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58)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58화(58/157)
사진 작가를 찾아서 (10)
“명부에 적힌 인간 하나를 발견했는데 숨이 안 끊겨···어?”
헐레벌떡 들어온 차사가 말을 하다 말고 태구를 바라보았다. 태구도 그를 쳐다보았다.
‘육신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혼인가 보군.’
풋내가 물씬 나는 혼이었다. 사실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전통복을 입은 갓 쓴 차사와 달리 그는 현대인 같은 친숙한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태구와 눈을 마주한 양복 차사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젠장, 같이 있었어? 에휴. 이거 또 한 소리 듣겠는데···’
실제로 그는 당황한 상태였다. 하필 이 타이밍에 들어오다니. 오늘도 깨지겠구나 싶었다.
사실 하루 이틀 듣는 소리는 아니다. 매일 혼나는 게 일상인 양복 차사였다.
생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복 차사는 십왕에게 재판받고 차사로 임명된 지 오늘로 딱 백일 차 되는 신입 차사였다.
더불어 그는 관심 차사였다. 차사가 해선 안 될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면 편할 것 같지? 아니야. 어떻게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그러니까 일단 하루만 더 살아봐. 진짜 나도 큰 결심 하고 이렇게 찾아온 거다? 내 말 들어.]이를테면 죽음을 결심한 산 자의 꿈에 들어가 주절주절 떠들어 대거나.
[휴우, 선배 잠깐 자리 비웠으니까 빨리 갔다 오자고. 너 진짜 어머니 얼굴만 보고 가는 거다? 울긴 뭘 울어. 저승도 다 사람 사는 곳이야. 생전 덕을 많이 쌓은 인간은 그만큼 죄도 가벼워지니까 큰 걱정 말라고. 나도 착한 짓을 많이 해서 지옥에 안 떨어지고 이렇듯 돌아다닐 수 있는거야.]인도 업무 중 망자와 함께 딴 길로 샌 적도 있다. 그 짓거리를 하다 놓친 망자만 셋이다.
따지고 보면 관심 차사로 분류될 게 아니라 차사직을 박탈당해도 할 말 없는 행동이었다.
허나, 상황이 그를 살렸다. 당장 저승엔 한 명의 차사가 귀한 상황이 아니던가. 그런 이유로 차사직 박탈을 면한 양복 차사.
그렇다고 이전처럼 제멋대로 풀어놓을 순 없는 노릇. 그 결과 그는 까마득한 대선배 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까마득한 대선배가 바로 이 남자, 갓을 쓴 차사였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태구에게 묵례하며 말했다.
“죄송은 무슨, 급한 일도 없는데, 뭘.”
태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갓 쓴 차사는 서늘한 표정으로 양복 차사를 쏘아보았다.
“쯧, 경거망동하지 말라 했거늘.”
태구를 대할 때와는 퍽 다른 면모였다.
“죄송합니다. 말씀 중인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명부 명단에 적힌 인간이 아직 숨을 쉬고 있다고? 사망 시각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그 말에 양복 차사가 황급히 수첩을 꺼내 들었다. 망자의 신상 명세와 사망 시각이 적힌 명 부책이다.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93년 7월 2일 자시생, 유정원. 명부팀에서 내려온 사망 시각은 15시 15분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 봐도 죽을 기미가 안 보입니다. 게다가 그 몸에 생기가 그득한 것이 아무래도 명부팀에서 실수한 듯한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네가 또 해괴한 짓을 벌였다면 모를까.”
“에?”
“내가 분명 말했지? 내 밑에서 허튼짓할 생각 말라고.”
“아유, 아닙니다. 한 번만 더 그러면 지옥행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선배님. 믿어 주세요.”
양복 차사가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부정하던 때였다.
“유정원? 저 밖에 쓰러져 있는 사람 말하는 거지?”
낯익은 이름에 태구가 나섰다. 순간 차사들의 시선이 태구를 향한다. 갓 쓴 차사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이라면 내가 살렸는데? 걔 지금 멀쩡해. 안 죽어. 그러니까 언제 죽나 기다리고 있을 필요 없어.”
그리고 그 설마가 차사를 잡았다. 안 그래도 허연 차사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질리는 순간이었다.
“···죽은 자를 살리셨단 말입니까.”
그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차사직 200년 차, 별의별 일 다 겪은 그였지만 이런 적은 또 처음이었다. 혼란스럽다.
