅈㄴ많네ㅋㅋㅋ
– 근데 솔까 나도 가고 싶긴 해.
– 어떻게 지금이라도 파티원 짜볼까요?
– 진심? 산에 안 들어가고 그냥 마을만 관광하면 나 갈래.
그러는 와중에도 파티 운운하는 인간들이 보인다. 일단은 저것들부터 말려야할 성싶었다.
[이 놈 우리 보는 것 같아.] [보긴 뭘 봐. 아니야. 우리가 데리고 놀자.] [나무에 거는 건 어때?] [아니. 물가로 데리고 갈래.] [내가 먼저 들어갈래···아?]때마침 태구의 주변을 얼쩡거리며 소곤대던 망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고개를 꺾는다.
[히이이?] [재미있겠어!]그것들은 하나 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 회관 뒤쪽에 위치한 감나무 집을 보며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다.
[꼴깍, 꼴깍. 숨 넘어 가는데?] [히히. 보러 가자. 갔다 오자.]대충 그것들의 속삭임을 들으니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들이 앞다투어 감나무 집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적절한 본보기가 필요했는데 이거다 싶었다.
“내가 분명 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기어코 온 인간들이 있네. 또 오려는 인간들도 몇 보이고. 내가 괜히 오지 말라 할까. 목숨이 두개라도 되는 건가? 그런 거라면 경험 삼아 오는 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그럴 리가 없잖아?”
– 에이; 그냥 그 근처 가는 것도 안됨?
– 태구 너 혼자 저 산 못 뒤짐. 사람들 모아서 같이 드가자. 그럼 실종자도 빨리 찾을 수 있음.
– ㅇㅈ 솔직히 우리 떄문에 마을도 찾을 수 있었던 거잖아.
– 나는 산에 안 들어가고 구경만 할래.
“아. 그러니까 제 발로 무덤에 들어가겠단 말인가? 그리고 산에만 안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무슨 소리. 산 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에 망령이 즐비한데. 지금도 그래. 주변을 배회하던 망령들이 갑자기 한 집으로 달려갔어. 왜 일까?”
– 그, 그그그그글쎄. 왤까?
– ㅅ1바. 또 시작된 것 같네.
– 날카로운 촉이 말한다. 간 놈 ㅈ됐다고.
– 모르겠습니다. 태구 선생님. 알랴주세요 아니 보여주세요.
“그래. 직접 보면 알 거야. 내가 왜 그리 말렸는지 말이야. 보고도 오겠다는 사람 있으면 그것까진 어쩔 수 없고. 다만, 장담컨대 그땐 지금처럼 내가 도와주러 가는 일은 없을거야.”
태구는 그리 말하며 가방 안에서 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 옆으로 아경이 챙겨준 고스트 박스 장비가 보인다.
그걸 본 태구는 생각했다. ‘챙겨준 사람 성의가 있지, 저것도 한 번 써보자.’
그렇게 고스트 장비까지 꺼내 주머니에 넣은 태구는 곧장 감나무 집을 향해 내달렸다.
챙길 사람도 지켜야 할 사람도 없겠다 태구는 제 육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망령들이 들어간 감나무 집앞에 도착한 태구.
허물어진 시멘트 담장 너머로 큼지막한 감나무가 보인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씨 임에도 빈 가지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빈 가지에 앉아 박수를 치며 숨 넘어갈 듯 웃어대고 있는 망령들 때문이었다.
뭐 그리 재미난 구경을 하고 있는지 대문 앞에 태구가 서 있음에도 신경도 쓰지 않는 망령들.
얼핏 보이는 수만 열 손가락이 넘는다. 그것들은 음산한 귀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귀기에 반응한 고스트 박스가 저절로 켜졌다.
[깔깔깔, 치치칙, 치치칙. 키히히히히] [치치칙— 죽어, 죽이자, 매달아. 끼키키키] [치치칙, 치칙. 히히히히히. 더, 더 올려.]그로 인해 낄낄 대는 망령들의 목소리가 시청자들에게 전달 된다.
– 나만 들은 거 아니지? 이거 뭐임.
– ㅇㅇㅇㅇㅇ 나도 들었어. 어디서 난 소리야.
– 죽이자고 한 거 들음?
– ㅅㅂ; 이거 뭔데. 태구야 설명 좀.
[아경매니저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고스트 박스에서 흘러나온 소리에요. 출장가기 전, 사장님께 새롭게 구한 장비를 드렸거든요. 아마 그 장비가 켜진 모양이에요.
시청자들의 혼란에 아경이 달풍으로 부연설명했다.
본래는 태구의 몫이지만, 당장 그에겐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녹이 쓴 대문을 서슴없이 걷어차며 그안으로 몸을 드밀고 있었다.
쾅——!
그제야 가지에 걸터 앉은 망령들의 시선이 태구에게 닿는다.
[히히히, 히히히. 또 왔네. 하나 더 매달자. 매달자.]과연 바라만 보겠나. 이렇듯 가지에서 뛰어 내려와 태구에게 달려드는 놈도 있었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어딜, 감히.”
도끼를 든 태구는 무자비했다.
제 목덜미로 손톱을 드미는 그것의 머리통을 으깨고, 두 다리를 으스러뜨렸다.
제 앞을 막는 것들을 정리하는데에는 한 번의 손짓이면 충분했다.
애당초 그것들은 태구의 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태구는 검은색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withdog 님. 달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헐, 뭐냐. 나 이 집 암. 내가 아까 말한 분신사바 하꼬들. 걔네들이 있던 집임. 오프닝할 때 여기서 했었음. ㅅㅂ 저기 걸린 액자 똑똑히 기억해. 저기 미닫이 문 열고 들어가면 책상 있는데 거기서 분신사바 하다가 방송 끊김.
달풍이 터졌다. 동시에 미약한 신음 소리가 시청자들의 귓가를 때렸다.
“사, 살려···”
저벅, 저벅.
태구가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드르르륵—
미닫이 문이 열리는 순간.
겁없이 망령을 불러낸 하꼬 비제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반쯤 무너진 지붕 아래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