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70화(70/157)
[전체수정] 일본 출장 (4)쾅쾅쾅쾅쾅—!
홀로 남은 카메라맨은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문을 걷어찼다.
“문 좀 열어주세요. 장난 하지 말고요. 흐어어. 나 진짜 죽을 것 같다고요.”
“잠시만요. 진정 좀 해봐요. 금방 열 거예요. 열고 있어요.”
김영채 작가는 그리 말하며 온 힘을 다해 문을 밀었다.
“씨발.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고. 아아악, 아냐. 아니에요. 김 작가님 욕해서 미안해요.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그랬어요. 화난 거 아니죠? 지금 열고 있는 거 맞죠?”
“네네.”
“그런데 왜 김작가님만 말하는 건데요. 태구 님은 뭐해요? 흐으. 나 진짜 너무 무서워요.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단 말이에요. 물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같은데··· 태구님, 태구 님?”
하지만 문은 꿈쩍하지 않았고 혼자 남은 카메라맨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난데없이 코끝을 스치는 악취 때문이다. 피비린내에 이어 이번에는 물비린내였다.
게다가.
끼익, 뚜두둑, 덜그럭, 뚝뚝, 까각.
정체불명의 소음까지 그의 불안을 가중한다.
‘뭐야. 물 떨어지는 소리? 다리 끄는 소리? 아냐. 아니야. 상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마! 그래. 보너스 받는 생각 하자. 이번 편 대박 나서 보너스 받으면 뭐, 뭐부터 사지? 신상 카메라···는 무슨 부적부터 사야겠어. 쌰앙!’
폰금융 치료를 시도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어렴풋이 들리던 소음이 실시간으로 커져가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 정체를 알 것도 같다.
중년 부부를 괴롭게 만든 존재, 태구 일행에게 문을 열어 준 존재, 그놈이다.
그놈이 저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카메라 감독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거푸 문을 걷어찼다.
쾅쾅쾅쾅쾅쾅쾅.
“그게 나한테 오고 있어요. 그놈이 나도 우물에 빠뜨릴지도 몰라요. 아, 아··· 어떡해. 빨리요. 빨리! 제발 좀 서둘러요.”
“잠깐만요. 태구 님. 태구 님! 그러고 있지 말고 좀 도와주세요.”
긴박한 상황에 김영채 작가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태구는 대답 대신 문 위를 바라보았다. 태구의 동공에 아이가 담겼다. 문 위에 올라선 아이는 필사적이었다. 아이는 제 기운을 태우면서 문을 막고 있었다.
[다 너희들 때문이야. 그놈이 여기로 오고 있어. 그놈이 오고 있어···]그놈이 부르는 존재가 그리 두려운가 보다. 아이의 어투와 눈빛에서 느껴졌다. 아이는 그놈을 무서워하면서 증오하고 있었다.
죽어서도 그놈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그래서 카메라맨을 제물로 사용하려는 모양이지.
허나, 그래서는 안 된다.
“거기서 내려와. 네가 그러고 있으면 바깥에 있는 사람이 위험해 질 거야. 그런 걸 바라지는 않잖아.”
태구가 아이에게 손을 뻗으며 어르듯이 말했다.
[너 뭐야. 우리가 보여? 우리가···]그에 악다구니를 지르며 귀기를 발산하던 아이가 태구와 눈을 마주한다.
긴가민가했는데 확실하다. 저 남자는 자신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남자는 특이한 기운을 갖고 있었다.
자꾸만 저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저도 모르게 남자를 향해 손을 뻗게 되는 특별한 기운···
“보이기만 할까. 너랑 이렇듯 대화도 나누고 있잖아? 그러니까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내려와서 얘기 좀 하자.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건지, 또 그놈이 너희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봐. 말하기 힘들면 이 손만 잡아도 충분해. 억울한 일을 당했거든 내가 도와줄게.”
그런 남자가 자신을 보며 도와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생전 제게 손을 내밀었던 그것들이 생각난 것이다. 도와주겠다는 말은 아이의 발작 버튼이었다.
[도움? 네놈들 도움 같은 거 필요 없어아아아아악!]아이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귀기를 발산헀다.
와장창창창창—!
