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7화(7/157)
정화의 손길
“일이 끝나면 나와 같이 방송 한 편만 찍자꾸나. 그리고 그 방송에서 나를 홍보해주면 된다.”
태구가 바라는 건 하나.
명성 그리고 명성이었다.
“어엉? 홍보?”
“그래. 너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이 제 발로 나에게 찾아오게끔 홍보해 달라는 말이다.”
“아아— 요컨대 점집 홍보를 해달라? 하, 하하. 내가 진짜 별별 광고 다 받아봤는데 이런 건 또 처음이네. 아무튼 오케이, 접수. 내가 아주 기깔나게 광고 때려줄게.”
흑룡은 기막혀하면서도 하겠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으니까.
다만 서로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성공적인 퇴마가 이행되어야 했다.
그런 이유로 태구가 물었다.
“하면, 지난 사흘간 무얼 했는지 또 어딜 갔는지 읊어보거라.”
망령의 기운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상남의 집에서 느낀 기운과 오늘 쫓아낸 기운은 분명 같았다.
그 말인 즉슨 기운의 본체는 흑룡의 주변에 있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첫날엔 진단서 떼러 병원에 갔고. 잠만.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다 걸고 상남이 형이 고소하라고 부추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 병원은 자주 가는 병원이냐?”
“크흠. 처음 가본 곳이었어.”
처음이라···
그렇다면 병원은 아니겠고.
“다음은?”
“그러고는 집으로 갔지? 집 가서 못다 푼 이삿짐도 정리하고 잠도 푹 자고···그러다가 갑자기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다니던 병원 가서 수면제 타오고, 그러다 그 영상 봤고···”
“됐다.”
“응?”
“아무래도 그 집에 본체가 있는 것 같구나.”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그저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물어본 것일 뿐. 그렇게 목적지가 정해졌다.
태구는 출발에 앞서 심상의 신전에 들렀다.
신의 권능을 다시금 부여받은 이상 신성 주문에 연연할 필요 없다. 그보다 더욱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니.
그리고 그러한 ‘스킬’은 심상의 신전 상층부에 위치한 스킬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습득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다.
[신성력 10을 사용합니다.] [정화의 손길을 익힙니다.]그렇게 준비를 마친 태구는 흑룡과 함께 그의 집을 찾았다.
“여기야, 우리 집.”
오면서 들은 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했다.
흑룡의 집은 연식 있어 보이는 2층짜리 주택이었다.
1층은 방송 스튜디오로, 2층은 개인 공간으로 사용한다고도 했다.
“그럼, 여, 열까?”
“방송은 언제 켤 생각이냐?”
“아, 아. 맞다. 방송! 지금 킬까? 아니면 들어가서 확인하고 킬까? 어떻게 하지? 그, 그보다 뭔가 느껴지긴 해? 진짜 우리 집에 귀신이 있는 것 같아? 아직은 모르려나···”
대문 앞에 선 흑룡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달풍 이야기에 눈을 반짝일 땐 언제고, 이제야 좀 긴장이 되나 보다.
거기에 태구가 불을 지폈다.
“저기 보이는구나.”
말을 하는 태구의 시선이 대문 너머 이층으로 향한다.
“아, 장난치지 말고.”
“우리가 장난칠 사이더냐?”
“···진짜 뭐가 보인단 말이야? 어디에 있는데?”
태구는 2층 외벽을 보며 턱짓했다.
그곳에 그것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미와 같이 양팔과 양다리를 쩍 벌린 채 벽에 붙어 있었다.
인간의 껍데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새하얀 혼백은 검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조금만 늦었으면 악령이 되었겠어.’
악령의 혼백은 보통 붉은색을 띤다. 검은 혼백이 원한을 갖고 사람을 잡아먹게 되면 악령으로 진화하게 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진 가지 않은 듯 보인다.
태구가 견적을 내는 사이, 흑룡이 바들바들 몸을 떨며 말을 걸어왔다.
“아씨. 그렇게 말하니까 쫄려서 못 들어가겠어. 태, 태구야. 내가 꼭 같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냥 너 혼자 들어가면 안 될까. 대충 끝나고 나 부르면 그때 들어가···”
곤란했다.
“방송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더냐.”
더욱이 흑룡이 미끼 역할을 자처해야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다. 다행히 흑룡은 ‘방송’이란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어. 그래. 맞아. 방송, 방송해야지. 하아···”
과연 자낳괴스러운 면모였다. 그는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려움은 그렇게 달풍 앞에서 바스러졌다.
“후, 후. 됐어. 이제 진정 좀 됐어. 들어가자. 방송도 지금 켤게. 대신 만약에 진짜 만약에 돌발 상황 발생하면 바로 나한테 말해줘야 한다? 너 혼자 내빼기 없기다? 진짜 진지하게 약속하는 거야. 어? 나, 네 고객인 거 잊지 마.”
