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5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53화(53/157)
사진 작가를 찾아서 (5)
무너진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따사로운 햇볕이 들어온다.
한 줌 햇빛은 마치 어두운 무대를 밝히는 조명처럼 보였고.
그러한 조명은 뚫린 지붕 아래에 선 남자를 비추고 있었다.
“끄, 끄윽··· 살, 살려.”
망령의 소굴에서 망령을 불러낸 인간.
하꼬 비제이, 팬더였다.
허옇다 못해 퍼렇게 질린 얼굴, 실핏줄이 다 터져 붉게 물든 양쪽 눈알, 벌어진 입 사이로 질질 흐르고 있는 침과 푸르게 젖은 청바지.
참혹한 모습은 그가 직접 만들어 낸 참상이었다. 태구를 제외한 이들은 그렇게 보고 있었다.
[대파팝콘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누; 진짜 분신사바 하던 애들 맞네. 얘 말고 하나 더 있는데 어디 갔지? 글고 왜 지 목을 조르고 있어ㅠㅠ 어이, 하꼬! 정신 차려. 임마!!!
그도 그럴 것이 팬더 본인이 제 목을 조르고 있었으니.
– 저기 옆에 발 보임. 다른 비제이는 기절한 듯.
– 기절이 아니라 이미 죽은 거 아냐? ㄷㄷㄷㄷ
– ;;; 분신사바 하다가요?
– 이 무슨 개같은 죽음이냐
– 조금만 늦었으면 얘도 곧 죽었어.
– 그러게. 청색증 오기 직전인 듯한데.
– 파티원 구한다는 말 취소요.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팬더의 빙의를 확신했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팬더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고, 스스로 생을 마감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그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은 인간이었다.
“누가, 누가 내 손, 내 목···”
그런 그가 제 목을 조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태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순간 태구의 시선이 뚫린 지붕 쪽을 향한다. 정확히는 지붕 아래 드러난 서까래였다.
‘저 녀석이네.’
검게 썩은 서까래에 혼령 하나가 앉아 있다. 온몸이 새파랗게 물든 자살귀였다.
덜렁거리는 목과 그 아래 벌어진 상처가 자살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튼 그것은 제 피부와 같은 퍼런색 혀를 길게 뽑아낸 상태였다.
그렇게 놈이 뽑아낸 푸르딩딩한 혀는 비제이의 양손을 속박하고 있었다.
그랬다. 저 혀가 비제이 팬더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리라.
[나랑 같이 가자. 이제 편안할 거야. 금방 끝나. 아무도 우리를 괴롭히지 못해. 그러니까 죽어, 죽자. 키키키킥]“커, 컥컥···”
비제이 팬더의 발끝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 애들아. 쟤 발 봐 ㅠㅠㅠㅠㅠ
– ㅁㅊ. 공중 부양 하고 있는데?
– 아니;;; 저게 진짜 가능하다고?
– 그냥 주작이라고 해줘.
– 태구야. 뭐 좀 해 봐ㅠ
– 빙의가 아니라 귀신이 끌어 올리고 있는 거 아님?
왼발을 딛은 태구가 높이 도약했다.
초인적인 점프력은 자살귀와의 거리를 단박에 좁혔다.
그제야 그것이 먹잇감에서 눈을 돌려 태구를 바라보았다.
빨갛게 물든 눈알이 보였다. 눈알 너머로 게걸스러운 놈의 탐욕도 보인다.
씨익. 태구는 화답하듯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시에 도끼를 내리그었다.
[끼아아아악——!]그 결과 남자의 손과 목을 옥죄고 있던 그것의 혀가 툭 땅에 떨어졌다.
더불어 속박이 풀린 비제이의 신형도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 모습이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보였다.
“꺼억, 꺼어억. 꺼억.”
쓰러진 비제이 팬더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 도끼 휘두르길래 사람 죽이는 줄 알았잖아ㅠ
– 어쨌든 쟤는 확실히 살았다ㅠㅠㅠ
– 영정 먹는 줄 알고 쫄았다고ㅠㅠㅠ
– 어이 하꼬. 넌 진짜 태구한테 큰절해야 함.
– ㅇㅈ 태구 아니었으면 백퍼 죽었음.
– 하꼬 비제이 2도 상태도 확인좀요.
– 태구야 ㄱㄱㄱ
시청자들이 안도하며 손가락을 놀렸다. 그러면서 다른 하꼬 비제이의 안위를 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악 !]상처 입은 자살귀를 사로잡아야 했다. 그것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귀곡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무 책상 위에 올려진 하얀색 종이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분신사바를 한 A4 용지였다.
