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66)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66화(66/157)
대가를 치러야 할 때 (2)
재개발 철거 지역으로 빈집만 무성한 곳.
인적이 드물기에 무슨 소리가 들려도,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다른 사람이 알기 어렵다.
패거리가 이곳을 아지트로 삼은 이유다. 누구의 눈치도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재미난 놀이를 즐길 수 있었으니.
그런 곳에 태구가 발을 디뎠다.
그는 고상철의 기억과 신물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찾을 수 있었다. 태구도 이곳이 썩 마음에 들었다.
“어?”
“비제이 강태구?”
“맞는 것 같은데?”
“저기요.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폐가 뭐 그런 거 찾으러 왔나?”
인터넷 매체에 친숙한 아이들은 한눈에 태구를 알아보았다.
‘박은솔, 김영훈, 최진웅, 윤지섭···’
태구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는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았다면 지금은 저것들의 앞날까지 알 수 있었다.
저승의 신물, 명부책 덕분이다. 그것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인간의 생애가 기록된 신물이리라.
이곳에 오기 전, 태구는 저것들의 생애를 모두 확인했다.
그리고 저것들과 마주한 지금. 이전에 확인한 생애 정보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07년생 2월 12일생 박은솔. 고등학교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하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의사가 되고 넘치는 재력과 화려한 배경으로 괜찮은 배우자를 만나. 크크, 그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 금쪽같은 아이까지 낳는구나. 그리고 보자— 반복적 의료 사고를 저질러도 별다른 처벌 없이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영면에 취한다라···”
태구는 그 정보를 곱씹으며 혀를 찼다.
“헐. 저거 지금 뭐라는 거냐.”
“박은솔 너 저 비제이랑 아는 사이야? 니가 부름?”
“아니? 내가 어떻게 알아! 나 몰라 ! 진짜야! 저 사람이 내 뒷조사한 거 같은데? 근데 나 의대 들어가나봐? 헤헤.”
“저기요. 여기 왜 어떻게 들어 왔냐고요.”
박은솔을 제외한 남학생들이 표정을 굳혔다. 그들은 태구가 반갑지 않았다. 여긴 자신들만의 공간이니까. 지금은 더욱 곤란했다.
“정말 세상 참 불공평하다니까. 남의 눈에는 피눈물 흘리게 해놓고 저들은 행복하게 잘만 산대. 근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니들이 저지른 짓에 걸맞은 벌 받아야 맞는 거잖아. 그렇지? 그래서 왔어.”
태구는 그리 말하며 피범벅된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곳에 또 다른 고상철이 있을 줄이야. 예상치 못했다.
“뭐래. 헛소리 그만 하고 나가요. 여기 사유지거든요? 주거침입죄로 잡아 처넣기 전에 걍 꺼지세요. 그리 벌주고 싶으면 나가서 경찰에 신고해 보든가.”
그것도 피해자 진술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겠지만. 김영훈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피 범벅된 아이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의 행동에 다른 아이들도 동참했다.
인간벽 앞에 피범벅된 아이가 모습을 감춘다.
‘BJ를 불러? 이거 진짜 정신없는 새끼네.’
‘거지 새끼. 지 아빠가 우리 회사에 일하는 것도 잊어버린 거야?’
‘오늘 아주 날 잡았네. 아빠한테 전화해야겠지?’
그들은 제2의 고철이 태구를 부른 거로 생각했다. 가짢은 게 감히 누구 앞길 조지려고!
일단 비제이부터 보내고 찬찬히 이야기를 해봐야 할 성싶었다. 최진웅이 나섰다.
“쟤한테 무슨 소리를 듣고 여기까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거 다 오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그 오해를 풀어줄 이유는 없을 것 같고··· 현우 말대로 그냥 경찰에 신고해요. 잘못한 게 있으면 벌 받으면 그만이죠.”
“···”
“혹시 해서 물어보는데 지금 우리 찍고 있는 건 아니죠? 카메라는 없어 보이긴 한데. 아무튼 개인 동의 없이 촬영하는 거 그거 범죄거든요. 만약에 우리 찍고 있는 거면 우리 안 참아요. 초상권 침해, 주거 침입죄, 거기다 우리 뒷조사까지 했으니 형량 제대로 나오겠죠?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형사님 계신데. 어떻게 지금 연락드릴까요?”
