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68)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68화(68/157)
일본 출장 (2)
차에서 내린 태구와 아경을 맞이한 건 작가, 김영채였다. 그녀의 옆으로 제보자와 카메라맨이 있었다. 카메라는 켜져 있었다. 일전에 들은 대로 도착과 동시에 촬영하는 모양이다.
“오시느라 힘드셨죠? 어서 오세요. 이쪽은 사연 보내주신 제보자분들입니다.”
김영채 작가가 옆에 선 제보자를 소개했다.
제보자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 부부였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금은영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 남편 오지훈입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그가 소개와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주름진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토막 난 영혼의 상처 탓이다. 태구가 그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예.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태구라고 합니다. 그보다 몸이 불편해 보이시네요.”
“보기가 영 흉하죠? 그래도 이것도 많이 나아진 거예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거든요.”
오지훈은 머쓱한 웃음을 띠며 내민 손을 거두려 했다. 태구가 제 손을 붙잡길 꺼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태구가 손을 뻗었다.
“좀 보죠.”
“—!”
오지훈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마주 잡은 손끝으로 따스한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시에 손끝을 맴돌던 싸한 한기와 통증이 사그라들었다.
따스한 기운은 손끝을 넘어 그의 온몸 전체를 누볐다.
“흐어, 어어···”
“지금은 좀 어떠세요?”
오지훈은 탄성을 내뱉었고, 태구는 잡은 손을 놓았다.
“괘, 괜찮은 거 같아요. 아니, 괜찮아요!”
오지훈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무릎을 들었다 내렸다 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떨림도 없었다. 대신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어떻게 한순간에 이럴 수가 있는 거죠? 게다가 그 기운은···”
오지훈은 물론이거니와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태구를 향했다.
“퇴마 능력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간 사지가 잘린 것 같은 고통을 느끼셨다 하셨죠?”
“예, 예! 말 그대로 사지가 잘리는 것만 같았죠. 거기다 서늘한 한기가 온몸을 감싸는데,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몸 안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병원 신세를 많이 졌죠. 정신과부터 통증의학과까지 그간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물론 처음에는 진통제도 안 통할만큼 고통이 심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이렇게 손가락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네요.”
6개월 동안 죽기 살기로 치료받았다. 그런데 악수 한 번에 이런 효과를 보다니. 오지훈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의학으로 회복된 게 아닐 겁니다. 제보자님의 몸 안에서 악령의 기운을 느꼈거든요. 다시 말해 그 집을 나오면서, 놈의 본체와 멀어지면서 몸 안에 깃든 악한 기운이 점점 옅어졌기에 미약하게나마 차도를 보인 겁니다. 그러고도 남은 기운은 제가 방금 퇴치했고요.”
“··그, 그럴 수가. 몰랐어요. 저랑 와이프는 그저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래서 몸이 아픈 거로 생각했어요. 그, 그보다 우리 아내 몸도 좀 봐주세요. 우리 아내도 저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어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부인 치료 끝나면 따로 말씀 나누죠.”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틀었다. 그가 금은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카메라맨이 태구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찍었다. 비로소 그의 성력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퇴마라는 능력으로···
***
중년 부부는 마을의 빈집을 빌려 생활하고 있었다. 멀쩡한, 아니 귀신 들린 저들의 집을 두고서 말이다.
그 기간만 벌써 육 개월째라고 했다. 태구 일행은 그들이 머무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도심과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마땅한 숙소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니. 거기다 오래 있을 곳도 아니었다.
“저도 작가님이 말해줘서 알았어요. 아니면 몰랐을 거예요. 그 집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를요.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했어요.”
“어떤 점이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 집에 남자 귀신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요. 물론 우리 부부가 직접 본 귀신은 그 남자 귀신 하나이긴 해요.”
집 앞, 정원에서 마주한 남자 귀신은 안면이 분간 안 갈 정도로 퉁퉁 불어 있었다. 더불어 그런 남자 귀신의 입가에는 벌건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남자 귀신은 마주한 오지훈을 보며 그리 말했었다. 맛있을 것 같다고··· 실로 섬뜩한 말을 내뱉는 남자 귀신의 목소리는 아주 날카로운 쇠를 긁는 음성이었다.
“그런데 한 번은 집안에서 소곤거리는 여자 목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아요. 그런데 그 목소리가 아주 작았어요. 그래서 잘못 들었겠거니 했던 거죠.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 집을 거쳐 간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서요.”
“글쎄요. 확실한 건 가 봐야 알겠죠.”
그렇게 짐을 풀고 제보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밤 10시였다.
“지금 바로 출발하신다고요? 괜찮으시겠어요? 물론 저희야 너무 좋지만서도요.”
오늘 일정은 제보자와의 만남, 인터뷰가 전부였다. 현장 방문까지 하기엔 강행군 일정이 아닌가. 그래서 현장 방문 및 솔루션은 익일 일정으로 잡아뒀는데···
“딱히 피곤하지 않아서요. 또 빨리 끝내면 그만큼 촬영도 일찍 끝나는 거 아닙니까?”
태구가 그럴 거 뭐 있냐는 태도로 나선 것이다.
“그, 그렇죠?”
“그럼, 바로 가죠. 멀리 있는 곳도 아닌데.”
그는 아경이 건네준 도끼를 챙기며 말했다.
달프리카 플랫폼에서 제작해 준 도끼였다.
김영채 작가는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일정을 앞당긴 만큼 빠르게 편집할 수 있었으니.
그러면서도 짐짓 겁이 났다.
집 주변 조사만 했지.