“알았으니 이제 좀 들어가자.”
그렇게 흑룡은 대문을 열었고 동시에 방송을 켰다.
“하잉. 나 흑룡. 어어, 실방 맞아. 일부러 잠수 탄 거 아니야. 진짜 큰 소식 가져왔다. 후, 시간 끄는 게 아니라 마음의 준비하는 거다. 새끼야. 일단 빠르게 상황 설명할게. 하아, 잠만. 말하려니까 또 심장 뛰네.”
흑룡은 이제 막 들어오는 시청자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태구는 앞장서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성력은 숨긴 상태다. 혹여 저것이 신성력에 놀라 달아나면 어쩌나. 괜히 일만 복잡해지고 성가셔진다.
다행히 그것은 그런 줄도 모르고 번개 같은 속도로 흑룡과 태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슈슥, 스스슥—
타깃은 익숙한 냄새를 풍기는 흑룡이다.
그것은 익숙하게 흑룡의 어깨에 매달려 그 시커먼 얼굴을 귓가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였다.
[나만 두고 갔어. 죽일 거야. 죽여버려. 죽이자.]“그래서 지금 태구랑 같이 우리 집에 왔어. 어어, 신내림 받았다고 하더라고. 그날도 내 뒤에 붙은 귀신 떼어내 준거래. 그러니까 오늘 방송은 본격 퇴마 방송이다. 이거야. 야, 호구 당했다는 놈 누구야. 저거 영구 밴 처리해. 장난 아니라고. 너희도 그 영상 봐서 알잖아.”
[고통스럽게 죽여야 해, 나처럼, 나처럼.]이윽고 그것이 검은 혀를 길게 내빼 흑룡의 목에 둘둘 감아대기 시작했다.
“크흠, 큼.”
흑룡은 헛기침하며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문득 목이 갑갑해진 것이다. 그러다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태구와 눈을 마주했다.
“크흠, 큼. 왜. 무슨 문제 있어?”
“가만히 있거라.”
“왜, 뭔데···”
태구가 날렵하게 손을 뻗었다. 흑룡은 본능적으로 목을 빼며 어깨를 접었고.
“허윽!”
태구의 손은 마침내 그것에게 닿았다. 이젠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을 터. 태구는 봉인해둔 신성력을 풀며 스킬을 사용했다.
[정화의 손길]– 망자의 기억을 읽어 생전 품은 한을 확인한다.
– 한만 남은 망자의 혼에 이성을 불어넣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끼아아악—!]뒤늦게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그것이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태구는 꼼짝없이 제 손에 붙들린 그것의 한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
여자가 보인다. 뭐가 그리 기쁜지 여자는 싱글벙글 웃음을 띤 채 현관문을 열어젖힌다.
‘응? 작업실에 있는 줄 알았더니 집에 있나 보네.’
그녀의 생각과 들뜬 마음도 느껴진다. 태구는 완벽한 관조자가 되어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혈육에게 전해 줄 말이 있어 연락도 없이 동생의 집을 찾았다.
그런데 그 시간, 동생이 집에 있을 줄은 몰랐던 것 같다. 하물며 남자와 같이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쳇, 연애 안 한다더니 거짓말은. 기집애.’
여자는 현관에 놓인 신발 두 켤레를 보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고는 다시금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얼핏 본 남자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어? 저거···’
그녀가 남편에게 사준 신발과 같은 모델이었다. 심지어 때가 탄 부분마저 같았다.
“아, 오빠. 그만해. 오늘은 진짜 안돼.”
“왜애.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진짜 안 된다니까? 오늘만이 아니라 당분간 못해. 그렇게 하고 싶으면 언니랑 하던가.”
“우리 애기가 갑자기 왜 그럴까. 설마 저번에 그 일 때문에 그래? 그때 말했지만 정말 술에 취해서 그랬던 거야. 순간 넌 줄 알았다니까··· 그러니까 화 풀어. 애기야. 그때 이후로 걔한텐 손도 안 댄다고! 응?”
얼핏 들리는 목소리마저 남편의 목소리와 같다.
이것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그렇다면 출장 간 남편은 왜 여동생 집에 있으며, 저들이 나눈 대화는 또 뭐란 말인가.
여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거실을 가로질렀다. 대화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 일 때문에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그게, 실은 나 임신했어.”
“어?”
“오빠 애 임신했다고.”
여자는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었다. 문밖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두 사람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나간다.
“···”
“왜 말이 없어. 내가 임신했다고 하니까 겁나? 아니면 이제와서 후회라도 되는 거야?”
“아, 아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너무 놀라서 그러니까 너무 뜻밖이라서··· 후우. 잠만 다시 물을게. 진짜야? 테스트기 해 봤어?”
