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75화(75/157)
기도문의 효능 (2)
충격적인 움짤에 채팅방 분위기가 급변했다.
채팅창 지분의 100% 차지하는 펭라리.
– 뭐에요? 실제 상황임? 아님 공포 짤?
– 깜짝이ㅑㅇ ㅓㅣㅁㄴ이ㅓㅡㅡㅡ
– 미친. 펭라리????? 찐 펭라리??
– 왜 펭라리가 누군데?
– 팬카페 사연 베스트 먹은 애 있음.
– ㅁㅊ; 저 영상으로 베스트 먹음?
– ㄴㄴ기도문 읊으면 극대노하는 형 영상 올린 애임. 앵무새 먹방은 나도 처음 보는 거. 몹시 역하네.
그는 제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펭라리는 영리하게 행동했다.
다시금 달풍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번에도 움짤을 첨부했다.
첫 번째 영상과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펭라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팬카페에 사연 제보한 사람 저 맞아요. 다들 주작이라고 하시는데 진짜 주작 같은 거 아니에요. 저 진짜 절실하거든요? 형님들 부탁드릴게요. 저 좀 도와주세요. 태구 형님한테 저 도와주라고 말 좀 해주세요. 제 달풍선 묻히지 않게 계속 언급해 주세요. (움짤)
남자는 앵무의 머리를 씹는 데 있어 조금의 거리낌도 없어 보였다. 마치 닭 다리를 잡아 뜯는 것처럼 거칠게 앵무의 머리통을 뜯어 와그작 씹어 삼킨다.
까드득, 콰득—
그와 동시에 퍼덕이던 새의 날갯짓이 멎는다. 남자의 벌어진 입가로 선홍빛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곧이어 동태 같은 그의 눈에 생기가 깃든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머리 잃은 새의 몸통이 나온다. 그는 싱글벙글 미소를 띠며 잘린 목에 입을 가져다 댄다. 게걸스럽게 앵무의 피를 삼킨 그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혼잣말을 되뇌는 순간 영상은 종료된다.
[!#!%$!#]– 피 빨아 먹는 거 봐. 쭈쭈바 먹는 줄;;;
– 찐으로 귀신 들린 거 맞는 거 같은데. 누가 주작으로 새를 먹어.
– 1억 받으면 가능할지도.
– 지랄말고 귀신 씐 거 확실한 거 같음. 그것도 보통 귀신이 아니야.
– 사탄 중에 사탄이다. 태구야 도끼 챙기자.
– 근데 뭐라고 하는 거야? 악령 씌면 외국어 내뱉는다더니 방금 내뱉은 말도 그런 건가? 못 알아듣겠어. 통역 좀요.
못 알아먹는 게 당연했다. 영상 속 남자가 내뱉은 언어는 지구인이 알만한 언어가 아녔으니까. 그것은 태구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였다.
사특한 존재가 사용하는 언어. 남자의 말을 직역하자면 그랬다. “더, 더 가져와.” 다시 말해 살아있는 제물을 더 바치라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저 남자, 차원을 넘어온 악한 존재와 계약을 맺은 듯싶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태구가 얼굴을 구기며 펭라리를 찾았다.
“저 남자가 형이라고? 지금 형이랑 같이 있어?”
[펭라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뇨. 저 지금 피시방이에요. 형은 집에 있어요. 물론 혼자구요. 대문이랑 현관문 다 막아두고 와서 아마 쉽게 못 나올 거예요.
악마 계약자. 그들은 제 영혼을 담보로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 제 영혼을 바치고 악마의 힘을 얻는데, 그렇게 얻은 불결한 힘을 통해 사악하고 추악한 짓을 저지르게 된다.
다만, 계약을 맺었다 한들 당장 그 힘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힘을 이어받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저렇듯 살아있는 생명을 악마에게 제물로 바쳐야 하는 법이리라.
그중 최고로 치는 제물은 단연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인간이고.
불행 중 다행인 건 남자의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회복할 테지만···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은 벌었다.
“잘했네. 나랑 만나기 전까지 집에 들어갈 생각하지 말고 피시방에 있어. 다른 가족들한테도 말해두고. 아— 그리고 팬카페에 사연 남겼다고 했지?”
