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73화(73/157)
일본 출장 (7)
심상의 신전 아래층에 처박힌 악령은 생전 더러운 나야 가시라라고 불렸다.
놈은 일본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위험한 노역장에 조선인 인부를 공급했고, 그들이 피땀 흘려 번 월급을 착취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가 수많은 조선인 인부를 공급했던 노역장이 있다.
탄광산에 위치한 ‘다로 탄광’
다락에 머물던 소녀들도 그곳을 방문하던 길에 마주했었지.
놈의 생전 이력을 훑어본 태구는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세월 다락에 발이 묶인 소녀들처럼 징용당한 조선인 인부들 역시 그러고 있을까 봐.
마음이 쓰였다.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이대로 돌아갈 순 없었다.
“하아. 고작 한 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는 건지··· 진짜 개새끼, 아니 개새끼라는 욕도 아깝지!”
그 말을 들은 카메라맨은 나직이 욕설을 뇌까렸고.
“그런 이유라면 어떻게서든 가야죠. 다로 탄광이라구요? 일단 정확한 위치부터 검색해 볼게요. 그런데 지금 바로 가실 거예요? 날 밝으면 가시지 않고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잖아요.”
“알겠어요. 잠시만요.”
김영채 작가는 복잡한 표정으로 목적지를 찾아보았다.
당연하게도 탄광은 폐쇄된 상태였다.
탄광 부지는 ‘다로 골프장’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촬영 협조가 필요할 성싶었으나 우선은 그냥 가기로 했다.
“그래도 갱도 입구는 살아있나 봐요. 찾아보니 그 앞에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위령비를 세워둔 모양이에요. 골프장 바깥쪽에 있다고 하니 이쪽으로 가면 되겠어요.”
다행히 그 흔적이 다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그 흔적이 없어졌다 해도 태구에겐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탄 차량은 탄광산을 향했다.
차를 타고 30분 정도 갔을까.
울창한 삼나무 숲속이 그들을 반겼다.
“골프장 입구에서 왼편으로 빠지면 된다고 나와 있긴 한데···”
새벽 3시.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가려고 하는 곳은 오래전에 폐쇄된 갱도 입구가 아닌가.
위령탑을 세워놨다 한들 찾는 이가 없어 온전한 길이 없다.
숲속을 누비면서 찾아야 한다. 이 새벽에 말이다. 실로 위험천만한 야간 산행이었다.
태구가 없었더라면 말이다.
“이쪽이에요.”
초행길임에도 태구의 걸음을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길을 찾지 않았다. 그저 귀기를 좇아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산 안쪽에서 강렬한 귀기와 그의 예민한 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태구는 저곳에 그들이 있음을 확신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거뭇거뭇한 돌이 보였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뒀다는 위령비였다.
“저거 그 위령비 맞는 것 같은데···”
“태구 님 여기 처음 오시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렇게 한 번에 찾아요? 망령에 물어보기라도 한 거예요?”
김영채 작가와 카메라맨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첩착한 얼굴을 하며 위령비에 시선을 돌렸다. 위령비는 관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이럴 거면 뭐 한다고 세워둔 것인지···
제작진이 그런 생각을 하던 때, 태구의 입이 열렸다.
“물어보진 않았고 기운이 느껴져서요. 또 들리는 목소리도 있고.”
“지, 지금 여기 있어요?”
“아뇨. 없어요. 그러니까 대충 다 찍었으면 다시 이동하죠.”
“여기 없다구요?”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둔 위령비, 허나 희생자는 그 근처에 없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셋은 다시금 걸음을 옮겼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동묘지?”
김영채 작가의 말마따나 태구 일행이 도착한 곳은 공동묘지였다. 태구는 그곳에서 강렬한 귀기를 느꼈다. 더불어 구슬픈 노랫가락이 그의 귓가를 때린다. 이 소리를 듣고 확신하여 찾아온 것이리라.
마치 제 진세를 타령하는 듯한 음울한 가락이다. 묘지를 가로지를수록 서글픈 노랫가락은 더욱 선명하게 들려온다.
[눈물을 흘리면서 편지를 썼네. 어머니 장에서 쌀가루 부쳐 왔네. 쌀가루 받아 들고 눈물만 흘렸네. 보따리 풀어서 쌀가루 집어 먹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 불러 봤네. 어머니 소리도 크게 못 부르고 감독 놈 겁이 나서 가만히 불러봤네.]그러던 때, 김영채 작가가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손가락을 뻗는다. 장대한 일본인 묘지 옆으로 자그마한 입석이 세워진 공간이 보인다. 사람의 묘지로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저곳이 아닐까 싶었는데···
“태구님, 설마 저기에요? 저기에 묻혀 계신 거예요?”
“강아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 묘네요.”
태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
“안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죠.”
김영채 작가와 카메라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발길을 분주히 놀렸다. 태구는 공동묘지의 끝자락에서 걸음을 멈췄다. 어떠한 표식 하나 없는 숲 길바닥 위였다.
