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6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60화(60/157)
사진 작가를 찾아서 (12)
태구가 출연한 ‘심령 솔루션’은 순간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괄목할 만한 성적이었다.
거기다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7개국에 프로그램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기염까지 토했다. 고작 2회 분량이 나갔을 무렵에 성사된 일이었다.
그러한 경사가 계속되었다면 참 좋았으련만, 좋은 날은 찰나였다.
지원자 강태구 편이 끝남과 동시에 프로그램은 하락세에 돌입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은 바닥에 바닥을 뚫었다.
그렇게 추락한 시청률이 태구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프로그램의 성패는 출연자 강태구가 좌우하고 있었다.
그러한 결과 프로그램 총책임자 ‘강석훈’ 피디는 국장실로 불려 와야 했다.
혼자는 아니었다. 메인 작가, 김영채도 함께였다. 국장이 그녀에게 따로 지시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몇 명이나 남았어?”
그들을 호출한 국장이 검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물었다. 어투와 작은 손짓에서 마뜩잖은 모양새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에 강석훈 피디가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찍어둔 건 셋이고 추가로 찍어야 할 참가자는 넷 더 있습니다.”
프로그램 합격 통지를 받고 사연자의 영적 문제 해결에 나선 무속인들을 말한다.
“그러니까 총 일곱이다?’
“네.”
“분량은 얼마나 잡았고?”
본래는 10회가량을 계획했다. 사실 그것도 매우 타이트하게 잡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험에 통과한 무속인의 이력을 보여주고, 또 그들에게 배정된 제보자의 사연과 솔루션 내용까지 담아야 했으니.
허나, 지금은 상황이 좋지 못했다. 10화라고 말했다간 경을 칠 기세다. 그래서 나름 줄여 말한 것인데.
“최대한 줄이고 줄여 7화 분량으로 맞춰···”
국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강 피디의 말허리를 잘랐다. 꽤 답답했는지 직함까지 떼고 부른다.
“강 피디! 아니, 석훈아. 훈아! 너 지금 이 소리 안 들리냐?”
“···네?”
“시청자들 도망가는 소리 안 들리냐고 임마 ! 어? 7회 분량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앉아 있어. 그렇게 내보냈다가 프로그램 망해. 얼마 안 남은 시청자들 다 도망간다고. 그때 가선 다시 살리지도 못 해. 너도 잘 알잖아. 감 좋은 애가 왜 이래?”
“끄응. 아무리 그래도 다른 지원자들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7화도 정말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말씀드린 겁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강 피디는 침음을 삼키며 대꾸했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태구를 제외한 출연진 무속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걸 방증하듯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러한 밈까지 돌고 있다. 어차피 우승은 강태구라고. 강태구 미만 다 잡이라는 소리다.
다시 말해 추락한 시청률을 반등시키기 위해선 당장 태구만 집중해 찍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허나, 그럴 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프로그램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심령 솔루션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지원한 수많은 무속인 중 최고의 무속인을 가려내 최후의 1인을 뽑는 프로그램.
사례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개별 미션이 끝나면 본격적인 대결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런 참가 지원자들의 개별 미션 분량을 다 날려버리고 태구만 찍으라니. 분명 뒷말이 나올 터다.
‘더불어 다른 지원자들에게 불합리한 처사지.’
그런 강 피디의 마음을 눈치챈 국장이 단호한 어투로 쐐기를 박았다. 그에겐 프로그램 취지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시청률만 잘 나오면 장땡이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7회는 어림도 없어.”
“구, 국장님. 그래도···”
“다 자르라는 말은 안 해. 어떻게든 2회, 아니 3회 분량으로 줄여서 버무려 봐.”
“···”
“나 지금 너 설득하는 거 아니다? 이거 결정권자로서 통보하는 거야. 프로그램 살려야 할 거 아냐? 이미 시청자들 마음속에 우승자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는데 뭐 한다고 자꾸 길을 돌아가려고 해.”
“···”
마주 앉은 그들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러한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 피디가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결정권자에 통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뭘 더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아니, 어쩌면 이런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알겠습니다. 3회 분량으로 줄이고 추후 팀별 미션이나 경쟁 미션 때 짬짬이 넣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래. 진작 그랬어야지. 지금도 그래. 처음부터 강태구 씨한테 집중했으면 그 사진작가 건도 우리 방송사 통해서 방영됐을 거 아냐? 내가 진짜 그 생각만 하면 아까워 죽겠단 말이야.”
국장은 그리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날, 달프리카에서 진행한 태구의 개인 방송은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카페, 학교 심지어 관공서까지.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태구의 개인 방송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그로 인해 달프리카의 주가는 금주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신규 가입자도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태구의 방송을 그런 식으로 끊어 먹고도 말이다!
아니꼽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 강 피디와 김영채 작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에효. 됐다, 됐어. 지나간 일 생각해서 뭐 하겠냐. 앞으로가 중요하지. 그래서 김 작가, 괜찮은 사연 온 거 있어?”
국장의 물음에 김영채 작가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장이 따로 지시한 일 아니던가.
접수된 사연 중 흥미로운 사연을 취합하여 직접 보고 올리라는 지시. 물론 강 피디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괜찮은 사연이 있긴 한데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 온 사연입니다. 강태구 지원자 이야기가 외신 보도를 타면서 해외 쪽에서도 제법 많은 사연이 들어왔거든요.”
“그렇다면 판 한 번 제대로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해외 로케는 개인 방송에서 다루기 힘든 콘텐츠니까 차별성도 있고, 화젯거리로도 충분하고··· 집 나간 시청자들 돌아오는 소리 들리네! 다만, 그에 걸맞은 사연이어야겠지? 일을 벌여 놨는데 별 볼 일 없는 사연이면 안 하느니만 못 한 꼴이야.”
