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78화(77/157)
기도문의 효능 (4)
“그래. 엄마, 숨 쉬어. 계속 그렇게 쉬는···어? 태구 형님!”
새하얗게 질린 엄마의 등허리를 쓸어내리던 펭라리. 그가 집안으로 들어선 태구를 보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펭라리?”
“네. 제가 바로 그 펭라리에요. 그, 그런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초인종 소리 못 들었는데··· 설마 문도 따실 수 있는 거예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태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열린 현관문을 가리켰다.
“대문이랑 현관문 둘 다 열려 있던데? 들어오라고 일부러 열어둔 거 아닌가?”
“아··· 열려 있었구나.”
“후우, 흡재민아.”
“아! 태구 형님. 이쪽은 저희 어머니세요.”
펭라리가 뒤늦게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 그녀는 엉거주춤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있는 상태였다. 태구가 그런 그녀에게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강태구라고 합니다.”
펭라리의 모친, 정재숙이었다.
육안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다지만 그녀는 몹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리도 말을 안 듣는지 풀썩 주저앉으려고 한다. 펭라리는 서둘러 엄마를 부축했고 그녀는 휘휘 손을 저었다.
“아들, 엄마 괜찮아. 그보다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애들 엄마 정재숙이라고 합니다. 지금 저나 아들이나 제 정신이 아닌지라··· 문을 열어뒀는지도 몰랐어요. 그리고 퇴마사님 이야기는 흐읍, 흐우··· 우리 막둥이한테서 들었고요.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재숙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이었고.
“저도 오면서 대강은 들었습니다.”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펭라리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대강의 상황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그녀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네에, 흐우···”
“많이 놀라신 모양이네요. 천천히 숨 쉬어 보세요. 이제 다 괜찮을 겁니다. 제가 왔잖아요.”
태구는 그리 대답하며 그녀의 양쪽 어깨를 가볍게 그러쥐었다. 그런 다음 그녀의 굳은 몸 안으로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어흐으.”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정재숙이 긴 숨을 토해냈다. 그녀는 온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어서 그녀의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엄마? 괜찮아?”
“으응. 엄마 괜찮아. 퇴마사님을 보니까 마음이 놓여서 그런가, 흐으.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만 같네.”
“다행이다. 계속 그렇게 숨 쉬는 거야. 그리고 태구 형님.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기도문 아니었으면 저희 엄마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
그랬다.
정재숙은 기도문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시청자들이 알 리 없었다.
들은 게 없었으니까.
[태정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기도문이 뭐 어쨌는데? 그리고 조금 전에 태구가 한 말 뭐임. 무슨 일을 겪었는지 대강 들었다고? 도대체 언제요? 왜 우리 빼고 너희들끼리만 대화하냐 우리도 좀 같이 알자.
결국 시청자 하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달풍을 쏘아 올렸다. 그는 상황 설명을 바랐고 다수의 시청자는 그의 달풍에 동조했다.
– 옳소. 당장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하라!
– 펭라리야. 우리가 남이냐? 언제는 형님이라며. 근데 왜 태구한테만 말해줌.
– 2222 우리가 화력 모아준 덕에 사연 채택 당한 건데. 이제 우린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 엄마한테 무슨 일 생긴 것 같다고 ㅈㄴ급하게 가길래 걱정했구만ㅡㅡ
– 인제 보니 별일 없쥬?
– 형도 안 보이네. 주작 아니누?
들끓는 민심을 확인한 아경이 재빨리 카메라를 돌렸다.
주작을 의심하는 시청자에게 보여주고픈 장면이 있었으니.
곧이어 태구와 펭라리 모자를 담고 있던 프레임 안으로 피 범벅된 짐승의 사체가 담긴다. 첫째 아들, 강재준의 작품이었다.
– ㅎㄷㄷㄷ 저거 뭐냐. 앵무 2탄?
– 김샌다는 말 취소하겠습니다.
– 무슨 일이 있긴 있었구나 ㄷㄷㄷㄷ
– 저거 고양이 맞지? 집에서 키우던건가?
– 창문 깨진거 보니까 저기로 들어온 것 같은데요.
– 사탄들리면 벌레랑 짐승들이 막 제 발로 찾아온다잖아 같은 상황 아님?
– 근데 그걸 먹진 않던데요.
–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요.
아경의 판단은 실로 적합했다. 채팅방 분위기가 다시금 바뀌는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은 적나라한 짐승 사체에 소름 끼쳐 하면서도 진실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태구는 그런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런 질문을 던졌다.
“나도 대강 들은 거지 자세한 상황은 아직 몰라. 그래서 말인데요. 어머님. 무슨 일을 겪으셨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어요? 특히 직접 마주한 아드님 상태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노린 건 아니었고 실제로 이제 막 물어보려고 했었다.
내뱉은 말마따나 대강의 상황만 전해 들었을 뿐, 상세한 이야기는 아직 채 듣지 못했으니까.
더불어 악마 계약자와 직접 마주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놈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한 질문이었다.
“···우리 아들 찾아 주시려고, 또 도와주시려고 묻는 거죠?”
끄덕끄덕.
“그럼, 백번이고 천 번이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다행히 정재숙은 주저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없었으니. 더불어 태구가 불어넣어 준 신성력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녀는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그게···”
***
지금으로부터 한 시간 전.
“흐, 흐흐. 잡았다.”
그러니까 아들 강재준에게 발목을 잡혔을 때.
“놔, 놔. 놓으라고. 아아악!”
정재숙은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느꼈다. 이대로 있다간 발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만큼 아들의 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난 환자의 힘이 아녔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몸부림쳤다.
“재준아, 준아! 엄마 아파! 놔, 놓으라고! 이러다가 큰일 나. 재준아! 정신 차려!”
