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56)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56화(56/157)
사진 작가를 찾아서 (8)
망령의 기억 속에서 본 낚시터.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춘 태구였다.
찢어진 천막, 썩은 좌대, 고여있는 검은 썩은 물, 그런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폐기물 쓰레기와 부서진 집기, 기울어진 방갈로···
오랜 세월 방치된 탓에 낚시터는 산속의 흉물이 되어 있었다.
그런 곳에 실종자, 유정원이 서 있었다.
뒤돌아 서 있었으나 태구는 단박에 유정원을 알아보았다.
[컹컹, 컹컹 !]해피의 짖음도 짖음이지만···
‘저놈이구나. 유정원을 불러낸 녀석이···’
유정원 곁을 맴돌고 있는 악령을 보았기 때문이다.
생전 백동식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악령은 유정원 곁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벌건 잇몸을 드러내며 낄낄거리고 있다.
저 악령의 존재를 어찌 알았냐고?
찰칵, 찰칵, 찰칵——
귀를 때리는 셔터음이 백동식임을 알려 주었다.
‘죽어서나 살아서나 놈의 손에 붙잡혀 있구나. 쯧쯧.’
그리고 그런 백동식의 손에 생을 마감한 망령들이 유정원의 몸을 들락날락 오가고 있었다.
태구는 조용히 그것들의 작태를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고통 속에 죽어간 생전의 모습을 산 자의 몸을 빌려 재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작업이 끝나면 유정원 역시 저들과 같은 처지가 될 테지.
[히히, 좋아, 그거야. 여기 봐야지. 그래, 그 눈빛. 히히히.]‘금방 끝날거야. 조금만 참아.’
‘너도 이제 우리랑 같이 있는 거야.’
‘얘는 내꺼야. 내 남자야. 나랑 같이 있을 거야. 이것만 끝나면 나랑 같이 있을 수 있어.’
‘나도 어쩔 수 없어. 우린 도망갈 수 없거든. 같이 하자.’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아니면 또 고통받을 거야.’
그렇게 망령들이 유정원의 몸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몸의 떨림과 딱딱거리는 괴이한 소리는 더욱 커진다. 생전, 그들의 모습이었다.
백동식이 준 독극물을 마시고 관절을 기형적으로 꺾던 모습, 게거품을 물며 바들바들 몸을 떨던 모습, 꺽 꺽 거리며 미약하게 숨을 이어가던 모습···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찍던 백동식.
놈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낄낄대며 떨고 있는 유정원의 얼굴 앞으로 제 얼굴을 드민다.
찰칵, 찰칵, 찰칵!
그럴 때마다 셔터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그러한 셔터음 소리를 덮는 맹렬한 소리가 있었다. 해피였다.
[컹컹, 컹컹컹 !] [이익, 이 개, 새끼가, 감히, 어디서, 꺼져!]순간, 방해받았다 싶었는지 백동식이 충혈된 눈으로 해피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유정원 곁에 붙어있던 망령 몇이 해피를 향해 위협적으로 달려든다.
그들의 의지가 아닌 백동식의 의지였다.
그들은 백동식이 시키는 대로 그가 바란 대로 움직여야 했다.
[컹컹, 크르르릉]‘히익!’
허나, 해피는 유정원과 같은 부류가 아녔다. 태구의 기운을 받아먹은 녀석이 아니던가.
게다가 본래도 선업을 쌓은 덕에 신성한 기운이 충만한 존재였다.
괜히 영물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런 해피에게 호기롭게 달려들다니.
망령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곧 성스러운 기운에 부딪힌 그것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투다다다닥—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뒹구는 망령의 목덜미를 물어채 사정없이 흔드는 해피.
‘끼아아아아악!’
그 모습을 본 태구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저 정도는 되어야 풀어 놓을 수 있는 법이지.
한편,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망령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고.
[병신들, 같으니.]백동식은 섬뜩한 살기를 드러냈다.
그 기세가 자못 당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분에게 받은 힘이 있었으니.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순간 태구의 시선이 백동식에게 향했다.
‘그것에게 종속된 놈이군.’
백동식은 하급 악마, 할파스의 기운을 끌어 다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에게 들어야 할 말이 많을 듯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시청자 하나가 달풍을 쏘아 올렸다.