태구의 물음에 두 사람이 응답했다.
“사장님. 제가 아까 드린 사연 모음집 있잖아요. 거기 보시면 펭라리님이 적어둔 게시물 포함하여 연락처 그리고 주소까지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먼저 답을 한 이는 아경이었다.
[펭라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네네! 고 매니저님한테 댓글도 받았어요. 확인하고 연락 준다고 하셨는데 제가 기다릴 수가 없어서요. 조금만 지나면 형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진짜··· 하아, 아무튼 태구 형님. 우리 형, 귀신 들린 거 맞죠? 실은 오늘 성당 신부님한테 부탁드려서 집에 모셨거든요. 근데 신부님은 저보고 괜한 생각하지 말라고 그런 거 아니라고 신의 축복을 받아서 쾌차한 거라고 하셔서. ㅠㅠ 하아.
“위험한 상태인 건 확실해. 그래도 일단 좀 보고 이야기하자고.”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경이 전달해 준 사연 집을 뒤적였다. 펭라리가 적어둔 게시글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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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게시글 / 4월 7일 시작.
효과 지리는 기도문이 있다 하여 소문 듣고 찾아왔습니다. 열심히 외워서 아픈 가족한테 읊어주려고요. 부디 효과가 있으면 좋겠네요. 찐으로 효과 보면 후기 남기로 올게요.
#2번 게시글 / 4월 12일.
기도문 읊은 지 6일 차입니다. 매일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 형은 사지마비, 인지장애, 언어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1년 전에 큰 사고를 당했거든요. 아무튼 그런 형이 1년 만에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어라 입을 웅얼거립니다. 이거 기도문 때문인 거 맞죠? 그렇다고 믿고 싶어요.
#3번 게시글 / 4월 17일.
형님들! 기도문의 축복이 끝이 없습니다. 오늘은 형이 손가락을 들어 저를 가리켰어요. 항상 멍한 얼굴로 침을 흘리던 형이 이제는 표정도 구기네요. 정말 너무 행복합니다. 형의 변화를 저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형을 돌봐주시는 요양보호사님도 차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헤멘입니다.
#4번 게시글 / 4월 20일.
저 또 왔어요. 오늘도 형 손 잡고 기도문 다섯 번 외우기 달성했습니다. 아! 그리고 병원에도 갔다 왔어요. 형의 상태를 확인한 의사 선생님이 놀라 까무러치더라고요. 기적 그 자체래요. 하하하. 다들 기도문 다섯 번씩 외우세요~
5번 게시글 / 4월 28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좋은 소식은 형 스스로 목을 가눌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형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님이 일을 그만두셨다는 거예요. 그런데 요양보호사님의 말이 자꾸만 걸리네요. 그분이 말하길 우리 형이 살아있는 쥐를 먹고 있었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이제 막 몸을 가누는 사람이 어떻게 쥐를 잡아 그걸 먹는다는 것인지···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뒤숭숭하네요.
6번 게시글 / 5월 10일.
형이 이제 말을 해요. 더듬더듬하긴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아요. 형이 무서워요. 그간 제게 중얼거리던 그 말을 들어버렸거든요. 보드라운 그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입 닥치고 있으래요.
7번, 8번, 9번 게시글 / (영상 첨부)
형이 나아가고 있어요. 이제는 혼자 엉금엉금 기기도 해요. 엄마가 너무 행복해해요. 저도 기뻐야 맞는 건데 무서워요. 두 발로 일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저를 죽일 거라고 해요. 차마 엄마한테 말할 수가 없어요. 아 그리고 기도문은 여전히 읊고 있어요. 이상하게 이걸 읊으면 형의 차도가 더뎌지는 것 같거든요.
10번 게시글 /
요양 보호사 선생님 말이 맞았어요. 저도 보고야 말았거든요. 형이 떠오를 먹었어요. 제 눈앞에서요. 이제 알겠어요. 형은 귀신에 씌었어요. 형이 아니에요. 엄마한테 말을 했더니 섬망 증세라는 이상한 말만 해요. 아닌데, 진짜 아닌데. 도와주세요. 제발 우리 형 좀 구해주세요.