그로 인해 다락 유리창이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치직, 치지직, 필요 없어아아악 !]김영채 작가가 챙겨온 고스트박스가 자동으로 켜지기까지 했다.
그러한 현상에 깜짝 놀란 김영채 작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주저앉고 말았다.
이어서 차가운 얼음에 몸을 맞댄 듯 온몸이 벌벌 떨려온다. 지독한 한기가 온몸을 덮쳤다. 딱딱딱. 김영채 작가는 몸을 감싸며 이를 떨었다.
“으, 으으으···”
문밖, 별안간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 카메라 감독이 동요해 소리쳤다.
“안쪽에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래요. 김 작가!”
“흐으. 무, 문을 막고 있는 망령이 있나 봐요. 태구 님이 그 망령이랑 대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왜요? 히이익!”
저쪽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뒤늦게 카메라맨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한다. 김영채 작가는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물어봤자 그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대신 그녀는 태구를 찾았다.
“태구 님?”
“놀랐죠? 자세한 설명은 조금 있다 해드릴게요. 우선 카메라 감독님부터 안으로 모시죠.”
태구는 저를 바라보고 있는 김영채 작가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대화는 튼 것 같다고.
결국 방법은 하나였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태구는 결심대로 성력을 끌어올리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압도적인 힘이 귀기를 몰아냈다. 따스한 기운은 김영채 작가의 몸을 덮었고.
더그럭, 더그럭. 끼익—
별안간 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 무거운 돌덩이를 올려둔 것처럼 꼼짝하지 않던 문이 흔들리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덜컥.
그는 잽싸게 문을 열고 다락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렇게 비로소 일행과 합류하게 된 카메라 감독이었다.
“흐어, 허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 카메라맨의 몰골은 형편없었다. 그 짧은 사이,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웃옷이 다 젖어 있었고 두 다리는 잘 익은 국수처럼 흐물흐물 떨리고 있었다.
허나 그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이제 살았구나 싶은 것이다. 고작 한 걸음 차이인데 바깥은 지옥 같고 이곳은 천국 같다. 공기부터가 달랐다.
게다가 귓가를 스치던 소름 끼치는 소음도, 난데없이 온몸을 에워싸던 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겨우 한 걸음 차이인데, 고작 문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말이다.
“진짜 혼자 도망이라도 쳐야 하나 싶었는데···어억?”
문제는 소음 대신 이상한 게 보였다. 카메라맨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김영채 작가도 급히 고개를 돌렸다.
거무튀튀한 그림자 형태가 태구의 품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참, 직업정신 무섭다고.
‘···문을 막아서고 있던 망령?’
그런 생각을 하며 슬금슬금 카메라로 손을 뻗는 카메라맨이었다.
아무튼 그들의 생각대로 검은 형태는 문 위를 지키고 있는 망령이었다.
망령은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태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건들지마아아아——!]보통은 꼬리를 말거나 도와달라고 청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데 아이는 저항을 택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음에도 말이다.
독기 어린 그 모습에 괜히 씁쓸함을 느꼈다.
[우리 언니한테, 가지마아아악!]그러는 사이 태구의 뒤에 서 있던 망령도 덩달아 날뛰기 시작한다. 짜기라도 한 듯 둘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물어뜯기기라도 할 생각인가?’
오히려 좋았다. 굳이 다가가 손을 내밀지 않아도 됐으니. 그렇게 날아드는 아이의 입에서는 피거품이 역류하고 있었다.
구르르, 꾸르르륵—
김영채와 카메라맨이 봤다면 정신을 놓아버릴 만큼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지금도 저렇듯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어쩄든 태구는 제게 달려드는 아이들을 향해 서슴없이 손을 뻗었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어울리지 않는 따스한 기운이 그들의 몸을 덮었다.
그 순간, 둘의 생애가 보였다.
***
휘영청 달 밝은 밤.
기모노 차림을 한 남자가 정원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다 늦은 밤에 어딜 가려고?”
그가 살금살금 걸어가는 두 소녀를 보며 입을 연다. 복색과 행색은 일본인인데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한국어다.
“!”
“어, 언니···”
그런 남자의 목소리에 소녀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기도 잠시. 한 뼘 정도 더 큰 소녀가 얼굴을 굳히며 그렇게 말한다.