그안으로는 처음 들어가 보기 때문이다.
“무사히 다녀오세요.”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태구 님이잖아. 괜찮을 거야. 괜찮겠지? 흐음. 괜찮을···거야?’
그들은 숙소에 남아 있을 아경이 괜스레 부러워졌다. 그렇다고 안 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태구와 제작진이 숙소를 떠났다.
전형적인 산골짜기 시골 마을.
논과 밭 사이를 두고 오래된 목조가옥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숙소는 마을 초입에 있지만 중년 부부 집은 산밑 바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다.
30분 정도 걸어온 듯싶다.
대나무 담장 앞에서 걸음을 멈춘 태구 일행.
“여기가 바로 제보자···”
같이 온 김영채 작가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도착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담장 너머로 기척이 느껴졌다.
푸드덕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태구 일행의 도착을 반겼다.
까악, 까악—!
“집이에요아악!”
까마귀였다. 집 안쪽, 정원수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까마귀네요.”
“아하하··· 그러게요.”
김영채 작가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비단 놀란 이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으, 으아악!”
돌연 카메라맨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도착과 동시에 목조가택의 전경을 담고 있었다.
집을 둘러싼 신식 담장, 그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이층 목조 가택, 정원수, 날아가는 까마귀 그리고 이층 격자무늬 유리창 너머로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눈동자 넷···
“!”
그건 분명 사람이었다. 흰색 옷을 입고 있는 여인 둘이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댄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저, 저기 사람! 사람 있어요!”
그 눈빛과 마주한 카메라맨은 놀라 소리쳤고.
“어?”
그의 손가락질에 김영채 작가와 태구의 시선이 담장 너머를 향했다. 그러길 잠시, 김영채 작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흐으. 사람이라니. 어디? 까마귀 보고 놀란 거 아냐?”
“무슨 소리야 저기 이층에서 우리 보고 있잖···”
카메라맨은 말을 채 다 내뱉지 못했다.
“이층? 저기? 저기에 있다고? 그게 보여?”
“그러게. 어, 어떻게 봤지? 진짜 사람이 있다 한들 볼 수 있을 리 없는데.”
내뱉은 말 그대로였다.
어둠이 드리워진 빈 집 아닌가.
손에 든 조명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담장 넘어 이층까지 닿을 순 없다.
역시나 다시금 눈을 크게 떠 보면···
‘깜깜해.’
보이는 거라곤 암흑뿐이다.
‘그 옷 색깔까지 보였는데···’
카메라맨은 귀신에 홀린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가 옆에선 태구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제, 제가 잘못 본 거겠죠?”
“흐음.”
태구는 침음을 삼켰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이층에 닿아있었다.
“아뇨. 제대로 봤어요.”
그리고 그 역시 보고 있었다.
카메라맨이 본 눈동자의 주인을.
“에?”
“제보자의 말마따나 집안에 또 다른 영혼이 있네요.”
“사, 사람이 아니라 귀신을 본 거라고요?”
“정말이에요? 아직도 저기 있어요? 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태구와 눈을 마주한 순간.
본능적으로 기운을 거둬들인 영혼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눈엔 안 보이는 상황이고···
허나, 태구의 눈엔 여전히 선명하게 보인다.
그것들이 고개를 젓고 있다.
어쩐지···
“타인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네요.”
그렇다고 안 들어갈 순 없었다.
“어째서일까요.”
“들어가서 물어보면 알겠죠.”
그는 그리 말하며 새하얗게 질린 카메라맨과 김영채 작가에게 기운을 흘려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티겠지.’
둘은 괜스레 마음이 진정됨을 느꼈다. 그들은 거침없는 태구의 태도 덕분이라 생각했다. 성스러운 기운이 그 몸을 감싸고 있단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사이, 태구는 담장 중앙에 설치된 출입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전통 목조가옥과 어울리지 않는 신식문에는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를 본 김영채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중년 부부에게 들은 비밀번호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태구 님. 출입문 비밀 번호가···”
그런데 그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저절로 문이 열리는 게 아니겠나.
끼이이익——
“아, 안 닫혀 있었나 본데?”
카메라맨의 말에 김영채 작가는 고개를 휘저었다.
“이것도 영혼의 짓인가요?”
그러고는 태구에게 물었다. 태구는 작게 열린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대답했다.
“누군가는 들어오길 바라고, 또 누군가는 들어오지 않길 바라는 상황이네요. 일단은 후자부터 만나보죠.”
후자라면 목조주택 2층에 깃든 영혼을 말하는 것일 터.
김영채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구의 뒤를 쫓았다.
그들의 목적지는 명확했다. 집안, 2층 다락이었다.
태구는 작은 정원을 지나 목조가옥의 출입구 미닫이문을 열었다.
현관 너머로 1층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다미가 깔린 공간, 그 옆으로 미닫이문 두 개가 나 있다.
허나 굳이 둘러볼 필요 없었다.
앞서 말했듯 그들의 목적지는 명확했으니.
태구는 곧장 2층으로 향하는 복도를 찾았다.
“제가 먼저 갈게요.”
카메라맨이 선두를 자처했다.
태구의 정면을 담기 위해서였다
중앙은 태구의 자리였고 후미는 김영채 작가의 자리였다.
그렇게 인간 기차 형태로 복도를 지나던 때였다.
와장차창창창—!
요란한 소리가 그들의 고막을 때렸다.
몹시 가까이서 난 소리였다.
“씨, 씨바!”
“꺅!”
셋이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꺾었다.
그들의 바로 옆.
격자무늬 유리창 너머로 나부끼는 검은 깃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