“다들 여기 있네요.”
“···여기에 묻혀 있다는 말이에요?”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그들이 묻혀 있다.
“대체 어디예요? 개나 고양이도 무덤이 있는데 여긴 무덤 하나 없잖아요. 묘비 하나 없잖아요. 애완동물 묘에 쓴 입석 하나 없는데 대체 어디에 묻혀 있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재를 뒤집어쓴 망령들.
그들이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 뭉쳐있다.
누울 곳 하나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몸을 웅크린 채 서글픈 노랫가락을 부르고 있다.
그 아래로 검은색 돌이 번쩍인다.
“작가님 발밑에 그 돌부리. 그게 그들의 비석이고 무덤이에요.”
“···무슨”
“보타석이라는 암석이라네요.”
처음엔 같은 동료들이 죽으면 일본인 간부 몰래 유골을 가져와 이곳에 묻어주었다. 그 표식으로 탄광에서 가져나온 폐광석을 비석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종전 직후, 일제가 탄광 노동부를 집단 학살해 이곳에 매장한 것이다.
생전 일본인에게 억압당한 그들은 죽어서도 평온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태구 일행이 나타났음에도 그들은 그저 서글픈 노랫가락만 부르고 있었다. 그러한 반응이 태구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배가 고파요, 어머니 보고 싶소, 고향에 가고 싶소.]“···내가 데려다줄게요. 같이 갑시다. 이제 여기 더 있을 필요 없어요.”
태구는 이를 악물며 신성력을 개방했다. 그 수가 얼마가 됐든 다 품고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백색 광채가 공동묘지를 휘감았고, 수백에 달하는 망령들이 정화되는 순간이었다. 검은색 잿가루가 바람결에 휘날렸다.
***
본래 계획은 그러했다.
방송 촬영이 끝나면 아경과 함께 여유롭게 일본 여행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서둘러 귀국길에 오르게 된 태구였다.
수거한 망령들의 공통된 원념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다락에 머문 소녀들과 같은 한을 품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조국 땅을 밟고 싶어요.]꿈에 그리던 조국의 풍경을 보고 싶어 했다.
[배가 너무 고파요. 밥 좀 주세요.]일부는 하얀 쌀밥을 원 없이 먹고 싶어 하기도 했다.
후자는 신전 안에서도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원념이었다. 허나, 전자는 달랐다. 그래서 빠르게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디가 좋으려나···’
그는 한국으로 오는 내내 고민했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서울 도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관악산 정상.
그곳에 오른 태구는 신전을 열어 수거한 망령 전체를 현계로 불러냈다.
“그토록 밟고 싶다던 조국, 대한민국입니다.”
“!”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망령들, 그 수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여기가···”
“내 고향 조선입니까.”
“후우웁.”
그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가로 물기가 촉촉이 차올랐고, 숨을 쉴 필요가 없음에도 깊은숨을 들이마시려고 했다. 조국의 공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성싶었다.
그런 망령들 근처로 검은색 의복을 입은 차사가 있었다. 객사한 망령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객사 차사였다. 대량의 망자를 수거한 태구가 저승에 연락을 넣어 따로 부른 것이리라.
“저기 아래 보이는 마을은···”
태구는 멍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는 망령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서울입니다.”
“서울?”
“과거에는 경성이라고 불렸죠.”
“아··· 참으로 많이 변했네요. 나만 빼고 다 변했어요.”
신세 타령가를 부르던 광부 망령이었다.
“많이 낯설죠? 고향에 가보면 알겠지만 그곳도 꿈에 그리던 풍경은 아닐 겁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잖아요.”
“내 고향이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로 변했다고 한들 그곳이 내 고향임은 변하지 않겠지요. 나는 그 황무지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를 아니 우릴 이곳으로 데려와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끔찍한 땅에서 우릴 빼내어 줘서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그는 태구의 말에 고개를 휘휘 저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아이 둘도 태구의 소매를 붙들며 같은 말을 한다.
“다들 도와주겠다며, 좋은 곳에 데려다주겠다고 거짓말만 했는데··· 아저씨는 거짓말 안 했어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나도요! 아저씨가 그 집에 와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요.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도와달라고 할 걸 그랬어요. 헤에.”
다락에 머물던 소녀들이었다. 태구는 아이들의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말을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은 약속을 지킨 게 아니지. 어머니가 묻힌 고향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잖아.”
“그렇지만 데려가 주실 거잖아요. 그럼 지킨 거나 다름없죠.”
언니 망령이 눈꼬리를 접으며 말했다. 그 말에 태구는 힐깃 객사 차사를 바라보았다. 조국에 발을 디딘 망령들은 곧장 저승으로 가지 않는다. 가기 전,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고향에 먼저 들르게 될 터였다. 그 길잡이가 바로 객사 차사였다.
“대신 내가 아니라 저기 저 차사가 데려가 줄 거야. 그리고 나면···”
“저승에 가게 되겠죠?”