[김밥아천국가자 님. 달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대충 옷차림 보니까 우리가 찾던 실종자 같은데··· 쟤 지금 뭐하누? 저기요. 뒤 좀 돌아보세요.
또랑또랑 울려 퍼지는 전자녀 음성에 뒤늦게 산 자의 기척을 눈치챈 백동식이었다.
놈은 언제 분노했냐는 듯 입이 찢어져라 웃어댔다.
붉디붉은 눈동자 안으로 태구가 담겨 있었다.
[히, 히히히히히, 히히히히. 여기까지 왔어? 어떻게? 히히히. 그것들이 보내주지 않았을텐데. 좋다, 좋아!]놈은 태구를 산 제물로 보고 있었다.
제물과 장난감은 하나면 충분했다
더불어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개새끼는 일을 다 끝내고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
[예쁘게, 찍어줄게, 너도,]그렇게 제 의지를 드러내는 백동식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정원 몸을 들락날락하던 망령들이 빠른 속도로 유정원의 몸이 깃든다.
누군가는 팔에, 또 누군가는 다리에, 또 누군가는 허리에···
빠각, 빡각, 빡깍깍—
이윽고 기괴한 모습으로 몸을 돌린 유정원.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 깃든 망령이 벼락같은 속도로 유정원의 몸을 해한다.
이 또한 백동식의 의지였다.
모든 일은 찰나의 순간 벌어졌다.
“꺼, 꺼어억···”
유정원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날붙이가 그의 목덜미에 꽂혔다. 붉은색 선혈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컹컹컹, 컹컹컹 !]그와 동시에 달려나간 해피가 유정원의 손목을 물어뜯었다.
그로인해 유정원의 팔에 깃든 망령 셋이 딸려 나왔다.
이러한 해피의 행동은 태구의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태구의 의지와 백동식의 의지가 맞붙었다.
죽이는 자와 살리고자 하는 자···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챙그랑.
유정원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날붙이가 바닥에 떨어지고, 유정원의 신형도 무너졌다.
해피가 아니었다면 그의 경동맥은 분명 잘렸을 터였다. 그만큼 간발의 차이라 할 수 있었다.
‘끼아아악—!’
그사이 어지럽게 널린 폐기물 쓰레기를 밟고 유정원 앞에 멈춰선 태구.
그가 쓰러지는 유정원의 육신을 붙잡았다.
찢어진 근육과 조각난 뼈, 너덜너덜해진 살가죽. 망령들이 드나든 그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 봐도 무방했다.
거기에 자상까지 더 해졌으니···
누가 봐도 죽은 목숨이었다.
아니, 사실상 죽었다고 봐야했다.
그의 몸 안에 남은 몇 안 되는 망령이 그의 혼을 잡고 떠나는 순간.
유정원의 심장은 멈출 것이다.
그의 앞에 태구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그러게 왜 그런 걸 주워와서는, 고생했다. 푹 자고 나면 그리 기다리던 가족들을 볼 수 있을 테지.”
태구는 그리 말하며 미약해진 그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성스러운 기운이 유정원의 몸 안으로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벌어진 살가죽이 수복되고 뒤틀리고 부러진 뼈가 제자리를 찾는다. 꺾이고 찢어진 관절과 근육이 재생되고 끊어진 신경은 다시 이어진다.
“으···”
덜렁거리는 턱뼈 역시 본래의 자리를 찾는다. 누군가 봤다면 기함하고 또 기함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태구는 제 능력을 드러내는 데 있어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방송이 종료되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잘된 일이지. 아무래도 불편했는데 말이야.’
그렇게 유정원의 몸 안으로 성력을 쏟아붓던 때였다.
‘—!’
‘저희 좀 풀어주세요.’
‘돌아가고 싶어요. 나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내 남자, 내 남자야. 나랑 같이···’
‘입 닥쳐! 정말 우리처럼 만들고 싶어? 정말 그러고 싶어?’
‘흐, 흐흑.’
유정원의 육신에 남아있는 망령과 조우하게 된 태구였다.
대항할 수 없는 힘을 느낀 망령들은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그들은 백동식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산 자를 제물로 바치는 천인공노할 짓을 했으나, 그들의 의지는 아녔다.
죽어서나 살아서나 백동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던 이들이었다.
