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6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69화(69/157)
일본 출장 (3)
고막을 때린 굉음의 정체는
“···까마귀?”
카메라맨이 내뱉은 말마따나 까마귀였다.
쾅, 쾅쾅—!
별안간 무서운 형세로 날아든 까마귀 무리가 격자무늬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다.
“어머!”
그로 인해 투명한 유리창에 피가 낭자하고.
투둑, 툭.
그 충격에 이기지 못한 까마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검은 하늘에서 검은 까마귀가 비처럼 떨어졌다.
공포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그런 장면을 코앞에서 마주한 카메라맨과 김영채 작가는 침음을 흘렸다.
그러나 딱 거기서 그쳤다. 기절한다거나 패닉에 빠져 이상 행동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게 일반적인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태구가 불어넣어 준 성력의 힘 때문이다.
“으으···”
“허으, 씨발. 진짜 욕이 절로 나오네.”
그 덕에 카메라맨은 욕설을 뇌까리면서도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해서 촬영을 이어 나갔다.
그가 든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까마귀 한 마리가 담긴다.
끼익, 끽, 끽—
금이 간 유리창에 낀 검은색 부리, 생애 마지막이 될 요란한 날갯짓, 요사스럽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
“까아악.”
“까악—!”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돌진하는 까마귀 무리.
유리창을 장애물로 인식한 그것들이 부리와 발톱을 이용해 투명한 유리창을 거세게 내리찍는다.
“대체 왜 저러는 거죠? 귀신에게 들리기라도 한 건가요? 하···”
늘어나는 까마귀 떼를 본 김영채 작가는 부르르 몸을 떨며 물었다.
[가, 오지 마. 나가!] [···다치게 하기 싫어. 제발 다른 곳으로 가, 우리한테 오지 마.]한편, 태구는 두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세 명의 목소리다. 김영채 작가와 위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앳된 영혼의 목소리.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까마귀 무리는 저것들이 불러낸 것임을. 더불어 한 가지 더. 다락에 머문 망령 역시 한국어를 쓰고 있다.
“우리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요.”
“그러니까 저 다락에 있는 귀신이 불렀다는 말이죠?”
맞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태구는 저들의 존재와 사연이 궁금했다.
“예. 우리가 보고 놀라 달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른 거 같네요.”
“어, 으음. 진짜 새는 맞는 거죠? 이게 다 환영 같은 건 아닌 거죠?”
“환영 아니고 현실입니다.”
“사람을 홀릴 수 있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듯 짐승도 부릴 수 있는 건가요? 만일 그렇다면 영적 힘이 아주 강한 영혼 아닌가요?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그 존재 말이에요.”
김영채 작가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이어 나갔고.
‘괜찮겠지?’
카메라맨은 금 간 유리창을 할깃거리며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연 직업 정신이 투철한 직장인들이었다.
태구는 저들의 열의에 성실한 자세로 대응했다.
“그렇죠. 일반적인 영혼에 비한다면 품고 있는 힘이 제법 강한 영혼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망령들이 가지는 힘은 원한과 시간에 기인한다.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망령일수록 악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한을 품은 악귀는 생자에게 재앙을 내릴 수 있다. 생자를 해친 악귀는 그들의 기운을 먹고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키운 힘은 현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악령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악귀가 아니면서도 현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망령이 있다. 다름 아닌 이승에 오래 머물며 그 힘을 키운 망령이다. 다락에 있는 존재가 바로 그러했다.
그러한 설명에 김영채 작가는 흠칫하며 물었다.
“어, 어··· 그럼 저희 위험한 상황인가요?”
“두 분만 계셨다면요.”
“아하하. 지금 그 말씀은 본인이 있으니 괜찮다는 말씀인 거죠?”
하지만 이내 실소하고 만다. 태구의 넘치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태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던 그 순간.
와, 와장차창—!
끄떡없을 것 같던 유리창이 깨지고 말았다.
“어, 어억?”
“꺄악!”
푸드덕, 푸드덕
끝내 집안으로 몸을 드민 까마귀 떼가 태구 일행의 머리 위에서 날갯짓했다.
날카로운 부리로 눈 같은 약한 부위를 쪼아댈 법도 한데 그것들은 그러지 않았다.