“그렇겠지. 그런데 별일 없을 거야.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따라가면 돼.”
제 목숨을 끊는 살생죄를 지었으나 문제는 없을 터다. 그가 뽑아두고 온 선업이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태구는 자신 있게 걱정말라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언니 망령과 대화를 나누던 때.
“아저씨.”
동생, 분이가 눈을 반짝이며 태구의 소매를 흔든다.
“응?”
“저것도 집이에요?”
분이의 시선은 산 아래, 서울 도심에 닿아있었다.
“아파트라고 많은 사람이 같이 사는 집이야.”
“아파트··· 그럼 저기 옆에 있는 갈색 집은요? 저건 좀 다르게 생겼는데.”
80년간 좁은 다락에서 본 거라곤 밭과 논 그리고 일본 전통 주택이 다였다. 그런 아이의 눈에 발전된 서울 도심은 별천지였다.
“갈색 집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야.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건 학원이라고 학교 비슷한 거로 생각하면 돼.”
태구는 갈색 집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에 자리한 건물을 설명해 주었다.
“학교는 누구나 다 갈 수 있어요? 가난해도요?”
“응.”
“우와— 저기는요?”
“저쪽은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고 또 저쪽은 백화점이라고 옷 같은 걸 파는 건물이고···”
“···”
어느 순간부터 감탄사가 들려오지 않는다. 태구가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언니와 분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태구의 시선을 느낀 분이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었다.
“좋아서 눈물이 났어요.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먹을 것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너무 감사해서요. 다른 아이들은 제가 겪은 일을 겪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너무 다행이다 싶어서요.”
“착하네.”
“그러면서도 부러워요. 나도 이때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그런 곳에 끌려가지 않아도 되는데···”
분이가 말끝을 흐렸다. 태구는 고개를 숙여 아이와 시선을 마주했다.
“부러워할 게 뭐가 있다고. 곧 그렇게 될 텐데.”
“정말요? 진짜요?”
“잊었어? 조금 전에 말했잖아. 저승에 가도 걱정할 거 없다고.”
깨끗한 영혼이다. 아이는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을 터였다. 아이가 바란다면 육도윤회에 따라 인간계로 환생할 터.
“···아저씨가 하는 말이니까 믿을래요. 이제 안 부러워요. 나도 이 좋은 세상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헤헤, 아저씨 꼭 기억하고 찾아올게요. 우리 그때 또 봐요.”
그럴 수는 없을 텐데. 태구는 피식 웃으며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간절히 바랐다.
‘다음 생은 조금 더 길게 평온한 나날을 누리다 가길.’
****
일본 편 방송이 방영된 직후.
프로그램이 불러온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CG가 아닌 선명한 심령 영상, 소름 돋는 K-퇴마 프로그램, 다음 편은?] [레전드 편이라 불린 일본 편, 제작진 미공개 영상 풀어.]ㄴ 미공개 영상 보고 오신 분 있음?
ㄴ ㅇㅇ. 거기에 귀신 모습 적나라하게 다 나옴.
ㄴ 지금까지 공포 방송에 나왔던 심령사진이랑 영상은 ㅈㄴ흐릿한데 얘네는 찐임. 흐린 눈으로 봐도 귀신이더라. 사람이면 그렇게 생길 수가 없어. 걍 시체가 걸어 다니는 모양새임.
ㄴ ??? 나 봤는데 그 정도 아니던데.
ㄴ 본편봤겠지. 그건 블러 처리 한 거래. 심신 미약자들 때문에. 근데 미공 영상은 걍 보여줌.
ㄴ ㅇㅈ 본편은 그냥 유아용 수준입니다.
ㄴ 본편이 유아용이라고? 나 36살인데 언제부터 유아가 된 거냐?
ㄴ 난 삼십팔살. 진짜 혼자 보다가 지렸다 ㅠㅠㅠ
ㄴ 까마귀가 유리창에 머리 박을 때부터 난 이미 기절했음.
카메라맨이 담은 악령의 실체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 반응은 제작진 모두가 예상한 바였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바는 따로 있었다.
[일본 묘지에 집단 매장된 강제노역 피해자 유해 확인.] [일제 강점기 다로 탄광 강제노역 희생자 유해 송환 추진] [강제노역 희생자 유해 봉환 국민 추모제 열린다.] [일제강제동원 역사관 건립, 소요 비용 시민 모금 빗발쳐.] [15살 중학생이 만든 프로그램, 일본 강제노역 피해자 위령비 지도···]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자발적 선행에 나선 것이다.
잊힌 과거를 기억하자며 역사관 건립에 거금을 투척한 유명 연예인, 연고가 없는 희생자를 위해 부지를 제공한다는 민간 기업, 강제노역 희생자 유해 봉환을 촉구하는 민관 조사단이 꾸려지기까지···
한 편의 방송은 잊힌 과거를 일깨우고 꾸준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