“더 이상 폐 끼쳐서는 안 될 것 같아서요. 그, 그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제 더 도와주지 않으셔도 돼요. 고향은 저희가 알아서 갈게요. 감사했습니다. 가자, 분이야.”
그러고는 작은 아이의 손을 붙잡고 잽싸게 정원을 가로지른다. 그 모습을 본 남자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성큼성큼 소녀들의 뒤를 따랐다. 아무리 봐도 곱게 보내줄 기세가 아니다.
“어어? 아니지, 그렇게 가면 안 되지!”
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사나운 손길로 작은 아이의 머리칼을 잡아챈다.
“아아악! 언니!”
아주 작고 마른 아이의 비명에도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분, 분이야!”
“아악!”
폭력에 익숙한 놈인 듯 보였다. 싱글벙글 웃는 모양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저씨 왜 이래요. 이거 놔요! 놔주세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낯선 땅을 헤매는 동포가 불쌍해서, 누이 같아서 몰래 거둬줬더니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 고맙다는 말도 없이 야반 도주? 이런 상황에 내가 화가 안 나겠니?”
남자의 말에 순간 머리칼을 잡힌 아이가 빼액 고함을 내지른다.
“거짓말! 아저씨는 거짓말쟁이야. 누이는 무슨, 아아악 ! 우리가 다 봤어! 아저씨 사업하는 사람 아니잖아. 조선인들 고혈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사람이잖아. 월급 달라고 찾아온 사람들 때리고, 욕하고, 죽이고아아악! 우리도 일본 놈한테 팔려고 그러려고 먹이고 재워준거잖아! 다 들었어, 내가 다 들었어! 이 더러운 나야 가시라(탄광부 모집 알선업자)!”
“오호. 이런 쥐새끼 같은 년 좀 보게나. 그걸 몰래 숨어 듣고 있었어? 그래. 차라리 잘 됐지!”
“아, 아··· 안돼. 말하지 마. 분이야 안돼.”
동생, 분이의 악다구니에 언니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남자의 손을 붙들고 늘어진다.
“잘못했어요. 제 동생이 아직 어려서, 그, 그래서 말을 저렇게 하는 거예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우리 좀 그냥 보내주세요. 같은 민족이잖아요. 제, 제발요.”
남자가 입을 귀까지 찢으며 대답했다. 그 손은 여전히 아이의 머리채를 쥐고 있었다.
“이 더러운 나야 가시라가 너희를 그냥 보내줄 것 같아? 흐흐흐. 동생 살리고 싶거든 따라 들어와.”
“언니, 가. 그냥 가—!”
쫘아아악! 남자의 손길을 무자비했고 언니에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잠시 후.
남자에 의해 다락에 갇힌 두 소녀가 보인다.
“언니야. 그냥 우리 어매한테 가자. 저 나쁜 아저씨 말 듣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
아이의 몰골은 엉망이었으나 그 눈빛만은 형형했다. 동생, 분이가 결심한 듯 말한다.
“분이야 많이 아팠지. 미안해. 언니가 또 속아서 미안해. 그냥 그때 어매한테 갔어야 했는데, 뭐 한다고 저 남자를 따라와서 이런 꼴까지 보고, 흐윽.”
“괜찮아. 지금이라도 가면 되잖아. 가자, 언니야.”
“어매가 왜 왔냐고 크게 혼낼 텐데. 그래도 갈까? 무섭지 않아?”
“그럼 혼나지 뭐. 잔뜩 혼나고 나면 감자도 삶아줄 텐데. 뭐가 무섭다고 그래?”
“······”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워. 내가 무서운 건 언니가 나 때문에 저놈 말 듣는 거, 그게 무서워. 죽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게 더 무서워.”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그런 아이의 말에 순간 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게 더 무섭다. 근데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언니가 말끝을 흐렸다. 동생, 분이는 언니의 걱정을 알아차렸다. 분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언니야. 고향에 갈 수 있을 거야. 육신이 없으면 더 자유로이 갈 수 있겠지. 언니랑 손잡고 어매 묻은 그곳으로 가자.”
그러면서 품 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탈출한 공장에서 모아온 쥐약이었다. 둘은 그때까지만해도 몰랐다. 몸서리치게 싫은 이땅에 영영 얽매이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