“그럴 리가. 그분께서 그자의 영혼을 걷어가셨다면 나도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야. 죽은 이를 되살리는 건 그분의 뜻에 반하는 일이니까.”
그 말을 들은 갓 쓴 차사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최악은 면했다.
“그분이라 하시면···”
“너희가 염라대왕을 따르듯 나도 따르는 분이 계시거든. 인간을 사랑하고 고통받는 인간들에게 따스한 품을 내어 주시는 자애로운 분이지.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유정원을 도운 거고.”
“하지만 그자의 이름은 이미 명부에 기록된 상태입니다. 저흰 저승의 법도에 따라 그자를 저승으로 인도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자의 영혼은 저희가 다시 거둬···”
“저승의 법도? 그건 당신들이 지켜야 하는 법도지. 우리 법도는 또 그게 아니거든. 살릴 수 있으면 살리는 게 그분의 뜻이지. 그리고 저승은 죽은 자만 갈 수 있는 곳 아닌가? 한데, 당장 유정원은 멀쩡히 살아있는 상태잖아. 그런 사람을 어떻게 데리고 가려고? 더욱이 저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어.”
그러니까 데려갈 생각 접으라는 말이었다.
짐짓 부드러웠던 분위기가 날카롭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태구가 서늘한 눈빛을 하며 갓 쓴 차사를 쏘아보았다. 수틀리면 무력이라도 쓸 기세였다.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다.
유정원의 모친과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를 찾아 데려오겠다고. 찾았으니 이제 데리고 갈 일만 남았다.
“······”
그 단호한 의지에 갓 쓴 차사는 저도 모르게 태구의 시선을 피했고.
‘허, 선배님이 저러시는 건 또 처음 보네. 저 인간은 염라 대왕님이 무섭지도 않은가? 저승의 법도는 알 바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다니··· 대체 저자가 따르는 분이 누구기에 저럴 수 있는 거지?’
양복 차사는 태구와 선배를 힐끗거리며 눈을 빛냈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뛰지 않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도 같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93년 7월 2일 자시생, 유정원——!”
서슬퍼런 목소리가 고요한 방갈로 안을 울렸다.
소리의 근원지는 밖이었다. 순간 태구가 바닥을 박차며 방갈로를 벗어났다.
“이런, 빌어먹을!”
뒤늦게 갓 쓴 차사가 황급히 태구를 좇았다.
***
검은 복장을 한 차사들이 유정원을 둘러싼 채 수군거리고 있다.
“진짜 희한하네. 이거 죽을 낌새가 아닌데?”
“명부에 올라왔잖아. 그럼 거둬야지. 그런데 이 자식은 망자 두고 어딜 간 거야?”
“보아하니 선배한테 달려가는 듯싶던데.”
“하여간 번거롭게 군다니까. 그냥 거둬가면 그만인 것을. 제대로 처리하는 일이 없어. 저런 것도 같은 차사라고. 그때 내 말대로 박탈해야 했는데. 쯧—!”
차사 하나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차사들 사이에서 양복 차사는 모난 돌 같은 존재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잖아. 망자한테 제 감정을 이입해서 그렇지.”
“그게 문제라는 거야, 그게! 차사라는 놈이 말이야. 유약해서는. 이것도 그래. 그저 육신에서 꺼내면 그만인걸. 뭘 물어볼 게 있다고. 쯔쯔. 이래서 자살 혼 출신들은 뽑으면 안 되는 것인데.”
일단 신분에서부터 그들과 큰 차이가 있었다. 여기 모인 이들은 ‘성골’로 통하는 차사 가문 출신이고, 양복 차사는 일반 망령 출신이다.
일만 잘한다면야 문제없겠지만 양복 차사는 몇 번이나 문제를 일으킨 차사. 무시할 법도 했다.
“뭐 하려고? 그러지 말고, 그냥 기다리지. 네 망자도 아니잖아.”
“기다리긴. 무슨. 내가 깔끔히 정리하려니까.”
“쯔. 난 모르겠다.”
“93년 7월 2일 자시생, 유정원 !”
성골 출신 차사 하나가 벼락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쓰러진 유정원의 어깨를 발로 툭툭 찼다.
‘흐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러자 유정원의 어깨가 물결처럼 떨렸다. 그는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차사들이 뿜어내는 살벌한 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는 겪은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본래 귀신 따위 믿지 않았던 그였지만 직접 겪어 보니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영혼은 실재했다. 그러니 저를 둘러싼 저것들도 환영 같은 게 아니다.