그 당당한 태도에 태구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최진웅 손에 들린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뒤늦게 태구가 말했다.
“법대 교수 아들이라 그런가, 법을 잘 아네. 근데 그러는 넌 동의 받고 찍냐?”
동시에 그의 신형이 번쩍였다.
“뭐··· 끄, 끄아아아악!”
대답 대신 비명이 돌아왔다. 태구가 최진웅의 손목을 낚아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놈의 손목이 역방향으로 꺾였다. 자연히 핸드폰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어, 어?”
“!”
아이들은 제 눈을 의심했다. 미친! 현실이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사이, 태구는 일그러진 최진웅의 얼굴과 마주하고 있었다. 손목 하나로 끝낼 생각 없었다.
“아, 아아아악. 내, 내 손, 내 손!”
“내가 물었잖아. 동의 받고 찍냐고.”
“끄, 끄아아악···”
“아니지? 너희 맘대로 찍은 거지? 너 말처럼 그거 범죄인데. 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지? 엉?”
“아아—”
다시금 살벌한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우드득. 태구는 이리저리 휘저어 대는 놈의 반대편 팔을 서슴없이 꺾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 없으니까.
“끄, 끄아아아악!”
최진웅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제야 태구는 놈에게서 손을 뗐다. 양팔이 꺾인 최진웅이 바닥을 굴렀다.
바들바들 떠는 것이 그물에 걸린 고기 같았다. 그 모습에 충격에 빠진 아이들이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저 미친 새끼가!”
윤지섭은 겁 없이 달려들길 택했고, 박은솔은 잽싸게 핸드폰을 잡았으며, 김영훈은 욕지거리를 삼키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셋 중 가장 옳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끄윽.”
달려드는 윤지섭의 안면을 강타한 태구가 긴급 신고 버튼을 누르는 박은솔의 어깻죽지를 뽑았다.
“꺄, 아아악!”
여자라고 어리다고 손속에 차이를 둘 태구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둘을 쓰러뜨린 태구는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힘껏 던졌다.
빠각!
폭발적인 속도로 날아간 핸드폰이 도망치는 김영훈의 뒤통수에 박혔다. 경쾌한 타격음과 동시에 붉은 선혈이 튀어 올랐다.
“으윽. 씨, 씨발···”
당연히 김영훈은 바닥을 뒹굴었다. 바닥은 금세 피로 물들었다. 김영훈은 어질함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벗어나기 위해 문을 향해 기었다. 그걸 두고 볼 태구가 아니었다.
“아아악!”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태구가 놈의 머리카락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질질 끌어와 엉망이 된 아이들 옆으로 내던진다.
모인 악종들은 바들바들 떨며 신음을 흘렸다. 저항은 무의미했다. 몸소 겪어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저 미친 새끼.’
‘하나님, 살려주세요.’
태구는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또다른 고상철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들은 고철2에게 가는 태구를 보며 공포를 느꼈다. 앞날이 두려워졌다. 결국 김영훈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쟤, 쟤한테 얼마 받았어요. 얼마 받았길래 이러는 거예요. 아니면 쟤랑 아는 사이에요? 우리한테 왜 이러는데요. 아는 사이 아니면 일단 우리 말도 좀 들어···”
그러나 그는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태구의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말귀를 못 알아듣네. 내가 말했잖아. 벌주려고 왔다고. 그러니까 입 닥치고 벌 받으면 돼.”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우리가 다 잘못했어요. 쟤한테 사과할게요. 다신 안 건드릴게요. 이번 한 번만 봐줘요.”
“그럴 이유도 없거니와 이번 한 번이 다가 아니잖아.”
태구는 그리 말하며 김영훈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고상철은 벌써 잊은 거야?”
“···고철?”
“!”
순간 악종들의 동공에 지진이 났다. 고철의 이름을 들을 줄은 몰랐다. 고철2가 불렀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자, 잠깐···”
“이 다리로 걷어찼던가.”
김영훈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빠각!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을 느낀 탓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강이뼈가 살가죽을 뚫고 나와 있었다.
“끄아아아악—!”
“우욱!”
처참한 장면을 본 아이들이 오줌을 지렸다. 태구는 패닉에 빠진 악종들의 영혼 한 가닥을 수거하며 말했다.