저들의 목표는 그저 태구 일행의 발길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카메라맨과 김영채 작가는 당황해 머리를 숙였고.
“뛰, 뛰어···”
“아뇨. 가만히 계세요.”
태구는 뒤늦게 성력을 발산했다. 저들은 볼 수 없는 금빛 광채가 집안에 퍼져나가는 순간이었다.
까악, 까악, 까악—!
“어, 어?”
“뭐야. 갔어요?”
까악, 까악···
멀어지는 울음소리와 더는 느껴지지 않는 날갯짓.
이에 김영채 작가와 카메라맨이 감은 두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무서운 형세로 날아든 까마귀 떼가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고 있었다.
난데없는 까마귀 떼의 습격도 또 그것들의 빠른 태세 전환도 못 믿을 상황의 연속이었다.
“태구 님이 쫓아내신 거죠?”
“어떻게 하신 거예요?”
둘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와 태구를 번갈아 보았다.
‘부딪힌 충격으로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던 건가?’
유리창 너머 바깥, 비처럼 떨어진 까마귀 떼는 없었다.
깨진 유리창과 낭자한 피 그리고 바닥을 뒹구는 검은 깃털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상황을 환영이라 치부해도 됐을 법했다.
“설명하긴 어렵고 퇴마의 일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태구는 이번에도 퇴마의 능력 중 하나라 설명했다. 뭐든 퇴마 기술 중 하나라 설명하면 되니 은근 편했다. 별다른 의심도 하지 않는다. 아, 아닌가? 저를 바라보는 김영채 작가의 시선이 영 이상했다.
“잠시만요.”
“?”
“그러니까 처음부터 쫓아낼 수 있었다는 말씀인 거죠?”
아. 의심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태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예.”
“에? 예라구요? 그런데 왜 두고 보셨던 거예요?”
태구가 카메라맨을 향해 턱짓했다.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방송 분량 챙겨야 하잖아요. 이런 거 찍으려고 온 거 아니에요?”
“···아?”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카메라맨이 황당한 소리를 내며 태구를 쳐다보았다. 김영채 작가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퍽 황당한지 몇 번이고 방송 분량, 분량을 되뇐다. 그러기도 잠시.
“그렇죠. 방송 생각해야죠. 그런데 태구 님. 두 번만 방송 생각했다가 저희 심장 나가떨어지겠어요. 그러니 만약에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냥 먼저 선조치 후 설명해 주심 안 될까요? 실감 나는 분위기와 방송의 재미는 저희가 편집으로 잘 만져볼게요. 네?”
그녀가 양손을 붙인 채 부탁 아닌 부탁을 해온다.
‘성력 덕에 버틸 만할 텐데.’
태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아,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다락으로 가는 내내 초자연적인 현상은 계속될 거예요. 크게 걱정할 건 없겠지만 그래도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예요. 그럼 다시 가죠.”
그렇게 셋은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카메라맨과 김영채 작가는 뻣뻣한 다리를 분주히 움직였다.
이층으로 연결된 목재 계단 앞에 서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꿀꺽.
선두에 선 카메라맨이 침을 꼴깍 삼키며 가파른 계단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이 나란히 올라서기에 그 면적이 매우 좁았다.
이번에도 복도를 거닐 때처럼 인간 기차를 만들어야 할 성싶었다.
허나, 그 순서는 전과 달랐다.
“···저, 태구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계단 오를 때까지만 카메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카메라맨이 그런 부탁을 해 왔기 때문이다.
“뭐 어려울 거 있다고요.”
어려울 것 없는 부탁에 태구는 흔쾌히 카메라가 짊어졌다.
그리고는 자신을 포함해 그 뒤를 따르는 김영채 작가와 카메라맨의 얼굴을 담았다.
나름 그 역시 카메라를 다루는 직업, 인터넷 방송 BJ가 아닌가.
세 사람은 일렬로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끼익, 끼익, 끼익—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집안을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짐짓 섬뜩하여 괜스레 입을 여는 김영채 작가였다.
“그래도 말씀하셨던 것과 다르게 여기까지 오는데 별다른 일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휴우, 태구 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좀 두려웠거든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우윽···”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틀어막는 김영채 작가. 그녀는 지독한 악취를 맡았다. 피 냄새와 무언가 썩는 냄새가 합쳐진 듯하다. 난데없이 악취라니. 태구가 예고했던 초자연적인 현상이 펼쳐진 것이다.