조금 전, 게슴츠레 뜬 눈으로 보고야 말았다. 시퍼런 얼굴에 검은 옷을 입은 존재. 분명 저승사자다. 저승사자가 저를 데리러 온 것이다.
그걸 깨달은 유정원은 질끈 눈을 감고 버티고 또 버텼다.
“으으···”
“너 우리 보고 있잖아. 좋은 말로 할 때 나오지 그래?”
서늘한 한기가 유정원의 몸을 에워쌌다. 뼈가 시릴 만큼 추웠다. 참을 수 없는 한기에 온몸이 붕 뜨는 것 같았다. 그가 홀린 듯 눈을 뜨려는 때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네. 거기, 너. 좋은 말 할 때 그 발 치우지?”
험상궂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구였다. 그는 순식간에 차사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강한 기세에 압도당한 차사들이 주춤 거리를 벌렸다.
“뭐, 뭐 하는 겁니까. 우린 염라 대왕님의 비호 아래 업무를 수행···”
유정원의 혼을 강제로 끄집어내려던 성골 차사. 그 역시 태구의 기세에 압도당했다. 그렇다면 순순히 비켰어야 했다. 허나, 그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염라대왕이라는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 것이다.
“하아, 진짜 나는 그런 거 모른다니까 그러네.”
그에 태구는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고민은 짧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행동으로 보여줄 참이었다. 어쩐지 이쪽과 계속 연이 이어질 것 같은데 확실히 우위를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그렇게 허리춤에 꽂아 둔 도끼에 손을 뻗는데.
“그만, 그만! 호 차사!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네 망자도 아닌데 나서긴 어딜 나서!”
갓을 쓴 차사가 달려와 성골 차사의 뒤통수를 거세게 후려버렸다. 실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저대로 놔뒀다가 괜히 볼썽사나운 꼴만 보일 터였으니.
“어억! 선배님 그게 아니라 이놈은 명부에···”
퍼억!
“근데 이게 어디서 하늘 같은 선배 말꼬리를 잡고 늘어져? 네 명부에 쓰여 있어? 네 명부에 쓰여 있냐고—!”
“그건 아니지만···”
“또 말꼬리!”
“···”
“다들 제 망자만 챙기면 될 것이지. 뭐 한다고 이러고 있어?”
갓을 쓴 차사가 서슬 퍼런 눈으로 몰려든 차사를 훑어보았다. 차사들은 찍소리도 못 냈다. 차사들 간의 위계질서는 확실했다.
여기 모인 차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차사는 갓을 쓴 차사였다. 그런 짬 찬 차사의 현명한 판단으로 상황은 슬기롭게 종료되었다.
“판단력이 좋네. 아무튼 이 자는 내가 데려가는 걸로 정리된 거지?”
태구는 아쉽다는 듯 한차례 혀를 차며 말했다.
“안 된다고 하면 넘겨주실 겁니까?”
“그럴 리가.”
“그러니 어쩔 수 없지요. 우선은 데리고 가시되 염라 대왕님께 직접 설명하셔야 할 겁니다.”
차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쩍 태구의 눈치를 봤다. 태구는 웃고 있었다. 두려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뭐가 있을까. 자신은 그저 그분의 뜻에 따른 것인데.
“그보다 아까 말했다시피 내가 끝내지 못 한 일이 있어서 당장은 함께 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강제로 끌고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망령을 잡아들인 탓에 저승도 혼란한 상황일 터. 차사가 물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여기 이 인간,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고, 또 먼저 간 망령들의 육신만 찾아주면 끝날 일이야. 따로 연락할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순간, 조용히 입을 다물고 둘을 바라보던 양복 차사가 잽싸게 손을 들었다. 그는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선배님! 제가 연락 통이 되는 건 어떨까요? 마침 배정받은 망자도 없겠다 저만큼 한가한 차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저분의 곁에 머물다 일이 끝나면 함께 저승으로 돌아가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나는 상관없는데?”
태구가 어깨를 으쓱였다. 갓을 쓴 차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양복 차사를 바라봤다.
“제가 꼭 가고 싶습니다!”
그가 다시금 의지를 드러냈다.
‘쟤가 제일 한가하니까, 또 데리고만 오는 건데 무슨 일이 있으려고.’
“그래. 그리고 저 인간 말이야···”
그렇게 선임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몇 가지를 당부했다. 그중 하나로는 차사와 관련된 유정원의 기억을 지우라는 명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갓을 쓴 차사를 비롯한 차사들은 망령들을 데리고 저승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