“자신있게 말하는데 사연 자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만, 해외 로케인만큼 제작비가···”
김영채 작가가 머뭇하며 말했다. 제작비 언급은 강 피디가 시킨 일이었다. 이리저리 업무 지시를 많은 받은 김영채 작가였다.
“제작비 걱정을 김 작가가 왜 해? 제작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 들어온 광고만 몇 개인데. 그건 그렇고 해외면 어디 쪽? 중국, 태국, 일본 아니면 미국?”
“일본에서 온 사연입니다.”
국장은 옳다구나 싶었다. 일본 하면 음산하고 기괴한 귀신이 많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었으니.
“좋네. 사연 내용은?”
순간, 책상 위로 하얀 용지가 올려진다. 김영채 작가가 정리해 온 인쇄물이다. 국장이 잽싸게 손을 뻗었다. 샤락, 샤라락- 빠빳한 종이가 빠르게 넘어간다. 국장의 눈이 반짝였다. 대강 훑어만 봐도 느낌이 온다. 이거 대박이로구나!
“타지에서 마주한 귀신이 한국말을 한다라··· 역시 우리 김 작가 안목이 대단하단 말이야. 일전에 강태구 씨 알아본 것도 그렇고. 아주 좋아. 사연 잘 뽑았네! 제보자랑 연락은 해 봤고?”
사연의 내용은 그러했다.
타국에서 힘겹게 번 돈으로 일본 집 매매에 성공한 한국인 부부.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이 매매한 집은 귀신 들린 집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영적 존재 그러니까 귀신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까진 여타 사연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마주한 영혼의 입에서 나온 언어가 제법 흥미를 끈다.
‘맛, 있겠네.’
영혼은 한국인 부부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건 분명 한국어였다. 이역만리 일본에서 마주한 귀신의 입에서 한국말이 나오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사연을 읽어 본 김영채 작가는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래서 사연을 채택했고 이렇듯 보고까지 올린 것이다.
물론 언어 하나 때문에 뽑은 사연은 아니다.
“당연히 연락해 봤죠. 사연자 분이 말씀하시길 그날 그렇게 귀신과 마주하고 나서부터 이유 없이 몸이 아프기 시작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치 사지가 절단되는 고통을 느끼셨대요. 병원에 가 봐도,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었고요. 그래서 급한 대로 그 집에서 나와 근처 숙소 생활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다행히 몸은 좀 괜찮아지셨고요.”
“이런. 한데 용케도 집을 안 팔고 사연을 보냈네? 나 같으면 집부터 내놨을 텐데.”
“그것도 확인해 봤어요. 확인해 보니 벌써 오래전에 집을 내놨더라고요. 근데 별 소득은 없어요. 이미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거죠. 그 집에 뭔가 불길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요.”
“아휴. 그러니까 이 부부는 그것도 모르고 그 집을 냉큼 산 거고만?”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그러면서 최대한 빨리 와 달라고,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국장님만 허락하신다면 당장 오늘 밤이라도 출국해서 사연 진위를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답사를 가겠다는 말이었다. 그런 김영채 작가의 적극적인 태도에 국장은 함박웃음을 띠며 말했다.
“김 작가가 이리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주는데 나도 마땅히 그래야지. 결재하고말고! 그런데 강태구 씨랑은 연락되나? 촬영 스케줄 당겨야 할 거 아냐?”
“강태구 씨는 아니지만 그 매니저 고아경 씨와는 계속해서 연락 주고 받고 있습니다. 혹시 몰라 촬영 일정 변경 건에 대해서도 미리 말씀드려 놓은 상황이고요.”
“그래서 뭐래? 바쁘다고 빼지 않아? 아니면 은근슬쩍 하차 분위기를 풍긴다던가···”
“아뇨. 그런 기색은 전혀 못 느꼈습니다. 일정도 이번 주만 아니면 다 괜찮으시다고 저희 측에 맞춰주신다고 하셨고요. 또,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니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명성이 올라간 만큼 콧대 역시 높아지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인제 보니 그렇지도 않은 듯싶었다. 아주 그냥 됨됨이가 된 사람이 아닌가.
“그럼 우리만 빨리 움직이면 된다는 말이잖아? 이럴 게 아니라 당장 출발해. 가서 제보자랑 동네 주민 인터뷰 따고 사연 진위 확인하고, 착착 진행시켜 보자고.”
“넵!”
“석훈이, 아니 우리 강 피디는 내가 말한 대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가감하게 줄여버리고. 엉?”
“네.”
시원시원하니 좋네. 국장은 손뼉을 짝짝 치며 파이팅을 끌어 올렸다.
“그래, 그래. 다들 빠이팅 넘치게 일해보자고. 응? 제대로 사고 한 번 쳐보자 이거야. 우리가 인터넷 방송 플랫폼 따위한테 밀리면 안 되는 거잖아.”
***
같은 시각.
태구는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우리 애 일로 크게 곤욕 치르고 계신다는 말 들었어요. 죄송하기도 하고 또 너무 감사하기도 해서 성의껏 준비해 봤어요.”
그와 약속을 잡은 이는 유정원의 모친 되는 오금희 여사였다.
그녀는 아들을 구해 준 태구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태구를 불러낸 것이다.
“세금 문제 관련해서는 저희 쪽 일 봐주는 전문가가 따로 연락드릴 거예요. 선생님 번거롭게 하는 일 없을 겁니다. 그러니 사양 말고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녀가 준비한 보답이 무엇이나 함은 사생활 보호가 뛰어난 최고급 아파트였다.
“헐, 미친···”
“흐끅.”
태구를 따라온 흑룡과 아경의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