‘쯧.’
처치는 안타까웠으나 그의 신전에 데리고 갈 순 노릇이었다.
허나, 영혼에 묶인 족쇄는 풀어줄 수 있었다. 소멸이란 이름으로···
태구는 제 소임을 다했다.
순간 쏟아지는 광채가 해일이 되어 그들을 덮었다.
‘아아아——’
‘세번째 방갈로 옆, 옆에···’
그렇게 백동식과 연결된 망령들이 바스러졌다.
바스러지는 그들의 얼굴 위로 작은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백동식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감히, 누가 내 작품을 건드려 !]놈은 광분하여 태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교만하고 방종한 행동이었다.
“제 발로 왔네?”
그러한 놈의 행동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유정원의 몸에서 손을 뗀 태구가 섬광 같은 속도로 달려드는 놈의 목을 그러잡은 것이다.
쿠웅—!
순간, 뒤집어진 하늘을 본 백동식이었다.
[끄, 크하아악!]숨통이 조인 채 바닥에 처박힌 백동식. 핏발선 얼굴을 한 놈은 안간힘을 쓰며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악 ! 너, 뭐야. 내가 감히, 누굴 모시고 있는 줄 알고··· 다 찢어 죽여버릴거야. 주인님, 주인님.]“아. 네 주인, 할파스 말하는 거냐? 그깟 놈이랑 계약했다고 날 어쩔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더냐?”
할파스. 마경에 사는 새과 악마로 죽은 혼령을 불러내 다스리는 놈이다.
어둠의 군대를 양성하고 산 자들의 세상을 침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하급 악마가 바로 할파스다.
[—!]태구의 입에서 제 주인의 존함이 나올 줄은 몰랐는지 백동식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놀라기는. 그래서 할파스가 어디 있는데? 어디서 놈을 만나 계약을 맺은 거지? 빨리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태구는 그리 말하면서 서슴없이 그의 턱뼈를 뽑아버렸다.
[끼아아아아카아악!]“그러길래 빨리 대답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할파스가 어디에 있다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버둥거리는 놈의 팔을 우악스럽게 뽑아버리는 태구였다.
[아, 방방···아아아아악끼아가각!]백동식은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발광하며 울부짖었다.
그는 이제야 눈앞의 남자가 몹시도 두려워졌다. 제 주인보다 더···
그래서 묻는 말을 하려 했는데 도무지 말할 타이밍을 주지 않는다.
[대, 대답, 대다아아악!]“벌써 이러면 어떻게. 아직 한참 남았는데. 어?”
사실 대답 따윈 안 들어도 그만이었으니.
대답을 듣기 위해 이렇듯 손을 쓴 게 아녔다.
[까, 꺼허헉.]그저 화가 나서, 못 견디게 혐오스러워서 그런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피해자들과 같은 꼴을 하게 된 백동식이었다.
그는 벌레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그것의 목덜미를 잡고 입안으로 거칠게 성력을 쏟아붓는 태구였다.
[끼이이이이익!]한없이 따사로운 기운은 악마의 숨결 앞에서 광폭하게 날뛰었다.
덜그럭거리는 놈의 입, 뚫린 눈알, 찢어진 코에서 검은색 연기가 쏟아졌다.
신성력에 반하는 기운, 악마의 기운이었다.
놈의 몸 안을 채운 어두운 기운이 사라지면 백동식은 소멸할 터다.
“내가 말했지? 이제 시작이라고. 편히 보낼 생각은 마. 난 널 놓아줄 생각이 없거든.”
허나, 그건 태구가 바라는 바가 아녔다.
놈은 마땅한 죗값을 치러야 했다.
마침 적당한 장소도 있었다.
그렇게 백동식은 태구의 신전에 떨어지게 되었다.
***
백동식. 그것의 대답을 듣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들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태구는 숨을 크게 들이킴과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목적지는 기울어진 방갈로였다.
위태롭게 쌓인 폐기물 덩어리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단숨에 방갈로 앞에 도착한 태구.
태구는 거칠게 썩은 문짝을 걷어찼다.
그리고 그곳에 숨을 죽이고 있는 할카스가 있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망령들이 이렇듯 떠돌 수 있었던 거야.”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놈의 곁엔 호랑이, 그러니까 산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