흰 종이 안으로 ‘죽어’라는 글자가 빨간 색상으로 빽빽히 적혀있다.
“꺼허억, 꺼억. 허엉엉. 잘못했어요.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요. 꺼어어엉.”
섬뜩한 괴현상에 비제이 팬더는 양손을 파리처럼 비벼대며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구는 또다시 땅을 박찼다. 쥐고 있던 도끼는 잠시 허리춤에 끼운 상태였다.
목표는 단연 자살귀였다. 녀석을 죽이는 건 태구에게 있어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살려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끼···아아아]다시금 녀석과 눈높이를 마주한 태구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그것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퍼어억!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은 채 축성을 시작했다. 성스러운 기운 앞에 그것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그렇게 완벽히 놈을 제압한 태구가 입을 열었다.
“후우, 잡았다.”
– 아. 뭐야. 귀신이 더 있었던 거임?
– 어쩐지 갑자기 뛴다 했음. 크크크
– 어질어질함ㅠ 담엔 카매라맨 데리고 오자.
– 그보다 잡았다니? 뭘 잡았는데. 설마 귀신?
– 그걸 왜 잡아. 잡아 족쳤다는 말이겠지.
– 뭐야. 왜 아무도 점프력 이야기 안 함. 나 지금 ㅈㄴ놀랐는데. 쟤 왜케 잘 뛰냐?
– ㅋ어디 놀랄 게 한두 개여야지. 점프력 따위로 놀랄까.
영문 모를 태구의 말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표했고, 태구는 친절히 잡아 온 것을 설명했다.
“내가 말했었지? 오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여주겠다고. 마침 새로운 장비도 받았겠다 제대로 알려주려고 잡았어. 저 비제이 목 조르고 있던 혼령 말이야.”
실로 충격적인 설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채팅창은 미친 속도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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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방송을 위해 고 매니저가 나섰다.
[아경매니저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지금 귀신한테 진술받겠다는 말이에요? 고스트 장비를 이용해서요?
“엉. 흉가에 머무는 혼령이 저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똑똑히 들어보라고. 과연 이걸 다 듣고 보고도 오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새삼 궁금하기도 하고.”
– ㅋㅋㅋㅋㅋㅋㅋ무친.
– 귀신 붙잡아서 진술받는다고?
– 진심 저세상 콘텐츠네.
– 하꼬 비제이 모습 보고 충격받아서 가고 싶은 마음 싹 접었는데 귀신 진술까지 받아내겠다? 진짜 1절을 넘어서 3000절까지 하는 태구다
듣도 보도 못한 콘텐츠에 시청자들은 어질어질함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전원 켜고 이렇게 갖다 대면 된다고 했었지?”
태구는 주머니에 찔러둔 고스트 박스를 꺼내 망령의 앞으로 드밀었다. 퍼렇게 질린 혼백이 흠칫 몸을 떨었다.
성력 깃든 주먹으로 적당히 만져준 덕에 놈의 원념은 많이 씻겨진 상태였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란 말이었다.
“일단 소개··· 아, 아니다. 소개는 무슨. 다 됐고 쟤네 어떻게 하려고 했어? 그것만 말해 봐.”
태구의 물음에 망령이 입을 벙긋하였다. 혀가 잘렸지만 대답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산 자와 죽은 자는 다른 법이니까.
[치치, 치치칙. 죽··· 치칙, 치치칙]그런데 생각과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 엥? 뭐야. 하나도 안 들림ㅋ
– 저쩌고 치칙 치칙 이렇게 들림.
– ㅇㅈ. 대문 넘어서 막 들어왔을 때가 훨씬 음질 좋았던 듯.
– 기가 약한 귀신인가? 다시 질문 ㄱㄱ
“흐음. 어떻게 하려고 했다고?”
태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했다. 이전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다만, 다를 게 있다면 이번엔 망령의 어깻죽지를 그러잡고 있었다.
[치칙. 나처럼 죽이려고 했어요. 하얀 피부가 탐나서, 따뜻한 몸이 부러워서 죽이고 싶었어요. 나처럼 길게 혀를 빼고 죽었으면 좋겠어서···츠치치칙]과연 효과가 있었다. 망령이 있는 힘껏 귀기를 발산시켰다. 그로 인해 또렷한 음성이 고스트 박스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래서 네 혀로 남자의 손을 옥죈 거냐? 너랑 똑같은 꼴로 만들고 싶어서?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려고?”