그런데도 아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흐흐, 흐흐. 준아, 준아! 엄마 아파! 놔, 놓으라고. 끄흐흐. 재준아. 정신 차려. 흐흐흐.”
첫째 아들, 강재준은 이 상황이 퍽 즐거운 듯 낄낄거리며 그녀의 말을 따라 했다. 마치 주기도문을 따라 외울 때처럼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거칠게 그녀의 발목을 잡아끌어 당겼다.
스윽, 스으윽—
“흐, 흐흑. 제발. 준아. 엄마 무서워. 엄마 좀 봐. 엄마야아악!”
정재숙의 애원에도 강재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잽싸게 정재숙의 몸 위에 올라탔다. 발목을 그러쥔 손은 이제 그녀의 양 손목을 꽉 붙잡은 상태다.
“그래, 그래. 더 울며 빌어봐. 흐흐. 그런 게 더 맛있는 법이거든. 쓰읍. 너는 깰 거 없어.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그렇게 엄마의 몸 위로 기어 올라온 강재준이 돌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양새였다.
“우리 엄마잖아. 안돼. 그놈만 죽여 달라고 했잖아.”
“이 멍청년 좀 똑바로 봐. 이년도 그놈과 다를 바 없다고.”
“아니야. 아니야···”
“엄마라는 년이 아들을 두려워해? 이년은 너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거야. 우리가 저를 어찌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 거라고. 너는 안중에도 없어. 예전에도 그랬지.”
그 혼잣말이 가히 심상치 않았다. 그에 정재숙이 소리쳤다.
“아니야! 재준아, 정신 차려. 이상한 말 듣지 마. 엄마 눈 봐! 응? 엄마는 우리 재준이 사랑해. 언제나 그랬어!”
하지만 아들은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어지는 말에 설득당한 듯싶었다.
“푸, 푸하하. 사랑한다고? 그때를 떠올려 봐. 네가 좌절하던 때! 저 멍청한 년이 그놈에게 돈을 받아 챙기던 때 말이야! 자식 팔아먹은 애미가 바로 저 멍청한 년이라고!”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래. 슬퍼할 거 없어. 내가 혼내 줄게. 내가 복수해 줄게. 네 마음을 이해해 주는 존재는 나밖에 없어. 내가 곧 너니까. 그러니까 내 뜻대로 해. 저 멍청한 년을 죽이는 거야. 그럼 너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너를 이렇게 만든 녀석 당장 죽이러 가고 싶잖아. 우리 바라는 일이잖아? 그러니까 넌 그냥 그렇게 자면 돼.”
그걸 끝으로 혼잣말은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벌름벌름 움직이는 코만 보였다. 마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두고 냄새를 맡는 듯한 모양새였다. 문제는 아들이 보고 있는 것이 음식이 아닌 사람인 게 문제일 뿐.
“으, 으으···”
그러한 아들의 행동에 정재숙은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녀는 “으, 어.” 같은 말을 되뇌며 연신 고개를 휘저었다. 그러던 때, 역한 피비린내와 강한 누린내가 그녀의 코끝을 스친다.
“으, 주, 준아. 준아···”
“이 멍청한 년은 아직도 아들을 찾네. 흐흐. 근데 어쩌지, 네년의 아들도 나와 같은 마음인데. 그래, 그래. 금방 끝날 거야. 어디 보자, 이쪽 살이···”
아들은 그렇게 말하며 혀를 날름거렸다. 목울대가 꿀렁이는 걸 봐서 군침을 삼키는 것도 같았다. 그녀는 그가 무얼 하려는지 직감했다.
그 순간.
“흐읍!”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빠르게 제 목덜미 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아들의 머리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앵무, 길고양이··· 자신 역시 죽은 짐승과 같은 처지가 되겠지.
“?”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살이 찢기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들에게 잡힌 손목이 느슨해진다. 결박이 풀린 듯 싶다. 도대체 왜? 그녀는 감은 두 눈을 다시금 치켜떴다.
“저 찢어 죽일 새끼···으, 으으.”
귀밑까지 입꼬리를 찢어 올리며 웃던 아들 녀석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를 바라보던 시선도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그녀가 떨군 핸드폰이었다.
[푸파퐁커···]아무래도 생각해도 저거다. 첫째 아들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막둥이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었다. 확실하다.
“으, 으으. 저 말 많은 어린 개새끼, 그러게 내가 그랬잖아. 그때 죽여버리자고. 그때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끼이아악—!”
귀를 막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정재숙은 혼신의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그리고 팔을 길게 뻗어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그러쥐었다. 마치 보물인 양 가슴 가까이 가져와 볼륨을 최대로 높이기까지 했다.
“재, 재민아 계속해. 계속 제발 계속해!”
“푸파퐁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듬더듬 기도문을 따라 외우기까지 했다.
“어, 엄마. 그만. 그만해. 나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뇌까리던 아들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애원한다. 조금 전, 그녀처럼. 그러나 정재숙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애원할수록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읊고 있는 기도문만이 자신과 아들을 살릴 수 있다 믿었으니. 그러한 믿음은 강한 효력을 불러왔고.
“끼아아아아악!”
결국, 첫째 아들 강재준은 꼬리에 불이 붙은 짐승처럼 황급히 집 밖을 뛰쳐나갔다. 그 결과 정재숙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상황 설명을 마친 정재숙이 조심스레 태구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 괜찮을까요? 경찰에 신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에 태구는 몸을 일으켜 거실 중앙에 놓인 휠체어 앞으로 걸어갔다.
첫째, 강재준의 손때와 한이 묻은 물건이었다.
그앞에선 태구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신고는 안 됩니다. 경찰이 잡을 수도 없을 테고요.”
“그럼 우리 아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누구에게 갔는지 알 것 같으니.”