“으, 으으··· 내, 내 손. 내 손 ! 태구님. 태구님!”
동시에 후미에 있던 카메라맨 역시 놀란 소리를 하며 태구를 찾는다. 난간대를 붙잡은 손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축축하면서도 끈적한 무언가가 제 손을 타고 흐르고 있다. 그건 분명 피었다. 그런데 그 피가 마치 게거품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어, 억?”
“!”
허나 그것도 아주 찰나였다. 마치 환영과 환취를 맡은 듯 섬뜩한 현상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태구가 무언갈 했다는 것을.
“괜찮으니 마음 편히 가지고 심호흡하세요. 제 뒤 바짝 따라오시고요.”
그에 둘은 더욱더 악착같이 태구의 뒤를 바짝 쫓았다. 태구의 바로 뒤에 있는 김영채 작가는 거의 업혀 가는 모양새였다.
“김 작가님. 아래에서 물소리 같은 거 들리지 않아요?”
“모, 몰라요. 태구 님이 마음 편히 가지고 따라오라고 했잖아요. 괜히 뒤돌아보지 마오.”
별안간 들리는 물소리, 무언가를 끄는 소리, 찌그덕 찌그덕 귀에 거슬리는 발판 소리, 온몸을 감싸는 한기···
다락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초자연현상은 더욱 거세졌다. 금세 사라지긴 했으나 잠깐의 경험도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중첩되니 아무리 성력 도움을 받고 있다 한들 정신력 소모가 안 될 수 없었다.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까?’
‘다른 출연진들이랑 할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둘은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마침내 다락 앞에 도착한 태구였다.
“엽니다.”
태구는 그리 말하며 미닫이문을 열었다.
드르륵—
과연 본체가 머무는 곳다웠다. 귀기가 살벌했고 피비린내가 썩은 내가 코끝을 스쳤다. 그런 곳에 태구가 들어섰다. 일단 당장 눈앞으론 그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저기구나.’
그것은 천장에 붙어있었다. 1층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유리창, 그 위. 그곳에 아주 작은 몸집을 한 망령이 있었다. 10대 여자 영혼이었다.
거꾸로 매달린 아이의 입가로 허연 거품과 피가 범벅되어 있다. 아이는 초조한 눈빛으로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망령은 생전 죽기 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아이의 행색을 보건대 그 죽음이 실로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피거품이라. 독을 먹은 건가?’
무언가 잘못 먹고 죽은 듯했다. 아니, 죽임을 당한 걸까?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와, 오고 있어. 여기로 올 거야···]대체 뭐가 저 아이를 두렵게 만든 것일까. 태구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망령의 시선을 따라 유리창 너머를 보았다.
‘저 놈이구나.’
그 아래 집안으로 들어서는 망령 하나가 있었다. 집 주인을 괴롭힌 그놈이었다. 그것이 고개를 들어 태구와 시선을 마주한다.
씨익
퉁퉁 불은 보라색 입술을 귀까지 찢어올리는데 그 사이로 검붉은 무언가가 끼어있다.
그사이, 태구의 등 뒤를 바짝 따르던 김영채 작가가 다락으로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드르르륵. 콰쾅!
다락의 문이 닫혔다.
“어, 어어? 태구 님. 작가 님. 문이 안 열려요! 어, 어어어.”
쾅코아쾅쾅쾅—!
“어? 이게 왜 이래.”
문제는 아직 들어오지 못한 이가 있다는 것이다.
문밖에 홀로 남은 카메라맨이 절규하며 문을 걷어찼다.
당황한 김영채 작가가 닫힌 문을 열려 안간힘을 썼다.
허나 열리지 않았다.
남은 망령 하나가 그 문 위에 걸 터 앉아 기운을 쏟아내고 있었으니.
뒤늦게 태구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두 번째 망령을…
[그러게, 오지 말았어야지, 오지 말라고 했잖아. 다 너희들 때문이야. 오고 있어, 그놈이 오고 있단 말이야. 하나, 하나 줬으니까 갈 거야. 우리는 보기 싫어. 무서워.]먼저 본 망령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지만 그 역시 앳된 모양새였다. 아이는 피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