***
같은 시각.
칠이 벗겨진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이가 있다. 펭라리의 모친, 정재숙이었다.
“아유, 신부님 정말 죄송해요. 우리 막내가 그런 부탁을 한 줄이야. 전화 안 주셨으면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요즘 막내가 혼란스러운가 봐요. 그게 다 그 요양보호사가 이상한 말을 해서는··· 아? 그래요? 신부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아무튼 괜한 걸음 하시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그럼요. 주말에 뵐게요. 후우.”
이제 막 통화를 끝낸 그녀가 현관문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문고리를 칭칭 감고 있는 자물쇠 때문이다. 자전거 전용 자물쇠였다. 누가 남의 집 대문에 이런 짓을 해놨는지, 참··· 안 봐도 비디오다.
‘이 녀석이, 진짜!’
막내아들, 강재민이다. 엄마 속 한 번 썩인 적 없던 녀석이 요즘 따라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복잡한 얼굴을 하며 자물쇠를 풀었다.
그러면서 마당을 가로지르며 아들, 재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부님과 통화를 하는 사이, 아들 재민에게 걸려 온 캐치콜만 5통이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 !]이윽고 흥분한 막내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재숙은 퍽 엄한 목소리를 하며 대꾸했다.
“강재민! 엄마 진짜 실망이야. 신부님한테 이야기 다 들었어.”
[어?]“귀신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 해서 신부님 집에 부른 거 모를 줄 알았어? 그리고 너 지금 어디니? 집에 형 혼자 두고 어디 간 거야! 정말 엄마 너무 속상하다. 엄마가 요양 보호사 구할 때까지만 조금만 도와달라고 했는데··· 어?”
[자, 잠깐만. 엄마 지금 집이야? 가게는 어쩌고?]“그래! 집이다! 일이 손에 잡혀야 말이지! 어머, 얘 진짜— 너 대문뿐만 아니라 현관문에도 자물쇠를 채워뒀네. 강재민—!”
정재숙은 기가 찬다는 표정을 하며 현관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을 풀었다.
그렇게 칭칭 둘린 쇠사슬을 풀고 도어락 비밀번호까지 누른 정재숙.
[안돼. 엄마. 들어가지마. 들어가면 안 돼 !]덜컥—
이윽고 그녀가 현관문을 열었다. 집안은 어두컴컴했다.
“안 되긴 뭐가 안 된다는 거야. 엄마 정말 화났어. 좋은 말 할 때 들어와. 와서 엄마 눈 보고 이야기해. 그리고 넌 정말··· 어떻게 불도 하나 안 켜두고 간 거니? 형 생각은 조금도 안 해주는 거야?”
혼자 있을 첫째 아들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다. 그녀는 엄한 목소리를 내며 신발을 벗고 거실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리던 순간.
[안돼,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아니. 끊지 마! 엄마 태구 알지? 그 심령솔루션에 나오는 비제이 퇴마사 말이야. 그 사람한테 형 이야기했어. 근데 그 사람이 뭐라는 줄 알아? 형 몸 안에 악귀가 있대. 그래서 치료받아야 한대. 위험하니까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도 했단 말이야 ! 그러니까 제발 문 열지 마. 응? 가게에 가 있어. 제발 좀!]주춤 발걸음을 멈칫하는 정재숙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들의 말 때문이었다.
‘우리 아들 몸에 악귀가 있다 했다고? 그, 퇴마사가?’
그와 동시에 그녀의 동공에 이상한 것이 잡힌다.
거실 한복판, 덩그러니 놓여있는 휠체어.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남자.
첫째 아들, 강재준이었다.
출근 전까지만 하더라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아들이 버젓이 두 발을 땅에 딛고 서 있다. 모양새가 영 어설프긴 하지만 분명히 제힘으로 서 있다.
“엄마, 왔어요?”
아들도 엄마의 기척을 느낀 모양이다.
그가 태연히 몸을 돌려 엄마를 부른다.
그 순간, 정재숙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