“병원에서 확인한 거야. 초음파도 받았고 심장 소리까지 들었어. 미리 말하는데 오빠가 후회하든 말든 난 이 아이 낳을 거야.”
“하, 하하. 당연하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후회는 무슨.”
“칫, 그럼 진즉 그렇게 웃었어야지! 괜히 걱정했잖아.”
“진짜 놀라서 안 믿겨서 그랬던 거야.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너는 상상도 못 할 거야. 하하, 하하. 내가 진짜 아빠가 됐다니! 내가 아빠가 됐어! 지민아! 내 볼 한 번만 꼬집어 봐.”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내가 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애기 심장 소리 한번 들어보자. 이리 와 봐!”
깨가 쏟아지는 대화에 구역감이 치민다.
여자는 역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가야, 내가 네 아빠야. 아빠 목소리 들리니?”
“푸흐. 간지러워.”
“우리 애기 빨리 보고 싶다.”
“그러려면 서류 정리 서둘러야 하는 거 알지?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이렇게 숨어서 오빠 만나는 거라지만, 우리 애기는 아니야. 우리 둘이 같이 책임져야 해.”
“당연하지! 애기 나오기 전까지 재산 정리 다 끝내 놓을게. 우리 셋 행복하게 살자. 너도 마음 독하게 먹어.”
“내가 말했잖아. 나한텐 오빠가 전부라고. 내 걱정은 마.”
더 들을 말도, 들을 자신도 없다. 여자는 이를 악물며 문을 열어젖혔다.
예상대로 신발의 주인은 남편이었다. 그녀가 사준 침대 위에 두 사람이 누워 있다.
남편은 동생의 배에 얼굴을 가져다 댄 상태였고, 여동생은 그런 남편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저 두 사람이—!
“약속 지켜야···어?”
“···!
그런 둘도 뒤늦게 여자를 발견한다. 둘은 귀신이라도 본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어, 언니?”
“여보?”
여자는 말없이 그들에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남편의 머리통을 때렸고.
쫘악—!
“꺄악!”
이어서 여동생의 손목을 잡아채 침대 밖으로 끄집어냈다.
“아, 아파. 언니 아파! 손 좀 놓고 이야기해. 응?”
“입 닥치고 따라 나와. 병원 가게.”
“병원이라니. 오, 오빠! 언니 좀 말려봐. 아악!”
여자의 거침없는 행동에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장 그 손 못 놔?”
그러고는 거칠게 여자를 밀며 그녀의 여동생을 품에 안는다. 아주 소중한 보물인 마냥.
“어, 어?”
반면 여자는 보호받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에 의해 떠밀렸다.
‘안돼!’
순간 위험을 직감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그녀는 배가 아닌 머리를 보호했어야 했다.
콰쾅!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넘어지면서 화장대 모서리에 머리를 박은 것이다.
“아, 아··· 사, 살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여자는 바닥에 널브러져 힘겹게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도 한 손은 여전히 배를 감싸고 있다.
“어, 어떡해. 언니!”
“119, 119··· 괜찮아, 괜, 괜찮을 거야.”
둘도 이런 상황을 원한 건 아니었다. 여동생은 본능적으로 여자에게 달려왔고, 남편도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피, 피··· 어으. 언니 괜찮아? 나 보이지?”
“아, 아···”
여자는 연거푸 입을 달싹이며 도움을 청했다. 여동생이 언니의 손을 붙잡으며 대꾸했다.
“오빠가 119 부를 거야. 걱정하지 마. 금방, 금방 올 거야. 흐으. 이거 어떡해 정말···”
“아, 아가···”
“!”
그때였다. 여동생의 얼굴 한쪽이 일그러졌다. 불안한 눈빛도 사납게 바뀌었다. 언니가 되뇌던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은 모양이다.
걱정, 두려움, 정이라는 감정은 질투라는 추악한 욕망 아래 지워졌다. 새삼 다가올 앞일이 그려졌다. 동생은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오빠, 하지 마.”
그다음 잽싸게 남편의 소매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하지 마, 전화하지 마. 하면 안 돼!
“어?”
“하지 말라고—!”
“지, 지민아.”
“병원 가서 치료하면 뭐? 언니가 구해줘서 고맙다고 하겠어? 잘 생각해. 조금 전에도 봤잖아. 나랑 우리 애기한테 어떤 짓을 하려고 했는지···”
“그, 그럼 어쩌자고···”
“오빠가 그랬지?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거라고. 정말 그럴 수 있어? 나랑 우리 애기 위해서 뭐든 다 할 수 있겠냐고!”
피를 나눈 여동생과 백년해로를 약속한 배우자. 둘은 그렇게 그녀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