“남은 한쪽마저 부러지고 싶으면 계속 떠들어봐. 또 실수니, 잘못했느니 하는 개소리 지껄여 보라고.”
그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다. 그저 저들이 훔쳐 간 고상철의 핸드폰과 저것들의 영혼 한 가닥만 수거해서 갈 생각이었다.
현실적인 문제는 오금희의 힘으로 처리하려 했다. 이곳에 또 다른 상철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새를 못 참고 또 이런 악행을 저지르고 있을 줄이야.
“으으···”
태구는 피범벅된 아이의 몸에 따스한 기운을 넣어주었다. 몸은 물론이거니와 아이의 아픈 마음마저 이루 만져주었다.
학폭 피해자는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산다. 태구는 아이가 힘든 기억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랐다. 고상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힘든 기억에 대항할 수 있는 성력을 불어주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 불쑥 떠올라도 웃어넘길 수 있을 거야.’
기억 전체를 도려낼 수도 있지만 그보단 이편이 더 나을 듯싶었다.
“으, 으아아아악!”
그렇게 정신을 차린 아이가 놀라 소리쳤다. 저를 때린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놀랄 거 없어. 이제 다 괜찮아질 테니까.”
태구는 그리 말하며 차사에게 명했다.
“피 묻은 옷이랑, 기억 좀 만져 줘. 오늘 얘는 이곳에 없던 거야.”
이러려고 신전에서 불러내 함께 온 것이리라.
“네. 선생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양복 차사가 권능을 사용했다. 소환한 삼도천의 물로 옷에 묻은 핏자국을 지웠고 아이의 기억을 조작했다.
“너는 오늘 이곳에 오지 않았어. 저것들과 마주한 적도 없지. 그저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냈어. 홀로 저녁을 먹었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거야. 한숨 자고 일어나면 멍한 정신도···”
아이는 멍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놀란 기색이 역력하던 아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입고 곧장 이곳을 빠져나갔다. 악종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 모습이 꼭 최면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그사이, 태구는 찾고자 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 있었네.”
죽은 고상철의 휴대폰이었다. 핸드폰은 작은 방에 자리한 책상 서랍에 있었다.
저승의 신물 덕분에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
나침반처럼 생긴 신물은 망자의 한이 깃든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다.
목적을 달성한 태구는 다시금 거실로 나왔다.
악종들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옷에 묻은 피가 순식간에 사라졌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육신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충격적인 장면에 놀란 것이리라.
태구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지워질 기억이었으니까.
“선생님. 볼일 다 보셨으면 저것들도 처리할까요?”
눈치 빠른 양복 차사의 물음에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명확한 지시를 내리려는데.
“하면 저들끼리 치고받은 걸로 처리하겠습니다. 그편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요.”
양복 차사가 한발 앞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태구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과연 양복 차사는 유능한 차사였다.
***
다음 날.
고 씨 부자 이야기로 또 한 번 인터넷이 들썩였다. 정정보도가 시작된 것이다.
[영원한 친구는 없다. 전치 30주 진단받아···] [네 탓 공방하며 불거진 싸움, 가해자들의 파멸···] [뻔뻔한 학폭 가해자, 현장에 침입해 유서 조작해···] [부자 동반 자살 사건의 진실은?]가해자 부모들은 쏟아지는 기사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으나.
태구가 친히 수집한 증거물 앞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들의 화려한 인맥도 재산도 힘을 쓰지 못했다.
자식의 추악한 잘못을 덮어준 대가로 직장을 잃어야 했다.
그들의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 부자 동반 자살 사건 관련 가해자 신상 폭로 채널 등장, 수사 난항.]이름 모를 누군가가 모자이크된 증거 영상을 너튜브에 푼 것이다.
결국 그것들은 완벽하게 사회에서 매장되고 말았다.
“누군가를 때릴 땐 자신을 맞을 각오를 했어야지.”
태구는 쏟아지는 기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다시금 명부책 펼쳐 그것들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그들의 생애는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있었다.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박은솔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 김영훈과 최진웅 마약 중독으로 사망, 윤지섭 객사···’
그리고 생애의 끝.
고통스러운 삶과 어울리는 마지막이 기록되어 있었다.
태구는 어떠한 거리낌도 느끼지 못한 채 명부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