[츠치칙. 마땅한 게 없어서. 히힉. 또 느껴지는 그 감촉이 좋았거든요. 히힉. 조금, 조금만 더 하면 됐었는데··· 저놈 끝내고 다른 한 놈 살결도 느껴볼 수 있었을 텐데. 치츠칙]“보아하니 이번이 처음도 아니네?”
[츠치칙. 그건 게네들이 죽고 싶어 하길래 도와준 것뿐인데, 진짜인데, 조금만 도와준 건데, 히이익. 걔도 좋고 나도 좋고···츠츠칙]혼란하기 짝이 없는 대화였다.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마주한 영적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대파팝콘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도와주긴 뭘 도와줘. 우린 그런 걸 보고 살인이라고 하거든ㅠ? 미친 귀신아.
– 미친ㄷㄷㄷ 이게 다 무슨 이야기냐.
– 살결 이야기할 때 웃는 거 봐.
– 이 집에 들어설 때 귀신들이 막 웃으면서 매달아 매달아 했잖아. 저거 보고 그랬나 봄.
– ㅅㅂ 찐으로 소름 돋는다.
– 근데 얘들아. 고스트 박스 원래 이렇게 잘 들리는 거냐? 이거 주작인 부분 아니냐? 몹시 수상한데?
– 태구 방송이잖아.
– 아?
시청자들이 그럴지언대 직접 당한 비제이는 오죽할까.
“으, 으··· 그게 혀였다고? 귀신 혀?”
전말을 들은 팬더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내려다보았다. 제 손을 옥죄던 축축하면서도 서늘한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
“허으, 으으···”
그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후회를 거듭했다.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와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떡상이 뭐라고. 돈이 뭐라고—!
조금 전, 정신을 차린 그의 동료도 별반 다를 거 없는 반응을 보였다.
“나 진짜 죽을 뻔 한 거야? 여기서? 흐, 흐어··· 집,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갈래. 엄마아.”
그걸 본 태구는 짐짓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평생 폐가 쪽으론 발걸음도 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시끌벅적한 채팅창도 확인했다. 장난으로도 오겠다는 인간들은 없었다. 아무렴 돈, 명예, 호기심보다는 목숨이 중요한 법이다.
아무튼 대화는 이쯤 하면 될 것 같았다. 태구는 그런 생각을 하며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그래.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그랬구나. 네가 그들을 도왔던 것처럼 나도 너를 도와줄게.”
[치칙칙. 무슨? 대답만 잘하면 풀어···끼아아아악 !]‘오늘도 하나 올려보내겠습니다. 여신님.’
그렇게 산 자를 해친 자살귀가 소멸하였다. 그것이 본 마지막 장면은 성스러운 광휘였다.
***
볼일도 끝났겠다 더는 이곳에 머물 필요 없었다. 태구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태, 태구님. 어디 가요.”
“혀어엉. 형님. 저희 버리고 가지 마세요.”
그러자 하꼬 비제이 1,2 가 절박하게 소리친다. 물론 눈 하나 깜빡할 태구가 아니었다.
“어딜 가긴. 내 갈 길 가야지. 너희도 빨리 정신 차리고 갈 길 가.”
“다, 다리가 떨려서 못 가겠어요. 잠시만 같이 있어 주심 안 될까요? 아니, 같이 가요. 형님. 제발요. 저희 형님 방송 보고 온 건대···”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이네. 태구가 픽 웃으며 팬더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단호히 말했다.
“누가 보러 오래? 내가 분명 말했지. 오지 말라고. 목숨 구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
“흐, 흐어. 너무 무서워서 그래요.”
“무서워도 어떡해. 본인 몸 본인이 지켜야지. 아, 그리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오늘 일 잊지 말고 똑똑히 기억해둬. 그래야 다음번엔 같은 실수 안 하지.”
“네네! 그럴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알아서 갈 길 가자는 건 변함 없어.”
“흐으윽.”
“마지막으로 충고하는 데 갈 거면 지금 나가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여기서 뭉개고 있다가 또 나쁜 일 당하지 말고. 그래도 지금은 근처에 떠도는 망령들이 없으니 안전하게 마을을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할 말은 그게 다였다. 그러나 저들 모르게 제 기운을 슬쩍 묻혀 준 태구였다. 그런 둘에게 감히 접근할 망령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둘은 무사히 마을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란 말이었다. 물론 저들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태구는 감나무 집을 빠져나갔다. 단호한 태구의 태도에 하꼬 비제이 1,2 도 더 말을 붙이지 못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거다.”
“뛰, 뛰어. 흐어어엉엉.”
그들은 눈물 콧물 바람을 하며 마을 입구를 향해 내달렸다. 다신 이딴 곳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